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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메모지'가 아니라 '적바림'입니다]
오늘은 멋진 우리말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저는 수첩을 꼭 가지고 다닙니다. 실은 제가 제 머리를 못 믿거든요. 그래서 뭐든지 생각날 때 써 놓으려고 작은 수첩을 가지고 다닙니다. 그뿐만 아니라 제 책상 앞에는 메모지가 많이 있습니다. 할 일을 그때그때 작은 쪽지에 적어서 책꽂이 여기저기에 붙여 둡니다. 그걸 다 떼 내면 집에 갈 수 있는거죠. ^^*
여러분도 메모지 많이 쓰시나요? 메모지는 '메모를 하기 위한 종이. 또는 메모한 종이'를 뜻하는데, 'memo紙'입니다. 영어 memo와 한자 紙를 합쳐서 만든 낱말입니다.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우리말입니다. 국어사전에 올라 있으니 우리말이긴 하지만, 'memo紙'에서 온 '메모지'는 영 맘에 안 듭니다.
이보다 더 좋은, 백배 천배 만 배나 좋은 우리말이 있습니다. 바로 '적바림'입니다. '나중에 참고하기 위하여 글로 간단히 적어 둠. 또는 그런 기록.'을 뜻합니다. 전화가 와서 적바림해 뒀다, 시장갈 때는 꼭 적바림해라처럼 씁니다. 국어사전에 풀이된 '메모지'와 뜻이 같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메모지'를 쓸 까닭이 없죠.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는데 왜 이상한 '메모지'를 쓰죠? 사전에 오른 뜻도 같은데 굳이 'memo紙'를 쓸 아무런 까닭이 없습니다. 억지로 찾자면, '배운티'를 내고자 함이겠죠.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하나 더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겁니다. 그런 국가기관에서 사전을 만들 때, '메모지'를 사전에 올려 설명을 단 것까지는 봐 주겠는데, 그 뒤에 '적바림'으로 다듬어서 쓰는 게 낫다고 써 놓으면 더 좋지 않을까요? 그게 국민의 세금을 받고 사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 아닌가요? 그저 있는 대로만 낱말을 풀어 사전을 만든다면 다른 사전과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이 뭐가 다르죠? 명색이 표준국어대사전이라면, '표준'이라는 낱말을 쓰고, '대'라는 낱말을 써서 표준국어대사전이라고 하려면, 메모지 뒤에 적바림을 꼭 넣었어야 합니다. 2009년에 사전을 다시 만들 때는 꼭 넣기를 빕니다.
내친김에 하나 더 이야기 할게요. 언젠가 '내역'은 일본어에서 왔다고 말씀을 드린적이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내역'은 '명세'로 다듬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렇게 다듬어 놓고,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적바림'이라는 낱말의 보기를 들면서는 '내역'을 왜 쓰죠? '물건의 내역을 적바림한다'고요? 차라리 '메모지에 물건을 조목조목 적었다'고 쓰는 게 더 낫겠네요. 다음번 사전 만들 때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사전을 만드시길 빕니다. 그래야 '표준' '국어' '대' '사전'이 되죠.
보태기) '백배 천배 만 배나 좋은 우리말'에서, '백배 천배'는 붙이고 '만 배'는 띄어 썼습니다. 그 까닭은 백배와 천배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주 많은 수량이나 정도를 이르는 말'로 사전에 올라 있기 때문입니다. 곧, 한 단어로 봐서 붙여 썼고, '만 배'는 한 단어가 아니라서 띄어 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