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집대허공장보살소문경 제6권
[법의 몸]
아난다가 다시 물었다.
“그대의 몸이 허공이라면 그대는 어떠한 몸으로 불사(佛事)를 일으키는가?”
허공장보살이 대답하였다.
“법의 몸[法身]으로 합니다.
법의 몸이란, 변화가 없으므로 5온(蘊)ㆍ12처(處)ㆍ18계(界) 등이 일어나지도 멸하지도 않습니다.
또 그것은 전도된 몸이 아니라 뜻한 대로 나타내는 몸이기에 그 뜻대로 성취하는 몸으로써 불사를 일으킬 뿐입니다.”
아난다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대사여, 그대는 법의 몸을 증득했다는 말씀입니까?”
허공장보살이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제가 아는 바로는, 법을 떠나서는 몸도 없으므로, 몸이 곧 법이고 법이 곧 몸이어서 법과 몸의 두 가지 상(相)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말씀드린 것입니다.”
[아라한]
아난다가 말하였다.
“대사여, 몸이 곧 법이고 법이 곧 몸이라면, 그대는 아라한(阿羅漢)을 증득했다는 말씀인가요?”
“어떠한 것을 증득한 것이 없기에 증득한 것이니,
아라한의 정도는 다툼이 없는 법을 잘 통달하고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물들지 않는 것입니다.”
“대사여, 그렇다면 그대는 마땅히 구경(究竟)의 열반의 경지에 도달했겠습니다.”
“대덕이시여, 아라한이란 본래 열반이 아니니, 왜냐 하면 일체 법의 구경의 열반을 알아서 그 열반이란 생각까지도 끊어야만 열반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열반을 말로써 표현하는 것은 다만 유정들에게 분별하여 해설해 주기 위함이고, 또 갖가지 모습을 분별하여 헤아려주기 위함입니다.
“대사여, 그대의 말씀대로 한다면, 보살은 아라한도 아니고 유정도 아니고 유학(有學)도 무학(無學)도 아니고 벽지불(辟支佛)도 아니고 보살도 아니고 여래도 아니겠습니다.”
“훌륭하십시다. 구수 아난다시여, 아라한도 아니고 유정도 아니고 유학도 무학도 아니고 벽지불도 아니고 보살도 아니고 여래도 아니기 때문에,
보살이 그 일체의 처소에 몸을 나타낼 수 있고 또 일체의 지위에 머물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법의를 허공에 감추다]
이 법을 설할 때에, 그 모임에 있던 5백 명의 아라한들이 각각 자신이 입고 있던 윗옷을 벗어 허공장보살에게 공양하면서 다음과 같이 외쳤다.
“원컨대, 일체의 유정들로 하여금 다 허공장보살처럼 그러한 변재를 얻게 해 주십시오.”
곧 허공장보살은 부처님께서 가지(加持)하시는 힘으로 아라한들로부터 받은 그 미묘한 법의 옷[法衣]을 다 허공에 감추어 보이지 않게 하였다.
그러자 아라한 비구들이 허공장보살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대사여, 지금 받들어 올린 그 많은 법의 옷들은 다 어디에 있습니까?”
허공장보살이 대답하였다.
“모두가 나의 허공의 창고[庫藏]에 있습니다.”
그 때에 세존께서 빙그레 웃으시자, 아난다가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무슨 연유로 빙그레 웃으시는 것입니까?
여래께서 웃으신 것은 그 까닭이 없지 않을 것이니, 원컨대 말씀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아난다에게 말씀하셨다.
“저 비구들이 받들어 공양한 의복은 허공장보살의 위신력(威神力)으로 말미암아 다 허공의 창고에 들어가는가 하면, 또 그 창고는 저 가사당(袈裟幢) 세계의 산왕(山王)여래의 처소로 가서 불사를 일으키느니라.
저 세계에서 허공장보살이 설법하는 음성은 다 가사로부터 흘러나오므로, 한량없는 보살들이 이 설법하는 음성을 듣고서 다 무생법인을 얻게 되느니라.
아난다여,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이 보살의 수승한 신통 지혜가 이와 같이 갖가지 말로써 유정들을 성취시키기에, 이에 웃음을 짓는 것이니라.”
[공중으로부터 꽃이 내리다]
부처님께서 이 법을 설하실 때에 홀연히 공중으로부터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일월광화(日月光花)가 마치 불빛처럼 한량없이 내렸는데,
그 꽃 가운데에서 다음과 같은 음성이 들려왔다.
“어떤 사람이라도 이 허공장보살이 연설하는 물러나지 않는 법인(法印)을 듣는다면, 그는 곧 청정한 신심을 내어서 반드시 보리의 도량에 나아가리라.”
그 때에 아난다가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러한 꽃들이 어디에서 날아오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아난다여, 저 백천 세계의 주인인 광장엄(光莊嚴)이란 범왕(梵王)이 허공장보살을 공양하기 위해 이러한 꽃을 뿌리는 것이니라.”
아난다가 다시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다같이 저 범왕을 보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조금만 기다려라. 너희들도 자연히 다 보게 되리라.”
그러자 때마침 광장엄범왕이 60만 8천에 이르는 범중(梵衆)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서 저 범천으로부터 부처님 앞에 나아가 엎드려 예배한 다음 오른편으로 세 번 돌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아 합장하고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매우 기이한 일입니다. 세존이시여, 이 허공장보살의 부사의한 변화야말로,
청정한 계율의 위덕과, 모든 삼마지의 위덕과, 신통의 위덕과, 지혜의 위덕과,
원만한 서원의 위덕과, 뛰어난 방편의 위덕과, 즐거운 뜻을 더욱 늘리는 위덕과, 자유로운 법신(法身)의 위덕과,
몸을 장엄하는 위덕과, 입과 뜻을 장엄하는 위덕과, 그 밖의 일체의 법에 자재로운 위덕을 다 구족하였다고 하겠나이다.
그리고 세존이시여, 이 허공장보살이 몸ㆍ입ㆍ뜻의 업을 조금도 따르지 않고서 일체의 변화를 다 나타내 보이는 것은,
오직 전생부터 닦아 온 수행의 힘으로 선근을 쌓아서 그 깊고 깊은 부처님의 모든 행을 원만히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또 이 모든 행으로 말미암아 큰 사자후(師子吼)를 부르짖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니라, 그러하니라. 범왕아, 과연 너의 말과 같으니라.
그 어떤 보살이라도 다 옛날에 닦은 선근의 힘으로 복덕의 자량(資粮)을 쌓아야만, 이 위없이 바르고 평등한 보리의 서원을 세워서 물러나지 않고 이러한 신통 변화의 일을 나타낼 수 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