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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1월 30일 목요일 비, 바람, 비바람, 맑음.
눈을 떠보니 밖이 훤하다. 숙소 창밖으로 밖을 내다본다. 동이 튼다. 건물들 사이로 햇살이 들어온다. 숙소를 둘러본다. 오래된 숙소인지 전기 코드 모양이 여러 가지다. 구멍이 세 개짜리도 있고 두 개짜리도 보인다. 전기 코드를 꼽아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소시지와 누룽지다. 짐을 쌌다. 이제는 처음 키프로스에 도착했던 라르나카로 다시 간다. 걸어서 해안가 도로 Spyrou Araouzou 거리로 간다. 인터 시티 버스를 타는 정류장이 있다는 Spyrou Araouzou 거리로 왔다.
인터시티 표시가 있는 작은 표지판을 찾고서 반가웠다. 기온이 싸늘하더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제법 많이 내린다. 정류장 비 가림으로 들어가 피를 피한다. 벽에는 호스텔 광고지가 붙어있다. 한 달 숙박비가 250유로(약 30만), 하루 숙박비가 13유로란다. 어떤 곳인지 모르겠지만 저렴한 숙소인 것 같다. 라르나카 행 초록색 인터시티 버스가 도착했다. 9시 45분 출발이다. 요금은 두당 4유로다. 약 한 시간을 달려간다. 창 밖 풍경은 많이 익숙해진 모습이다. 라르나카에 도착했다.
전에 타고 내리던 정류장, 해변 도로 정류장에 도착했다. 피니코우데스 비치와 붙어있는 프로미네이드 거리에 도착한 것이다. 예약해 둔 숙소를 찾아간다. 우리가 걷고 있는 거리에 있는 9 Muses Hotel이다. 골목길로 들어서니 호텔 상호가 보인다. 2층으로 이루어진 작은 규모의 호텔이다. 규모는 작지만 아주 고급스러운 외관이다. 깨끗하다. 체크인을 한다. 2층으로 올라가니 식당과 방들이 보인다. 음악의 여신, 9 Muses, 라파엘로의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이탈리아의 화가 라파엘로가 그린 바티칸 성당의 4개의 방에 그린 그림 중의 하나다. 프레스코화인데, 파르나소스라는 제목을 갖고 있다.
이 그림은 고대와 르네상스 시대의 시인들이 ‘헬리콘 산(아폴로 및 뮤즈가 살던 곳이라고 전해짐) 정상에 앉아 있는 ’아폴론‘를 중심으로 뮤즈와 함께 모여 있는 것을 그린 것이다. 중앙이 파르나소스 산의 정상이고 월계수가 자리 잡고 있으며, 아폴론이 비올라를 켜며 앉아있다. 아폴론을 중심으로 9명의 뮤즈가 있다. 파르나소스는 시의 영역인 진, 선, 미의 덕목 중, 미를 나타낸다. 호텔 실내 장식이 온통 음악과 관련이 있다. 고풍, 고급스러운 것이 예술적이다. 우리 방에도 액자가 걸려 있는데 트럼펫이 그대로 액자틀에 들어있다.
작은 테라스로 나가보니 탁자와 의자가 준비되어있다. 해변이 보인다. 아래 골목은 오래된 상가들이 이어진다. 주인 영감님은 엄청 친절하다. 마침 점심때가 된 것 같은데 우리에게 오렌지 주스를 한 잔 대접해 주더니 이내 식사를 차려준다. 치즈와 버터, 빵, 바나나와 사과 등 풍성하게 차려주셨다. 아담하고 깨끗한 주방에 깨끗하게 차려진 음식이었다. 감사하고 기분 좋게, 예상치 못한 공짜 식사를 했다. 라르나카를 둘러보기로 했다.
