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들르는 제 수다방이네요.
그동안 바쁜 것처럼 살아왔는데 뒤돌아 보면 그렇게 바쁘게 산 거 같지도 않고..
그냥 게을러서 제 사는 얘기도 못 전했네요.
한국의 미용인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저는 여기서 여름에 휴가를 낼 수 있어요.
솔직히 여름 말고도 별로 바쁘지 않은 달에는 2-3주 휴가를 낼 수 있답니다.
뭐 제가 근무하는 살롱 원장이 그렇게 엄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른
스타일리스트분들이 다들 그렇기에 저도 평등하게 그렇게 할 수 있지요.
저는 여름에 굉장히 바빠지기에 대부분 휴가는 좀 가을로 미루는 편입니다.
이번에도 9월에 휴가를 냈지요.
시아버님, 남편, 친구, 저 이렇게 넷이 바다낚시를 하러 갔지요.
전 선샤인 코스트에 사는데 지금 지도에서 보시다시피 밴쿠버에서 좀 떨어져 있지요. 포트 하디에 가기
위해서는 여객선을 두 번 갈아타야 합니다. 한 번은 파월 리버로 가는 걸 타고 거기서 캠벨 리버로 가는 걸로
갈아타지요. 그리고 캠벨 리버의 코막스에 도착하면 거기서 포트 하디까지 거의 3-4시간 정도를 운전하고 가야
합니다.
제가 아침 7시에 출발 했는데 저녁 6시가 되어서야 그곳에 도착했으니 하루 종일을 로드트립으로 보낸 겁니다.
하지만 길에서 보내는 시간은 낚시를 해보시면 그 지루함은 싹 잊으실 수 있어요.
첫쨋날 새벽 5시에 일어나 낚시갈 준비를 합니다. 모두가 든든하게 차려입었습니다. 겹겹의 옷들을...
이곳은 비가 자주 내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어서 우비도 꼭 준비해야 하지요. 우비까지는 못 챙겨 갔지만
그래도 방수점퍼 안에 티에 셔츠에 거의 오겹을 됐을 겁니다. 그래야 추위와 우기에 견딜 수 있지요.
깐깐해 보이는 비앤비 아주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고 비오는 날씨에도 낚싯배에 올라탔습니다.
서른이 넘으면서 점점 공주가 되어가는 제가 이렇게 비릿내 나고 비까지 맞아 가면서 이런 모험을 하고 있냐구요?
작년에도 이맘때쯤 새벽 7시부터 남편과 시아버님과 바다낚시를 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암튼 비까지 오는 건 좀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긴 했지만 저 멀리 바다 깊숙히 까마득한 곳에 내가 정말
잡고 싶은 물고기가 살고 있고 내 손에 잡히면 더 좋은 거고 암튼 그런 생각을 하니 신이 나더군요...
거의 1시간을 스피드가 좋은 보트를 타고 나갔습니다. 이제는 육지도 잘 보이지 않아요.
그곳에서 레드스냅퍼(도미), 링카드 이것들을 잡았습니다.
이 고기들은 여기에 많아선지 한 사람당 한계가 하루에 4마리 정도 입니다.
이 고기 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연어나 넙치는 수량이 한 사람당 하루에 연어의 경우 2마리, 넙치는 1마리 입니다.
잡기도 힘들지만 흔해도 사람들이 많이 원해서 한계를 그렇게 잡아 놓은 거 같더라구요.
첫날은 연어랑 넙치는 많이 잡질 못했습니다.
두쨋날 저희 목표는 연어와 넙칩니다.
스프링 연어
연어와 넙치
연어는 그리 깊지 않은 곳에 살지만 좀 깐깐한 고기라서 잡기가 힘들고 넙치는 바다 깊은 곳에 살아서
잡기가 힘들어요. 많이 잡히지도 않구요.
첫날은 좀 경험이 부족한 사람과 낚시를 가서 많이 잡지 못했지만 둘쨋날은 경험이 많은 분과 가서 바로바로
잘 잡았어요. 그렇게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바로 잡혀줘서 고기한테 너무 고마웠다는..
뭐 비용으로 따지자면 한 사람당 2백만원 정도 있어야 비앤비에서 자고 먹고 하는 것과 가이드와 보트로 낚시하는
비용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가는데 오는데 기름과 여객선 탈 때 비용 등등도 포함되겠죠.
암튼 비까지 맞아가면서 일년치 먹을 생선을 다 잡았습니다. 우리집 냉동고 반은 신선한 바닷 생선으로 꽉 차있지요.
그걸 볼 때마다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ㅎㅎㅎ 낚긴 고기한테는 미안하지만.. ㅎㅎ
어쨋든 좋은 휴가였던 건 틀림 없었어요.
캐나다 오시게 되면 밴쿠버 아일랜드의 포트 하디로 낚시 여행을 권해요. 낚시 좋아하시면 가볼만한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