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 시 : 2018. 12. 1.(토)
2. 목적산 : 원동 토곡산(855m)
3. 산행코스 : 원동역-원동초등학교-540봉-헬기장-이정표-이정표-조망바위-토곡산 정상-갈림길-703봉-너럭바위-암릉-안부사거리-갈림길-597봉-전망대-600봉-물맞이폭포-지장암-함포마을-원동역(탐방거리-약 10km, 산행시간-휴식 포함 6시간 30분소요)
4. 참석자 : 고영호, 김병희, 김종기, 길필성, 노영완, 문병각, 민들레, 박유현, 박은진, 송동재, 이수명 외 1명, 이정수, 최홍구 등 14명
5. 탐방후기
이번 달 근교산행은 순연된 11월 정기산행과 합쳐 콜라보 산행으로 원동에 있는 토곡산을 찾기로 했고, 우리 산악회의 옛 추억과 낭만을 되살려볼 겸해서 기차를 타고 이동하도록 계획하였다.
토곡산이 있는 원동은 마을 앞에는 낙동강이 흐르고, 뒤로는 토곡산을 두고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마을이다. 그리고 오봉산과 더불어 신불산~영축산~염수봉으로 이어지는 영축산맥의 끝자락을 이루는 산으로 능선과 능선으로 이어지는 비탈의 경사가 심하여 부산 근교의 3대 악산(惡山)으로 꼽히기도 하며, 산의 높이나 크기에 비하여 등산하는 코스에 따라 산행의 재미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동쪽에서 산행을 시작할 땐 육산으로 부드러운 산행이 이어지나, 남쪽이나 서쪽에서 산행을 할 때에는 악산으로 산행하는 맛이 전혀 다르며 입에서 단맛이 절로 나는 산행의 묘미를 단단히 맛볼 수 있는 멋있는 산이다. 우리는 재미있는 산행의 묘미도 느껴보고, 이동의 편리를 위해 산행초입을 원동역 바로 앞에 있는 원동초등학교로 정했다.
산행 안내가 나간 뒤 근교산행에 잘 참석하지 않던 김필성 회장과 김병희, 박유현 회원이 참가를 신청하였고, 생소한 이름의 민들레라는 닉네임의 회원이 산행을 신청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양산에서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산행이사와 다른 산악회 산행에서 만나 김종기 산행이사의 권유로 근교산행에 참가하게 되었다고 했으며, 앞으로도 산행에는 꼭 참석하고 싶다고 하며 강한 의지를 표명해 주어 고마웠고, 든든한 원군을 얻었다는 느낌이 들어 무척 기쁘고 기분이 좋았다.
또 산행코스가 험하다고 참가를 망설이던 이수명 실장의 사모님을 천천히 산행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안심시켜 참가하게 했고, 또 외국어학원을 운영하는 문병각 원장과 같은 계통 송동재 원장을 게스트로 모셨고, 전에도 참가했던 배드민턴 동호회원인 노영완 회원이 참석하였고, 카페에 댓글로 참가를 신청했던 박종탁 과장은 이런저런 사유로 망설이다가 하루 전날 신청 때와 마찬가지로 댓글로 갑작스런 사정으로 참석이 어렵다고 알려와 기차표를 환불받고 새로 구매하는 등 혼잡을 거치는 과정을 지나 산행에는 모두 14명이 함께하게 되었다.
박유현 회원은 집이 초량이라 부산역에서 우리가 탈 무궁화열차를 9시 30분에 타고 출발하였고, 나머지 13명은 구포역에서 만나 9시 44분에 열차를 타고 10시 3분 원동역에 도착했다.
원동역에 도착해서는 서로 간의 인사를 나누고서는 역사 앞 옹벽에 그려진 활짝 펼친 날개 모양의 벽화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은 다음 산행을 시작하였다.
산행코스 당초 계획대로 원동초등학교에서 시작하여 헬기장을 거쳐 토곡산(855m)을 오른 다음 서쪽의 너럭바위와 물맞이폭포, 함포마을로 내려오는 코스로, 산행거리는 약 7.2km고 도로를 걷는 거리를 포함하면 10km가 좀 넘는 거리다.
호기롭게 시작한 산행은 얼마가지 않아 계속되는 오르막으로 발걸음이 느려졌음은 물론이고 헉헉거리기 시작했다. 가면 갈수록 가파른 비탈길 속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횟수가 늘어났고, 쉬는 시간도 자꾸만 늘어났고, 토하며 올라갔다 곡하며 내려온다는 토곡산이라는 말이 아직은 실감나지 않았지만 머잖아 나타날 것 같았다.
