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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반열반경 제11권
대반열반경_6. 현병품(現病品)
가섭이 게송으로 법을 청하다/ 세존께서 광명과 말씀으로 중생을 구제하시다/ 여러 부처님들의 모양과 말씀과 행/ 게송, 어찌하여 열반에 들어가려 하시는가/
부처님의 병에 관한 말씀/ 여래의 비밀한 교법/ 다스리기 어려운 세 가지 병/ 다섯 종류의 사람
[가섭이 게송으로 법을 청하다]
그때 가섭보살이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대성인 구담 부처님이시여,
일어나서 묘한 법 말씀하소서.
철없는 어린 아기 중병자처럼
이부자리 속에 눕지 마시고.
조어장부 천인사께서
쌍으로 선 사라나무 아래 누우시니
어리석은 못난이 범부가 보고
열반에 드신다고 말을 합니다.
방등의 대승경전 깊고도 묘한
부처님 행하던 일 알지 못하고
비밀하고 미묘한 법장 못 보는 것은
소경이 저의 갈 길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문수사리 법왕자 그와 같으신
대보살 마하살타 그런 이들만
깊고 깊은 이 법문 아시는 것은
활 잘 쏘는 사람과 한 가지 입니다.
시방 삼세 수없는 부처님들은
대자대비 큰마음 근본이신데
그와 같이 자비한 고마운 마음
지금엔 어느 곳에 계십니까?
그와 같은 자비심 없다면
이름을 부처라고 할 수 없는 일
부처님께서 만약 열반에 드신다면
무엇을 이름하여 항상하다 하리오.
바라오니 위없는 세존께서
저희들의 소청을 굽어 살피시어
한량없는 중생을 이익 되게 하고
외도들을 꺾어서 굴복하소서.
[세존께서 광명과 말씀으로 중생을 구제하시다]
그때 세존께서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중생들의 염원을 알고,
그를 따라서 끝까지 이익 되게 하려고 누웠던 자리에서 일어나 가부좌를 틀고 앉으셨다.
그러자 얼굴이 화열하여 금덩어리 같고,
면목이 단정하여 보름달 같으며,
형용이 맑고 깨끗하여 티끌이나 때가 없었다.
또 큰 광명을 놓아 허공에 가득하니 빛이 찬란하기가 백천억 해가 뜬 것처럼,
동ㆍ서ㆍ남ㆍ북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의 여러 부처님세계에 비쳤다.
또 중생들에게 큰 지혜의 횃불을 베풀어 캄캄한 무명을 소멸하고,
백천억 나유타 중생들을 물러서지 않는 보리심에 머물게 하셨다.
그때 세존께서는 마음에 염려가 없어 사자왕과 같으셨고,
32상(相)과 80종호(種好)로 몸을 장엄하니,
몸에 있는 털구멍마다 연꽃이 나왔다.
연꽃이 미묘하여 각각 천 잎을 갖추어 순금 빛이며,
유리로 줄기를 삼고, 금강으로 꽃술을 삼고, 매괴로 꽃판을 삼았다.
모양은 크고 둥글어 수레바퀴 같으며,
꽃마다 가지각색 광명이 나오니,
푸른빛ㆍ누른빛ㆍ붉은빛ㆍ흰빛ㆍ자줏빛ㆍ파리 빛이었다.
이런 광명들이 낱낱이 아비지옥ㆍ상(想)지옥ㆍ흑승(黑繩)지옥ㆍ중합(衆合)지옥ㆍ규환(叫喚)지옥ㆍ대규환지옥ㆍ초열(焦熱)지옥ㆍ대초열지옥에 두루 비추었다.
이 여덟 지옥에 있는 중생들은 항상 여러 가지 고통에 시달림을 받아,
솥에 삶고 불에 굽고, 도끼로 찍고 칼로 쑤시고, 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받았다.
