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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애틀 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나그네
진로를 서북서쪽으로 수정하라!
(레이너에서의 28시간)
Dec. 10, 2011
Paradise Parking Lots: A
Panorama Point: B
Bare Ground: C
처음으로 상황을 알리고 비박을 하려했던 장소: D
비박장소: E
귀환장소: F
Dec. 10(토요일), 5:00 PM - D지점에서의 아내에게 마지막 전화.
여보, 지금 부터 내가 하는 말 당황하지 말고 잘 들어요!
내가 아무래도 길을 잃은 거 같애.
“무슨 말이예요? 거기 스키타는 사람들 없어요? “
“아니, 나 혼자!”
“크리스탈 스키장 간거 아니야요?”
“아니, 파라다이스에서 캠프 뮤어가다 내려 오는데 구름 때문에 …”
“참, 레니어로 갔지요…그렇지만…”
“아무튼 길게 통화 할 수 없고, 혹시 이 이후로 통화가 않될거 같아서 오늘 집에 못들어가도 걱정하지 말고… 나를 믿어!
나는 살아 나갈 수 있어! 나는 자신 있어!
나를 꼭 믿어야 해! 알았지?
절대 당황하거나 호들갑 떨지 말고!”
“여보…….”
Dec. 10(토요일) 9:30 AM Started to Camp Muir
날씨: 맑음
A지점에서 인사 했던 스노보드를 멘 젊은이는 어느새 저멀리 앞서간다.
B지점 밑에도착하여 1차 휴식으로 약간의 땅콩잼을 곁들인 크레커로 간식(셀프 인증샷)
B지점의 급경사 중간정도 조금지나서 부터는 표면이 얼어서 도저히 스키로 오르기에는 불가하다.
어떻게 할까?
망서리는 동안에 뒤편에서 올라오던 두여자들이 스노슈즈를 신고 힘겹게 지나친다.
스키를 벋고 오르기로 한다.
B 지점위의 화장실 주위에는 아직 바위가 눈에 덜 덮혀서 나중에 내려올때 조심해야 겠다고 생각한다.
올라가는 중간에 또 한번Bare Ground로 스키를 메고 지나야하는 C구간이 있다.
적설량이 아직은 충분치 않다.
1;30 PM
고도를 올릴수록 눈 표면이 심하게 군데둔데 결빙이 되었고 바람도 오전보다는 조금 세지는듯하여
아쉽지만 과감하게 약 8500피트내지 9000피트 정도에서 하산을 결심한다. 바위뒤에 의지하여 점심 준비를한다. 야전 식량을 봉지에 물을 넣고 음식을 뎁힌다.
머리위엔 독수리가 맴돌고 …
스노슈잉하는 세명은 나를 지나쳐 계속하여 뮤어를 향하여 힘겹게 오르는 것이 저 멀리 보인다.
B지점 근처에서 만났던 두 등산객들은 나와 서로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어준후 얼마 안있어 먼저 하산하였다.(이 6명 + 2명의 등산객이 28시간 동안 만난 레니어의 유일한 사람들이다)
2;00 PM 정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다운힐을 시작한다.
아담스 그리고 후드가 손에 잡힐 듯 한 맑은 날씨.
눈상태는 군데군데 결빙되어 다소 위험하지만 나름대로 무난하게 C지점까지 잘 내려왔다.
C지점을 통과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후 다시 다운힐을 시작한다.
얼마안있으면 B지점에 다다를듯 싶다. 바람이 조금더 세지고 구름이 덮혀온다.
일기예보에는 토요일 밤 눈 30%. 일요일 눈 30%로 기억하는데 벌써 시작이 되나보다하고 생각은 했지만
그때 까지도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후 잠깐 사이에 짙은 구름이 갑자기 밀려온다.
곧 걷히겠지 생각하며 조심스레 진행을 계속하는데 이건 아닌데…
점점 시야가 좁아진다. 나중에는 아예 블락!
움직일 수 가 없다.
이름하여 “WHITE OUT”!!!
