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 온 땅과 삶 속으로...
이 전시는 전라북도 김제시 광활면에서 평생을 보낸 농가(農家)의 삶을 재구성한 것이다. 광활면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아베후사지로(阿部房次郞)의 동진농장주식회사가 만든 간척지이다. 조수가 드나들던 갯벌에 방조제를 쌓고 각지에서 이주민을 모아 집단농장체제의 인위적인 마을을 만들었다. 당시 이주농이었던 부모 손에 이끌려 이 곳에 들어왔던 꼬마들이 자라 농사짓고 자손들을 키우며, 백발노인이 되어 현재까지 살고 있다. 이들 삶의 과정은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를 극복하고 현대사의 변화를 겪으면서 살아온 우리 근현대사를 그대로 담고 있다.
전시는 ‘만들어 온 땅 -바다를 땅으로’ · ‘만들어 온 삶-농부 김씨의 한평생’ · ‘변해가네’의 세 부분으로 구성하였다. ‘만들어 온 땅 -바다를 땅으로’에서는 일제강점기 간척에 의해 만들어 진 이 지역 땅의 역사를 보여주는 자료와 사진들이 전시된다. ‘만들어 온 삶-농부 김씨의 한평생’에서는 소년기부터 청·장년기를 거쳐 현재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삶의 여정을 시기별로 전시하였다. 일본식 교육을 받았던 이야기며, 제방을 막아 생겨난 땅을 지키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힘썼던 이야기, 시골마을에서의 여성들의 삶, 자식들 키운 이야기, 나이 들어 땅을 소작 주고 소일하며 보내는 요즈음의 일상까지 전시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현지 면담조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현지민들과의 인터뷰영상을 통해 각 부분의 내용을 전달한다.
‘변해가네’의 부분에서는 농사일의 변화와 마을의 변화모습을 볼 수 있다. 농사이야기는 20세기 초부터 1980년에 이르는 농기구가 관련자료화면과 함께 전시되어 도시민들에게 낮선 농기구들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농업기계화의 첨병이라 할 수 있는 경운기는 1962년 대동농기계에서 처음 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 전시에는 제2호 경운기(1968년 제작)가 전시된다. 그 외에도 시골마을의 변화와 지금의 시골풍경, 노인들의 일상도 영상으로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또한 박물관 뮤지업샵에서는 광활면 현지에서 수거해온 폐품을 활용하여 만든 문화상품이 전시된다. 옥포리 이씨네서 가져온 비료포대가 파일커버로 탈바꿈했고, 삭아서 날이 사라져버린 삽자루는 시계가, 이 빠진 낫은 휴지걸이가 됐다. 모두 농사일에 쓰였던 것들이다. 이제 제 역할을 다 하고 버려진 것들, 촌로들의 땀과 손길이 묻어있는 농사용품들이 소비도시 한 복판에서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여 새로운 생을 시작하게 된다.
유난스러운 것 없는 촌로들 삶이 갖는 특별한 의미
한반도 어디나 농촌과 농민들의 일상과 삶은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이 곳 사람들의 삶이 그리 유난스러운 것은 없다. 이 전시는 바로 이 특별할 것 없는 촌로들의 평생 여정을 함께 해 보는데 의미를 둔다. 시골에 고향을 둔 어른들은 지나간 앨범을 보며 회고하듯이 우리의 할머니․할아버지, 어머니․아버지인 그들의 지나온 삶을 보면서 그저 묵묵히 밥상을 채우기 위해 살아온 그들의 특별할 것 없는 한 평생이 자식들 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현대의 한 부분으로서 의미가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
첫댓글 이 전시는 '나의 삶, 나의 역사'와 관련해서도 볼만한 전시인 듯 합니다. 관심가지고 돌아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