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강제규' 감독이 만든 것인데, '장동건'이 형 '이진태'로, '원빈'이 대학 입시를 앞 둔 동생으로, '이은주'가 '이진태'의 약혼녀 '영신' 역으로 출연한 대규모 전쟁 영화였어요.
주제를 한 마디로 일축한다면 '兄弟愛(同氣愛)'라고 생각되는데, 生死를 넘나드는 급박하고도 참담한 전투 상황 속에서도 피를 나눈 형제들이 지니는 끈끈한 애정은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는 내용으로써, 天倫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영화였다고도 생각해요.
줄거리를 요약하면 '6.25 전쟁 당시 함께 징집된 두 형제의 이야기'인데, 6.25 참전용사 유골발굴 작업단이 발굴해 낸 유골의 확인 과정 중 동생 '이진석'이 6.25 전투를 회상한 내용으로써 오우버 랩 처리로 표현되었지요.
(현재의 동생 '진석'은 '장동호'? 인가 하는 배우가 맡았어요.)
좀 더 구체적인 줄거리를 말하면, 6.25 발발 당시 '진태'와 '진석' 형제 가족은 서울에 살았는데, 말 못하는 어머니가 가을에 결혼을 앞 둔 며느리감 '영신'과 노점에서 국수 장사를 하고, 장남인 '이진태'는 생계 유지를 위해 학업도 포기한 채 종로 거리에서 구두닦이를 하지만, 집안의 기둥이라고 생각하는 동생 '진석'이 내년에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어, 집안 형편이 가난한 가운데서도 마냥 즐겁고 행복한 동기애를 나누며 생활하고 있었지요.
그러던 1950년 6월,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게 되고, 평화롭던 서울은 순식간에 공포 분위기에 휩싸이지요. 인산인해를 이루는 피난민 뜸에 끼어 '진태’와 ‘영신’의 가족도 피난길에 오르는데, 피난열차를 타기 위해 대구에 도착하였으나 열차를 타지도 못하고 '진태’와 ‘진석’은 군인들에 의해 학도병이라는 명분으로 강제 징집되고 말아요.
아무런 군사 훈련도 받지 못한 상태로 전쟁터에 내몰린 형제는 당시 우리 국군의 최후 보루였던 낙동강 방어선으로 배치되는데, 동생 '진석'을 살려서 집으로 돌려 보내기 위해서는 전공을 세워야 그 보상으로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일념만으로 형 '진태'는 위험을 무릅쓴 전투를 자처하고 나서고, 그가 이룬 혁혁한 전과로 낙동강 방어선을 지키는데 성공한 국군은 인천 상륙 작전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드디어 북진을 시작하게 되지요.
다정다감하고 순수한 인정의 소유자였던 형이 자신을 살려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 어떤 수단 방법도 가리지 않는 전쟁의 영웅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동생과 형 사이에서의 갈등과 분노, 좌절과 애증의 골이 깊어지지만, 그런 속에서도 전투는 계속 이어지지요.
오로지 전공 훈장을 받는 길이 동생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형
'진태'는 수많은 전투에서 맹렬하게 싸워 승리를 거두어 드디어 훈장을 받게 되지만, 승승장구 북진에 성공하던 국군에게 위기가 닥쳐왔어요.
중공근의 합세였지요. 도저히 대작할 수 없는 중공군의 기습으로 기를 잃은 국군은 어쩔 수 없이 퇴각하게 되지요. 퇴각 도중 동생 '진석'이 서울 집을 찾게 되고, 동생 뒤를 쫓아 집에 당도한 형 '진태'인데, 그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생과 사를 가늠하는 위기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전쟁 전 서울 집에서 생활할 때 '영신의 국수 가게 한 켠에 보리쌀 주머니가 등장한 적이 있어요. 그 때
" 이게 뭐야.?"
"응, 보리쌀! 서명만 하면 준다고 해서 받아 왔어. 먹고 살아야 하는데, 보리쌀
만 준다면 무슨 서명인들 못하겠어?"
하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것이 사건의 복선이리라는 건 웬만한 사람이면 짐작하게 되는 장면이 있어요.
끼니를 이어 연명하기 위해 서명하고 배급 받아온 보리쌀 두 되가 빌미가 되어 급기야 약혼녀 '영신'이 빨갱이로 몰려 '진석'과 '진태' 형제의 눈앞에서 사살되고, 형제는 드디어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맞게 되지요.
형제가 체포되어 각기 다른 곳에 갇히게 되는데, 위기를 모면한 형이 찾아낸 것은 예전에 자신이 동생에게 선물했던 만년필 뿐이었어요. 민주주의 이념이나 사상을 지키기 위해 전투를 했던 것이 아니라, 오로지 사랑하는 동생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전쟁 영웅이 되었던 형인지라, 동생을 죽게 한 국군에 대한 증오심으로 '진태'는 끝내 인민군 깃발부대장으로 활약하게 되지요. 한 마디로 극중에서의 이중적 반동 인물이 되는 거지요.