호흡을 가다듬고 침착하자고 나에게 다짐한다.
아이폰의 나침판을 계속 주시하며 남쪽방향을 유지하려 온 신경을 집중한다.
스키자국, 스노우슈즈의 작은 흔적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버 컴퍼스도 병행하여 중복확인하며,
머리속엔 남쪽으로 만 진행하면 곧 B지점이 나오고 조심하여 급경사만 내려가면 쉽게 A지점으로 복귀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남쪽방향을 유지해야함은 머리속에 꽉차있지만 한치 앞도 볼수없으니 쉽지않다.
B지점의 화장실 주위 남쪽으로는 아직 적설량도 충분치않고
뚝 떨어지는 바위지대로 위험하다고 머리에 입력되있다.
발자국이 조금 동쪽을 향하는것 같다.
내 생각이 맞다면 조금후엔 남쪽으로 턴하겠지…
사실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그런데 곧바로 엄청난 급경사와 맞닥드린다.
그리곤 잠시 망설이다 할 수 있다는 자기 암시의 용기로 조심스레 사활강을 시도한다.
그때까지도 나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이 글을 쓰며 되돌아 보니)
조금은 생소하지만 B지점의 경사면이라면 생각보다 가파른 것을 보니,
아마 내가 B지점의 서쪽을 탓나보다.
그렇다면 사활강으로 동쪽으로 진행하면 최초에 내가 오르던 트레일(처음으로 스키를 벋은곳)을 통과 하겠지
그후 다시 턴을 몇번만하면 처음 간식했던 지점주위를 통과하겠지
그러면 O.K라고 생각 했으나 동쪽 방향에는 내가 올라같던 길이 없었다.
다시 서쪽으로 턴 그리고 사활강.
이상하다….
제한된 시야속에서 더 공포스러웠던 급경사를 아무 탈없이 조심스레 내려오는대는 성공하였고 어찌되었든 착각 했는지는 몰라도 생각대로라면 그냥 스키 흐르는 대로 균형만 유지하면 큰 위험이 없이 A지점으로 도착해야 맞다.
그러나.
급경사를 다 내려와서 몇번의 작은 업앤 다운을 하더니 스키가 더이상 전진이 아닌 후진을 한다.
이런 경사지역이 있었나????
진행방향은 동남동쪽.
처음에는 스키를 신은채 오를려 시도를 했으나 너무 힘들어 스키를 벋어 메고 올라본다.
허벅지 까지 푹푹빠저서 도저히 나아갈 수 가 없다.
그래, 스킨을 다시 붙이자.
어렵사리 작업을 끝내고 희미한 스키자국을 따라 올라간다.
그때(4:30PM쯤) 생각하지도 않았던 아내로 부터 안부전화가 왔다.
전화가 터진다는 것도 의외고 반갑기도하고…
“ 응, 아무일 없어. 조금 늦을지도 모르겠네… 이따 내려가서 연락할께…”
그때 사실 상황을 간절히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내가 사실을 알리면 얼마나 마음 졸일까?
알리지 않기로 작정한다.
이를 악문다!
다시 오르기를 10여분 희미하나마 능선인듯 싶은곳에 다다르고 스키자국은 급하게 남족으로 향한다. 그래! 이제 제대로 방향인가보다.
그런데….
계산 대로라면 내려가야 맞는대 올라가고 있지 않는가? 조금만 더 진행해보자.
계속 오르막이다.
아냐, 이건 아니다! 되돌아섰다.
스킨을 부착한채 다시 안부인듯 한 곳까지 되 내려왔다.
여러 정황을 정리 해 보아도 지금 상황은 예삿일이 아닌듯 싶다.
내가 진짜 조난???!!!
인정하고 싶진않았지만 현실로 다가와 있는 어떤 불길함을 떨칠 수 없다.
점점 더 어두워질테고, 기온도 내려갈테고, 눈도, 바람도….
이제는 상황을 알리자. 얼마나 놀랄까? 미안하다.
Dec. 10 , 2011 5:00 PM에 이 글 서두에서 처럼 아내에게 할 수 없이사실을 알린다.
