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다니다 보니 이젠 사진 한 장도 없는 조행기를 다 씁니다.
낚시가기 전날 밤엔 이 번 조행에는 사진 제대로 올려 보아야지 하는 맘이 늘 굴뚝 같은데..
막상 하루가 시작되면 내 머리는 방어나 부시리나.. 하는 대상어 들로 가득차서 왜 저 멀리 라이징하는 녀석들이
루어는 본체 만체 하는 지? 그런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늘 빈 맘 뿐인거죠.
암튼 담주 정출을 앞 두고 번출을 댕겨왔습니다.
날자는 2014년 6월 8일 일욜였구요.
바로 그 전 주에 모처럼 남풍이 불었던 날 왕돌에서 알 굵은 부시리들이 사람들 혼을 쏙 빼놓았단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여.. 바우 형님 조르고, 상호 윽박 지르고, 안관장에겐 의리 운운 하며 한 팀 만들었지요.
게다가 영양팀 회장이신 장주환 님께서도 주 중 낚시를 못갔던 터여서 흔쾌히 동행을 하여 주셨습니다.
그런데... 웬만해선 일어나지 않는 일이 생겨 버렸습니다.
큰 형이 아가씨 두명을 데려 가시겠다고 하시는 겁니다.
우리 낚수 꾼들은 배에 여자하면 좀 그렇 잖아요...
서로 불편하고, 멀미도 많이하고..자외선도 심하고..
게다가 그게 카메라들이대는 방송국 아가씨들이라..
난 원래 방송국 쟁이들은 질색인게, 말 만 그럴듯하지 순 빈털털이 거지들이잖아요.
넘 귀찮게 하기도하고.. 또 설정이니 뭐니해서 자꾸 뭘 연출하라하고..
암튼 질색이여서. 그런데 큰 형님이 글쎄, 글쎄 조심스럽게 물어 보시니.
예, 같이 움직이시죠 했죠.
그게 큰 형을 다큐멘터리 주인공으로 1시간 분량을 촬영한다고 하니, 제 속 좁은 맘을 좀 누르기로 했지요.
마침 견지 대회가 토욜에 단양에서 있었던 터라 , 늪실 견지 연수원에서 안관장이랑, 바람이랑, 큰 형님과 만났습니다.
거기에서부터 국회 방송 PD 세명하고 같이 움직였고.
안동을 거쳐가며 시장 골목에서 얼큰한 소머리 국밥 한 그릇씩 하고, 캄캄한 영덕 길을 태백 산맥 넘어갑니다.
뒤에 그림자 처럼 따라 붙는 PD차가 혹여 우릴 놓칠세라 연신 백 미러로 확인하면서 조심 조심 겨우 자정이 되어서야
영해 대진항에 도착했네요.
새벽 4시에 출항하기로 하고, 또 장비세팅이며 기대에 부푼 이야기를 하다 짧은 잠에 빠져듭니다.
서울은 몹시 습하고 더웠지만 서울을 벗어 나고 부터는 마치 초가을 같은 일교차와 함께 약간의 한기가 계속 느껴집니다.
엄청 고통스럽게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립니다. 새벽 3시반.
밥 먹기 전 혈압약을 먹으며 이제, 이제 이렇게 무리한 조행을 하기가 점점 버거워 짐을 느낌니다. 내 몸이 말이죠.
바우형님은 말할 필요 없겠죠. 나보다 10년을 먼자 가계시니... 제가 그냥 엄살 피우는 거죠.
성게 미영국 한 그릇에 밥을 말아 겨우 아침을 해결합니다.
찬기가 묻어나는 바람은 오늘 낚시가 그리 쉽지 않을 걸 이야기해줍니다.
본국에 돌아가면 3명의 부인과 잘 살겠다는 이셈과 인사합니다.
곧이어 영양의 장주환 사장님도 예의 오시던 딱 그 타이밍에 도착하십니다.
북동풍이 약하게 부는 동해를 가로질러 왕돌초로 바람을 정확히 부딪히며 갑니다.
바람이 부딛히는 배의 왼쪽을 비켜 앉으면 파도에 몸이 젖을 일은 없습니다.
가는 길에 간간히 갈매기도 보이고, 그리 너울이 높지는 않아 낚시하기는 별일 없는 날씨입니다.
멀리서 오징어 잡는 배들이 새벽 경매에 맞춰 들어오는데. 아직 왕돌초 근처에는 들어오지 않는 답니다.
이윽고 도착한 왕돌.. 수십 번 온 그 바다이지만 오는 길이 늘 멀기만합니다.
여기 저기 배들 흘려 보며 조류와 배 흐름을 확인하는 선장..
조류와 바람이 반대인 약한 북동풍이 불어 넓은 지역을 탐색하기는 어려운 상황.
게다가 바람에 밀려 배는 남동쪽으로 약하게 흐릅니다.
첫 포인트는 왕돌 마짬(남쪽 짬의 안쪽(서쪽)에서 시작하여 바깥(동쪽)으로 흘리는 겁니다.
