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 / 작가: 성기영, 출판사: 예담 (2017)
불광중 사서
김미경
성기영 작가의 미사곡집을 처음 알게 된 건 2008년 가좌동 성당 청년미사에서이다. 미사곡의 선율이 울림이 깊고 감동적이어서 기도에 몰입이 잘 되고 미사 참례의 기쁨이 컸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런 작가를 직접 만난 건 2011년 여름 63빌딩 뷔페에서다. 평범하고 수수한 외모이지만 알 수 없는 깊이의 순수성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전달되었다. 그렇게 인연이 된 작가는 홍은2동 성당 다니던 시절 2011년 대림절이었을까? ‘침묵의 주’라는 노래를 본당신부님의 도움으로 미사 중에 배울 수 있었고 그때 보다 마음을 열고 작곡가로서의 성기영 작가를 섬세하게 만난 것 같다. 그 후 매달 성당을 찾아 성밴드로서 재능기부를 해 주신 덕분에 피아노를 열정적으로 치던 옆모습을 항상 기억에 담고 있다. 아버지 되시는 분은 예술원 회원이신 고 성찬경 시인이시다. ‘물질 고아원’이라는 시로도 유명하시고 홍은2동 성당에 연말에 오셔서 일인극 하실 때 뵌 기억이 있다. 작가의 가족들은 대부분 예술과 문학 분야의 전문가이시다.
여러분에게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성기영 작가가 쓴 소록도의 두 수녀님 이야기이다. 제목은 『소록도의 마리안느와 마가렛』이다. 2017년에 발행되었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수녀님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마음을 다해 관심을 둘 가치가 있다. 성기영 작가는 이 책의 구성을 프롤로그에 귀향을 넣으시고, 두 수녀님의 성장기와 가족소개를 넣었다. 그 후 마리안느와 마가렛 수녀님의 만남을 자연스럽게 넣었고 간호학교를 다니며 헌신과 희생 등의 이타적 가치를 두 분 모두 화두로 삼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두 수녀님이 유럽에서 충분히 준비과정을 거쳐 한국에 들어오기까지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들어 있다. 한국 땅에서도 소록도 간호사 생활을 하시기까지 과정을 자세하게 그렸다. 그리고 다미안 재단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어떤 변화가 왔는지 사람들 눈에 비친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어떤 모습인지를 잘 그리고 있다.
특히 작가는 소록도의 삶을 자세하게 이야기함으로써 독자에게 생생함을 전달한다. 성기영 작가가 직접 발로 뛰면서 취재하고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음을 독자는 금새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손은 두 수녀님의 마음과 연결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그분들의 일생을 섬세하게 잘 그려내고 있다. 또한 단순히 행동의 나열이 아니라 혼이 담긴 삶 자체가 들어가 있고 군데군데 감동적인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는 독자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성기영 작가는 두 수녀님의 인성적인 측면을 밀도 있게 다루고 있다. 예를 들면 “과거의 잘못은 묻지 않았다.”(p.179)는 부분이나 “사랑이라는 단어가 의인화된 존재가 있다면 마가렛일 거라고 생각(p.243)”한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또한 두 수녀님이 환우들의 심리까지 치유하는데 힘을 보태며 온 힘을 다해 살다가 안타깝게 병이 든 부분을 가감 없이 그리고 있다. 작가의 문체는 담담하다. 맑은 옹달샘 문체이다. 이 책을 읽어보는 독자라면 책을 다 읽고 나서 한 편의 성인전을 읽은 느낌이 들 것이다. 오늘날 즉흥의 시대에 인내심과 이타심을 생생하게 배울 사람에게 이책을 추천한다. 아울러 일생 동안 온 몸과 마음과 영혼을 다 바쳐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한 두 수녀님을 생생하게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이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