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재~청화산~갈현~342.7m봉~장자봉~열재(십재)
요즘은 잠에 들면 내처 깊이 잠들지 못하고 한두 번씩 꼭 잠에서 깨어나곤 한다.열대야로 인한
더위 때문이다.열대야는 하루 최고 기온이 섭씨30도 이상인 한 여름 기간에 야간에도 최저
기온이 섭씨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아 마치 열대지방의 밤처럼 잠들기 어려운 여름밤을 가리
킨다.낮 시간동안 태양열에 의해 달궈진 땅의 수분은 수증기로 변모하는데,이 열기가 밤 시간
에도 그대로 남아 고온다습한 날씨를 유지하는 것이다.우리나라의 경우 장마 후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발달했을 때주 로 나타난다.공기의 흐름이 원활한 해안지방보다 는 내륙
지방이,시골보다는 도시에서 더 자주 일어난다.
사람이 숙면을 취하기에 적당한 온도는 섭씨18~20도로 밤에도 기온이 섭씨25도 이하로 내려
가지 않으면 체온 조절 중추신경계가 각성상태가 되어 잠을 이루기 어렵다.때문에 한여름철의
더위를 나타내는 기후지표로 자주 사용되는 게 이러한 열대야 현상이다.그러한 밤중을 부엉이
처럼 보내고 꼭두새벽 집을 나선다.어쨌든 신새벽 거리는 상쾌하고 시원하기만 하다.버스에
오르니 버스 안은 에어컨 가동으로 좀 더 시원해졌다.간밤에 설친 잠을 보충하려는가.건듯 밀린
잠이 밀물처럼 몰려온다.
땅재 들머리의 이정표
-구미시 도개면 쪽과 군위군 소보면 사이를 잇는 68번 지방차도가 넘나드는 고개인 땅재 고갯
마루의 북쪽 편으로 지맥의 산길은 꼬리를 잇는다(9시30분).산길 어귀에는 흑갈색 바탕의 산길
안내 이정표가 세워져 있는데 청화산 정상까지의 거리가 4.2km라고 알리고 있으며 한켠에는
청화산 등산로 안내 입간판도 얼굴을 내밀고 있다.누런 코코넛거적이 깔려있는 오르막 산길은
수렛길처럼 널찍하고 가지런하다.섭씨37도를 오르락거리는 폭염의 날씨에 바람까지 숨을 죽
이고 있는 숲길이다.쉬어감을 권면하는 휴식용의 긴 의자가 마련이 되어 있는 쉼터를 지나고
굴참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만의 붕긋한 봉우리 두엇을 넘어서 한차례 더 완만한 비탈을 올려
치면 해발551m봉이 기다리는데 이 봉우리는 헬기장이 닦여 있는 멧부리다.
신록의 그늘보다는 섭씨10도 이상의 열기가 가득하고 잡풀도 무성한 해발551m봉의 헬기장
에서 지맥은 좌측의 10시 방향으로 꼬리를 잇는다.수렛길처럼 널찍한 완만한 비탈을 내려서면
펑퍼짐하고 말안장 같은,휴식용의 긴 의자까지 마련이 되어 있는 사거리 안부가 기다린다.
좌측으로 난 등하행 산길은 구미시 도개면 다곡2리 방면이고 우측으로 보이는 등하행 산길은
군위군 소보면 위성리 방면이다.이곳에서 청화산 정상까지는 2.6km라고 산행안내를 맡고
있는 이정표는 이른다.꺽다리 노송 두어 그루와 참나무들이 한데 어울려 있는 붕긋한 멧부리
를 넘어서고 참나무들만의 접시를 엎어 놓은 것 같은 봉우리를 한 번 더 넘어서면 맞은 쪽 건
너 편으로 손을 뻗으면 닿을듯한 흑록의 멧부리가 머리를 불쑥 내민다.
청화산 정상의 청화정
땅재를 3.2km쯤 지나고 청화산 정상을 1.0km 남겨둔 해발612m봉,이 멧부리에도 헬기장이
닦여 있는 봉우리다.헬기장을 뒤로하고 한차례 완만한 오르막을 올려치면 해발690m봉에
오르게 되는데 이 봉우리는 구미시와 의성군 그리고 군위군 등 세개의 행정구역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삼군경계봉이기도하다.삼군봉 정수리 한복판은 김해김가의 묵묘가 오붓하게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서 지맥의 방향은 좌측의 10시 방향으로 이어진다. 삼군봉을 뒤로하면
잡풀더미 같은 묵묘의 곁을 지나게 되고 내처 치받잇길을 올려치면 오르게 되는 봉우리가
해발700.7m의 청화산 정상이다.청화산 정상 한복판에는 사람 한 길보다 더 높은 장대한 빗돌
이 우뚝하고, '靑華亭(청화정)'이라고 써있는 현판의 육각정자가 세워져 있으며, 헬기장까지
두루 닦여 있는 봉우리다.
사람 한 길이 넘는 장대한 빗돌의 한쪽은 '청화산 정상 용솟음봉'이라고 새겼고 또 다른 쪽은
'청화산 정상 박곡봉'이라고 새겨 놓았다.이렇게 두 가지 이름을 갖고 있는 청화산(靑華山)
정상이다.장대한 정상석 옆으로는 삼각점이 다소곳하게 자리하고 있다.펄펄끓는듯한 뙤약볕
의 열기로 온몸은 진즉에 땀으로 뒤발이 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던가. 열기에 휩싸인 몸을 잠시
나마 식혀줘야 하는데 이럴 때에는 바람의 역할이 절대적이다.그러나 바람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열기를 가득품은 뙤약볕은 거침이 없으며 그러한 열기를 오롯이 감수하고 있는
초록의 산하에는 불볕으로 달궈진 땅이 내뿜는 수증기가 마치 희뿌연 박무처럼 굼실거린다.
