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식도락여행(1) -- 노영숙
새봄에 남편과 함께 여행을 가기로 작년에 미리 계획을 세웠던 곳은 휴양지 사이판이었다. 우리 둘 다 건강이 별로 좋지 않으니까 외국 보다는 국내 여행이 좋겠다고 내가 의견을 냈다. 남편의 동의를 얻어 롯데투어 패키지 [남도 맛 여행]으로 정했다. 15일 스승의 날 새벽 첫차를 타고 광화문역 6번 출구로 나가 롯데관광버스에 올라 지정석 16-17번에 앉았다. 26석이 만석이었다.
첫째 날 멋과 맛이 흐르는 전주에 도착하여 전통비빔밥 정식을 먹었다. 온갖 음식이 계속 나와 나중에 나온 비빔밥은 남길 수밖에 없었다. 식후에 천주교 첫 순교지인 정동성당을 둘러보고 어진(태조 이성계) 박물관을 샅샅이 관람하고 전통 한옥이 800 여 채가 있는 한옥마을 골목을 거닐었다. 이조 마지막 왕손 이석님이 살고 있는 민박촌에 들렀다. 몇 년 전에 미나회 모임에서 하루 묵었던 집이라서 더 감회가 깊었다. 무엇보다 한지공장은 전통 한국 종이를 오랜 세월 이어오며 발전시킨 끈기를 느낄 수 있었다. 종이로 만든 색깔이 다양하고 아름다운 옷들이 실제로 팔리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지리산은 한국 23개 국립공원 중 가장 오래된 국립공원이다. 3개 도, 1개 시, 3개 군, 15개 읍면이 접해있을 정도로 광대하며 부드럽고 어머니 품속 같은 느낌을 준다. 수많은 높고 낮은 산봉우리들이 솟아있다.
저녁밥은 예부터 다른 지역의 불고기와는 차별화되어 유명한 [광양불고기 정식]이었다. 이곳만의 불고기를 맛있게 잘 먹고 소화도 시킬 겸 구봉산 전망대에 올랐다. 광양시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고 포스코 광양제철소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인데 안개가 끼어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아서 좀 실망했다. 맑은 날에는 여수, 순천, 하동까지도 보인다는데... 나는 다리가 아파서 도중에 쉬고 있었는데 남편은 앞서 올라가더니 거의 정상에 접근했으나 시야가 좋지 않다며 내려왔다. 백운산 휴양림에는 편백나무, 소나무가 계곡을 꽉 채우고 있었다. 인공림과 자연림이 잘 어울려있었고 삼나무 가로수가 쭉쭉 뻗어 올라 뿜어주는 피톤치드가 허파를 흠뻑 적셔주었다.
하루 관광을 마치고 숙소에 들었다. 광양시 [라온모텔] 302호가 우리 침실이었다. 여독으로 잠을 잘 잤다. 2일차 여행은 날씨가 흐려 우산을 폈다 접었다하며 금산 [보리암]에 올라갔다. 다리가 부실하여 쉬다가 걷다가 하며 힘들게 도착했다. 안개 속에서 그런대로 둘러보고 내려왔다. 전에 와본 곳이라서 별로 아쉽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