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달리 詩∥최동호 – 바다 과련 시(詩)
생각 없이 걷던
묵호동(墨湖洞) 어디
등대를 지나 갯바위 근방
파도소리 들리는 곳
방파제 위에 앉아
한줄로 그어진
수평선 끝 한점을 바라보다
물결들 사이로 끄덕이던
하나의 부표를 잡고
턱없는 물음 던지고는
대답 없는 그이를 만들어
세차게 불던 바닷바람
한 조각 입에 물고
들리지도 않던 욕지거리를
목이 쉬도록 하던때
테트라포드(Tetrapod)
한 귀퉁이에 서서
머쓱한 얼굴로 쳐다보던
바다 통갈매기 한 마리가
안부를 묻길래
무사 아무일없다
근심거리 걱정거리
파도 높은 동해항 던져두고
홀가분히 궁둥짝 일으켜
다시금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구름 속에 피는 달 詩 최동호
개나리 봇짐 둘러메고
한가위라 보름 길로
한참을 걷다 문득 든 얼굴
바람 한가득
달빛 한가득 쏟아진다.
달랑걸음 신이나
어깨춤도 어울리고
바짝 올려 입은 바지
토실한 엉덩이 살이 올라
귀엽기만하던 딸아이의 얼굴
아이들 태어나
처음으로 놀이공원 가는 길
콧노래 신나고
마음은 들떠
마냥 신이나던
새벽, 재촉하는
어미의 잔소리도
느릿느릿 궁시렁대던
아비의 걸음걸이도
오늘은 그냥저냥 봐주라
동해역 기찻길 사이로
바쁜 걸음 누리던 귀향객
햐얗던 구름 속에 피는 달보고
아이는 두 손 꼭 모으며
소원을 빈다.
민속촌, 딸 둘 詩 최동호
큰 딸아이는 말을 타고
작은 딸아이는 팽이를 친다.
사또가 머물던 관아에
곤장대 열십자로 놓여있고
죄 많은 아비는
그 위에 엎드려
죄를 고하며
이놈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아이들에게 소리치고
잘못함에 매를 들고
하지말라 명령하며
용돈이 적어 군것질 못하던
큰딸 사또의 심문(審問)
아비는 말이 없고
어미는 깔깔대며 배를 잡고
포졸이 된 작은 아이가
자기 키를 훌쩍 넘은 곤장 들어
살찐 엉덩이에 사정없이 내리친다.
아프다는 말 대신
넉살좋은 웃음으로
그만하자 협상하니
작은딸 사또가 다시 시작
네 죄를 아십니까
형장을 가득 채운
열십자 곤장대에
널브러진 아비들의
반쪽자리 웃음을 담은 곡소리들이
민속촌 가득 행복을 나른다.
시(詩)를 위한 시(時)
詩 최동호
일주일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돌아온
사무실 내 책상 위에
친근감 있는 책 하나
시첩이 놓여있다.
여유로웠던
휴가 첫날의 생각은
밥 짓고 아이들 먹이며
안사람 출근과
밀려있는 빨래감들의 손짓
다시금
사무실로의 출근이 그리워진
둘째 날의 반복되는 일상
너무도 바쁘지만
한가지 좋은 점이란
잠시
식탁에 앉아
턱하니 시집 한권 손에 들고
소리내어 읽어가는
손해되지 않는 나만의 시간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
만나고 이야기 나누던 사람
하루 중 귀한 이 시간
시(詩)를 위한
그립던 시(時)
순금이 누나 詩∥최동호
아주 오래전
내가 살던 동네
공부를 많이 했다던
그래서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던
순금이 누이가 있었다.
신작로 한 귀퉁이
모래 많은 바닥에
흰색 원피스가 다 닿도록
하루 종일 뭔가를 쓰고 지우던
누이는 늘 웃었고 특히 나를 반겼다.
내가 태어나
잠시 몇 년 어디 다녀올 동안
누이는 나를 많이 그리워했는지
다시 만날 때 그렇게도 눈물을 흘리고는
어디 가지 말라고 당부하던
그런 순금이 누이가
싱글싱글 미소 지으며
꽃 따러 간다던 산길
날이 가고 해가 가도
다시금 돌아오지 않았다.
모래 많은 바닥
한동안 나는
누이가 오지 않는 그곳에서
순금이 누이 이름을
외롭도록 그려갔다.
아마 누이도
그때 나처럼
잊어버리지 않도록
모래 바닥 언저리 그토록
내 이름 불렀나 보다.
카페 게시글
45집(2022)
두타 45집 자료(최동호)
최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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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1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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