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보살소문경론 제9권
3.9. 12인연의 뜻(3)
[12연기의 차례]
[문] 무명이 사라지면 지어감이 사라진다 함은 어떠한 차례가 있는가?
[답] 여래께서는 무명 등의 12인연은 있음[有]을 낼 수 있다고 차례로 말씀하셨나니, 중생들이 12인연을 잘 모르고서 아주 없다는 소견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래께서는 무명이 사라지면 나머지 것도 모두가 사라진다고 차례로 말씀하셨나니, 중생들이 무명의 인연을 보고 알지 못하고서 항상하다는 소견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먼저 말씀한 것과 같이 ‘어떻게 세간이 있는가?’ 함은 12인연을 보고 알지 못하고서 없다[無]는 치우친 소견에 떨어지므로 이런 이치 때문에 여래께서는 말씀하셨으며,
‘어떻게 세간이 없어지는가?’ 함은 어떠한 법을 보고 알지 못하기 때문에 있다[有]는 치우친 소견에 떨어지므로 이런 이치 때문에 여래께서 차례로 말씀하셨다.
마치, 여래께서『가전연경(迦旃延經)』에서 말씀하심과 같나니,
“또, 이미 몸에 대한 소견의 쌓임의 진리[集諦]와 도의 진리[道諦]를 말하였으나 아직 몸에 대한 괴로움의 진리[苦諦]와 사라짐의 진리[滅諦]를 말하지 못했나니, 그러므로 말하려 하느니라.
또, 이미 물듦의 진리[染諦]를 말하였으나 아직 깨끗함의 진리[淨諦]를 말하지 못하였으며, 또 이미 속박의 진리[縛諦]를 말하였으나 아직 해탈의 진리[解脫諦]를 말하지 못했나니, 이제 말하려 하기 때문이니라”고 하시면서,
그 때문에 “무명이 사라지면 지어감도 사라진다”고 하는 이와 같은 것 등을 말씀하셨다.
[인연의 종류 네 가지]
[문] 이 모든 인연은 몇 가지에 있는가?
[답] 간략히 말하면 네 가지이다.
무엇이 네 가지인가?
첫째 때[時]의 열두 가지 인연이 있으며,
둘째 찰나(刹那) 동안이며,
셋째 차례[次第]이며,
넷째 끊어지지 아니함[不斷絶]이다.
[때의 12인연]
때라 함은 때가 이르는 것으로서 인연의 때라 한다.
이는 무슨 뜻인가?
무명의 때라 함은 과거의 때이며, 번뇌가 난다 함은 바로 무명의 때이다.
지어감의 때라 함은 과거 때의 업이니, 이를 지어감의 때라 한다.
의식의 때라 함은 의탁하여 마음이 생기고 같은 권속으로 생긴 것이니, 이를 의식의 때라 한다.
이름과 물질의 때라 함은 아직 화합하여 이루어지지 못한 가라라(歌羅邏)와 안부타(安浮陀)와 폐시(閉尸)와 건남(健南) 따위여서 이러한 동안에는 아직 눈 등 다섯 가지 감관들이 생기지 못하고 여섯 가지 감관이 만족하지 못한 그때에 생겨 있는 몸이니 이름과 물질의 때라고 한다.
여섯 가지 감관의 때라 함은 눈 등의 모든 감관이 만족하게 생겼지만 여섯 가지 감관들이 아직은 힘을 지닐 수 없고 저 임자마음과 딸린 마음의 법에 의지가 되어 줄 뿐이니, 이를 여섯 가지 감관의 때라고 한다.
닿음의 때라 함은 언제든지 모든 감관이 저 임자마음과 딸린 마음의 법에 대해 의지하여 머무르게 하여 주지만 괴로움과 즐거움을 분별할 수 없고 또한 좋고 나쁜 일들도 지을 수 없어서 아직은 훌륭한 행이 없나니, 이를 닿음의 때라고 한다.
