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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들의 고향 그리스(Greece)
그리스 전도(全圖) /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Zeus) / 그리스 국기(國旗)
♦ 그리스 국기(國旗)
♤파랑: 바다와 하늘 상징 ♤흰 십자가: 기독교 국가 상징
♤9개의 줄: 9년 동안 지속된 독립 전쟁 ♤파랑과 하양: 바바리아 오토가문의 문장(紋章)
♦ 그리스 개관(槪觀)
♤면적: 13만 ㎢(남한 면적의 약 1.5배) ♤인구: 약 1천만 명
♤인종: 그리스인 98%, 기타 2% ♤수도: 아테네(Athene)
♤언어: 그리스어 ♤1인당 국민소득: 2만 USD
♤환율: 1유로=약 1.330원 ♤종교: 그리스정교 98%, 이슬람교 1%, 기타
1. 신화(神話)의 도시 아테네(Athene)
<1> 아들과 떠난 배낭여행
프리시 어시장 / 오모니아 광장 / 아크로폴리스 언덕에서(아들과)
2006년 1월, 아들 녀석이 내민 그리스·터키 7박 8일짜리 여행 티켓을 드려다 보며 작은 감동을 받았다.
나이 30인데 제 친구들, 혹은 여자 친구와 어울려 여행을 다니지 누가 아버지와 같이 가려고 하겠는가?
나나 아들 녀석이나 단체 관광객으로 가이드한테 강아지처럼 이끌려 다니는 것이 싫어서 왕복 비행기와 호텔만 제공받는 배낭여행으로 떠나기로 하고 현지에서는 자유로운 관광을 하기로 하였다.
<2> 더블 티케팅(Double Ticketing)
아들 녀석의 효도(?) 덕분인지 처음부터 행운이 뒤따랐다. 영종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터키항공 기내에 들어가 지정된 좌석에 앉았는데 젊은 커플이 오더니 표를 보자고 한다. 좌석표를 확인해 보니 이중발매(Double Ticketing)이다. 스튜어디스를 불러서 보여줬더니 잠시 후 젊은 커플은 우리 자리에 앉고 우리는 따라오라고 하더니 맨 앞쪽의 비즈니스 클래스로 옮겨 준다.
이런 행운이라니... 자리도 널찍하고, 의자를 뒤로 눕히니 다리를 쭉 뻗고 잘 수 있는 침대가 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Amsterdam)을 경유하는 항로라 15시간 이상을 날아가야 되는데 이런 호사가 없다.
<3> 바가지요금 · 애슨스(Athens)
새벽에 아테네 공항에 도착하여 출국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나오는데 어디가 어딘지 도무지 분간을 못하여 택시기사를 찾았다. 우리가 묵을 호텔을 물었더니 40유로(6만 원 정도)라며 타라고 한다. 부슬비가 내리는 새벽길을 쏜살같이 달려 우리가 예약하였던 도심의 허름한(별 3개) 호텔에 데려다준다.
아침을 먹으며 알아봤더니 이곳은 도심인 오모니아(Omonia) 광장 부근이었고, 지하철역이 있는데 공항에서 1유로 정도면 온다고 한다. 이런 바가지가 있나! 그리고 아테네는 미국식으로 애슨(æθn)이라고 발음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나 여신의 이름에서 비롯된다.
2. 에게문명의 발상지 그리스(Greece)
그리스는 에게(Aegea)문명의 발상지로, 그리스·로마 신화로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나라이다.
그리스는 유럽에서 지중해로 삐죽이 내민 펠로폰네소스 반도와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나라이다.
북쪽으로는 정복자 알렉산더의 고향인 마케도니아와 알바니아, 서쪽으로는 이오니아 해, 동쪽은 에게 해, 남쪽은 크레타섬으로 둘러싸여 있다. 신화와 더불어 인접국인 터키와 함께 십자군 전쟁, 헬레니즘 문화, 비잔틴문화, 오토만 투르크의 지배 등 고대역사의 전면을 장식하였던 나라라고 하겠다.
대도시 아테네의 도심인 오모니아(Omonia) 광장은 우리나라 서울역광장 격으로 지하철역을 비롯하여 고층건물들이 즐비하고 도보로 30분 이내의 거리에 숱한 고대 유적들이 밀집해 있다.
<1> 프시리(Psiri)와 아고라(Ancient Agora)
프시리의 아고라 골목 / 아테네 식당
아크로폴리스 언덕 주변은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숱한 유적지가 흩어져 있다. 고대 시장인 프시리(Psiri)를 물어보았더니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한다.
