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만 둥둥 고응남
회사 동료들과 여러 명 술을 같이 마셨는데 한 동료가 없어졌다. 잠시 화장실 간 줄 알았는데. 주위를 찾아보니 보이지 않았다. 걱정이 많이 되어 30분 정도 찾다가, 찾아낸 곳이 바로 서울역 건너편 D 그룹 빌딩 앞에 있는 차도였다.
거기서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튀어나온 것을 베개 삼아 자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행인 것은 여름이었고, 차도의 차선이 인도와 차도의 경계선 바로 옆에 있지 않고 공간이 널찍이 있었기 때문에 사고는 나지 않았다. 그 당시 1980년대, 대기업 D 전자 회사 전산실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근무할 때 일이었다.
나는 술을 잘 못 마시는 체질이라 안주를 주로 먹었다. 약간은 불편하기도 했지만 어울리기 위해서 1차에만 주로 참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술버릇 좋지 않은 술 동료들을 챙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술이 많이 취한 경우에 술버릇에는 여러 가지 경우가 많았다. 같은 말을 반복하여 말하는 이도 있고, 엉엉 우는 이도 있다. 대로변 한가운데서 화장실처럼 소변을 보는 남자 동료들도 있다. 참 민망하여 다른 곳으로 유도를 하지만 쉽지 않은 경우이다. 차 앞으로 돌진하는 이도 있다. 황당하여 재빠르게 붙잡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도 있는 경우이다. 말이 약간 많아지는 경우이다. 나도 여기에 속한다.
회사 동료들과 구미에 출장을 2박 3일 갔던 때 일이었다. 구미 TV 공장 전산화 작업을 위해 현장을 파악 분석하기 위해서 갔다. 바쁘게 하루 종일 현업과 행정에 종사하는 공장 사람들을 만나고, 분석 및 관찰하였다. 퇴근 후에 식사하면서 식당에서 술 한잔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술 몇 병을 더 사서 숙소에서 마시게 되었다.
잠자리에 든 후 새벽에 깨어보니 한 방에 자던 동료 중에 1명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다가 잠깐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그래도 보이지 않았다. 걱정되어 여기저기를 찾다가 화장실과 욕조가 같이 있는 곳을 열었다. 깜짝 놀랐다. 욕조에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입술만 둥둥 뜨고, 코만 살짝 위로 내밀었던 모습이었다. 푸푸 하면서, 숨을 내쉬면서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었다. 더욱 놀랍고 황당한 일은 입에 담기도 민망하게도 입술과 코 주위에 떼가 모여들어 있었던 것이었다. 숨을 입으로 쉬었는지 숨을 코로 쉬었는지 모르지만. 이 얘기는 웃음꽃을 주면서, 나중에 사무실에서 두고두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오르내렸다. 지나고 나니 참 웃음이 나고, 황당한 재미있는 추억거리가 되어있었다.
약력
*수필가·시인·화가, (전)백석대학교 교수, 제주 출생
*월간 <신문예> 수필 등단 / 시 등단, 수필집 <<미뇽 그 남자>>
*계간문예 작가회 이사, 작가와 함께 편집위원, 서울중구문협 회원
*한국문인협회 시서화진흥위원회 위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대한예술신문 총재, 국제미술대전 초대작가, 대한미협 부이사장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자문위원
*(전)노스웨스트 사마르 미술대학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