동생 '진석'은 요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제대를 앞두고 있을 때, 전우로부터 형이 어머니에게 보내려던 편지를 건네 받게 돼요. 그 편지를 건네준 사람은 바로 자신을 화염속에서 구출하여 생명를 구해준 전우였지요.
맞춤법도 틀린 글씨로 또박또박 써내려간 인정미 넘치는 형의 편지를 본 아우는 형을 구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제대도 철회하고, 인민군 깃발부대 소탕작전에 자원하여 참가하지요.
'진석'은 위험을 무릅쓰고 명령 체계도 무시한 채 깃발부대에 소속되어 있는 형을 찾아 인민군 기지에 뛰어들고, 어려움 끝에 형 '진태'를 만나지만, 형은 아우를 잃고 미치광이가 되어버린듯, 동생을 죽게 한 국군에 대한 증오심으로 혈안이 된 채 맹렬한 전투를 벌이면서도, 그렇게도 사랑하며 소중하게 생각하던 동생조차 알아보지 못해요.
동생을 알아보지 못하고 총을 들이대고 죽이려 하던 형이 제 정신을 차려 동생을 알아본 때는 이미 최악의 상황이어서 동생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이었어요. 불탄 잔해 속에서 찾아내어 소중히 간직하던, 동생이 지녔던 만년필을 동생에게 건네며 먼저 퇴각하기를 종용하지요. 동생은 나중에 형이 살아 돌아와 직접 건네달라면서 만년필 받기를 거부하고 헤어져요.
동생은 부대로 생환하였으나, 형은 총부리를 바꾸어 이제는 인민군을 향해 난사하지만, 결국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무참하게 전사하고 말아요.
6.25 참전용사 유해발굴 현장에서 同名異人 '이진석'씨를 발견했다는 것은 형이 지니고 있던 동생의 이름 '이진석'이 새겨진 만년필 때문이었어요.
마지막 부분의 대사가 참 인상적이었어요.
"형, 꼭 돌아와서 구두 완성해야한다고 하구서 왜 이러고 있어요?"
"뭐라고 한 마디 해 봐요? "
"형을 오십 년을 기다렸는데... "(발굴된 유골 구덩이에 얼굴을 파묻고 흑흑 흑)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목숨을 건 치열한 전투 속에서도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형제애를 발휘할 수 있을까? 하는 감동을 느꼈어요. 한 마디로 피로 맺어진 인연은 끈끈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모하리만치 외골수로 치닫는 형 '진태'의 아우에 대한 사랑이 신선한 충격으로 피부로 느껴져 전율이 일었어요.
한편 요즘 현대인들이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잊고 살아가는 여러 형태의 추한 모습이 유추되기도 했구요. 우리 주위에는 잔악무도한 흉악범은 아니라 할지라도 윤리를 저버린 행위를 자행하면서도 별 가책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몇 푼 안되는 유산을 노리고 친부모를 살해하는 사람에, 보험금을 노리고 살을 섞고 살아가던 배우자를 청부살해하는 사람에, 부양하기 힘들다는 이유 하나로 철부지 어린 자식을 한강물에 던져버리는 非情한 아버지에, 어린 딸자식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는 파렴치한 의붓아버지에, 기타 등등의 추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比倫(比類)의 인간들이 떠올라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했구요.
아무튼 굉장히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한국 영화도 이렇게 훌륭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새삼 가슴이 뿌듯하도록 자랑스러웠어요. 그러니 님들도 시간을 내서 한 번 보셔요. 결코 후회하지 않으실거예요.
네온님, 연꽃님...문화생활들 열씸히 하십니다.^^ 강재규 감독의 작품이라 관심이 있었는데 역시...좋은 작품인가봐요. 네온님의 멋진 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연꽃님, 넘어지신 상처는 어떠신지?^^ 멋쟁이가 넘어지는 모습을 여러각도로 상상하다 결국...ㅋㅋㅋ 흉터 없도록 치료잘하세요.^^*
첫댓글 네온님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셨군요? 저도 꼭 봐야지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실미도도 네온님이 권장하심에 몇년만에 극장문을 열었지요? 참 잘보았다 했습니다. 이것역시 님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볼테니 무척 실감나게 보리라는 기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겨울바람님! 바람님도 꼭 보셔요. 음악도 굉장히 멋지고 짜임새도 좋아요.*^^
네~~~~
네온님도 보셨군요. 저도 일요일 저녁 마지막상영을 보았어요. 아이들과 함께보았는데 두딸들은 우느리 장신없더라구요. 보고나서 잘 보았다고생각했어요. 우리애들도 서로 사랑하며 살수있었으면 하는 바램이예요.^-^
네온님, 연꽃님...문화생활들 열씸히 하십니다.^^ 강재규 감독의 작품이라 관심이 있었는데 역시...좋은 작품인가봐요. 네온님의 멋진 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연꽃님, 넘어지신 상처는 어떠신지?^^ 멋쟁이가 넘어지는 모습을 여러각도로 상상하다 결국...ㅋㅋㅋ 흉터 없도록 치료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