느낌의 때라 함은 괴로움과 즐거움을 느끼고 괴로움과 즐거움을 분별하여 좋고 나쁜 일을 껴잡고 음식을 사랑하지만 애욕과 자량 따위는 아니며 아직은 힘을 지니지 못했나니, 이를 느낌의 때라고 한다.
욕망의 때라 함은 애욕과 자량의 행이 그릇되고 있고 없음을 분별하나니, 이를 욕망의 때라고 한다.
잡음의 때라 함은 있고 없음을 알아서 분별하고 이와 같은 것을 구하며 일으키나니, 이를 잡음의 때라고 한다.
존재의 때라 함은 이 세상과 미래의 세상 동안에 구할 다섯 가지 욕심의 경계를 추구하고 있으면서 미래에 낢을 위하여 갖가지 업을 일으키나니, 이를 존재의 때라고 한다.
낢의 때라 함은 이 생(生)에서 이미 물러나 바로 다음의 생에 의탁하여 태어나는 것이니, 이를 낢의 때라고 한다.
늙어 죽음의 때라 함은 이로부터 모든 감관이 파괴됨을 늙어 죽음의 때라고 한다.
[찰나 동안]
찰나 동안이라 함은 이름과 물질 등의 갈래를 찰나 동안이라 하는데, 한 생각 동안에 모든 열두 가지 인연을 완전히 갖춘다.
이 뜻이 무엇인가?
마치 사람이 탐내는 마음에 의지하여 산 것을 죽인다면, 그곳에서 지니게 되는 헷갈림과 어리석음 따위를 무명이라고 하며, 그곳에서 지니게 되는 생각과 서로 응하는 마음을 지어감이라고 하며, 그곳에서 지니게 되는 뜻과 서로 응하는 법을 의식이라고 하며,
그곳에서 지니게 되는 의식과 함께 나는 법의 모습 등인 네 가지 원소와 네 가지 원소에 의하여 나는 네 가지 티끌[四塵] 등의 이와 같은 법을 이름과 물질이라고 하며,
그곳에서 지니게 되는 감관에 의하여 업을 짓되 감관을 여의지 아니함을 여섯 가지 감관이라고 하며,
그곳에서 지니게 되는 마주 대하는 것과 서로 응하는 법을 닿음이라고 하며,
그곳에서 지니게 되는 깨달음과 서로 응하는 것을 느낌이라고 하며,
그곳에서 지니게 되는 탐욕과 서로 응하는 마음을 욕망이라고 하며,
그곳에서 지니게 되는 욕망을 버리지 않는 마음을 잡음이라고 하며,
그곳에서 지니게 되는 몸과 입과 뜻의 업을 존재라고 하며,
그곳에서 지니게 되는 이러한 법들로써 일어나게 되는 법을 낢(生)이라 하며,
그곳에서 지니게 되는 모든 법이 변하고 달라짐을 늙음이라 하며,
그곳에서 지니게 되는 모든 법이 흩어져 없어짐을 죽음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차례]
차례가 있다 함은 비롯한다는 이치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인가?
저 인과는 끊어지지 않기 때문이니, 이런 이치 때문에 그 비롯함을 모른다.
[끊어지지 않음]
끊어지지 않음이라 함은 저 원인으로 인하여 끊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인가?
멀리서 왔다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또, 다만 열두 가지의 갈래로써 인연을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 온갖 함이 있는 모든 법도 인연이라고 한다.
[깊은 마음 등의 법은 차례가 있는가]
[문] 깊은 마음[深心] 등의 법에는 어떠한 차례가 있는가?
[답] 온갖 훌륭한 공덕을 성취하기 때문이며, 온갖 법 중에서 보리심을 잃지 않고 근본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는 무슨 뜻인가?
