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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중허마하제경 제11권
[급고독 장자]
이때에 급고독(給孤獨) 장자가 일이 있었으므로 왕사성에 이르러서 그 집을 지나가다가 밤이 되어 묵던 차에, 그 장자의 집 안의 늙은이거나 어린이들이 모두 잠도 자지 않고 음식이며 진기한 반찬들을 만듦을 보고서 괴이히 여겨 물었다.
“장자의 집에서는 나이 많은 이거나 젊은이들이 잠도 자지 않고 음식을 만드시는데 어디에 쓰시려 하십니까? 왕을 청하십니까, 대신을 청하십니까? 친척들을 위한 모임이 있는 것이 아닙니까?”
장자는 대답하였다.
“저는 왕과 대신을 청한 것도 아니고, 또한 친척이 모이는 일도 없습니다.
지금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셔서 1천의 성인들을 거느리고 이 나라에 노닐며 교화를 하시는데, 왕과 권속들과 대신과 일반 평민들이 모두 다 귀의하여 차례로 공양을 합니다.
저는 그 부처님과 성인들을 위하여 내일 아침에 재를 베풀 것이므로 바로 잠도 자지 않습니다.”
급고독 장자는 이 말을 듣고서 예사로운 일이 아니라고 감탄하며 또 다시 물었다.
“어떤 이를 부처님이라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저 석씨 성바지 중에서 정반(淨飯)이라는 왕이 있어 하나의 동자가 탄생하였는데, 이름이 실달다이십니다. 전륜왕 형상이 갖추었는데도 버리고 집을 떠나서 고행하고 닦아 익혀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셨는데, 이 분이 바로 부처님이십니다.”
또 다시 물었다.
“어떤 이를 성인들이라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찰제리가 있고 혹은 바라문에서 비사(毘舍)ㆍ수타(輸陀)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성바지의 선남자들이 부처님께 나아가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고 가사를 입고 올바른 마음으로 수행하며 법을 듣고 깨달아서 모두가 다 아라한의 도를 증득하였습니다.
이 분들이 바로 부처님을 따르는 1천의 성인들인데 제가 공양할 분이 바로 이 분들이십니다.”
급고독 장자는 이 말을 듣고서 몸의 털이 모두 곤두서고 기뻐하며 뛰놀면서 또 다시 물었다.
“나와 같은 자는 어떻게 하면, 그 부처님과 성인들을 만나뵐 수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내일 아침에 모두 저의 집에 오셔서 공양을 받으실 것입니다.”
급고독 장자는 비록 이런 말을 들었다 하더라도 마음이 미칠 것 같으므로 날이 밝기까지 기다리지 못하겠는지라, 부처님께 가려고 하였다.
때는 바야흐로 밤중인데 달은 밝으므로, 곧 문을 나가서 한림으로 나아갔다. 아직 닿기 전에 중도인데 달이 갑자기 구름에 가려지고, 또 하나의 문에 이르렀더니 감히 나아가지 못하겠는지라,
급고독 장자는 하늘이 어둑컴컴하여 곧 두려움이 생기므로 우두커니 서서 생각하기를,
‘사람 아닌 것 따위가 와서 나를 괴롭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마음에 되돌아가려고 하였으나 발이 떨어지지 아니하였다.
이때에 어떤 하늘사람이 소리를 내어 말하였다.
“장자는 가기만 할 것이요, 물러가려는 마음을 갖지 마시오. 오직 상서로움만이 있으며, 반드시 괴롭게 굴거나 어지럽힘은 없으리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치 백 개의 수레와 백 마리의 말을 갖가지로 장식하여 중생들이 보게 되면 사랑하고 좋아할 만한 이런 것을 보시한다 하여도, 부처님을 향하여 나아가는 한 걸음에 견준다면 16분(分)에 1만큼의 공덕도 못됩니다.”
또 다시 말하였다.
“장자여, 가기만 할 것이여, 물러가려는 마음을 내지 마시오. 오직 상서로움만이 있으며 괴롭히거나 어지럽히는 일은 없으리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치 1백의 금 코끼리를 뭇 보배로 장식하여 이를 보시한다 하여도, 부처님을 향하여 나아가는 한 걸음에 견준다면 16분에 1만큼의 공덕도 못됩니다.