이후로 통화는 불가할 듯 싶어 지금이라도 연락을 해놓아야 한다.
집에 그렇게 최후(?) 연락을 취한후
근처 큰나무 밑 D지점에서 첫번째 비박을 결심한다.
혹시 푹빠질지도 몰라서 스키를 나란히 바닥에 걸쳐놓고 그 위에 자리를 만들어 본다. 바람을 막기에 쉽지않은 여기서 밤을 견딜 수 있을까? 차라리 설동을 팔까? 그건 체력 소모가 클텐데…
아냐, 힘이 남아있을때 길을 다시 한번 더 찿아보자!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 끝에 더 움직이기로 결정한다.
혼자 어두워지는 산속을 헤메고 있다는 것이 두렵다기 보다는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사실 그런 생각보다는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처절하리 만큼 냉정했던 것 같다.
발자국을 되짚어 한참을 더듬더듬 내려갔다. 점점 어두워지고 눈발도 계속된다.
결국 아무 흔적도 찿을 수 없는 어두운 눈밭에서 이제 또 한번 중대한 결심을 해야만 하는 때가 왔다.
아마 5:30 PM 정도가 되지않았을까 추측 해 본다.
이제 의지 할 수 있는 것은 실버 컴파스와 순전히 나의 감각기관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남쪽 방향으로의 진행을 염두에 두고
헤드랜턴에 의지하여 길을 찿으려 노력한다.
발자국인 둣하여 따라가 보면 누런 솔입들이 떨어져 약간 우묵한곳에 줄지어 생긴 모양이 마치 흙발자국같다.
분명 이쪽엔 트레일이 없다.
그냥 내려가 보는 수 밖에…
.
이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Nisqually Creak의 다리를 만날 수 있겠지하는 착각이 언제 부턴가 머리에 입력되어 있다.
더듬더듬 내려가다 보니 계곡의 물 소리가 점점 커진다
이리저리 딛을 곳을 찿으려 두리번 거리는데
랜턴에 비친 시꺼멓고 커다란 구멍이, 그리고 그밑에 물 웅덩이가 얼듯 보인다.
저 깊은 곳의 물 줄기를 보니 등골을 오싹한다.
스노브리지를 잘못 밟아 저런데 빠지면 이대로 여기서 끝이다.
너무 밑으로 붙으면 위험하겠다.
( 나중에 지도에 복기 해 보니 Fairy Falls 혹은 Stevens Creak에 있는 Falls이었다)
이제 여기가 어디고 어디로 진행하나는 중요치않다.
어떻게 무사히 안전(?)지대로 탈출하냐다.
모든 세포는 발 딛는곳에 집중이다.
2부정도의 계곡 오른쪽 급사면을 스키 에지를 이용하여 조금씩 조금씩 전진이다.
진퇴양난이란 것이 이런 것을 두고 말해도 틀리지 않으리라.
어제 준비 됐던 식수는 떨어진지 벌써 오래고
눈을 먹으며 갈증을 달랜지도 수 시간째.
지치기 전에 조금씩만 아껴먹던 쵸코릿들도 이제는 빈 봉지만 손에 잡힌다.
베낭을 멘채 눈에 기대어 하늘을 본다.
아무 흔적 없는 눈길에 짐승 발자국이라도 만나면 그 또한 반가웠다.
스키를 신고, 벋고, 들고, 메고, 신고를 수십번 반복하며 예까지 와서
눈에 파묻혀선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다.
꼼짝하지 않고 한동안을 그렇게…
눈 한웅큼 입에 털어 넣고…
아니다! 가자!
그렇게 다시 마음 다잡고 오른쪽 사면을 따라 힘겹게 다시 진행 했지만 더 이상은 진행 불가 판단.
어떻게 하던 계곡을 다시 횡단하여 왼쪽으로 붙어야 할 듯하다.
나무 가지를 의지하여 사이드스텝으로 겨우 내려서서 스노브리지를 조심스레 통과하려는데 왼쪽 스키의 스킨이 벗겨졌다.