라르나카는 키프로스의 키티 곶과 필라 곶 사이의 만에 있는 현대도시로, BC 13세기에 미케네인들이 세웠고 후에 비잔틴 사람들이 재건한 고대도시 키티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키티움은 스토아학파의 창시자인 그리스 철학자 제논이 태어난 곳이다. 현재 지명은 그리스어로 유골단지라는 뜻으로 이곳에 묻혀 있는 많은 묘지를 연상하게 한다. 투르크 점령시기(1571~1878)에 개발된 현대식 항구는 1974년 터키가 키프로스 북부를 점령하여 키프로스의 주요항구인 파마구스타 항을 폐쇄했을 때 확장되었다.
작은 배는 부둣가에 대며, 좀 더 큰 배는 정박지에 닻을 매어 두고 거룻배나 1977년 완성된 2개의 부교를 이용한다. 니코시아 국제공항이 폐쇄된 후 1974년 임시공항으로 문을 연 이래 확장되어온 라르나카 국제공항이 있다. 이스라엘 베다니의 라자로(나사로)가 다시 살아난 후 정착해 첫 번째 주교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으로 그의 이름을 딴, 라르나카 최대의 교회가 있다. 1625년에 세워진 투르크 요새 안에 건립한 지역 박물관에서는 고고학적 발굴 작업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라르나카 주는 북쪽으로 니코시아와 파마구스타, 서쪽으로 리마솔, 동쪽으로 데켈리아 영국령 기지지역, 남쪽으로는 지중해를 경계로 한다. 우리는 먼저 고대 수로인 Kamares Aqueduct를 찾아가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는 그냥 걸어서 가기로 했다. 지도를 보고 길을 정했다. 먼저 나사로 교회를 거쳐 간다. 위스키 가게 앞에는 조니 워커의 황금색 지팡이를 들고 걷는 동상이 있다. 중년의 신사 동상도 벤치 옆에 있다. 함께 앉아서 사진을 찍는다.
골목길을 빠져나가 큰 도로에 들어서니 오래된 정교회(Panagia Faneromeni)가 나온다. 새로 지어진 아주 웅장하고 멋진 교회다. 그 앞에는 역사가 오래되 보이는 종탑이 있는 교회(Old church Panagia Faneromeni)도 같이 있다. Letter Box 6019라는 노란색 우체통이 아주 귀엽게 자리 잡고 있다. 호수 가까이에 있는 예쁜 교회도 만났다. 호수가 교회 Agios Charalambos는 지붕에 돔은 없지만 종탑은 보인다. 그리스 국기가 걸려있다. 거리를 걷다가 가로수로 심겨진 오렌지 나무 밑에서 커다란 오렌지를 하나 주웠다.
아주 싱싱하다. 까서 한 조각 입에 넣으니 아주 새콤달콤하고 먹을 만했다. 가로수가 오렌지 나무와 레몬 나무들로 잘 가꾸어져 있다. 공사 중인 로터리에는 키 큰 야자수 세 그루가 심겨져 있다. 바람이 불면 곧 쓰러질 것 같은 높이다. 종합운동장(Grigoris Afxentiou Stadium)을 지나 드디어 고대 수교(Kamares Aqueduct)에 도착했다. 로마시대에 지어진 것인 줄 알았는데 1947년 오스만 투르크 시절에 지어진 것이란다. 터키의 권력자 아부 베키르 파샤 (Abu Bekir Pasha)에 의해 라르나카(Larnaca)시와 트레미토스 강(Tremithos River)을 연결하여 심각한 물 부족을 해결했다.