장자여, 이에 백의 동녀에 이르기까지 진주와 영락의 뭇 보배로써 몸을 꾸미어 이를 보시한다 하여도, 역시 부처님을 향하여 나아가는 한 걸음에 견준다면 16분에 1만큼의 공덕에도 미치지 못하리다.”
이때에 그 하늘사람은 곧 몸의 광명을 내어 길을 비추되 그 문에서부터 똑바로 한림까지 닿았는데 마치 달이 한창 밝은 것과 같아서 다름이 없었으므로,
급고독 장자는 하늘 사람에게 물었다.
“바로 어떤 성현이기에 이런 일을 하실 수 있습니까?”
하늘 사람은 말하였다.
“나는 옛날 일찍이 사리자(舍利子)의 어머니 날아라(捺誐囉)입니다. 목숨이 끊어진 뒤에 4천왕의 세계에 났으며, 지금의 이름은 마도사건타마나바가(摩度娑健馱摩拏嚩迦)로서 이 문을 지키고 있으니, 의심하거나 염려하지 마시오. 장자는 가게 되면 반드시 상서로움을 얻으시리다.”
급고독 장자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찬탄하였다.
“장하십니다. 드물게 있는 일이십니다. 저는 이제 반드시 가서 부처님을 틀림없이 뵙겠습니다.”
급고독 장자는 또 다시 생각하기를,
‘만약 바르게 깨달으신 이가 세간에 나오심이 없으면 맨 위 가는 미묘한 법을 듣게 될 까닭이 없으리라’ 하고,
이에 장자는 그 광명을 받아 걸리는 바가 없이 똑바로 한림에 세존께서 머무시는 곳까지 이르렀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한림 밖에서 거니시고 계셨는데, 장자는 부처님의 거룩한 덕과 상호가 보통 사람보다도 다름을 보고서 곧 합장하고 물었다.
“바로 세존이시옵니까?”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셨다.
“그렇느니라.”
장자는 몸과 마음의 기쁨이 한량없으므로, 또 다시 물었다.
“세상에서 어떠한 사람이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나이까?”
부처님께서는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만약 사람의 마음이 고요하면
온갖 것에 편안히 잠을 잘 수 있으며
만약 사람이 애욕에 얽매이면
몹시 시달리며 마음이 그치지 않느니라.
더러운 욕심의 뜨거운 번뇌를 없애면
해탈이 되어 걸리는 바 없으니
마음과 뜻이 조복이 된 뒤면
휴식을 얻어서 편히 잘 수 있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을 말씀하시고서 급고독 장자와 같이 숲 속으로 들어가시어 부처님의 본래 자리로 돌아가시니, 장자는 곧 나아가 부처님 두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서 즐거이 법을 들으려 하므로, 부처님께서는 권하여 마음을 기쁘게 하셨다.
세존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보시하고 계율을 지님은 천상에 나게 되나니, 비록 다섯 가지 욕심이 자재롭다 하더라도 마지막이 되지 않느니라. 윤회를 면하려 하면, 마땅히 번뇌를 끊어야 하느니라.”
그리고는 선하고 악한 법을 널리 그에게 분별하시자 장자는 이 법을 얻어 듣고 전생의 선한 힘 때문에 깊은 마음으로 생각하며 번뇌가 즉시 없어지므로 마음의 기쁨이 한량없었다.
부처님께서는 이것을 아시고, 곧 그를 위하여 널리 괴로움ㆍ쌓임ㆍ사라짐ㆍ도의 4성제를 말씀하시니, 이때에 장자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4제(諦)의 이치를 증득한 것이 마치 깨끗한 흰 옷은 쉽게 그 빛깔이 물들며, 그 물을 들이는 대로 모두 훌륭하게 됨과 같았느니라.
장자는 법의 지견을 얻고 영원히 의혹을 끊으며 부처님ㆍ가르침ㆍ승가에 대한 깊은 믿음이 견고하여졌으므로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벗어 메며 합장하고 엎드려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부처님과 가르침이며 승가 등에게 귀의하겠사오며, 가까이 섬기는 이가 지닐 계율을 지녀서 영원히 살생하지 않겠나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장자에게 물으셨다.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장자는 대답하였다.
“저는 나라 안에서 조금의 재산이 있으므로, 혹은 가난하고 외로운 이들이 와서 구걸하면 제가 음식과 그 재산들을 보시하였더니, 나라 사람들이 저를 이름하기를 급고독(給孤獨)이라고 하옵니다.”