그러다가 이 광명이 비추자,
이런 고통들이 모두 소멸되고, 편안하고 서늘하여 쾌락이 그지없었다.
또한 이 광명 가운데서 여래의 비밀한 법장을 연설하여, 모든 중생에게는 모두 불성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중생들이 듣고 목숨을 마치면 인간과 천상에 태어났다.
나아가 여덟 가지 얼음 지옥이 있으니, 아파파(阿波波)지옥ㆍ아타타(阿吒吒)지옥ㆍ아라라(阿羅羅)지옥ㆍ아사사(阿娑娑)지옥ㆍ우발라(優鉢羅)지옥ㆍ파두마(波頭摩)지옥ㆍ구물두(拘物頭)지옥ㆍ분타리(分陁利)지옥들이다.
이 가운데 있는 중생들은 항상 추운 고통에 떨고 있었으니,
온몸이 터지고 쪼개지고 갈라지고 부서지며, 서로서로 해치다가,
이 광명을 받고는, 이런 고통이 소멸되며 몸이 따뜻하고 조화롭게 되었다.
또한 이 광명 가운데에서 역시 여래의 비밀한 법장을 연설하시니,
중생들마다 불성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중생들은 듣고 목숨이 다하여 인간과 천상에 태어났다.
그때 이 염부제와 다른 세계에 있던 지옥들이 비어서, 일천제들을 제외하고는 죄를 받는 사람이 없었다.
아귀 중생들은 기갈에 시달리며, 머리카락이 몸에 엉켜서 백천 년을 지나도록 물이란 이름도 듣지 못하다가, 이 광명을 만나서는 기갈이 없어졌다.
또한 이 광명 속에서 여래의 비밀한 법장을 연설하여,
중생마다 모두 불성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중생들이 듣고는, 문득 목숨을 마치고 인간과 천상에 태어났다.
그때 아귀 지옥 역시 비게 되었지만, 대승 방등경전을 비방한 이들은 제외되었다.
축생 갈래의 중생들은 서로 죽이고 서로 잡아먹고 하다가, 이 광명을 만나고 성내는 마음이 소멸되었다.
광명 가운데서 역시 여래의 비밀한 법장을 연설하여,
모든 중생들에게 모두 불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중생들이 듣고는,
곧 목숨을 마치고 인간과 천상에 태어났다.
그때 축생 갈래도 비게 되었으나, 바른 법을 비방한 이는 제외되었다.
[여러 부처님들의 모양과 말씀과 행]
이 낱낱 꽃마다 부처님이 한 분씩 계시는데,
둥근 광명이 한 길이며, 금빛이 찬란하고 미묘하고 단정하기가 비길 데 없이 최상이었다.
또 32상과 80종호로 몸을 장엄하였으며,
이 여러 세존들께서는 앉기도 하고 다니기도 하며, 눕기도 하고 서기도 했다.
혹은 우레 소리를 내고,
혹은 큰비를 내리고,
혹은 번갯빛을 내고,
혹은 큰바람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혹은 불꽃과 연기를 뿜어 몸이 불덩어리 같기도 하고,
혹은 7보로 된 산ㆍ못ㆍ강ㆍ샘ㆍ숲ㆍ나무를 나타내 보이기도 하고,
혹은 다시 7보로 된 국토ㆍ도성ㆍ마을ㆍ궁전ㆍ집들을 나타내 보이기도 하였다.
혹은 코끼리ㆍ말ㆍ사자ㆍ범ㆍ이리ㆍ공작ㆍ봉황 따위의 새를 나타내 보이기도 하며,
혹은 다시 염부제 중생들로 하여금 지옥ㆍ축생ㆍ아귀를 보게 하기도 하며,
혹은 욕계(欲界)의 여섯 하늘을 보이기도 하였다.
