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송엽돈찜(松葉豚찜)'
'송엽돈찜'이란 일명 '솔 잎 도야지 찜'이다.
소나무 잎과 돼지 고기를 한 겹씩 번갈아 쌓아 찜통에 넣어 쪄낸 요리이다.
돼지고기에 솔향이 스며들어 잡내를 없애고 돼지기름이 밑으로 흘러내려 고기의 맛이 담백하고 구수하며 솔향이 코끝을 스친디.
입속에서는 그저 살살 녹아 내린다.
이 요리는 대구 산악회 산악학교 운영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우리 가족의 영원한 막내인 박서방의 뺴어난 창작품이다.
10여년 전 비슬산 통나무 집에서 그 맛이 이미 입증된 돈(豚)요리 작품이다.
이 요리는 누구나 간편하고 쉽게 요리할 수 있다.
먼저 솔잎을 따서 깨끗이 씻은 후 찜통 밑 부분에 솔잎 나무가지를 고기가 밑에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일정한 높이로 깐다.
그 다음 부터는 솔잎 한 겹 그 위에 돼지고기 한 겹을 반복하여 쌓는다.
이렇게 다 쌓은 후 마지막에는 물 한 공기를 찜통에 붓는다.
껍질이 붙어있는 돼지 고기일수록 더욱 좋다.
김이 날 때까지 강(强)불을 지피고 김이 난 후에는 약(弱)불로 15분 정도 뜸 들인다.
이렇게 요리한 '송엽돈찜'에소주를 곁들인 그 오묘한 맛이란
내노라하는 미식가들도 은은한 솔향이 밴 고기 맛에 홀려 그만 넋이 빠져나가고 만다.
이'송엽돈찜'은
지난 1월 16일 부터 18일 까지 대구 화원 휴양림에서의 2박 3일 가족여행중 2일째 오찬시의 메인 요리로
우리의 입맛을 또한번 사로잡고 말았다.
2. 식도락의 즐거움
여행이란 새로운 문물에 대한 견문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자만
식도락을 즐기는 것 또한 큰 기쁨이고 행복이다.
첫날 만남의 날이다.
오후 1시에 쇠고기 삼각살을 구워 겨우내 추위와 싸워 이겨낸 싱싱한 봄동에 싸서 먹는 맛이란 천하일품의 오찬이다.
입에 넣으면 금방금방 사라지는 고기를 보급하느라 굽는 손이 분주하다.
서울, 부산, 구미, 대구등 각지에서 모이느라 몹시 시장했나보다...
오찬이 끝나면 곧 이어 만찬이 돌아온다.
감자와 대파를 곁들인 수제비 또한 간결하고 깔끔한 만찬 매뉴다.
법정스님이 말했다.
'아침은 가볍게, 점심은 제대로, 저녁은 부드럽게' 삼식(三食)을 하는게 건강에 좋다고 했다.
그러나 중노동을 해야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달리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둘쨰날 친교의 날이다.
시원한 대구탕 조찬은 어제의 숙취를 해소한다.
남자들이 조를 짜서 설거지를 하고 나니 드디어 '제대로 먹어야 하는' 오찬때가 다가온다.
'송엽돈찜' 즉 '솔잎 도야지 찜'이 바로 메인요리였다.
만찬떄에는 여분의 대구탕에 밥 한 술이 제격이다.
만찬이 끝난후
남녀노소가 두편으로 나뉘어 벌인 윷놀이 판에 '솔나리집'이 들썩거린다.
"하하하 호호호, 깔깔 까르르..."
쫓고 쫓기는 말판위의 흑마와 백마들이 치고받고 야단 법석이다.
달아나는가 하면 잡히고 졌다하고 포기한 상태에서 기사회생하는 그 맛이란 윷놀이만의 묘미가 아닐 수 없다.
"힝 힝 히이힝..."
청마(靑馬)의 고고한 외침과 천지를 진동하는 말발굽 소리가 화원휴양림의 산야와 계곡을 휘저으며 초목과 바위를 들썩이게 한다.
이 한겨울 우리도 덩달아 신이 났고 이마엔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마지막 날 석별의 날이다.
조찬 매뉴는 만덕 재첩국 식당에서 구입한 재첩진국이다.
재첩알과 송송 썰어 넣은 정구지가 섞인 재첩국에 밥 몇숟갈을 말아 떠 먹는 모습들에서
어제 마신 소주들을 깨끗이 씻어낸다는 시원한 표정들을 읽어 낼 수 있었다.
12시 정각. 정오에 우리가 머문 '솔나리집'을 비워줘야 한다.
사용한 식기와 용구를 깨끗이 세척한후 키를 반납했다.
방안팎 구석구석과 화장실 청소 및 분리수거는 기본이다.
인근 식당에서 깔끔한 춘천 손칼국수로 오찬을 때운후 가볍고 개운한 기분으로 모두 귀가길에 올랐다.
서비스로 나온 손두부의 구수한 맛이 입안에서 맴돈다.
2시간 넘어 달렸는대도 배 고프지 않다!
행복했기에...
연초 2박 3일의 '깜짝 형제 모임' 이벤트는 이렇게 끝났다.
격년의 해외여행과 그 사이에 낀 국내 여행 모두가 우리 가족들에겐 축복으로 다가온다.
벌써 시월의 대만 여행이 기다려 진다.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