사실 여기 까지 붙어 있던 것도 기적에 가깝다.
눈에 얼고 물기있는 것을 몇번씩이나 뗏다 붙였다 하였으니.
겨우 회수하여 한쪽은 스킨, 다른 한쪽은 스킨 없이 그곳을 겨우 통과하였다.
이제는 계곡이 제법 넓어져서 밑에 물이 콸콸흐르는데 이런 저런 스노브리지가 대낯도 아니고 눈발 날리는 밤 산속에서 나그네 한 사람을 잡으려한다.
혹은 넘어지고 혹은 자빠지고 눈에 빠지고, 사이드스텝으로,
또는 미끄러지며 드디어 계곡을 건너는데 성공하였다.
건너는 왔지만 막상 건너 보니 여기도 만만치가 않다.
이곳도 더이상 진행이 어려울 듯 하여
차라리 조금 더 올라 붙어 숲을 통과 해 보려 시도한다. 어렵사리 숲엔 붙었으나
그 역시 진행 불가.
‘아, 여기서 밤을 보낼까? ‘
잠시 주저 앉아 생각한다.(2번째로 비박을 생각함)
‘아니다!’
다시 되돌아 내려가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고리에 묶어놓고 수시로 확인하던 나침판을 밑으로 떨어뜨리고 만다.
이제는 아이폰의 나침판만이 유일하다.
그나마 베터리가 부족하여 필요할 때만 켜고있다. 당연히 전화는 안되는 지역이다.
원위치하여 조금더 진행하던 방향으로 기웃거려보니
바위끝에 고드름이 줄줄이 달려 있는게 아닌가. 이렇게 반가울 수 가.
얼마나 따 먹었을까 어느정도 갈증을 면하고 베낭 속 물주머니에도 고드름을 딸 수 있는많큼 따서 담았다. 나중에 녹으면 요긴할 듯 싶어서.
‘여기서 그냥 밤을 새워볼까?’ (3번째로 비박을 생각함)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협소한것 같다.
자꾸 비박을 생각하는 것을 보니 많이 약해지나 보다.
생사를 걸고 얼마나 더 나아갔을까.
이건 무모하다 생각하고 주변을 차분히 비춰 보니 큰 바위밑에 내 한 몸 의지할만한 공간이 있는 비교적 아늑한 곳이 눈에 띈다.
바로 밑은 계곡물이 흐르고 걸터 앉을 만 하다.
결심을 굳힌다. 여기서 오늘 밤을 새우고 내일을 계획하자!
Dec. 10, 2011 7:00 PM의 비박(Biwak)
이곳이 E지역이다.
우선 비박 준비를 한다.
베낭에서 우모복을 꺼내 입어 체온저하를 방지하고
경사진 바닥이지만 돌들을 최대한 가지런하게 정리하고 그래도 심한 요철 부위엔 눈삽을 깔았다.
우모복을 입었으니까 오바트로져는 그 위에 깔고 여벌의 장갑 2벌, 털모자 2개 , 안면마스크, 조끼 1, 스키스킨(체온에 녹으면 내일 아침에 붙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등 모든 여벌의 장비를 바닥에 깔고 맨위엔 Emergency Bivvy를 펴놓았다.
스키부츠와 헬멧은 신고 쓴체, 빈베낭을 베고 비스듬히 누워보니 그런대로 견딜 수 있을 듯 싶다.
어느정도 준비가 되자 이제는 손 닫는 범위에 한해서 죽은 솔가지를 몇움큼 꺽어 놓았다.
그냥 그래야 될 거 같았다.
비스듬이 바위밑에 걸터 앉아 휴대폰의 전원을 넣는다.
“전원 20% 남았음” 사인이 뜨는데 그것이 더 불안했다.
얼른 시간확인하고 방향확인하고,
아내한테 전화를 넣본다. 역시 불통! 아들은? 역시 불통!
전원을 끄고 혹시나 하여 안 주머니에 소중히 보관한다.
헤드랜턴도 만약을 생각해서 꺼본다.
