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회중석
이동아
잠은
죽음의 그림자가 아니라
품으로 스며드는 순한 입성이다
지난 주일
나누었던 악수의 온기가
손바닥에 얇게 남아 있는데
권사님은
그 온기 등불 삼아
가만히 문 나서셨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하던 약속은
성전 앞뜰이 아니라
빛이 다른 회중석으로
자리 옮긴 것이다
마지막 힘
병마와 다투는 데
소모하지도 않고
자식들 가슴에
흔한 생채기 하나 남기지 않은 채
그 밤
베개 위에 생의 무게
가만히 내려놓으셨다
오래 품어온 기도가
멀리 돌아오던 숨
집으로 데려오는 시간
낮게 흐르던 찬송 한 구절이
굳은 발바닥 지나 풀리고
그분이 앉으시던 자리는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무릎 기다리는
넉넉한 여백으로 남는다
마침표 지운 문장이
여백 속으로 스며들듯
우리의 슬픔이 채 식기도 전에
저편에서는
이미 맑은 하루가 시작된다
탭2) 최강 압축시(반전의 미학)
제목: 온기(溫氣)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손바닥에
얇게 남은 악수의 온기
성전 앞뜰이 아니라
빛이 다른 회중석으로
잠시 자리를 옮기셨다
탭3) 긴공감(핵심반전+해설 한덩어리)
세상은 흔히 성도의 죽음을 병마와의 처절한 패배나 남겨진 이들의 슬픈 결별, 혹은 모든 것이 정지해 버린 적막한 빈자리라 믿는다. 그러나 이 시는 그 익숙한 해석을 뒤집는다. 권사님의 임종은 마지막 힘을 소모하는 전쟁이 아니라 베개 위에 생의 무게를 내려놓는 가장 순한 입성이며, 그가 떠난 자리는 결핍이 아닌 영원을 준비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이 시는 여기서 슬픔의 온도를 낮추는 데서 멈추지 않고, 마지막에 "우리의 슬픔이 채 식기도 전에 / 저편에서는 이미 / 하루가 시작된다"라는 지점에서 반전을 만든다. 이승의 슬픔과 저승의 시작을 시간의 단절이 아닌 동시성으로 연결하며 죽음을 완전히 새로운 아침으로 치환한다.
이 시의 힘은 '잠'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 지난주에 나누었던 악수의 온기와 찬송에 굳어진 발바닥이라는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언어로 부활을 증명하는 데 있고, 끝내 남는 것은 슬픔에 잠긴 유족의 자리에서 이미 시작된 영원의 하루를 바라보는 존재의 이동에 있음을 체험으로 알아차리게 한다.
잠은, 가장 조용한 입성이다
이동아
잠은
죽음의 그림자가 아니라
주님의 품으로
스며드는
가장 순한 입성이다
지난 주일
나누었던 악수의 온기
아직 손바닥에
얇게 남아 있는데
권사님은
그 온기 등불 삼아
조용히
문 나서셨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그 약속은
성전 앞뜰이 아니라
다른 회중석으로
자리 옮겼다
병마와 다투느라
마지막 힘 소모하지도 않고
자식들 가슴에
깊은 상처 하나
남기지 않은 채
그 밤
베개 위에
생의 무게를
가만히 내려놓으셨다
오래 품어온 기도는
멀리 돌아오던 숨 하나를
마침내
집으로 데려왔다
낮게 흐르던 찬송 한 구절
굳은 발바닥 위 지나
조용히
풀리고
그분이 앉으시던 자리는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기다리는
넉넉한 자리로
남는다
마침표 찍지 않고
문장 속으로
스며든 사람
그가 잠든 사이
아직
우리의 슬픔이 채 식기도 전에
저편에서는
이미
하루가 시작된다
압축시
우리는
잠들었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그는
먼저
들어간 것이다
긴 공감
우리는 죽음을
끝이라고 배운다.
그래서 남겨진 자들은
슬픔 속에서
멈춰 서게 된다.
하지만 이 시는
그 인식을 조용히 바꾼다.
죽음은
사라짐이 아니라
이동이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보이는 자리에서 보이지 않는 자리로.
그래서 떠난 사람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빈자리를
결핍으로 느끼지만
사실 그 자리는
누군가를 더 품기 위해
비워진 자리일지도 모른다.
신앙은
이별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 방향을 바꾼다.
끝이 아니라
이어짐으로.
조찬(朝餐) 기도에 초대받다
이동아
잠은
죽음의 그림자가 아니라
주님의 품으로 파고드는
가장 순한 입성이다
지난 주일
나누었던 악수의 온기가
아직 손바닥에 실금처럼 남아 있는데
권사님은 그 온기 등불 삼아
홀연히 문 나서셨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하던
지상에서의 약속은
성전 앞뜰 대신
천상의 회중석으로 훌쩍 적 옮겼다
병마와 다투느라
마지막 기운 탕진하지도 않고
자식들 가슴에 피멍 자욱 하나
남기지 않은 채
여느 날처럼 베개 위에 생의 짐
가만히 내려놓으신 밤
오래 품어온 4대째의 묵직한 기도는
멀리서 돌아온 아들의 숨소리로
비로소 동그란 열매 맺는다
“오 놀라운 구세주”
낮게 읊조리던 찬송의 후렴구는
메마른 땅 건너온 당신
발바닥의 고단한 굳은살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권사님이 앉으셨던 빈자리는
이제 허전함이 아니라
누군가로 다시 채워질
소망의 넉넉한 여백이 된다
마침표 하나 찍지 않고
문장 속으로 고요히 스며든 분
그가
잠든 사이
지상의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천국은 벌써
권사님 모시고
조찬 기도 시작했다
순한 입성
손바닥에 실금처럼 남은 지난 주일 악수 온기
병마와 다투지 않고 베개 위에 짐 내려놓고
천상의 조찬 기도에 첫 손님으로 불려갔다
가장 깊은 잠이 가장 눈부신 아침으로
이동아
지난 주일 나누었던
악수의 온기가
아직 손바닥에
실금처럼 남아 있는데
권사님 그 온기 등불 삼아
홀연히 문 나서셨다
예배의 끝자락에서
맞잡은 손은
이승의 마지막 인사였을까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하던
약속은 지상의 성전 대신
천상의 회중석으로 적 옮겼다
병마와 다투느라
기운 빼지도 않고
자식들 가슴에 멍 자욱 하나
남기지 않은 채
여느 날처럼
베개 위에 생의 짐
가만히 내려놓으신 밤
잠은
죽음의 그림자가 아니라
주님의 품으로 파고드는
가장 순한 입성(入城)이었다
오래 품어온
4대째의 기도는
미국서 돌아온
아들의 숨소리로 열매 맺고
"오 놀라운 구세주"
찬송의 후렴구는
메마른 땅 건너온
발바닥의 굳은살 어루만진다
이제
권사님이 앉으셨던 빈 자리는
허전함이 아니라
채워질 소망의 여백이다
마침표 하나 찍지 않고
문장 속으로 스며든 분
그가 잠든 사이,
천국은
벌써
조찬 기도 시작했다
성도의 안식
지난 주일 맞잡은 손 온기가 생생한데
베개 위 짐 내려놓고 단잠 속에 떠나시니
예배가 안식의 표 되어 여백 속에 스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