또 어떤 세존께서는 5음ㆍ6입ㆍ18계의 허물이 크다고 말씀하시기도 하고,
혹 네 가지 성인의 이치[四聖諦]를 말씀하시기도 하고,
여러 가지 법의 인연을 말씀하시기도 하고,
업과 번뇌가 인연으로 생긴다고 말씀하시기도 하고,
내가 있는 것과 내가 없는 것을 말씀하시기도 하고,
괴롭고 즐거운 두 가지 법을 말씀하시기도 하고,
항상함과 무상함을 말씀하시기도 하고,
깨끗함과 부정함을 말씀하시기도 하였다.
또 어떤 세존께서는 보살들을 위하여 수행할 6바라밀을 말씀하시기도 하고,
혹은 모든 큰 보살들의 얻는 공덕을 말씀하시기도 하고,
혹은 여러 부처님 세존들께서 얻는 공덕을 말씀하시기도 하고,
혹은 성문들이 얻는 공덕을 말씀하시기도 하고,
혹은 1승을 따를 것을 말씀하시기도 하고,
혹은 3승으로 도를 이룬다고 말씀하시기도 하였다.
어떤 세존께서는 왼쪽으로 물을 내고 오른쪽으로 불을 내기도 하며,
어떤 세존께서는 처음 태어나 출가하여 도량의 보리나무 아래 앉아 법의 수레를 운전하시다가 열반에 드는 일을 보이기도 하셨다.
어떤 세존께서는 사자후를 하여 모인 이들로 하여금 초과ㆍ 2과ㆍ 3과를 얻어 4과까지 이르게 하시며,
어떤 세존께서는 생사를 벗어나는 한량없는 인연을 말씀하시기도 하였다.
그때 염부제에 있는 중생들은 이 광명을 만나서,
소경은 빛을 보고, 귀머거리는 소리를 듣고, 벙어리는 말을 하고, 앉은뱅이는 걸었다.
또 가난한 이는 재물을 얻고,
인색한 이는 보시를 하고,
화를 잘 내는 이는 자비심이 생기고,
믿지 않던 이는 신심을 내었다.
이러한 세계의 중생들이 한 사람도 나쁜 법을 행하는 이가 없었으나, 일천제만은 제외되었다.
[게송, 어찌하여 열반에 들어가려 하시는가]
그때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과 건달바ㆍ아수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나찰ㆍ건타ㆍ우마타(憂摩陁)ㆍ아바마라(阿婆魔羅)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이들이 같은 목소리로.
‘위없는 세존께서 우리들을 많이 이익 되게 하신다’고 하면서.
뛸 듯이 기뻐하고 찬탄하며,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몸을 움직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가지각색 꽃으로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뿌리니, 하늘의 우발라화ㆍ구물두화ㆍ파두마화ㆍ분타리화ㆍ만다라화ㆍ마하만다라화ㆍ만수사화ㆍ마하만수사화ㆍ산타나화(散陀那華)ㆍ마하산타나화ㆍ로지나화(盧脂那花)ㆍ마하로지나화ㆍ향화ㆍ대향화ㆍ적의화(適意花)ㆍ대적의화ㆍ애견화(愛見花)ㆍ대애견화ㆍ단엄화(端嚴花)ㆍ제일단엄화 등이었다.
또 여러 가지 향을 흩뿌리니, 침수향ㆍ다가루향(多伽樓香)ㆍ전단향ㆍ울금향ㆍ화합한 잡향[和合雜香]ㆍ해안취향(海岸聚香)이었다.
다시 천상의 보배로 된 당기ㆍ번기ㆍ일산과 하늘의 풍류와 쟁(箏)ㆍ피리[笛]ㆍ생황[笙]ㆍ거문고ㆍ공후(箜篌) 등을 치고 불어서 부처님께 공양하고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꾸준히 정진하여 위없는 바른 법을 깨달으신
양족존께 머리 숙여 절합니다.
천상과 인간 대중들이 모르는 것을
오직 구담 부처님만 아십니다.
세존께서는 예전에 우리를 위해
오래오래 고행을 닦으셨는데
어찌하여 별안간 서원 버리고
열반에 드시려고 하십니까?