곧 마짱의 수심이 낮은 봉우리를 맞딱뜨리며 캐스팅에 반응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어탐에도 수심 20~30m부근에 회유성 어군이 확인이됩니다.
곧이어 바우 형님의 베이트질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글쎄 폼도 세련되보이지도 않고, 장비도 요즘 말로 좀 후져 보이는데..
한 번 두 번 세번 바우 형님의 로드는 준수한 놈들의 히트를 무리없이 받아냅니다.
그 것도 PD들이 카메라로 촛점을 맞추고 찍어대는 그 와중에...
히트 중간 중간 다큐멘터리 촬영 팀들에게 내내 구수한 낚시 이야기, 살아온 추억들을 꺼내주면서도
그 히트는 쉬지 않습니다. 그 너털 웃음..허허. 허벅지 굵은 PD 아가씨는 한 마디도 한 장면도 놓치지 않으려 기를 쓰고 카메라에 담고, 녹음을 해댑니다.
그 옆에 바람도 '한 쪽물에서 나온 파랑'처럼 뒤질세라 열심히 로드를 휘두릅니다. 물론 방어들이 달려들었죠.
대단한 베이트 지깅의 내공을 보여주었어요.
어떤 두 사람이든 그렇게 신들린듯 앞서거니 뒷 서거니 힘든 베이트질로
제대로 된 방어들을 굴비 엮듯이 올리내는 걸 본 적은 없었어요.
대단한 광경이었어요!
힘이 센 젊은 사람들이 첫 지깅을 하면서 마라도 방어를 힘만으로 잡아내듯...
하기사 바우 형님 베이트 질 솜씨는 소문이 나서 제주에서도, 왕돌에서도 한 번 타본 배의 선장들은 다 기억하죠.. '
대~~~단하다고'
나중에 방송을 보아야 알겠지만 '조성욱의 견지 이야기'가 변질되서 '지깅 조성욱 만큼 하기'로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던 와중 자칭 캐스팅 꽤나 하는 본인과 안관장은 무참히 방어들의 놀림 만 받고 있었답니다.
아침 나절 딱 두번, 그 것도 안관장 거 한 번, 내 것 한 번 이렇게 딱 두 번 만 체이징을 받았습니다.
물론 히트는 엄두도 못냈구요.
나중 바우 형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캐스팅 게임하는거 엄청 호쾌하고 남자 답게 보인다고...
그런데 전 카메라 앞에서도 그렇게 멋있게 히트할 수있다면야 바우형님한테 베이트 다시 배우고 시퍼요...
오후가 들어 장신호 선장의 프렌드가 알려준 저 먼 남쪽의 비밀 포인트에 가서야 제대로된 라이징과 피딩을 볼 수있었습니다.
물론 이놈들이 쉽게 물어주지는 않더군요.
요렇게 저렇게 움직여 보고.. 검은놈, 파란놈, 반짝이는 놈.. 그리고 더~~~더 반짝이는 놈. 그래도 반응은 없고.
한 마디로 돌아버리겠더라고요.
그런데 그 때 머리를 스치는 게 잇었습니다.
혹시 크기가 아닐까?
점심 때 회덮밥한다며 잡은 방어 뱃속에서는 손가락 두 마디 만한 멸치 한 마리가 나왔었거든요.
그래서 다시 40gm짜리 카펜터를 꺼내들었습니다.
몇 번 던졌을까. 수면 아래에 잠겨 살랑거리며 오는 루어를 아주 약하게 당기는 힘이 느껴집니다.
그러더니 이내 강한 힘으로 물속으로 쳐박힙니다.
바로 이거구나..
라이징이 배 근처로 몰리는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이 작은 10cm 정도의 루어를 거리낌 없이 몇 번이나 공격하였습니다.
씨알은 그리 크지 않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공격을 하여서 그 이전의 시간 동안 아주 까다롭게 굴었던 것에 비하면 참
쉬워지고, 재미가 나는 순간들이 되어버립니다.
활성도가 살아나는 상황에 안관장도 무리 없이 몇 번의 체이징을 받고 히트를 받아냅니다.
한 두 번 정도는 지깅에 3명이 동시에 히트되는 상황도 있었고, 캐스팅에 동시에 루어를 따라오는 상황도 연출이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경계심이 없어지는 상황이었으면 더더욱 활기가 넘치고 많은 히트를 받아내는 조행을 할 수있었을 걸 하는 여운이 남는 부분입니다.
장주환님도 활성도가 좋아지는 잠깐에 중층에서 히트를 받고 즐거운 표정으로 고기를 올리십니다.
이렇게 저렇게 궁리를 하면서 열심히 즐기시는 모습, 솔직히 제가 장사장님 연배가 되면 어려울 것 같아요.
