일껏 아침(5시)을 먹고는 10시에 느닷없는 식욕이 일어 국수를 삶아 먹었습니다.
식욕이 불끈 생긴 것은 일찌감치 동네를 한바퀴 돌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부터 집앞 인왕산 3부 능선을 가로지르는 둘레길 데크를 만든다고 뚝딱거리더니 완공이 되었는지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높이가 딱 제 눈높이인데다가 맞은편으로 훤히 보이는 곳이어서 그곳에서는 제가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신경이 쓰였습니다. 얼른 가서 확인을 하고 싶은 마음이 푹 일어나니 주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왕 나서는 길, 그것만 할 수는 없으니 저의 전용 헬스장도 들르고 나무며 꽃들도 기웃거리며 참견을 좀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스틱으로 데크를 똑똑 소리가 나도록 그러나 되도록 살살 짚으며 오는데 맞은편에서 오던 할배가 오지랍을 부렸습니다.
"그렇게 하면 바닥에 구멍 생기는데 ~"
"살살 대고 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그 짧은 순간에 서로에게 날린 단발언어, 저는 느닷없는 영감의 반말과 부질없는 참견에 살짝 짜증이 일어 어쩌면 얼굴에 굵은 주름 두어개를 만들었을 지도 모릅니다. 영감은 원치 않는 대답을 얻었는지 찌릿 인상을 쓰며 지나갔습니다. 무심결의 제 표정에 반응을 보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진작부터 스틱에 실리콘 마개를 하지 않은 제 불찰입니다.
갑작스런 국수 한 그릇은 어쩌면 시장기가 아니라 스트레스가 부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먹고 몰려온 피곤에 잠깐 눈을 붙었는데 깨고 보니 12시가 넘었습니다.
이상한 날입니다.
-일단 들이대고
-자귀나무
-실제로는 훨씬 가깝게 보입니다.
-등나무의 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