그런데 아니다.
불이 없으니까 갑자기 공포스럽기도하고 외롭고…
또 하나는 랜턴을 켜놓아야 혹시라도 구조대가 활동 한다면
빛을 발견 하기 쉬울 듯 한데 그렇지만 만약 베터리가 떨어지면….
해서 랜턴도 껏다 켜기를 수시로 반복한다.
스키는 최대한 바깥쪽에 꽂아놓았다.
사실 911에도 다이얼을 했었다. 그러나 역시 연결이 안된다.
‘이제 무엇을 하지?’
갑자기 시간이 정지한듯하다. 정막이 흐르고 물소리만 요란하다.
베낭을 무릎에 올려놓고 구석구석 베낭 주머니를 뒤진다.
점심으로 휴대하였던 미군용 비상 식량중 먹고 남은 약간의 wild rice와
껌, 성냥, 코코와 분말, 커피, 슈가, 프림,
그리고 항상 갖고 다니던 휴지와 라이터. 길고, 짧은 스링줄 3개 , 캐러비너 2개 그리고 접착식 끈 2개, 버클식 끈 1개. 핸드워머(갖고 다닌지가 너무 오래되서 데워지지 않아 사용 못함), 스키고글, 썬그래스.
이 모든것이 나의 생존을 위한 장비들이었다.
어느것 하나 나에게 소중하지 않은것이 없지만, 특히 별것 아닐듯 싶은 접착식 테입이 뒤에 아주 요긴하게 쓰이다.
wild rice두숟갈정도를 먹어 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전원을 넣고 시간보고 전화걸어보고 전원 끄고.
그렇게 하기를 수 없이 반복하였지만 그때마다 40분에서 50분을 넘지 못한다.
비비고 누워도 보고 벌떡 일어나 멍하니 흐르는 물을 쳐다보다간
고개를 삐죽이 내밀어 산쪽을 응시하다 저쪽에서 산짐승 안광이 스치는 듯 하여 흠짖 놀라기도하고…
참 시간이 질기게 않간다.
비상용 자루(Emergency Bivvy)가 아주 도움이된다.
추위는 견딜만 한데 무릎이 시려워 조끼로 무릎을 감싸본다.
자세를 조금만 틀어도 다리에 쥐가난다.
있다보면 몸이 미끄러지고 추스렸다간 벌떡 일어나고…
“당신에게 진짜 미안해…” “ 평생을 맘 편하게 못해주네…” “ 미안해”
집에서 걱정 할 것을 생각하니 거기 혼자 있으면서 그저 반야심경한번 읇조리고 부처님한번 불러보곤 그저 절절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스트래칭도 할겸 잠시 일어나서 주변을 둘러본다.
그래도 쌓인 눈의 반사광으로 희뿌엿게나마 주변이 구분 된다.
랜턴을 비추며 조심스레 살피니 물에 손이 닿을 듯 싶은 곳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우선 시에라컵으로 몇모금 계곡물로 떠서 벌컥벌컥 마시니 그렇게 시원하고 살 것 같을 수 가 없다.
물주머니엔 고드름들이 하나도 녹지않고 그대로다.
모두 쏟아내고 계곡물을 채워 내일을 대비해서 소중하게 챙겨놓는다.
다시 잠자리(?)에들어 처음서 부터 다시 더듬는다.
최초 혼돈의 위치, 이곳 까지 도착한 소요 시간, 주위의 적설량 상태 ,
조금 전 까지 볼 수 있었던 큰산의 방향, 흐르는 이 계곡의 진행방향, 등등….
바위 천정에 커다란 레니어 지도를 그린다.
그리고 궤적을 유추한다.
내가 기억 할 수 있는 모두를….
‘여기는 내가 생각했던 Nisqually Creek이 아니다.’
여러 정황상 A지점 보다는 훨씬 더 내려왔다.
‘날이 밝은 후에 위험은 하겠지만 계속 진행한다면 어디로 나갈 수 있을까?’
