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강정에 한살림 우렁각시님들 오시는 날.

제가 조금 늦은 시간에 삼거리 도착하니 이미 한살림 우렁각시님들이 열심히 음식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고사리육개장과 시금치 겉절이, 잡채였습니다.
우렁각시분들은 지난번에 오셨던 분들도 계셨고 처음 뵙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뭐 제가 꾸준히 우렁각시님들과 활동한 것이 아니니 저도 잘은 모르지만요.
아! 한살림 우렁각시님들을 간략하게 소개하면요. 시작부터 주민 동의 없이 조작과 편법으로 시작된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마을공동체가 무너지고 자연이 파괴되는 강정마을을 한 살림방식으로 돕기 위해
제주한살림이 기획하고 봉사하며 전국의 한살림회원님들이 동참하고 후원하는 봉사단체 이름입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봉사라기보다는 나눔이라고 표현해야 알맞을 듯합니다.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후원, 봉사, 나눔은 사랑과 평화, 즐거움과 기쁨, 행복과 감동을 불러오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것들은 크고 거창하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이 평화고,
추운사람에게는 따뜻한 차 한 잔과 따뜻한 옷이 기쁨이겠지요.
외로운 이들에게는 따뜻한 관심과 진실 된 마음의 벗이 행복일 테고요.
돈이 많고, 힘세고 권력이 많아도, 존경받고 똑똑해도 주변의 아이들처럼 매순간 재밌고, 웃고, 행복해 하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볼 때면 행복과 기쁨과 평화는 거창하고 크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곧 깨닫곤 합니다.
강정주민분들을 제외한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고 있는
평화지킴이들과 성직자 분들은 대부분 강정마을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아닙니다.
고향마을이 아니기 때문에 그곳에서 나고 자란 주민 분들과 달리
사람이 생존해나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들인 의식주 문제에서
주민 분들보다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종종 듣고 봅니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는데 난방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지킴이들의 숙소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식사를 삼거리 비닐하우스 식당에서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 바뀌거나 아예 없는 날도 있는 주방 보조하는 사람과
마을주민 한 분이서 매끼마다 불규칙적으로 달라지는 사람들의 식사량을 준비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간 아무런 대가 없이 몇 년간을 쭉 구럼비할망물 식당부터 삼거리 식당까지 지켜주시던 종환삼촌도
식당 바로 옆 공사장에서 쉴 새 없이 들려오는 공사장 소음과 굉음 그리고 구럼비바위를 발파하고
깨트리는 중장비들 소리에 쌓일 대로 쌓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지라
휴식이 누구보다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인데
늘 삼거리 식당에서 식사준비를 해 주시느라고 지칠 대로 지치셨습니다.
누군들 강정마을에서 재대로 삶을 살고 있겠느냐마는…….
이렇듯 지킴이들과 종교계분들 각종 국내외 손님들의 식사가 어렵게 어렵게 이루어지는 이곳 강정에
건강한 한살림 음식 재료로 정성껏 식사를 준비해 주시는 우렁각시분들이야말로
강정에 따뜻한 생명을 나눠주시는 분들입니다.
올해 4월부터 쭉 한 달에 2번씩 이어지는 나눔은 더 자주 더 기쁘게 더 행복하게 이루어지길
우렁각시님들과 지킴이분들이 바라는 바인데 후원으로 장만되는 재료값이 넉넉하지 않아
더 자주 나눔 하기가 힘들다고 안타까워하십니다.
이분들의 소중한 밥 한 끼 나눔이 강정사람들에게는 이름 그대로(우렁각시)
잘 모르고 생소해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는 사람은 잘 압니다.
한살림에서 한 살림 음식재료로 회원 분들이 직접해준다는 사실에 고마워하며 맛있게 먹습니다.
정말 맛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다음 번 우렁각시 오는 날을 기다립니다.
한 살림이라는 단체와 우렁각시님들이 워낙에 이러한 나눔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선전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설령 그런 마음이 있더라도 워낙 서툴기에 멋쩍고 쑥스럽고 그렇습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오늘의 점심은 제주한살림 우렁각시님들이 해주신 거라는 사실을 아는 지킴이 분들이 알아서
주변 사람들과 신부님들께 오늘의 요리는 우렁각시님들이 나눔 해주신 거라고 이야기 해줍니다.
삼거리 식당으로 식사하러 오시는 분들을 위해 식당에 남으셔서 마지막 수고를 하시는 우렁각시님들 대신해
현장에 홍보 사진을 목적으로 따라간 제가 우렁각시님들의 나눔에 대한 고마움을 대신 받았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여성분들이 평화를 더 잘 알고 일상에서 더 잘 실천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의 본성 자체가 평화롭다고 생각하고요.