문병각 원장은 막걸리 두 병을 배낭에 넣고 산행 길 위에 낙엽이 수북이 쌓인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려니 얼마나 무겁고 힘들었는지, 배낭 무게를 줄이고 가자고 요구하는 참에 모두가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막걸리와 간식을 나눠먹고, 각자 짐을 조금씩 줄인 다음 산행을 계속 이어갔다.
산이 험하다고 참가를 망설이던 이수명 실장 사모님은 다행히 생각보다 오르막을 잘 올라갔고, 처음 참석한 회원들 중 두 명의 남자 학원 원장들은 대체로 무리 없이 잘 걷고 있는데, 유치원 원장인 민들레님이 걸으면 걸을수록 많이 힘들어 했다. 눈치 빠른 김병희 회원은 그런 민들레님에게 앞서서 먼저 올라가게 되면 뒤에서 따라가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고 힘이 덜 든다며 앞서가자며 앞서서 이끌어주고 격려해주어 헬기장까지는 큰 무리없이 올라갈 수 있어 고마웠다.
이렇게 걷고 걸어 산행초입에서 총 산행거리의 3분의 1인 약 2.4km 거리에 있는 헬기장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정오를 약간 넘어서고 있었다. 때가 때인 만큼 돌아가는 열차시간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휴식과 점심식사를 위해 적당한 장소를 찾았고, 찾다보니 위쪽에 있는 석이봉으로 갈라지는 갈림길 주변에 자리를 잡고 꿀맛 같은 점심식사와 휴식을 취했다.
대다수의 회원은 밥과 반찬을 준비한 도시락을 가져왔고, 일부 회원은 김밥과 샌드위치, 빵과 삶은 계란을 준비해 온 회원도 있었다. 나는 밥과 겨울철이면 어김없이 준비해 가는 과메기세트를 내놓으니 모두가 반색을 하며 즐겼다. 정말 그 놈의 과메기 인기는 여전했고, 모두들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가져간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민들레 원장님은 평소에는 과메기를 잘 먹지 못하는데 산에서 먹어보니 정말 맛있다며 맛있게 먹어주어 좋았다.
우리는 서로가 준비해 온 음식과 반찬들을 맛있게 나눠 먹으며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산행을 재촉했다.
석이봉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토곡산 정상까지는 부른 배에 느긋한 마음으로 올라가서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후미를 기다렸다. 이때가 오후 1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다.
정상에서는 영남알프스 주능선과 무학산에서 신어산에 이르는 낙남정맥의 이름난 산들이 한눈에 들어왔지만 그때 마침 돌아갈 열차시간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고 열차시간을 맞춰야 할 생각이 엄습해 여유를 갖고 전망을 즐길 수가 없었고 드디어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부산으로 돌아갈 열차시간은 16시 36분인데 힘들어하고 지쳐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과연 그 시간까지 역에 도착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산꾼들의 고집처럼 초입지인 원동초등학교로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그렇고 석이봉 코스로 가나 너럭바위 코스로 가나 소요시간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나중에 일어날 일들을 전혀 상상하지 못하고 빨리 걸으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당초 계획대로 너럭바위 코스로 걸으며 회원들을 독려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도 잠시 앙상한 나뭇가지들 사이에 수북이 쌓여있는 낙엽들과 낙엽 속에 놓여있는 위험요소들로 미끄러지는 것, 787봉과 안부, 754봉, 730봉의 험준한 구간을 지나면서 아차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이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형편으로 정해진 코스대로 강행할 수밖에 없었고, 나중에 열차시간에 늦어도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하산 길은 암릉과 안부가 반복되는 험준한 구간으로 모두가 힘들어 했고, 그 중에서도 처음 참가한 민들레님과 이수명 실장 사모님이 무척 힘들어 했고, 특히 이수명 실장 사모님은 내리막길을 온몸으로 걸었고 두 손은 발이 되다시피 했다. 몇 발자국을 걷고 쉬는 것을 반복하는 민들레님은 그나마 다행이고 나은 편이었다.
10여분을 더 걸어 640봉을 지나고 밧줄을 이용한 급경사와 위험한 구간이 많은 너럭바위 구간에 도착해서는 회원들의 안전이 제일 염려되었지만 다행히 모두가 조심해서 무사히 통과해 주어 고마웠고 안심이 되었다.
연이어진 바위 길은 산을 잘 탄다는 김병희 회원을 비롯해 건장한 남자 회원들도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역했다.
너럭바위 구간과 562봉을 지나 함포마을회관으로 이어지는 계곡 쪽으로 내려가는 이정표에서 눈앞을 가로막는 오르막 너덜지대와 597봉 봉우리가 맞닿았을 때 회원들이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박유현 회원은 뒤따라오는 회원들과 계곡으로 바로 내려가면 어떻겠냐고 요청하기에 그렇게 하도록 했더니만 산행 후 들은 얘기로는 산행 길은 수북이 쌓인 낙엽에 파묻혀 길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고, 조심해 낙엽 위를 밟으면 미끄러지고 넘어지기를 반복하며 많은 고생을 하며 겨우 내려왔다고 한다.