“그대의 나라 이름은 무엇인가?”
대답하였다.
“사위(舍衛)옵니다. 원하옵나니, 부처님과 대중들은 저의 나라에 오시옵소서. 장차 의복ㆍ음식ㆍ침구 ㆍ탕약 등의 온갖 수용을 평생 동안 받들어 베풀겠사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장자여, 나와 비구들의 수가 천 사람이 넘는데, 거기에는 정사가 없거니 어디에서 편히 머무르겠느냐?”
장자는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만약 왕림만 하신다면, 급히 세우겠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크게 사랑하시어 저의 청을 어기지 마옵소서.”
부처님께서 잠자코 계시자, 급고독 장자는 부처님께서 잠잠함을 보고 이미 청을 받으신 것으로 알고서 기뻐 뛰놀며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돌고서 물러났다.
이에 장자는 왕사성에 들어가 경영하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면서 다시 한림으로 나아가 부처님과 대중을 청하였다.
“정사는 염려 마시옵고, 원하옵건대 빨리 강림하옵소서.”
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 날부터서 온갖 것을 정지하고, 사위성의 안팎을 두루 돌아다니며 아주 훌륭하고 깨끗한 땅을 구하여 정사를 세워서 부처님과 승가를 계시게 하려 하였는데, 오직 기타 동자(祇陀童子)가 지닌 동산만이 가장 훌륭하였었다.
왜냐하면 이 동자의 동산은 그 땅이 넓고 여러 더러운 것이 없으며 대나무와 나무가 우거지고 샘과 못이 깨끗하며 차가운 바람과 더운 기운이 모두 침입할 수 없고 또 모기ㆍ등에 등의 독을 품은 벌레가 없으며 오직 상서로운 날짐승ㆍ길짐승들이 있고, 또 다시 왕의 성에서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을뿐더러 법을 구하는 사람이 아니면 여기에 이를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정사를 지으면, 이야말로 가장 훌륭하겠구나’ 하며 생각을 하여 마치고,
즉시 동산의 주인 기타 동자에게 가서 말하였다.
“동자여, 괴이히 여기지 마십시오. 나에게는 좋은 일이 있는데 들려 드리려 합니다. 동자여, 감히 진술하는 말씀을 용납하시겠습니까?”
동자는 말하였다.
“일이 있으시면 말씀하십시오.”
장자는 일어나 서서 동자에게 말하였다.
“이 동산을 사려고 합니다. 장차 세존과 천의 성인들을 위하여 정사를 세워서 편히 머무시도록 청해야겠습니다. 당신께서 만약 허락하시겠다면, 값은 곧 말씀대로 만들겠습니다.”
기타 동자는 장자에게 말하였다.
“온갖 것은 할 수도 있지만 오직 동산만은 말씀 마십시오.”
장자는 또 말하였다.
“나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건대, 온갖 것은 무상해서 주장할 것이 없다 하셨습니다. 견고하지 못한 법을 응당 견고한 것으로 바꾸어 하리라.”
동자는 대답하였다.
“내가 알 바가 아닙니다. 다시는 말씀하지 마십시오.”
장자는 또 말하였다.
“부처님이란 만나기 어렵지만 동산은 곧 구하기 쉽습니다. 이제 망설이시면 뒤에 보시하려 해도 미치지 못하리다.”
기타 동자는 비록 이런 말을 들었다 하더라도 마음은 아직 버릴 수가 없었으므로, 이에 언약을 하되 저 장자를 골탕 먹게 하려고 말하였다.
“당신이 금으로써 가득히 그 땅을 깔 수 있다면, 저는 당신에게 주어서 멋대로 하게 하겠습니다.”
장자는 사실인 줄 알고 아직도 참으로 믿지 못하겠다고 두려워하면서 말하였다.
“동자여, 만약 그렇다면 시관(市官)이 들을 수 있게 하여 양편이 뜻을 지켜서 번복이 없게 해야 하겠습니다.”
동자는 같이 시관에게 들리자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에 4천왕은 멀리서 이 일을 알고,
‘부처님께서 지금 세상에 나오시자, 사위성중에 급고독 장자가 기타 동산을 사서 정사를 이룩하려 하는구나. 두 사람이 서로 의논하여 시관을 입회시키려 하니, 나는 이제 몸을 변해서 그 일을 성사시켜 주리다’ 하고,
천왕은 몸을 변해서 시관이 된 뒤에 저자 가게에 와서 엄숙히 바라고 있자 급고독과 동자가 다가왔다.