몇 번의 확인을 거친 끝에 악센트가 3음절에 있음을 알았다. ‘프시리’인 것을 ‘프시리’라고 발음했으니 못 알아들을 수 밖에... 시장을 한 바퀴 돌아보고는 아고라(Agora) 지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크로폴리스(Acropolis) 언덕 바로 밑인 이 지역은 기원전 6세기, 고대 정치적 사회적 심장부로 시장 부근에서 활발한 토론과 여러 가지 정보들을 주고받던 집회(集會) 장소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가게들과 멋진 음식점,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아크로폴리스 언덕의 야경은 더할 수 없이 아름답다. 눈부신 조각이 독특한 이곳 부근의 바람의 궁전은 복구공사가 한창이었고 한 시간 남짓 걸려 아크로폴리스 언덕 밑을 한 바퀴 돌았는데 가는 곳마다 온통 기원전 유적이다.
그 중에도 보존이 매우 양호한 아고라 낮은 언덕 위에 있는 헤파이스테이온(Hefaisteion/일명 테세이온 신전)은 수많은 테세우스(Theseus)의 부조들로 인하여 테세우스 신전으로 알려졌으나 학자들에 의하여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Hephaistos)를 모신 신전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2> 아크로폴리스(Acropolis)와 파르테논(Parthenon) 신전
아크로폴리스 언덕 / 파르테논 신전
아크로폴리스(Acropolis)는 그리스의 상징으로 아테네 중심부에 우뚝 솟은 바위절벽인데 그 위에는 BC 5세기경에 조성된 아테나 여신을 모시는 파르테논(Parthenon) 신전, 승리의 여신을 모시는 니케(Nike)신전, 또 연극과 술의 신(神)인 디오니소스(Dionysos) 신전과 원형극장이 있다.
파르테논 신전에서는 거대한 규모와 조형미를, 니케 신전에서는 아테네와 페르시아와의 전쟁장면 부조(浮彫)를 볼 수 있다. 디오니소스 극장은 BC 6세기에 만 칠천 명을 수용하는 대극장으로 세워졌는데 로마 네로황제 시기인 AD 1세기에 재건축되었다고 하는데 돌로 쌓은 원형극장의 모습이 고색창연하다.
디오니소스 극장 / 니케 신전
아크로폴리스란 원래 ‘도시’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언덕과 그 주변 지역을 합하여 워낙 엄청난 유적지라 아직도 복원하는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 중이었다.
원래 이 언덕 위쪽은 신들의 영역으로 민간인은 물론 고위 관리들도 함부로 올라가지 못하고 오직 신들에게 제사를 올리는 공간이었다고 한다.
<3> 제우스(Zeus) 신전
제우스 신전(멀리 뒤쪽 아크로폴리스 언덕) / 올림픽 경기장
아크로폴리스 보다 더 웅장했다는 제우스 신전은 넓은 공터에 거대한 승리의 문과 무너진 돌 더미, 열 댓 개의 돌기둥만이 쓸쓸히 서 있다. 제우스 신전의 서쪽 문 앞에는 ‘이곳은 아테네, 테세우스의 옛 고을’이라는 의미의 글씨가 새겨져 있고 동쪽 문에는 ‘이곳은 하드리아누스의 고을, 이미 테세우스의 고을이 아니다.’ 라고 새겨져 있어 역사의 아이러니가 읽혀진다.
현 그리스 국회의사당 건물과 마주하고 있는 올림픽 경기장은 BC 4세기 대축제의 경기장으로 건설되어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다. 1896년 제1회 근대 올림픽이 열렸던 역사적인 곳인데 들어갈 수 없어서 창살 밖에서 드려다 본 경기장은 말굽형으로 그다지 큰 경기장은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4> 소크라테스(Socrates) 감옥
바람의 궁전 / 소크라테스 감옥 / 아크로폴리스 옆 언덕
아크로폴리스 바로 건너편, 작은 언덕에 소크라테스의 감옥이 있다. BC 5세기 후반, 그리스의 대 철학자이자 사상가였던 플라톤(Platon),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와 함께 고대 그리스 3대 철학자로 꼽히던 소크라테스(Socrates)는 이곳에서 ‘악법도 법이다’라는 명언을 남기고 수많은 사람들의 탈옥 권유에도 불구하고 독배(毒杯)를 마셨다는 곳이다. 자그마한 바위동굴, 후에 세웠음직한 엉성한 창살로 막혀있는 어처구니없는 비극의 현장이 따사로운 햇살 속에 관광객을 맞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감옥 뒤편 언덕위로 올라가면 이름 모를 유적들이 흩어져 있고, 1월이지만 지중해의 영향인가 푸른 잎으로 무성한 오렌지 나무가 있다. 나무 밑에 앉아 아크로폴리스 언덕과 아테네 시내를 내려다보고 앉아 있노라니 기원 전 이곳에서 일어났던 고대사와 얽힌 가지가지 상념들이 머릿속을 맴돌고, 세월의 무상함이 서글퍼진다. 아들과 함께 여유롭게 아크로폴리스 언덕을 한 바퀴 돌았다.
3. 팔레온(Palaion) 항구
옴모니아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3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팔레온(Palaion) 만으로 향했다. 부두로 들어서자 어마어마한 크기의 호화 유람선들로 만(灣)이 그득하게 차 있다. 케네디 대통령의 미망인 재클린(Jacqueline Kennedy Onassis)이 그리스의 선박 왕 오나시스(Aristotle Onassis)와 재혼하여 세기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기억에서인지 지중해의 크루즈를 장악하고 있는 그리스의 저력이 엿보인다.
