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전(원통전) 주련
중생의 고통 소리를 듣고 구원하는
세음보살을 모신 전각의 주련에는
지극한 자비의 마음이 새겨져 있다.
“千手千眼觀世音천수천안관세음
/천 개의 손과 천 개의 눈을 가지신 관세음보살님,
慈悲喜捨救衆生자비희사구중생
/자비와 기쁨과 내려놓음으로 중생을 구원하시네.
應身隨類現普門응신수류현보문
/중생의 모습과 수준 따라 어디든 몸을 드러내시니,
尋聲救苦刹塵劫심성구고찰진겁
/고통받는 소리를 찾아 억겁의 세월 동안 구원하시네.”
타인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눈물 흘려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세음보살의 손과 눈을 닮아간다.
주련은 우리에게 "너 역시 누군가에게 천 개의 손과 눈이 되어주는 자비의 존재가 되라"고 은밀히 조언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찰 기둥에 새겨진 검은 한자들을 그저 까막눈으로 스쳐 지나친다.
그러나, 주련의 번역문을 한 번이라도 마음에 품고 기둥 사이를 거닐어 보면,
산사의 풍경은 이전과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주련은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디지털 매체의 자극적인 숏폼 문구들과 완벽한 대극점에 서 있다.
시선과 걸음을 멈추게 하는 천천히의 미학
주련을 읽기 위해서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기둥을 올려다보아야 한다.
수직으로 내려쓴 글씨를 한 줄 한 줄 따라 읽는 행위 자체가,
번잡하게 내달리던 일상의 속도를 늦추는 시각적 명상이 된다.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
생각이 다한 무념의 자리, "상천하에 비할 바 없는 마음의 가치 같은 주련의 구절들은,
남들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비하하고 불안해하던 현대인들의 가슴에 시원한 경종을 울린다.
주련은 단단한 목조 기둥이라는 공간 위에 시간을 넘어서는
진리의 시(詩)를 새겨 넣은 한국 불교문화의 고결한 지혜이다.
세월이 흘러 나무 기둥이 비바람에 바래고 먹글씨가 희미해져도,
그 안에 새겨진 성스러운 단어들은 수백 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산사를 찾는 이들에게 침묵으로 진리를 설해왔다.
다음번에 조용히 산사를 찾게 된다면,
대웅전이나 관음전 기둥 앞에 잠시 멈추어 서서
주련의 글귀를 한 자 한 자 마음에 새겨 본다.
화려한 기둥에 새겨진 고결한 문장들이
어느덧 자신의 마음속 헛된 번뇌를 씻어내고,
"네 마음속에 이미 완전한 평화와 빛이 존재한다"는
나직하고 따스한 울림으로 돌아오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