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3권
26. 불설비구질병경(佛說比丘疾病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서 유행하시면서 대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한 비구가 병이 들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 홀몸으로 친구도 없었고 돌보아주는 이도 없었고 또한 의사나 약이나 의복이나 먹을 것도 없었다. 또한 기거할 곳이 없어서 축축한 이슬이 있는 위에 몸을 눕힐 수밖에 없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구제해 줄 사람이 없으니 혼자 탄식하였다.
‘오늘 내 몸을 돌보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구나.’
그때 아난이 이를 보고 부처님께 가서 아뢰었다.
“위대한 성인이시여, 저는 오늘 일찍이 보지 못했던 것을 보았습니다.
여래 세존께서는 크나큰 사랑과 연민으로써 고통 받는 비구를 구제해주십시오.”
“나는 과거 무수겁 때에도 이 비구가 병든 것을 구제하여 주었는데 이 세상에서도 또한 그러하구나.
옛날 아주 오랜 옛날에 텅 비고 한가로운 곳에 다섯 가지 신통을 갖춘 신선[五通仙人]들이 많이 있었다. 그들은 외딴 곳에 살면서 각각 서로 도우며 돌아가면서 보좌해주었다. 각각 열매를 주우면 그것을 나누어 먹고 순번을 정해 설령 질병에 걸려도 서로 돌아가며 치료하여 주었다.
그때 마납(摩納) 학지(學志)가 있었는데 성급한 면이 있어서 항상 내달리곤 하였다. 어떤 학지가 질병에 걸려 위급해도 처음부터 들여다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때 마납 학지가 위급했는데 구해주는 이가 없어서 홀로 있었으나 옆에서 도와주는 이가 없었다.
그는 또 다른 때에 병에 걸렸는데 간호해주는 이도 없고 또한 과일을 따도 먹으라고 나눠 주는 이가 없었다.
그때 다섯 가지 신통을 갖춘 신선들이 그 화상(和上)을 보고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사람은 구호해 주는 사람이 없이 고독하구나.’
그리고는 마음으로 그를 측은히 여겨 그가 있는 곳으로 가서 그에게 물었다.
‘마납 학지여, 그대는 건강할 때 혹시 친한 친구가 편안치 않다는 소식을 듣고 문안한 일이 있습니까?’
학지가 즉시 대답하였다.
‘없었습니다. 화상이시여, 친우나 잘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저에게는 부모나 친척이 있습니다만 이곳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다시 물었다.
‘범지여, 당신은 한 곳에서 머물면서 친구를 사귀지도 않았고 아는 사람도 사귀지 않았습니까?’
‘않았습니다, 화상이시여.’
화상(和上)이 말했다.
‘그대는 친구도 사귀지 않고 아는 사람도 없다고 했는데, 어찌 사람이 되어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서로서로 존경하고 돌아가며 일을 돕는 것을 보면서도 그대 혼자만 그렇지 않았던 것이오? 그래서 오늘날 고독하고 구호해주는 사람도 없는 것이오.’
그때 선인은 마납을 부축하여 일어나 앉게 한 후 자기가 머무는 처소로 데려갔다.
그를 도와서 안심시키고 친절하게 그를 치료해주고 게송으로 말했다.”
처자를 버리고 출가하여
그리워하는 것이 없나니
그대의 스승은 아버지가 되고
도반은 형제가 되네.
범지와 함께 하고 있으면서도
서로 보지 않으니
병을 얻어 괴로워도
고독하여 의지할 곳이 없네.
아들을 살펴 이를 보니
청정한 수행이 곧 친구일세.
널리 행하여 아들이 공경하니
서로서로 돌봄일세.
그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에게 가서 물으셨다.
“병에 걸렸는데 돌보아 주는 이나 의약이나 침구류가 있는가?”
그 비구가 대답하였다.
“고독하여 돌보아주는 이도 없고 의원이나 약도 없습니다. 집은 여기서 멀고 부모와 떠나 있으며, 형제나 친척ㆍ친구도 없고 돌보아줄 사람도 없습니다.”
세존께서는 다시 물으셨다.
“그대는 건강할 때 아픈 사람을 돌보다 주거나 문병을 한 일이 있는가?”
비구가 대답하였다.
“없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건강할 때 아픈 사람을 돌보아 주지도 않았고 문병을 한 일도 없었다.
그렇다면 누가 그대를 돌보아 주겠는가?
선악은 상대가 있는 것이고 죄와 복은 과보에 의한 것이니라.
은혜는 살아서 돌아오고 옳은 것은 소원(疏遠)한 것도 없애버리는 것이니라.
부처는 삼계의 일체 존재를 구하고 다섯 갈래 세계를 모두 제도하여 구하거늘 어찌 그대를 버리겠는가?
지난 세상에도 그대를 구했으니, 지금도 당연히 그럴 것이니라.”
부처님께서는 그를 부축하여 일으키고 물로 세수를 시키셨다.
그때 천제(天帝)가 팔을 굽혔다 펼 정도의 잠깐 사이에 내려와서 비구를 세수시키고 목욕시키려 하였다.
부처님께서 구익(拘翼: 天帝釋의 전생 이름)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천상의 향기 가운데 있으면서 어찌 기꺼이 더럽고 탁하고 냄새나는 것을 씻겨 구제하려 하는가?”
천제석이 대답하였다.
“방금 세존께서 말씀하셨듯이 이 비구는 본래 사람을 돌보지 않았고 병문안을 하지도 않았으며, 고독한 이를 구하지도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시방의 일체를 구하는 이로서 공덕이 구족하며 작은 것도 부족한 것이 없는 분이시거늘 오히려 그를 돌보시는데 저는 죄와 복을 끊지 못했으니 어찌 복을 짓지 않겠습니까?”
그대 부처님께서는 손으로 세수를 시키고 천제석은 물을 뿌린 뒤에 그를 다시 눕히고 약을 먹이니 즉시 나았으며, 그를 위하여 경법을 설하시니 즉시 득도하였다.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그를 칭찬하셨다.
사람은 마땅히 병든 이를 돌보아야 하고
여러 위험하고 어려운 일에 대해 문안해야 한다.
선악에는 마땅한 과보가 있나니
씨를 뿌리면 열매를 맺는 것과 같다.
세존은 아버지가 되고
그 경법(經法)은 어머니가 되며
도반은 형제이니
이로 인해 득도하리라.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