저도 적어도 바우 형님이나 장사장님이 하시는 것 만큼은 계속 열심히 즐겨보려 노력은 해 볼 겁니다만.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우리 팀이 지깅과 캐스팅으로 아기자기하게 즐기며 무려 12마리나 되는 놈들을 어창에 올리는 동안에
왕돌에있던 다른 배들은 겨우 방어 1마리를 잡는데 그쳤다는 걸 알게되었죠.
우리가 실력이 월등하거나 그런 건 분명 아닐 겁니다.
뭐 운 같은 것도 분명 있지요.
하지만 젤 중요 한 건 낚시를 하는 가볍고 즐거운 마음이고, 내 눈 앞의 자연의 현상과 변화를 읽어내는 능력이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또 같이 하는 사람들의 서로에 대한 마음과 팀웍입니다.
저는 이날 낚시하기가 넘 편했습니다.
지난 많은 조행에서 같이 했던 바우형님, 안관장, 바람, 장사장님 그리고 장욱호 선장. 도우미 이셈까지..
배에 비록 부담 백배인 숙녀분들이 계셨지만...
오로지 바우 형님에게만 카메라를 겨눈고로 신경을 쓸 일이 '이' 만큼도 없었고..
고기의 머리속을 생각하며 쪼금 더 그 놈들을 닮으려는 하루가 된 것에 지극히 만족합니다.
잡은 고기 중에 한 마리는 바로 놓아 주었었는데.. 앞으로는 좀 더 자주 그렇게 해보려 합니다.
여러 생각을 해 보았지만.. 내가 먹을 수 있는 아니 꼭 먹어야될 때만 고기를 가져와야겠다고 자주 생각했었는데.
이 번에 비록 한 마리이지만 놓아주고 나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나는 이미 그 놈에게서 최대한의 즐거음을 선물 받았으니..
돌아오는 길에 진보에 있는 '세계 평화' 백숙집에 들러 30~40 음악에 맞춰 닭죽 한 그릇을 먹는 기쁨도 남다름니다.
모두들 수고하셨구요...
또 즐거운 조행을 위해, 설레는 그 하루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해봅시다.
PS: 바우형님 동영상 올려 주세요!
첫댓글 아~ 사진없는 조행기가 이렇게 훌륭할 수 있다니~
^^ 짧은 다큐를 본듯한느낌. 형님 조행잘봤습니다.
생생한 조행기 잘보았습니다.
그 날 대단히 수고하셨습니다.
아 근질근질한데 가고 싶어 미치겠는데,
지금 갔다간 평생 와이프 안주거리 하나 생길꺼 같아서
ㅜㅜ
읽다보니 푹 빠져드는 조행기군요 아 ~~~~저도 그자리에 같이 있고 싶내요
마치 함께 그곳에 있는듯한 느낌입니다. 대상어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애쓰는걸 보면 사람이 고기를 낚는게 아니라 고기들이 사람들을 낚는듯합니다. 먼길 다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살아있는 조행기 감사 합니다^^
사실 제가 제일 부러운 사람이 글을 잘 쓰는 사람 입니다..ㅎㅎ
고생 많으셨구요..
지깅 입문이 얼마 안 된 제가 느끼는건
분명 우리팀은 최고의 팀이라는 겁니다..
우리팀과 함께 할 때 보다는
경력이 짧은 지깅 초보가 출조를 하면 얼마나 했겠습니까만은
간혹 기회가 생겨서 다른팀과 출조를 하면 더욱더 실감을 합니다.
지깅의 수준
정이 넘치는 인간미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팀웍
이런 우리 최고의 팀과 함께 한다는 건
분명 제 개인적으로 행운이고 행복한 일 입니다.
돌아 오는 길 몸은 좀 피곤하지만 함께해서 행복한 시간이였습니다..^^
수고많으셨고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
대단하십니다... 카메라 앞에서도 지깅을 .... 부럽습니다. .... 조행기가 살아 있는듯 해요...ㅎㅎ
꼭 물고기를 잡아야 즐거움이 겠읍니까 저는 조행기를 감상할때마다 무한한 행복감을 느낍니다 훌융하신 분들과 같이할수있어 정말 행복 합니다 글쓰시느라 정말 수고 하셨읍니다 모두 모두 먼길 고생 하셨읍니다
촬영하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방송팀과 나 때문에 많이 불편했을텐데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습니다.
살다보니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별일을 다 겪는군요.
드문드문 고기가 보여서 그럭저럭 심심친 않았던 조행이었는데
2% 아쉬움은 남습니다.
저는 저킹을 할 때 바닥이나 메탈 인근에 반드시 고기가 회유하고 있다는 걸 전제로 흔들어댑니다.
그래야 쉽게 지치지도 않고 재밌거든요.
가끔은 물밑에 있는 녀석들과 대화도 합니다.
견지낚시처럼 아무런 예신없이 갑작스레 잡아 당기는 그런 손맛 몸맛에서 공통점을 찾고
나름 안돌아 가는 소견으로 동작에 변화를 주려고 하는데
그게..그게 생각처럼 쉽진 않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