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일(5월 28일. 농암-고사리) 이런 흙길이 그리웠다
맑음. 22℃
힘내라고 아직도 많이 남은 '탕'으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나중에 와서 또 먹으려고 냉장고에 고히 보관했다. 평소보다 좀 출발이 늦었지만 이대수련관에 들려 관리소장인 K과장을 만나 모닝커피를 얻어 마시면서 한가로히 대화를 나눴다. 서울에 바쁜 일정이 있다는 후배 세 사람은 먼저 떠나고, 총무과장과 N이 우리를 어제 걷기를 끝낸 농암까지 태워다 준다. 농암에서 우리는 서로 '파이팅'을 외치고, 3인방은 문경을 향해 걷기 시작하고 후배 두 사람도 서울로 떠났다. 08:50.
전곡을 거쳐 가은에 들렸다. 우리나라는 지나는 길에 마을도 참 많다. 신촌1리 처럼 1리가 있으면 꼭 2리가 뒤따라 나오고, 상도대리가 있으면 하도대리 마을이 나온다. 우리나라 지명이 재미있기도 하고 고향처럼 친근한 느낌이 든다.
푸르른 산 위로 뭉게구름이 둥실 떠 있고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 걷기에 아주 좋은 날씨다. 어제 썼던 우산을 펼쳐들고 걷는다. 젖은 우산을 말리고, 햇볕도 가리고, 바람이 뒤에서 우산을 밀어주어 힘이 덜 드니 일거삼득인 셈이다. 언젠가 배낭에 젖은 양말 매달고 다니던 것과는 차원부터가 다르다.
주변엔 담배농사를 짓는 곳이 많이 보인다. 몇년 전에 여름 가족 휴가때 타보았던 '레일바이크'도 지나간다. 레일바이크는 폐쇄된 철길을 이용하여 네 바퀴 자전거를 타고 저으면서 주변 경치도 보고 터널도 지나가고 철교도 지나가면서 스림을 맛보게 만든 지역 관광상품이다. 원조는 정선 레일바이크인데 아우라지 역에서 구절리 역까지 7.2km를 운행한다.
가은에는 식당이 많았지만 시간이 아직 이르고 해서 계속 걷다가 12시가 다 되어서 식당을 만나 칼국수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나니 식곤증이 와서 앉은 자리에서 10여분 꾸벅꾸벅 졸았다. 다들 피로가 겹치는 모양이다. 오늘도 어제의 그 뻐꾸기는 예외 없이 따라오고, C 뒤로 강아지 한 마리가 졸졸 따라온다. 계속 따라 오는걸 겨우 달래서 보낸다.
마성에서 C가 '메론바'를 또 사준다. 다들 이제 하루도 안 먹으면 안 될 정도로 중독이 된 모양이다. 문경에 도착하니 13:30.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내친김에 문경새재 관문을 넘기로 했다.
문경새재 관문길은 우리가 그동안 수도없이 많이 넘어본 곳이다. 조령산과 주흘산 등산을 자주 왔었고, 또 제3관문 근처에 이화여대 수련관과 김옥길 총장이 은퇴 후 은거하던 금란서원이 있기 때문이다. 제1관문(주흘관)에서 제2관문(조곡관)을 거쳐 제3관문(조령관)까지 걷는 완만한 이 길은 시원한 냇물과 숲이 있어 좋다. 더욱이 흙길로 되어있어 지금까지의 딱딱한 아스팔트길만 걷다가 부드러운 흙을 밟으니 그 부드러움에 발이 호강에 겨워 웃는 것 같다.
종주계획 수립 시에는 이 길을 맨발로 걸어보자고 했었는데 그만 물집 때문에 맨발은 포기해야만 했다. 해가 지려하고 주흘산 산행을 마치고 뒤늦게 내려가던 산객들이 우리에게 '파이팅!'을 외친다. 3관문에 오르는 시간이 늦어서인지 걷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3관문에서 시원한 약수로 갈증을 푼다.
어제 잠을잤던 금란서원에 도착하니 19:30.
금란서원은 뒤로 신선봉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앞으로는 저수지와 수옥정폭포가 흘러내리는 그림같은 곳에 자리잡고있다.
오늘도 많이 걸었다. 수련관에 부탁하여 빨래도 하였다.
저녁 식사는 또 '탕'으로 먹었다. 질릴법도 하련만 다들 몸 생각하면서 잘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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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걸은 거리 : 35km(8시간)
▶코스 : 농암-가은-마성-문경-문경새재-고사리 마을(충북 괴산군 연풍면연풍리)
<식사>
아침 : 보신탕(금란서원)
점심 : 칼국수(마성)
저녁 : 보신탕(금란서원)
■집 떠난 지 3주째 모습
(만보)중간의 꼭지점을 이미 찍고~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 전망대로 한발한발 내 딛으시는 선생님들의 고행의 발걸음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냅니다. 오늘도 건강한 발걸음 되시기를 만보 두손 모아 기원합니다. 06.05.29 05:30
(장화백)벌써 3주가 지났군요. 대단한 3인방! 씩씩한 3인방! 넘 멋진 3인방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십시요. 세분의 다
리를 위해 기도할께요. 06.05.29 08:52
(캡화백맏딸)대단하세요~ 대단하세요~ 제가 곁에 있었으면 그깟 메론바 수십개도 사드렸을텐데 말입니다. 오늘도 최선을
다해서 화이팅이십니다! ^^ 06.05.29 12:27
첫댓글 요즘 토요일 밤 11 시에 EBS 를 틀면
여름특집 서부영화 시리즈가 나오는데
위의 사진 속 세 분은
거기에 나오셔도 손색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