두 사람이 닿은 뒤에 급고독이 먼저 말하였다.
“나는 저 동산을 사서 정사를 세우려 합니다. 황금을 두루 그 땅에 편다면 즉시 나에게 준다고 하기에 이제 와서 입회를 세우려 합니다. 이 값은 어떠 합니까?”
시관은 말하였다.
“두 사람의 마음에 이렇다 저렇다 함은 없습니까?”
대답하였다.
“이미 작정한 것입니다.”
시관은 말하였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동자는 금을 거두시고 장자께서는 동산을 가지십시오.”
동자는 잠잠하며 다시 어기거나 뉘우침이 없었다.
장자는 그 날부터 급히 수레와 코끼리와 발 등의 종류며 종에 이르기까지 황금을 운반하여 곳곳에 깔기를 마쳤는데, 오직 전면의 조금만 아직 채워지지 못했으므로 장자는 생각하였다.
‘어느 곳간의 금을 가지면 이 땅에 다 펼 수 있을까.’
이러할 즈음에, 동자는 말하였다.
“당신이 벌써 뜻을 돌리셨다면 금을 거두십시오.”
장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뜻을 돌리는 것이 아니고, ‘어느 곳간의 금이면 이 땅에 다 펼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었소. 이 일 때문에 잠시 동안 헤아렸을 뿐이오.”
동자는 생각하기를,
‘기특하도다. 장자여, 이런 큰 재산을 버리면서까지 부처님과 승가를 위하여 정사를 세우시다니’ 하고,
또 다시 생각하기를
‘내가 일찍이 듣건대 만약 바른 깨달음이 세간에 나오시지 않으면 일체 중생들은 바른 법을 듣지 못한다 하였다. 이 보시를 도와야하는 것이 이치에 반드시 맞겠다’ 하고,
곧 장자에게 말하였다.
“다시는 금을 가져오지 마십시오. 이 땅은 드리겠으되 저는 문을 지어 보시하겠습니다. 아름다움이 함께 이루어지면 공덕 또한 원만하리다.”
장자는 대답하였다.
“나에겐 금이 없는 것은 아니로되, 동자께서 그러하신다면 참으로 매우 잘한 일입니다.”
그리고는 금 깔기를 그만두고서 바야흐로 공사를 명하려 하는데 외도가 모두 알고 급히 와서 헷갈리어 어지럽히면서 장자에게 말하였다.
“구담 사문은 지금 마갈타국 왕사성에 살고 있지만, 이 사위성의 땅만은 귀하고 이름이 높아서 그의 살 바가 못됩니다. 정사를 세우지도 말며 영접하여 청하지도 마십시오.”
장자는 왈칵 성을 내며 외도에게 대답하였다.
“이 사위성은 그대들의 있을 바가 아니로타. 무엇 때문에 그대들은 일에 상관하느냐?”
외도들은 듣고서 마음에 따르지 않을 것으로 알고 다시 왕에게 나아갔었으나 왕 또한 허락하지 않는지라, 여러 외도들은 부끄럽고 무색해서 마음에 아주 괴로워하였다.
다시 장자에게 나아가 말하였다.
“우리가 먼저 말한 바는 동산 때문이 아니었소. 다만 그들과 우리는 같이 닦지 못합니다. 장자께서 오늘 만약 이를 굳이 고집하신다면, 이야말로 아뢸 것이 있으니 청컨대 서로 어기지 마십시다.
우리가 듣건대, 구담에게는 큰 제자가 있어서 먼저 이미 여기에 도착하였다 하니, 함께 이치를 논란하여 곧 낫고 못함을 가리어야겠습니다. 만약 그가 이기게 되면 정사를 지을 수 있되, 만약 그가 이기지 못하면 무엇 때문에 영접하며 청하겠소? 우리가 이번에 말한 바에 당신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장자는 말하였다.
“그 말씀 매우 좋습니다. 만약 틀림없이 낫고 못함이 결정된다면, 족히 의지할 수 있는 맑고 흐림이 반드시 분명해지고 참과 거짓이 가려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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