모든 보살마하살이 공덕을 수행하는 가운데서 저 깊은 마음을 말하여 근본으로 삼고,
모든 보살마하살은 깊은 마음을 성취하여 보리심을 잃지 않는 원인으로 삼으며,
깊은 마음과 같이 모든 행도 그러하여 자연히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수행하나니,
이로써 여래께서는 실답게 수행하는 차례의 이치를 나타내 보이려고 깊은 마음을 말씀한 뒤에 다음으로 행의 마음[行心]을 말씀하셨다.
또, 보살은 깊은 마음을 성취하고 행의 마음을 성취한 연후에 다른 이의 이익을 수행하나니,
이와 같은 훌륭한 이치를 나타내 보이려고 수행을 말씀한 뒤에 다음으로 버림의 마음[捨心]을 성취함을 말씀하셨다.
또, 보살은 계율을 지니고 보시하는 등의 실다운 수행의 형상을 훌륭한 법에 회향하므로 이러한 이치에 의하여 보살의 도를 수행하고 돕는 것을 나타내 보이나니,
그러므로 다음에는 회향을 성취함을 말씀하셨다.
또, 계율을 지니는 것으로부터 회향에 이르기까지는 정하여진 선한 뿌리가 아니므로 다음에는 훌륭한 삼매의 법을 나타내 보이려 하고,
중생들에게 인자함과 가엾이 여기는 등의 모든 선한 뿌리 중에 머무르게 하려 한다.
이런 이치 때문에 회향을 말씀한 뒤에 다음으로 크게 인자함과 가엾이 여기는 등을 성취함을 말씀하셨다.
이미 정하여진 법의 미묘한 즐거움과 선한 뿌리는 차치하고,
저 탐내고 집착하는 마음을 여의게 하려고 인자함과 가엾이 여김을 말씀한 뒤에 다음으로 방편을 말씀하셨다.
방편이 있기 때문에 지혜가 있어서 모든 법을 분명히 보며,
이런 이치 때문에 성문과 벽지불 지위에 떨어지지 않고 보살의 자리에 드나니,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방편을 말씀한 뒤에 다음으로 반야바라밀을 성취함을 말씀하셨다.
또 간략하게 말하면, 깊은 마음을 성취하는 데서 방편에 이르기까지는 도를 돕는 공덕을 성취함을 나타내 보이고,
마지막의 반야바라밀을 성취하는 데는 도를 돕는 지혜를 성취함을 나타내 보이셨다.
또, 깊은 마음을 성취하는 데서 방편에 이르기까지는 보리 공덕의 도를 성취함을 나타내 보이고,
마지막의 반야바라밀을 성취하는 데는 보리 지혜의 도를 성취함을 나타내 보이셨다.
또, 깊은 마음을 성취하는 데서 회향에 이르기까지는 계율의 몸을 성취함을 나타내 보이고,
인자함과 가엾이 여김의 두 가지 법은 선정의 몸을 성취함을 나타내 보이고,
방편과 반야는 지혜의 몸을 성취함을 나타내 보이셨다.
또, 깊은 마음을 성취하는 데는 바로 곧은 마음을 성취함을 나타내 보이고,
그 나머지 일곱 구절은 수행을 성취함을 나타내 보이셨다.
또, 깊은 마음을 성취하고 행의 마음을 성취함은 계율의 집[戒家]을 나타내 보이고,
버림의 마음을 성취하고 회향을 성취함은 보시의 집[施家]을 나타내 보이고,
크게 인자함을 성취하고 크게 가엾이 여김을 성취함은 적멸의 집[滅家]을 나타내 보이고,
방편을 성취하고 반야바라밀을 성취함은 지혜의 집[智家]을 나타내 보이셨나니,
이와 같이 걸림이 있거나 걸림이 없는 온갖 법을 다른 모든 수다라 중에서 자세히 말씀하신 줄 알아야 한다.
이 수다라는 모든 보살마하살의 계율 배우는 이치에 의하여 말씀하셨나니, 이와 같아서 모든 보살마하살의 8만 4천의 한량없고 그지없는 모든 법문들이 모두가 유사한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