그는 나중에 키프로스의 통치가가 되었다. 오스만 시대의 큰 공사 중 하나였단다. 75개의 아치 모양을 갖고 있는데 전체의 길이는 10km 정도였단다. 제일 높은 곳은 25m이고 18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 30년대 까지도 사용했단다. 카마레스는 터키 지배 시대의 역사적 기념비로 1961년 키프로스의 옛 화폐 리라의 뒤쪽에 그려지기도 했단다. 수로가 좁고 길어 보인다. 넓은 초원이 있는 공간 위로 지나는 수로는 참 보기 좋다. 아치를 통해 보이는 건너편 도심의 모습이 그림처럼 들어온다. 하늘이 파랗고 노란들꽃이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구경하는 이가 우리 밖에 없었는데 어느새 젊은 커플이 와서 사진을 찍고 있다. 고대 수로를 여러 모양으로 살펴본 후에 우리는 홍학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고대 수로 남쪽에 있는 커다란 호수를 탐방하러 간다. 작은 오솔길로 이어진다. 호수에 가까이 가니 엄청난 갈대숲이 오솔길 양 옆으로 가득하다. 갈대라고 해야 하나 억새라고 해야 하나, 옆에서 걷던 아내가 설명해 준다. 갈대란다. 갈대와 억새의 차이점중 하나는 자라는 곳이 다르단다. 갈대는 습지나 물가에서만 자라고 산에서는 자라지 못하는 반면 억새는 산이나 물에서 모두 자란단다.
물 억새는 있으나 산 갈대는 없단다. 그러니 산에서 자라는 것은 무조건 억새이고 물에서 자라는 것은 대부분 갈대라고 설명해 준다. 또 갈대와 억새의 차이점은 키를 보면 알 수 있단다. 갈대는 키가 2m이상 크며 억새는 높이가 사람 높이보다 작단다. 여기는 우리키보다 엄청 크다. 선인장이 뭉쳐 피어있는 군락지도 지나간다. 길은 촉촉하게 젖은 진흙길이다. 호수가 바람과 함께 나타난다. 여기는 야생 동물 보호 구역으로 소금 호수(Salt Lake Larnaca)란다. 참 독특한 장소다. 자연 속에 산책길이 참 좋다. 가끔 벤치도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가족을 만났다. 낮게 활주로에 도착하고 뜨는 비행기가 자주 보인다. 호수 건너편에는 오래되 보이는 모스크가 보인다. 호수 전체를 한 바퀴 돌아보려면 걸어서 거의 3시간을 걸어야 한단다. 약 15km 정도 된단다. 엄청 큰 호수인데 그렇게 깊어 보이지 않았다. 멀리 보이는 홍학 떼를 발견하고 우리는 흥분했다. 볼리비아 우유니에서 칠레로 넘어가면서 보았던, 가까이 보던 홍학을 기대했는데 여기는 너무 멀다. 그런데 그 수가 엄청나다. 아마도 수백, 아니 수천마리가 되는 것 같다. 고맙게도 겨울에만 볼 수 있단다.
행여나 홍학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까 기대하며 뷰포인트에서 한참을 쳐다보았다. 호수 물은 탁했다. 바람에 물결이 심하게 요동친다. 누런 진흙은 물에 젖어 미끄러웠다. 홍학 무리는 점점 가까이 오는 것 같지만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았다. 눈이 빠지라고 쳐다보다가 할 수 없이 돌아섰다. 호수를 오른쪽에 끼고 산책길을 걸어서 간다. 가끔 무리에서 떨어진 홍학 서너 마리가 가까이 비행을 해 주어서 반가웠다. 날씨가 흐려 곧 비가 내릴 것 같이 구름이 가득하다. 멀리 풍력 발전 바람개비가 돌아간다.
쥐를 잡는지 집중하고 있는 고양이도 만났다. 해안가 도로에 도착했다. Salt Lake Larnaca, Migratory Birds라는 간판이 보인다. Migratory를 홍학이라고 생각했는데, 철새라는 뜻이었다. 그러고 보니 홍학은 플라맹고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플라멩코(flamenco)는 스페인 춤이고 홍학(flamingo)은 플라밍고였다. 하나씩 구분해서 알아가니 재미있다. 작은 동네를 지나 해안가로 들어갔다. 배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Larnaka Fishing Shelter)가 나왔다. Kastella Beach과 이어져 있다. 해변에는 사람이 별로 없고 바람만 가득하다. 방파제로 걸어간다.