남자들이야 사냥하고 전쟁하고 빼앗고 모험하고 부수고 만들고 떠돌아다니는 그런 생활이 유전적으로
박혀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 강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곳에 상주하고 해군과 공사업체의 편의를 봐주는 경찰들만 봐도 남성이 대부분이고
여성경찰은 남성경찰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형편입니다.
반대로 이곳 강정지킴이들은 여성이 남성지킴이 분들에 비해 더 많이 있고요.
여성분들이 더 평화롭고 자연스럽게 연대하고 뭉치며 함께 나누고 지켜내는 것을 자주 경험합니다.
제가 전라도 부안살적 기억을 떠올려도 핵폐기장 반대운동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가장 먼저알고
먼저 행동하며 열성적으로 앞장서서 반대운동을 이끌어갔던 분이 여성분이었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성공적으로 막아낸 부안 핵폐기장 반대운동에 동참할 수 있게 된 주된 이유 중에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완전무장한 경찰들과 대치상황에서 격하게 달아오르던 경찰과 군민들 간의 충돌 순간들을
우리의 어머니들이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경찰들의 방패 앞에 제일 앞장서서 그 상황을 진정시켰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들이 집에서 해 오신 음식을 얼굴도 모르는 주변분들 과 서로서로 나눠먹으며
음식과 함께 사랑을 나누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 강정마을에서 투쟁 못지않게, 아니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 자칫
투쟁현장속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사랑과 마음의 평화를 건강한 먹거리로 정성껏 준비해주시는
우렁각시님들의 따뜻한 밥 한 끼가 날마다 상처받고 폭력 앞에 노출된 이들에게 몸도 마음도 보듬어 주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의 다양하고 소소한 소통들이 재미있고 즐거운 삶의 훌륭한 재료이듯이
평화도 소소한 것들처럼 보이는 일상과 주변의 것들에서 나오며
그것들을 나누면 많은 ‘힘’들이지 않고도 평화가 찾아오리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 여성들의 삶과 투쟁에서는 영웅이 없습니다.
모두가 평등했고 모두가 영웅이었습니다.
음식에도 영웅이 없습니다.
사람들 제각각의 음식 취향은 있겠지만 음식자체에는 영웅이 없습니다.
그래서 고루 나눌 수 있고요.
차이가 차별이 되면 이것과 저것을 나누는 분리가 되고 분리는 곧 경쟁과 다툼을 일으킵니다.
저는 사람을 만나면 술 한 잔 하자는 말보다 밥 한 끼 하자는 말을 좋아합니다.
맛있는 밥을 천천히 먹으며 상대방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술보다는 밥이 몸을 살리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모든 생명은 살길 원합니다.
우리가 한 톨의 쌀알에서 바람의 맛을 음미 할 수 있고 햇볕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면…….
한 젓가락의 반찬으로 아침 이슬의 투명하고 맑음을 마시고 봄여름 가을의 꽃향기와 벌들의
붕붕거리는 작은 날갯짓의 합주를 들을 수 있다면…….
한 숟가락의 국에서 무한한 대지의 온기를 느끼고 건강한 밭에 사는 작은 곤충들의 작은 몸짓과 걸음걸이,
농부님들의 투박하고 단단한 손길과 땀방울들을 맛볼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하나.
한 생명.
한살림을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살길 원할 때 그것이 곧 평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렁각시님들이 나눔 해주신 밥과 반찬, 국을 가지런히 제각각 식판에 양껏 담고서
해군기지 사업단정문 앞에서, 나무 그늘에서, 할망물 다방 뒤에서,
도란도란 어떤 이는 내리쬐는 햇빛을 가리려 우산을 펼쳐들고, 어떤 이는 온 몸으로 햇빛을 받으며,
무심히 지나가는 차량과 같은 검은 아스팔트 길 도로위에서 검은 옷을 입은 해군과 건설업체 용역들의
시선을 받으며 묵묵히, 그리고 조용히, 밥을 꼭꼭 씹어 소중히 삼킵니다.
사업단 정문 앞에서 식사중 나와 눈이 마주친 양윤모 형님은 까맣게 탄 얼굴에 동그랗고 하얀 눈으로
나에게 밥 먹었냐는 눈길을 보냅니다.
고맙습니다.
함께해주셔서…….
나눠주셔서…….
관심 가져 주셔서…….
한 살림이란: 한살림은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에서
자연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는 마음으로 농사짓고 물품을 만드는 생산자들과 이들의 마음이 담긴
물품을 이해하고 믿으며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함께 결성한 생활협동조합입니다.
한살림은 생명농업을 바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운동을 펼치며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 절제된 소비, 자연과 조화를 이룬
생활문화를 통해 생명을 살리고 지구를 지키는 뜻 깊은 생활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강정마을 밥 나눔팀 우렁각시 후원계좌:농협 355-5988-5988-33 한살림제주
http://jeju.hansalim.or.kr/?p=2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