‘아마 도로( 그때는 도로 이름은 모르지만 예상했던 도로가 정확히 스티븐스 케년로드였다)를 만날 수는 있을거다.’
‘그러나 지금은 그 도로가 close되 있을 계절인데…’
‘도로를 만나도 도로에 접근이나 그 도로를 따라 A지점까지는 쉽지 않을거고…’
‘차량 통행도 없을테고…’
모든 데이타를 이리저리 종합해 본 결과 계곡을 따라 계속 진행하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판단이 틀렸다!’
‘인정할 땐 인정하자!’
지금까지 힘들게 왔던 길을 북쪽으로 다시 올라가다 서쪽 능선을 몇게 넘어야 A지점에 도착 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게 된다.
그것은 서북서로 진로를 변경하여 울인을 하냐 아니냐다.
밤새 번복을 거듭했다.
그것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결정이였기 때문이다.
Dec. 11, 2011 . 03:00 AM
도저히 더이상 머무를 수 가 없다. 지금서 부터 준비하면 어차피 날은 밝는다.
준비해놓은 솔가지에 불을 지핀다.
시에라컵에 물을 넣어뎁히다 기우뚱 물이 쏟아진다.
다시 장갑낀 손으로 붙잡고 어렵사리 끓인 물을 wild rice에 넣고 휘저어 조심스레 보관한다.
다시 한 컵의 물울 데워 코코아 봉지에 붓고 돌아서는 순간
아뿔사!
손이 곱은 이유로 바닥에 또 떨군다.
황급히 집어드니 3분의1정도만이 남았다.. 우~~~~
그래도 남은 내용물에 감사 할 뿐….
다음으로 꼭 해 야 할 일이 있다.
우선 스키 표면을 최대한 스카프등으로 닦아낸후 잘 녹여(?) 보관 했던 스킨을 그래도 미심쩍어 라이터불과 휴지에 불을 붙혀 스키와 스킨의 양면을 달구며 정성스레 붙혀 준비를 하였다.
나름대로 모든 준비가 완료 되었다.
이제 나의 판단에 모든 것을 맏길뿐….
새벽 4:00 AM에 나의 판단을 믿고 역 주행을 시작한다.
서북서를 향하여!
나는 나를 믿는다!!!
Dec. 18, 2011 4:00 AM
해는 뜬다는 신념으로 일찍 출발 했지만 아직은 모두가 어둠에 같혀있을 시간. 안다!
그러나 더 머무를 수 없는 참았던, 또는 묻어 놓았던 고독은 나를 거기에 더는 붙잡아 놓지 못했다.
높낳이가 아직은 명확치 않아도 날은 밝겠지.
지난 밤에 내가 이 길을 지나 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죽지않은게 용하구만!
부처님은 내가 아직은 세상에서 할 일이 있다고 봐주시나?
이런 저런 스노브리지등을 건너며 우여곡절을 겪으며 일단 북쪽방향을 고수한다.
계곡을 다시 건너기에 성공!
서쪽벽에 붙었다.
생각했던 서북서의 원점이다.
아이폰의 전원 ON! 시간 확인 ! 방향 확인! 그리고 OFF!
나의 확신에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마라! 지휘관은 고독하나 결정에는 스스로 책임져야한다!
이제는 나는 나를 믿고 내가 최종 결심했던 방향으로 나를 밀어 붙힌다.
경사가 상상을 초월한다. 빙벽을 오르듯 스키를 양손에 아이스액스인양 눈에 푹푹 박으며 그 힘에 지탱하여 킥스탵으로 힘겹게 오른다.
갈증이 심하다. 불과 몇 센치만 얼굴을 앞으로 내밀면 눈을 핥아먹을 수 있다.
소름 끼치는 경사! 차라리 밑을 보지 않아야 속이 편하다.
그래! 나의 생각이 잘못 됐으면 “그 또한 지나리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를 올라 능선에 붙는것 뿐이다.
숨이 턱에 꼳히는 거의 70~80도의 직설벽을 오르기를 몇시간.
앞에 발자국이 보인다.
능선?
좀 이상하다.