작은 배들이 가득하다. 바위를 쌓아서 만든 방파제 질이 투박해 보인다. 주인이 없는 배 위에서 사진을 찍었다. 해변 길을 따라 우리 숙소가 있는 북쪽으로 걸어간다. 오른쪽에 바다를 보면서 걸어가는 길이 참 좋다. Militzis Traditional Tavern이라는 간판을 갖고 있는 음식점 건물이 참 멋지다. 고급, 고풍스러운 외관이다. 바람에 풍향계와 바람개비가 잘 돌아간다. 바다를 향해 열려있는 Alasia라는 식당은 참 운치가 있어 보인다. 라르나카 성채를 또 만났다. 입장료는 2.5유로다. 지금은 중세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베네치아 공화국(1489~1570)시대에 지어졌다.
키프로스가 워낙 비옥하고 아름다운 섬이어서 외세의 침략이 잦았다고 한다. 그래서 성 위에는 적을 방어하기 위한 대포들도 설치되어 있다. 1570년 오스만 투르크가 키프로스를 정복하면서 라르나카 성을 다시 재건했고, 그래서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성에 혼재 되어있다고 한다. 뒤에는 역사가 오래되 보이는 모스크가 이어져 있다. 라자로 교회 광장을 거쳐 시장 골목을 들어간다. 고기 집(Butchery)으로 들어갔다. 소고기를 샀다. 친절한 아저씨가 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5유로인데 엄청 많이 주는 것 같다.
슈퍼에 들러 야채와 오렌지를 샀다. 애기 양배추를 샀는데 엄지손가락 보다 작은, 모양은 양배추다. 처음 보는 것이다. City center 앞으로 길이 있다. 구수한 표정을 한, 앉아 있는 동상이 있다. 바다로 다시 나왔다. 내일 타고 갈 Ayia Zapa 행 인터시티 버스 시간표를 알아보았다. 아침 9시 30분 버스를 타면 될 것 같았다. 좀 더 걸어가서 Europe Square으로 간다. 제논(Zenon of Elea, BC 495경~430경)의 동상을 만났다. 라르나카는 철학자 제논의 고향이다. 자연과 합치된 이성을 주창하며 훗날 아테네로 건너가 스토아학파를 창시했다.
fountain foinikoudes larnaca이라는 조형물이 그 옆에 있다. 새들을 형상화 했단다. 돌아오는 길에 바닷가에 세워진 대리석 흉상을 쳐다보았다. 그리스 장군인데 날개가 겹쳐있는 흉상이다. 키몬 장군의 흉상이란다. 야자수가 늘어선 산책로 'Foinikoudes'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동상은 '죽음에서도 승리'라는 글귀가 있단다. 아테네 장군을 기리기 위해 1920 년대에 세워졌단다. 기몬 장군은 기원전 5세기에 페르시아의 통치로부터 키프로스를 구하려는 전쟁을 했다. 키티온(라르나카의 옛 이름) 포위 공격 중에 그는 전사했다.
죽기 전에 그는 장교들에게 동맹국과 페르시아인 모두에게 죽음을 은폐하라고 촉구했다. 승리 후, 그의 죽음은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죽어서도 그는 자신의 적을 물리 칠 수 있음을 장담했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이 생각난다. 날이 어두워진다. 새들이 검은 하늘을 날아간다. 거리는 쓸쓸하고 조용하다.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을 준비해서 먹었다. 버터에 소고기 구이 그리고 애기 양배추도 함께 익혀 먹었다. 늘 맛있다. 내일 둘러 볼 Ayia Zapa를 공부하다가 잠이 들었다.
1월 30일 경비- 숙박비 40.5유로(53,593원), 라르나카행 버스비 8, 소고기 5.
오렌지, 작은 양배추 1.2, 버터 3.2.
계 57.9유로*1350=78,165원
누계3,383,35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