팔레온의 크루즈선 / 오나시스 / 재클린
저 수많은 호화 유람선 중에는 상당수가 오나시스의 소유가 아닐까 하는...
세계 최고의 갑부 선박왕 오나시스는 재클린과의 결혼이 최악의 선택이었다고 후회했다고 한다.
세기의 오페라 가수 마리아 칼라스(Maria Calas)와 동거도 했으나 결국 재클린을 택했고, 재클린은 결혼 후 한 달에 200만 달러(24억 원)씩 돈을 물 쓰듯 해서 오나시스를 곤경에 몰아넣었다고 한다.
4. 수니온(Sounion)과 포세이돈(Poseidon) 신전
바람의 언덕 수니온 / 수니온의 포세이돈 신전유적 앞에서
포세이돈 신전이 있는 수니온(Sounion)은 아테네에서 버스로 두어 시간 남쪽으로 가야 한다.
세계에서 물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수니온은 인적이 드문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졌고 그 꼭대기에 거대한 포세이돈(Poseidon/바다의 신) 신전의 돌기둥들이 2천여 년 동안이나 거센 비바람을 견디며 우뚝 서 있다.
절세의 미인이었다는 고르곤의 세 자매(Gorgones),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특히 머리카락이 아름다운 막내 메두사(Medusa)는 아테나 여신의 신전에서 포세이돈과의 정사로 아테나 여신으로부터 미움을 받는다. 아테나 여신은 메두사의 머리카락은 뱀으로, 몸은 흉측한 괴물로 만들어 서쪽 끝 망자(亡者)들의 섬으로 추방한다. 괴물 메두사는 영웅 페르세우스(Perseus)에 의하여 머리가 잘려 아테나 여신의 방패에 걸리고, 그 흉측스런 모습을 보는 순간 사람은 모두 돌이 되고, 그 잘린 머리에서 떨어진 핏방울들은 전갈(Scorpion)이 되고....
신화에 보면 지중해 인근에 있는 에티오피아(Aethiopia) 왕국의 케페우스(Cepheus) 왕과 왕비 카시오페이아(Cassiopeia)는 안드로메다(Andromeda)라는 딸을 낳아 길렀는데 너무나 예뻐서 바다의 왕 포세이돈(Poseidon)을 모시는 요정(妖精)들보다 더 예쁘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그 소문이 포세이돈의 귀에 들어가 노여움을 사게 된다.
갑자기 에티오피아 전국은 가물이 들어 곡식들이 말라 죽고, 메뚜기와 벌레들이 들끓어 온통 난리가 난다.
케페우스(Cepheus) 왕은 깜짝 놀라 포세이돈 신전에 가서 제사를 올리고 신탁(神託)을 받았는데 안드로메다 공주를 제물을 올리라고 한다.
포세이돈은 안드로메다 공주를 벌거벗겨 바닷가 바위에 묶어놓으라 하고 괴물 뱀을 보내 죽이려 했다.
마침 메두사(Medūsa)의 목을 가지고 이곳을 지나던 영웅 페르세우스(Perseus)는 메두사의 목으로 괴물 뱀을 돌로 만들어버리고 안드로메다를 구해내는데 나중 부인으로 맞게 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보면 고르곤(Gorgon)의 세 자매 중 메두사(Medūsa)는 자신이 아테나(Athena) 여신보다 더 아름답다고 하다가 여신의 미움을 받아 괴물로 변하여 망자의 섬인 지하에 숨어 살게 된다.
그렇게 아름답던 메두사의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은 뱀으로 변하고 얼굴도 괴물로 변하였는데 그 얼굴을 쳐다보기만 하면 모든 생물들은 돌로 변한다.
<1> 페르세우스(Perseus)에게 감사하는 케페우스(Cepheus)와 카시오페이아(Cassiopeia)<루브르 박물관 소장>
<2> 바위에 묶이는 안드로메다(Andromeda)<루브르 박물관 소장>
<3> 하늘의 별자리(북쪽 하늘) - 카시오페이아자리, 케페우스자리....
또, 포세이돈과 메두사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인 크리사오르(Chrysaor)와 페르세우스가 타고 날아다니던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Pegasus)는 메두사의 목에서 솟아 나오는 피와 함께 솟아 나왔다고 하고....
내가 어릴 때 밤을 새워 읽던 신화의 고향이 바로 이곳이다.
좋지 않은 날씨 탓으로 사진 몇 장을 찍고는 서둘러 아테네로 돌아왔는데 결국 감기증세로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했더니 아들이 약국에서 꼭 드롭스(Drops)처럼 생긴 감기약을 사왔는데 한 알 빨아먹고 잤더니 이튿날 거짓말처럼 깨끗하게 나아서 신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