이런 경사에 사람 발자국도 이상하고….
사람발자국이면 반갑고 다행이지만 뭔가 아닌것 같다.
자세히 보니 발자국이 거의 왠만한 부채만 하다.
그러나 나 역시 그쪽으로 진행해야만 하는데 발자국은 점점 많아지고….
더럭 공포에 휫슬을 불어본다.
그 와중에 손에 잡고 오르던 스키를 놓치고만다.
앗뿔사!!!
순식간에 스키는 밑으로….
‘부처님! 하나님! 조상님!’
천만다행으로 스키는 나무에 걸린다.
순간적인 기도가 통했나????
간신히 스키를 회수하는데 성공하였다. 그것은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
만약 스키를 잃었다면 심리적 뿐만 아니라 오르고 내리는데 푹푹빠지는 눈을 감당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전술했던 접착식 테입이 생각났다.
위태로운 경사지만 베낭속에서 끈을 꺼내 적당한 길이로 손과 스키에 걸어
고리로 사용하니 힘도 덜들고 스키를 더이상 놓칠 이유가 없어 끝까지 유용하게 사용한다.
그렇게 오르기를 수시간 드디어 능선에 오르게된다.
구름에 덮혀 시야가 제한되나 그래도 날은 밝는다.
솔잎 끝의 눈들을 계속 핧아 먹다보니 입안에 송진냄새가 가득하다.
작은 봉지의 설탕과 프림을 차례로 입에 털어 넣는다. 그리곤 눈 한줌…
벌렁 누워 큰 숨 한번 쉬고 희쁘연 하늘을 본다.
까짓것 안돼면 뮤어까지 오르리라.
내가 예상했던 지점으로는 진행되는 듯 한데 전후좌우가 구별이 않된다.
날이 흐려서 전혀 시야가 확보 되지않는다.
Dec, 11, 2011. 8:30 AM
아이폰 전원을 넣어본다.
우선 시간확인!
방향확인!
아내에게 전화! 신호가 간다!
드디어 연결!
“ 난데~~ 나 아직 살아있고 현재 능선에 붙었으니 길 찿을 수 있어!
걱정말고~~나 내려 갈 수 있어요! 그런데 만약 내가 3:00PM 까지 연락 없으면 이제는 실종 신고해! 알았지? “ 급하게 내말 만 하고 베터리 아웃!
이제는 나참판도 없이 순전히 감각에 의존하여 진행해야하는데 간간이 눈발에 앞을 분간하기에 급급하다.
어떻하던 트레일을 찿아야하는데…..
오늘 못 내려가면 나도 자신이 없다.
식량은 벌써 떨어졌고 물은 아쉬운데로 눈으로 해결한다해도 옷, 배터리등등….
그래서 3시까지를 한계로 계산하였다.
어렵사리 또하나의 봉우리를 넘어 안부로 내려간다.
주변이 낯에 조금 익다.
D지점이다!
돌고 건너고 넘고 올라
내가 D지점에 돌아온 것이다.
조금은 황당하고 반갑기도하고 아무튼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또 갈등한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어제밤에 따라 내려가다 길을 잃어버린 지점이 나올것이고 계속 진행하면 역시 어제 오르다 돌아선 능선이다.
나침판이 없어 정확한 방향은 알 수 없으나 밤새 결정했던 능선길을 택하기로 한다.
산스키 흔적을 조심스레 따라 올라간다.
얼마나 진행했을까? 스키를 타고 내려간 흔적도 있지 않는가?
혼란스럽다. 나의 결정이 맞아야 하는데….
저 밑에 사람 소리가 나는것같다. 몇사람이 올라오는 것 같기도하고…
앉아서 기다리며 잠시 숨을 돌린다.
그러나 그것은 환상이였다. 눈에 묻히고 끝만 남아있는 나무들이 흐르는 구름때문에 어슴프레 움직이는 사람처럼 보였을 뿐!
눈에 덮혀 없어진 흔적을 더듬고 생각하는 방향을 유지하며 진행하길 수 시간!