부처님의 비밀하고 묘한 법장을
중생들이 볼 수가 없었으므로
그리하여 뛰어남을 얻지 못하고
나고 죽고 나쁜 갈래 떨어집니다.
부처님의 말씀처럼 아라한들이
모두 다 열반에 갈 것이나
깊고 묘한 부처님 행하던 곳을
범부들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중생들에게 감로법을 보시하심은
그들의 모든 번뇌 끊으려는 것이니
누구나 이런 감로 먹기만 하면
나고 늙고 죽는 일을 받지 않으리.
세존께선 백천 중생 병을 치료해
온갖 고통 모조리 없앴으며
이제 모든 중병 있으면
모든 소멸하여 남은 것 없네
세존께선 모든 병을 버렸기에
일곱째 부처라 이름합니다.
바라건대 오늘날 법의 비를 내려
우리의 공덕 종자 적셔 주소서.
모여 있는 천상과 인간 모든 대중들
이렇게 청하고는 잠자코 있네.
이 게송을 말할 때에, 연화대에 계시는 부처님들과 염부제에서부터 정거천까지 모두 다 그것을 들었다.
[부처님의 병에 관한 말씀]
그때 부처님께서 가섭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야, 너는 이렇게 깊고 미묘한 지혜를 구족하여 마군이나 외도들의 깨뜨림을 받지 않을 것이며,
선남자야, 너는 편안하게 머물러 있으므로 여러 가지 나쁜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선남자야, 너는 말 잘하는 변재를 이룩하였고 지난 세상의 한량없는 항하사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므로 여래에게 이런 이치를 묻는구나.
선남자야, 나는 지난 옛적 한량없고 그지없는 억 나유타 백천만 겁 전부터 병의 근본을 제거하였고 기대고 눕는 일을 떠났다.
가섭아, 지나간 옛적 한량없는 아승기겁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셨으니, 이름이 무상승(無上勝)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다.
성문들을 위하여 이 대승 『대열반경』을 말씀하시고 열어 보이고 잘 분별하시고 이치를 밝히셨다.
나도 그때 그 부처님의 성문이 되어 이 『대열반경』을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고 통달하여 경전을 베껴 썼다
또 다른 이를 위하여 분별하고 해석하였으며, 이러한 선근의 인연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였다.
선남자야, 나는 그때부터 한 번도 나쁜 번뇌와 업의 인연으로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았으며,
바른 법을 비방하고, 일천제가 되거나 내시가 되거나, 남녀의 근(根)이 없거나 두 가지 근을 갖게 된 적이 없다.
또 부모에게 반역하거나 아라한을 죽이거나,
탑을 허물고 승단을 파괴하거나,
부처님 몸에 피를 내어 4중금을 지은 일이 없었다.
나는 그때부터 몸과 마음이 편안하여 괴로움을 받은 일이 없었다.
가섭아, 나는 지금 실로 온갖 병이 없다.
왜냐하면 부처님들은 오래 전부터 온갖 병을 떠났기 때문이다.
또 가섭아, 중생들이 대승 방등의 비밀한 교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여래에게 진실로 병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가섭아, 여래를 인간의 사자(師子)라고 말하지만,
여래는 사자가 아니니, 이런 말이 여래의 비밀한 교법인 것이다.
가섭아, 여래를 인간의 큰 용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이미 한량없는 겁 동안에 업을 버렸다.
[여래의 비밀한 교법]
가섭아, 여래를 인간과 하늘이라 말하지만,
나는 참으로 사람도 아니고 하늘도 아니고,
또 귀신ㆍ 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도 아니며,
나[我]도 아니고 수명[命]도 아니고,
기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의 사부(士夫)도 아니다.
지음도 아니고 짓지 않음도 아니고,
받음도 아니고 받지 않음도 아니며,
세존도 아니고 성문도 아니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말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런 말들이 모두 여래의 비밀한 교법이다.
