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과 함께! 신나는 ‘서점 소풍’
동네책방 체험학습 2 - ‘계룡문고’
“얘들아, 조용히 하고 인사드려.
여기 계룡문고 대표님이시고 서점을 안내해주실 거다.”
“안녕? 반가워~
그런데 선생님이 나를 잘못 소개하셨어. 난 외계인이거든….”
“에이, 거짓말하지 마세요. 외계인이 어디 있어요.”
“왜 눈은 파랗지 않아요?” “왜 사람과 똑같아요?”
“응, 변신해서 그렇지.”
“그럼 다시 외계인으로 변신해 봐요.”
“내가 외계인으로 변신하면 선생님이 쓰러지셔.”
“거짓말!”
“내가 외계인이란 확실한 증거가 있다. 그 증거가 뭐냐면…
음, 난 너희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거든.”
“에~ 맞춰보세요?”
“오늘 수업 빼고 와서 좋다.”
“와, 맞아요. 맞아! 그런데 어떻게 아셨어요?”
“외계인이니까 그렇지. 지구인들 마음이 다 보이거든.”
이렇게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과 서점 한 바퀴를 돈다.
요리, 여행, 취미 책 등을 시작으로 코너마다 무슨 책이 있는지 소개하다가 또 농을 치듯 묻는다.
“얘들아, 나는 외계인이라 그런지 책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 책에 귀를 대고 들어봐. 들리니?”
“거짓말하지 마세요. 아무것도 안 들려요. 책이 어떻게 말을 해요!”
“나는 이렇게 들린다. ‘얘들아, 그냥 가지 말고 나 좀 봐줘. 나 좀 읽어줘. 너희들도 한곳에 오래 있으면 답답하고 짜증 나잖아. 나도 그래. 나도 너희들을 따라가고 싶어. 흑흑.’”
청소년들은 청소년 코너 ‘진로 캠핑장 The 나’에서 조금 더 자세히 안내하고, 어린이들은 어린이책 코너를 설명해주면서 서점을 대략 살펴본 뒤 거실로 만들어놓은 어린이책 사랑방과 세미나실로 가면 책 마법사가 마법사 복장을 하고 반갑게 맞이해준다.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고 노래도 불러주며 빛 그림으로 제작한 그림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은 완전히 빠져든다.
나도 다시 나타나 그림책을 읽어주며 흥을 돋운다(저녁엔 부모 참여로 ‘달빛 책방나들이’를 가끔 한다).
독서생활화 위한 30여년의 활동
이렇게 기본 프로그램을 마치면 아이들은 갖고 싶은 책을 고르느라 분주하다.
친구끼리 이야기도 나누고 또는 혼자 몰입하며 고른 자기만의 책 계산이 끝나면 그 책을 읽느라 매장 곳곳이 도서관이 되고 거실이 된다.
돌아갈 땐 차 안에서 모두 책만 본다고 담임선생님은 놀라워하며 사진까지 보낸다.
또 주말이 되면 부모를 졸라서 오기도 하고 큰 아이들은 친구와 함께 오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20여 년간 해오며 한결같다.
지금 책이 울고 있다. 서점과 도서관은 더 크게 울고 있다.
독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과거 철인들뿐만 아니라 미래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데 우리나라 국민 독서량과 문해력은 전 세계 꼴찌다.
우리는 서점이 독서생활화의 한 기둥이라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서점을 통해 책을 좋아하게 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며 30여년을 다양하게 접근해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유·초·중등학교 ‘서점 소풍(견학)’이고 부모를 위한 자녀 독서지도 강좌, 작가와의 만남 등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자 미친 듯이 달려왔다.
하다 보니 기적이 수없이 일어났다. 전교생이 모두 책에 빠지고 친구들 사이에 책이 대화의 주제가 되고 학교도서관 이용량이 급증했다.
이어서 수업 태도가 좋아져 선생님들을 신나게 해주었고 실력이 쑥쑥 올라가서 부모까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스마트폰에 빠졌던 아이들이 모두 책에 빠졌으니까.
이는 서점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서점은 책과 연애하고 결혼하는 곳, 자기 배우자(책)를 직접 만나서 고르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림책 중심으로 10개 강좌 진행오랫동안 자녀 독서지도를 주제로 해오던 부모 교육을 이번에는 온·오프라인으로 유아교육기관 단체인 ㈔중부권생태공동체, 지역 대표서점인 계룡문고, 그림책 전문서점 넉점반이 함께 그림책 육아 중심인 10개 강좌로 나누어 10개월 동안 진행한다.
이는 매우 획기적인 일이다. 그림책 교육에 의외로 약한 유아(보육) 교사와 부모 교육을 동시에 해주기 때문이다. 세 살 독서 습관도 여든 가는 시점이기에 부모와 교사의 안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수많은 서점 소풍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운영하면서 너무 지친다. 품은 많이 들어가는 데 비해 경제적 뒷받침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젠 이 기적의 서점 소풍 프로그램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특히 교육청에서 지역화폐를 나눠주고 서점 나들이를 숙제로 내주면 된다. 이미 일부분 시행되어(‘온통대전’ 포함)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독일은 정부에서 자녀 손잡고 서점까지 걸어가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미 하는 것에 조금만 더 구체화시키면 된다. 바로 ‘국민 독서수당’을 도입하면 금상첨화다.
코로나19를 통하여 재난 지원금과 지역화폐를 통해 부분적으로 많은 선례를 보였다.
이제 제도화시키면 독서 활성화로 공교육에 큰 힘이 되고 다양한 서점나들이가 동네마다 생겨나 책문화가 활짝 필 것이다.
서점 소풍은 신나는 일이다. 어찌 보면 프로그램이 없어도 된다. 최고의 프로그램은 잘 차려놓은 책 잔칫상인 서점 공간 자체다.
아이들은 수업을 빼고 일탈하는 것이 너무 좋고, 친구와 함께 가니 즐겁고, 내가 고른 책을 구매하니 책에 풍덩 빠질 수밖에.
어르신들께도 가끔 하는데 아이들처럼 꽤 즐거워하시며 책(주로 그림책)도 좋아하신다. 아동보호시설, 장애인복지기관, 다문화가족 등도 마찬가지로 독서 기적을 일으킨다.
그러니 생각을 키워주고 자립의 힘을 자라게 하는 독서 복지로 사회복지가 가면 금상첨화다.
이제 서점 소풍은 모든 세대가 누릴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요람에서 요양원까지!
이동선_대전 계룡문고 책방지기 / 2022-05-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