드디어 왼쪽으로 나있는 스노슈즈 발자국들이 눈에 들어온다!
찿았다! 이젠 살았다! 결정이 옳았다!
3시전에 도착 할 수 있을까? (그때 그 와중에도 3시라는 제한 시간을 떠 올렸으니 우습다) 트레일임에는 틀림이없다. 따라 내려 가기만하면 된다.
양손에 스키를 질질 끌고 힘겹게 내려가는데 그 길 또한 왜 그리도 멀기만한지….
넓은 신작로(?)에 내려선지 얼마 안돼서 스노슈잉하는 부부 등산객을 처음 만나게 된다.
나의 상황을 설명하니 눈이 똥그래진다.
건네주는 물, 쿠키, 샌드위를 염치 불구하고 넙죽넙죽 받아먹는다.
시간과 현위치를 확인한다.
계산이 정확히 맞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근처로 올 수 있었음을 감사한다.
아마 Mazama Ridge Trail를 따라 내려온듯싶다.
Dec. 11, 2011 12:30 PM
F지점으로 드디어 생환한다.
그들의 차로F지점으로부터 나의 최종 목적지인 A지점까지Stevens Canyon Rd를 운전하여 무사히 데려다 준다. 차 안에서는 따뜻한 티를 나에게 먼저 권한다. 나보고 대단하다고 칭찬이 입이 마른다.
나를 보니 옷이고 장비가 너를 살렸다고….
Dec. 11, 2011 1:00 PM
최종 목표지점 A
여러 자동차속에 나의 미니밴에만 눈이 하얗게 쌓여있는데
어???? 자동차 시동이 걸려있다!
그들 부부와 내가 놀라 멍 하고 있는데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집사람이 황급히 차에서 내리는것이 아닌가!
미국인 부부들도 사태를 짐작하고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이심전심!
두집 부부가 감사하는 마음, 축하하는 마음으로
서로서로 허그로써 작별인사를 나눈다.
물론 아무 탈 없이 살아오리라 믿었지만 3시까지 연락이 없으면 신고하라는 말은 도저히 앉아서 기다릴 수 가 없더란다.
그래서 옷가지, 눈신, 양말, 핫티, 등등을 급히챙겨,
기다려도 산 밑에서…
그리고 신고를 해도 직접 레인저 스테이션에다 해야 된다고 생각이 들어서,
체인 휴대여부를 확인하는 레인저 물음에 실려있다고 거짓말까지하며
게이트를 통과하여 파라다이스 눈길을 승용차로 겁도없이 올라왔단다.
내가 살아와도 어차피 운전도 못하도록 파김치가 됐을테니까….
아무튼,
갈증때마다 내내 마시고 싶었던 시원한 맥주 한 캔에
억눌렸던 긴장이 풀리고 어느새 기대어 코를 곤다.
당신은 내가 틀림없이 살아 온다 믿었고
나는 당신의 운전 실력을 믿으며…………………(끝)
후기:
부끄러운 이야기를 읽어 주신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잠자리에서도 자꾸 그때가 영상으로 괴롭힙니다.
몇일 지나 되뇌이니 참 기가 막히고 그때는 몰랐는데 울컥 눈물까지 나려합니다.
밤새 있는 동안 제일 미안한 것은 ‘나의 아내에게 너무 못 할 짓을 하는구나!’하는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죄송합니다.
조금이라도 산행하시는데 타산지석이 된다면 글 쓴 이유가 되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나그네 이기범
첫댓글 레이니어 를 자주 등반 하는 우리도 위의 글을 필독하고 타산지석 으로 삼어...
당일 산행 에서도..기본 서바이벌 장비 를 꼭 휴대 할수 있기 바람니다.
음 깜딱이야 @@ 청일이ㅣ 그런줄 알고...약간이라도 위험이 예상되는 곳엔 혼자 가면 안돼유~~ 기본장비 ! 아주 중요하지요 ^^ 근데 이 분이 엘에이 산악인 이기범씬가요?
아닙니다,,,시애틀 에 이기범씨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