가섭아, 여래를 큰 바다나 수미산과 같다 말하지만,
여래는 실로 짠맛도 아니고 돌로 된 산과도 같지 않으니,
이 말도 여래의 비밀한 교법이다.
가섭아, 여래를 분타리라 말하지만, 나는 실로 분타리가 아니다.
이런 말이 곧 여래의 비밀한 교법이다.
가섭아, 여래를 부모와 같다 하지만, 여래는 실로 부모가 아니다.
이런 말도 여래의 비밀한 교법이다.
가섭아, 여래를 큰 뱃사공이라 하지만, 여래는 뱃사공이 아니다.
이 말도 여래의 비밀한 교법이다.
가섭아, 여래를 장사의 물주[商主]와 같다고 하지만,
여래는 실로 장사의 물주가 아니다.
이런 말도 여래의 비밀한 교법이다.
가섭아, 여래가 마군을 꺾어 굴복시킨다고 하지만,
여래는 실로 악한 마음으로 그들을 굴복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말도 여래의 비밀한 교법이다.
가섭아, 여래가 등창을 치료한다 하지만,
나는 등창을 치료하는 의원이 아니다.
이런 말도 여래의 비밀한 교법이다.
가섭아, 내가 먼저 말하겠다.
‘만일 선남자ㆍ선여인이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업을 잘 닦는다면,
죽은 뒤에 친척들이 그 송장을 가져다가 불에 사르거나 강물에 던지거나 공동묘지에 버릴 것이다.
그러면 여우나 이리나 새와 짐승이 뜯어먹더라도, 마음과 의식[心意識]은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이다.
이 마음은 실로 과거와 미래가 없고 가는 데도 없다.
다만 앞과 뒤의 모습이 서로 같아서, 서로 계속되고 모양이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이런 말도 여래의 비밀한 교법이다.
가섭아, 내가 지금 병이 났다고 말하는 것도 이와 같아서, 여래의 비밀한 교법이다.
그러므로 문수사리에게 유촉하여.
‘내가 지금 등이 아프니 너희들이 사부대중을 위하여 법을 말하라’고 하였던 것이다.
가섭아, 여래 정각은 참으로 병이 있어서 오른쪽 옆구리로 누운 것이 아니며, 반드시 열반에 들 것도 아니다.
가섭아, 이 대열반은 부처님들의 깊은 선정이니, 이런 선정은 성문이나 연각의 행할 곳이 아니다.
가섭아, 네가 먼저 묻기를.
‘여래께서는 어찌하여 기대어 누워서 일어나지 않으며 음식도 찾지 않고, 권속들에게 말하여 살림살이를 보살피라고 하지 않으십니까?’라고 하였다.
가섭아, 허공의 성품도 앉거나 눕거나 음식을 찾거나, 권속에게 말하여 살림살이를 보살피라고 하지 않는다.
과거와 미래와 나고 없어짐과 건장하고 늙음과 나오고 빠짐과 상하고 깨지고 벗어나고 얽매임이 없다.
또한 스스로 말하지도 않고 다른 이에게 말하지도 않으며,
스스로 풀지도 않고 다른 이를 풀어 주지도 않으며,
편안한 것도 아니고 병난 것도 아니다.
선남자야, 여러 부처님 세존도 그와 같아서, 허공과 같다.
그러므로 어떻게 여러 병고가 있겠느냐?
[다스리기 어려운 세 가지 병]
가섭아, 세상에 세 사람의 병은 다스리기 어렵다.
첫째는 대승을 비방하는 것이며,
둘째는 5역죄이며,
셋째는 일천제이다.
이 세 가지 병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므로 성문과 연각과 보살이 치료할 수 없다.
선남자야,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병이 들어서 고칠 수 없어서 반드시 죽는 것과 같다.
