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던 전통적인 근로자란 사용자와의 근로계약 체결에 의하여 일정한 시간적·장소적 구속을 받으며 노무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월급을 받는 임노동자를 의미한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변화 및 고용형태의 유연화로 인하여 이와 같은 전통적인 근로자의 像은 변화하고 있다.
골프장 경기보조원의 계약관계나 근로실태 역시 전통적 근로자의 개념에 부합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의 목적(제1조)이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함'에 있으며, 근로기준법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의 정의(제14조)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에 있다면, 이와 같은 의미에서 골프장경기보조원은 다른 특수고용관계의 근로자들(학습지교사, 보험외판원, 레미콘 기사, 퀵서비스 배달원 등)에 비하여 가장 근로자성이 강한 근로실태를 갖고 있다.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의 임금, 퇴직금, 해고, 모성보호규정, 재해보상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고, 근로시간, 휴일·휴가관련규정은 소정 근로시간, 소정 근로일이 정해져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하여 적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노조법 등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적용에 있어서는 단결권의 보호 등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보호가 필요한가라는 관점에서 파악되어야 하므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성 확정을 위한 것과 같은 판단표지에 의하여 판단할 필요는 없다. 즉, 실질적·계속적으로 노무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사용자가 노무공급을 받으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면, 노동력의 제공과 임금의 교환관계를 위시하여 기타의 근로조건이 일정한 방식에 의하여 규율되어야 하고, 그 하나의 방법으로서 노동조합에 의한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의 체결이 배제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골프경기보조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상의 보호를 받느냐의 여부와는 별도로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골프경기보조원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모든 골프경기보조원의 근로실태가 동일한 것은 아니므로 현행 근로기준법의 규정과 해석론에 의해서 판단하는 경우 근로자로서의 성격이 강한 사례가 있는 반면에 근로자성이 약한 사례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골프경기보조원 등 특수고용관계에 있는 근로자들의 법적 권리 확보를 위하여는 입법론적으로 근로자의 개념을 확장하거나, 아니면 근로자 개념에 대한 새로운 해석론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그동안 수차례의 개정을 거쳤지만 생산직 저임금의 정규근로자를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그러나 법률의 해석, 특히 노동법 해석론에 있어서는 입법취지의 범위내에서 어느 정도 시대의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노동법이 대상으로 하는 노사관계 및 근로관계는 특히 유동적이고 변화의 폭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노동법의 보호대상을 '근로자'에 국한시키고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인적 종속성과 경제적 종속성을 들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특수고용관계에 있는 취업자들이 증가하면서 학설 및 판례는 종전보다 경제적 종속성 내지 조직적 종속성을 중시하고, 근로자성 판단을 위한 개별법규의 목적과 취지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80년대에 들어와서는 미국판례법에서 형성된 근로자성 판단방법을 수용하자는 견해들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즉, 근로자성의 판단이 어려운 한계영역은 '사업자'와의 한계영역이므로, '근로자인가, 독립적인 사업자인가'의 구별 방법에 의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근로자성 판단은 개별 법규의 목적과 취지에 따라 판단해야 하므로, 구체적으로 노동기준법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성 판단의 경우 '근로기준의 법정'과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의 촉진'이라고 하는 법적 목적에 의하여 근로자인가 사업자인가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근로자와 유사한 자'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그 판단기준으로서 '경제적 종속'과 '사회적 보호의 필요에 있어 근로자와의 유사성'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근로자 개념의 판단에 있어서 기존의 판단기준(사용종속성, 임금의 대상성)들 이외에도 '경제적 종속성'과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 '등을 중시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입법론적으로 근로자의 개념을 확장하거나, 준근로자의 개념을 도입하는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동부는 지난 5월 16일, 88CC(경기도 용인소재), 부곡CC(경남 창원소재)에 근무하는 경기보조원에 대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임을 판정하였다. 이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노동법 적용을 회피하기위한 변칙적 고용관계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요즘, 골프장 캐디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의 물꼬를 터나가는 주요한 행정해석이다. 그러나 그와 유사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한화프라자CC(경기도 용인소재), 한양CC(경기도 고양소재) 경기보조원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노동부는 근로자성 여부를 판담함에 있어서 '사용종속 관계'와 '근로의 대상성으로의 임금'을 기준으로 하였다고 한다. '사용종속 관계'는 '불성실 근무에 대한 제제규정에 회사가 관여하는가', '근로의 대상성으로서의 임금'은 '캐디피 결정에 회사가 직간접적으로 규제하는가여부'를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다.
캐디의 업무는 골프장 운영에 있어서 핵심적 업무이다. 따라서 캐디의 모집과 채용, 근무규율 및 징계, 고객에게 받는 캐디피의 결정에 회사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한화프라자와 한양골프장에 대해 회사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하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조사가 아닌가?
노동부는 지난 1월에 접수된 질의에 대해 4개월이 넘도록 조사를 핑계되며 답변을 회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답변은 4개월간의 충실한 조사라고 보기 어렵다. 그 기간동안 한화프라자 해고자 6명과 한양CC 해고자 38명은 노동부의 판정을 통한 복직의 날만을 기다리며 생활의 어려움을 버터야 했다. 그들은 너무나 엉뚱한 조사결과에 분노를 표현하며 '회사에 의해 한번, 노동부에 의해 다시 한번 목이 짤리는 기분이다'라고 토로하고 있다.
여성계는 노동부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답변한 한화프라자, 한양골프장 경기보조원의 근로실태에 관한 즉각적인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 사안이 당사자들에게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가를 안다면, 해당 지방노동사무소 근로감독관에 지시만 내릴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조사를 하고 당사자들을 만나보는 등 책임있는 조사과정을 다시 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