나는 김병희 회원과 함께 너덜지대를 통과하고 597봉으로 바로 올라가겠다고 하니, 노영완, 문병각, 민들레, 송동재 회원이 몹시 힘들어 하면서도 산행의 묘미를 온몸으로 느꼈는지 우리를 따라오는 게 아닌가? 힘은 많이 들지만 산행코스는 절말 좋다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두 개의 전망대와 600봉을 지나 물맞이폭포로 내려왔는데도 겨울가뭄으로 인해 물줄기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고 바짝 마른 계곡은 어디가 폭포인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폭포 아래 조그만 암자인 지장암을 지나 산행종점인 도로가에 도착하니 시계는 4시 10분이 지나고 있었다. 앞서 내려간 김병희, 노영완 회원은 그 사이 버스정류장으로 갔는지 시야에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1초라도 빨리 역으로 갈 요량으로 먼저 향했으리라.
산행이 끝난 지점에서 원동역까지는 아스팔트길로 약 2.7km라 산행후 지친 몸으로 아무리 빨리 달린다고 해도 열차시간 안에 도착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고, 미리 구매해 놓은 열차표가 걱정이었다.
이럴 때 ‘하늘은 우리 편’이라던가? 차가 없던 도로에 때마침 우리 쪽으로 한 대의 승용차가 다가왔고 나는 히치하이킹이라도 해 볼 요량으로 차를 향해 힘껏 손을 뻗어 들었더니, 빠르게 달려오던 차가 우리를 지나 2~30여 미터를 가다가 멈춰서더니 후진으로 되돌아와서 우리 앞에 차를 세워 주지 않는가. 고맙게도!
TV에서나 보고 말로만 듣던 히치하이킹을 내가 하다니! 승용차 운전자는 원동 영포마을에 살고 있다며 열차타고 오는 딸을 데리러 원동역으로 가는 중이고, 열차시간이 다되어 가는 시간에 차를 보고 손을 들어 차를 세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를 타라고 했고, 고마워서 사례를 하고 싶다고 하니까? 어느 산을 탔느냐고 묻고는 천태산 옆에 있는 금오산이 좋다며 꼭 한번 찾아달라며 산행지를 추천해 주기도 했다.
네 사람(나, 문병각, 민들레, 송동재)이 히치하이킹으로 차를 얻어 타고 가는 도중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김병희, 노영완 회원과 저녁에 약속이 있다는 이정수 교장을 보았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고, 승용차 운전자에게 바꿔 타겠다고 차를 세워달라고 할 수도 없고, 또 나나 처음 온 사람들 중 한명을 내리라고 할 수도 없는 실정이었다. 오로지 빨리 버스가 도착해 예매한 열차를 함께 탈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원동역에 도착하니 열차(16:36발)가 도착하기 채 10분도 남지 않았다. 일단 세 사람을 먼저 출발하도록 하였고, 나는 히치하이킹 덕분으로 예매한 열차표를 약간의 위약금을 물고 반환하고는 1시간 40여 분이나 뒤에 출발하는 열차표를 새로 구매하고 대합실에서 회원들을 기다렸다. 승용차 운전자에게 다시한번 감사와 고마움을 전한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회원들은 근 1시간이 지나서 역에 도착하였고, 김병희 회원과 이정수 교장은 저녁에 약속이 있어 조금이라도 빨리 약속장소에 도착하려도 역으로는 오지 않고 버스를 타고 양산으로 바로 갔다고 했다.
무료하게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노영완 회원이 인근 슈퍼에서 막걸리 세 병과 안주를 사와 역 앞 나무벤치로 자리를 옮겨 앉지는 않고 빙 둘러서서 한잔씩 나눠 마시기고는 예정된 시간보다 연착한 열차를 타고 구포역에서 내려 역 앞에 있는 돼지국밥으로 들어갔다.
저녁식사로 돼지국밥을 시켰고 반주로 소주를 시켰지만 다들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었는지 등마루 회원답지 않게 두서너 잔의 소주를 마시고 술병이 비어도 더 이상 술을 시키지 않고 마시지 않겠다는 이상한(?)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토하면서 올라갔다 곡하면서 내려온다는 토곡산! 정말 다리가 묵직하고 몸은 피곤하여도 마음만은 가볍고 확 트이는 기분이었고, 위험하고 힘든 산행을 안전하게 완주해 준 참가 회원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