병을 간호하는 이와 뜻대로 되는 의원과 약이 있거나, 그런 것이 없거나 간에, 이런 병은 고칠 수 없으니, 이 사람이 반드시 죽게 될 것은 의심할 수 없다.
선남자야, 이 세 가지 사람도 그와 같아서, 성문이나 연각이나 보살이 있어서 법문을 말하거나 법문을 말하지 않거나 간에, 그 사람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할 수 없는 것이다.
가섭아, 마치 병난 사람이 간호하는 이와 뜻과 같은 의원과 약이 있으면 병을 낫게 할 수 있지만,
그런 세 가지가 없으면 병을 고칠 수 없으니,
성문과 연각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이나 보살에게서 법을 들으면 문득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낼 수 있지만, 법을 듣지 않고는 발심할 수 없다.
가섭아, 비유하면 어떤 병든 사람이 간호하는 이와 뜻과 같은 의원과 약이 있거나, 그런 것이 없거나 간에, 병이 나을 수 있는 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그와 같아서, 성문을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거나, 연각을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거나, 보살을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거나, 부처님을 만나거나 만나지 못하거나, 법을 듣거나 법을 듣지 못하거나 간에, 자연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게 된다.
그 사람은 자기를 위해서나 남을 위해서나, 두려움을 위해서나 이익을 위해서나, 아첨하기 위해서나 남을 속이기 위해서나, 이 『대열반경』을 쓰거나 받아 지니거나, 읽거나 외우거나, 공양하거나 공경하거나, 다른 이에게 말해 주는 사람이다.
[다섯 종류의 사람]
가섭아, 다섯 종류 사람이 이 대승 『대열반경』에서 병 고치는 행을 하는 곳이 있으나, 여래는 아니다.
어떤 것이 다섯 종류인가?
첫째는 세 가지 번뇌를 끊고 수다원과를 얻어서,
지옥ㆍ축생ㆍ아귀에 떨어지지 않고,
인간 천상으로 일곱 번을 오고 가면서,
모든 고통을 끊고 열반에 드는 것이다.
가섭아, 이것이 첫 번째 사람이 병 고치는 행을 하는 곳이다.
이 사람은 오는 세상에 8만 겁을 지내고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게 될 것이다.
가섭아, 두 번째 사람은 세 가지 결박을 끊고 탐심ㆍ진심ㆍ치심이 엷어져서 사다함과를 얻은 이로서,
한 번 다녀오는 이[一往來]라고 한다.
영원히 모든 고통을 끊고 열반에 든다.
가섭아, 이것이 두 번째 사람이 병 고치는 행을 하는 곳이다.
이 사람은 오는 세상에 6만 겁을 지내고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게 될 것이다.
가섭아, 세 번째 사람은 다섯 가지 아래 결박[五下結]을 끊고 아나함과를 얻어서,
다시는 여기 오지 않고 영원히 모든 고통을 끊고 열반에 든다.
이것이 세 번째 사람이 병 고치는 행을 하는 곳이다.
이 사람은 오는 세상에 4만 겁을 지내고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게 될 것이다.
가섭아, 네 번째 사람은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영원히 끊고 아라한과를 얻어서,
번뇌가 남김이 없이 되어 열반에 든다.
참으로 기린(麒麟)같이 혼자서 하는 행이 아니다.
이것은 네 번째 사람이 병 고치는 행을 하는 곳이니,
이 사람은 오는 세상에 2만 겁을 지내고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게 될 것이다.
가섭아, 다섯 번째 사람은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영원히 끊고 벽지불(辟支佛)의 도를 얻은 이로서,
번뇌가 남김이 없이 되어 열반에 든다.
참으로 기린같이 혼자서 하는 행이다.
이것은 다섯째 병 고치는 행을 하는 곳이니,
이 사람은 오는 세상에 10천 겁을 지내고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게 될 것이다.
가섭아, 이것이 다섯 종류 사람이 병 고치는 행을 하는 곳이니 여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