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런 SOS 형제 자매 여러분
기다리던 4.11 총선이 끝나고 새롭게 정계 개편이 진행되면서 어떤 변화가 강정에도 닥쳐올지 자못 궁금합니다. 어제는 하루 종일 마음을 졸이며 야당의 승리를 기원했습니다. 감옥에서는 선거 소식은 일체 없이 TV로 쇼 프로와 철 지난 연속극만 재탕해주는 것이 분통터질 일이었습니다. 공교롭게 부재자 투표 신고일이 지난 후 구속되는 바람에 선거권 조차 빼앗긴 것이 더욱 억울하고 분했습니다. 선거 결과를 지켜 보면서도 정치가를 믿을 수 없다는 의심과 더불어 우리가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강정은 아무 누구도 우리를 위해 지켜 줄 사람이 없다는 고독한 자각이 밀려 옵니다. 정의와 평화도 정치가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권력을 쟁취하고 수호하는 도구로 이용될 뿐이라는 심한 불신감이 배어 있습니다.
저는 SOS의 해상 저항 운동이 좀 더 대중성을 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모든 배를 다 띄어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시도할 수 있기를 바라고 매일 두 세척의 카약을 띄워 꾸준히 시위를 일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문에서 1인 시위가 끊이지 않듯이 바다에서도 끊임없이 반대와 중단 요구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우리 몫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중단 없이 꾸준히 해서 저항하다 보면 반드시 호기가 올 것 입니다. 이것은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지혜입니다.
강정문제는 우리에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강정 문제에만 빠지지도 마십시오. 저는 우리의 싸움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업단과의 싸움이 아니라 전쟁을 일으켜 권력과 부를 사취하는 군산 복합체와의 싸움이요 이는 전국에서 또 전세계에서 수많은 동지들이 싸우고 있는 거대한 싸움의 일부임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강정의 싸움은 평택의 싸움과 연계되어 있고 오키나와와 디에고가르시아, 남사군도의 군사 요새화와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저는 SOS가 폭력의 귀신에 씌운 이 세상의 살인마들을 대항하는 범세계적인 반전평화운동의 전사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는 이런 희망과 비전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농담 같아 보이겠지만, 파란당 이야기는 그리 비현실적인 것이 아닙니다. 혹여 제가 정치적 야망을 갖고 있다고 오해 마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이런 미치광이 같은 제언을 드리는 것도 사심이 없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어서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킬 소수가 되어야 하고 그럴 수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은 십 여명의 무리였지만 세상의 진정한 권력을 인수할 대권 인수팀이이습니다. 처음에는 철없이 그 대권이 세속적인 권력인 줄로 착각조차 하였을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대권 인수팀입니다. 그것은 세속적인 권력이 아니라 정의와 평화 그리고 진정한 기쁨의 나라에 관한 것입니다. 제가 감옥에 있다 보니 과대망상에 빠졌나 의심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 안에는 가능성이 숨쉬고 있습니다. 갈릴리의 어부들이 세상을 뒤집어 놓았듯이 강정 앞바다에서 만난 여러분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그런 그릇들이라고 여겨집니다. 물론 고난과 투쟁의 길이지만 그 길은 세계의 평화를 위한 값진 수고의 결실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출옥하면 함께 술라베시에 갑시다. 맑고 따뜻한 바다에서 고기도 잡아 먹고 붉다 못해 검붉은 석양을 보며 아름다운 인생을 이야기 합시다. 칠흑 같은 적도의 밤, 쏟아져 내리는 별빛을 맞으며 꿈을 꿉시다. 수 천년 전 아브라함 할아버지가 꾼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자손’들이 바로 우리들의 동지요 동역자일 수 있다는 오랜 전설의 꿈이 우리 현실의 희망으로 나누어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여러분들과 인도네시아 바다로 갈 꿈을 꾸고 있습니다.
강정은 우리들에게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가 만난 싸움일 뿐 입니다. 두희 누나처럼 오랜 전사들에게는 여러 차례 싸워온 싸움 중의 몇 번째 투쟁이겠지만 대부분의 젊은이들에게는 첫 전투일 겁니다. 구럼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첫 전투는 첫 전투입니다.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우리가 싸울, 수 많은 전투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는 마십시오.
이것 끝나면 집에 간다고요? 절대 안돼! 우리는 반전 평화를 위한 평생 동지야! 우리 평생 동지가 됩시다. 이 세상의 진정한 권력, 바로 사랑과 진실이 만나고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나라의 인수팀이 됩시다.
여러분의 사랑과 돌봄에 감사 드립니다. 멀지 않은 훗날 보게 되겠지요. 서로 만날 준비를 합시다.
정의가 반드시 승리합니다! 끝까지 한결같이!
2012.4.12. 한라산 자락 골방에서, 물귀신
<참고>
1. SOS, Save Our Sea, 현재는 강정마을에서 해군의 불법공사 해양감시단으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2. 전에 송강호 선배가 나누었던 '파란당'에 대한 아이디어입니다.
제주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시민 감시단(파란당)
모든 군대의 철수(비무장, 비핵화)
Blue belt
평화 활동가 이주
난민촌 건설
각급 학교에서의 평화 교육
평화의 거리 조성
군축 평화 회의의 개최
군사관련 회의나 전시회 금지
군복무대신 평화 복무
9 헌법 제정
환경 보전, 자연 보호
Green belt
모든 정부 기관의 전기차 사용 의무화
에너지의 지역화
해경과 인터폴의 지원
무비자 1년 입국
동서 의학의 협진
전 도의 직접 민주주의
첫댓글 SOS!!!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송강호 박사님 제가 갔던날(3월24일)에 안계시더군요 진짜 뵙고 싶었는데 진짜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