청화산 정상에서 지맥은 곧장 맞은 편으로 꼬리를 잇는데 산길안내를 맡고 있는 이정표에는
같은 방향으로 다향마을(4.3km)과 주륵폭포(3.0km),그리고 청산마을(7.2km)을 가리키고
있다.
삼형제송
청화산 정상을 뒤로하는 완만한 내리받잇길은 비포장 임도의 행색이다.나무 그늘아래에는
지친 산객을 기다리는 평상까지 마련이 되어 있는 쉼터도 눈에 띤다.임도 좌측 저멀리 유장한
몸매의 낙동강이 눈에 들어온다.한동안 이어지는 임도에서 지맥은 임도를 버리고 우측의
숲길로 꼬리를 잇는다.연이어 꼬리를 잇는 임도는 다향마을(2.6km)과 주륵폭포(1.3km)
방면이고 우측의 지맥의 산길은 청산마을(5.5km) 방면과 한동안 궤적을 함께 한다.임도를
버리고 들어선 지맥의 산길은 이전의 산길보다는 좀 거칠은 편이다.잡풀더미 같은 묵묘를
지나면 완만한 내리받잇길인데 오른 켠으로 PE로프와 말뚝을 이용한 고정로프가 산객을
안내한다.
산길 오른편으로 한아름 굵기의 밑동에서 삼지창처럼 세갈래의 줄기가 성목으로 자라난
노송 한그루가 산객의 시선을 끈다.입간판 하나가 세워져 있다.'삼형제송'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노송이다.'삼형제송'을 뒤로하면 타이어매트가 깔려있는 데크계단의 내리받잇길이
기다리고 꺽다리 소나무들만의 붕긋한 멧부리를 넘어서면 간벌목들의 산길이 산객을 기다
린다.산길 우측은 간벌로 숲은 다소 헐겁고 시원스러운 반면, 산길 좌측은 상대적으로 답답한
느낌의 숲이다.꺽다리 소나무들이 그들먹한 산길에는 다갈색의 솔가리가 마춤맞게 내려앉아
있다.건듯 시원한 바람이라도 한축 불어온다면 아늑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연출되고도 남을
숲길이 아니던가.
꺽다리 소나무와 잡목들이 한데 어울려 있는 해발293m봉을 넘어서면 예닐곱 기의 묵묘가
일렬로 산길을 따라 늘어 앉아 있는데, 봉분은 맨땅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거나 다소 훼손이
되어 있는 꼴이다.그러한 행색의 묵묘를 뒤로하면 가파른 내리받잇길이 기다린다.급경사의
내리막을 구르듯이 빠져 나오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왕복 2차선 도로로 지맥은 꼬리를 드리
운다.구미시 도개면과 의성군 구천면 사이를 잇는 18번 도로가 넘나드는 갈현고개다(12시).
지맥의 산길은 곧장 도로를 가로지르며 이어진다.도로 절개지의 가파른 비탈은 맨땅이 고스
란히 드러난 다소 훼손된 봉분의 묵묘를 지나게 되고 울멍줄멍 크고 작은 바위들이 널려있는
비탈길이 꼬리를 잇는다.
예천임가의 묵묘를 지나고 완만한 치받잇길을 올려치면 닿게 되는 봉우리가 해발342.7m봉
이다.키작은 소나무들이 헐겁게 자리하고 있는 붕긋한 멧부리 한복판에는 1978년 건설부가
재설한 삼각점이 의젓하게 자리하고 있다.342.7m의 삼각점봉을 뒤로하는 숲길은 소나무들의
산길이다.간벌목들이 군데군데 널려있는 둥긋한 멧부리를 넘어서면 소나무와 잡목들이 한데
어울려 있는 붕긋한 멧부리를 오르기도 한다.맞은 쪽 건너 편으로 다소 뾰족한 멧부리가
소나무 가지 사이로 조망이 된다.장자봉이다.그러나 장자봉은 산객의 범접을 쉽사리 허락
하지는 않는다.소나무들이 줄을 잇는 치받잇길에는 크고 작은 돌들이 무성하더니 깍짓동
만한 바위들이 뒤를 잇는다.
장자봉 전경
그러한 행색의 소나무와 바위들의 비탈을 헐떡거리며 올라서면 산길은 다시 급경사의 내리막
길을 내놓으며 지친 산객을 몰아친다.푸릇푸릇한 이끼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비교적 둥글둥글
한 형태의 커다란 퇴적암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소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는 붕긋한 멧
부리를 지나면 이끼가 꺼뭇하게 말라붙어 얼룩이 져 있는 엄장한 덩치의 바위들의 바윗길이
이어지고 그러한 행색의 가파른 비탈을 올려치면 문암산(좌측으로1.2km) 갈림봉이다.장자봉
정상을 1.2km앞둔 지점이다.장자봉 정상은 금방이라도 올려칠만큼 눈앞에서 어른거리는데
쉽사리 몸을 허락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산객을 시험하고 있는 거다.넉넉하게 준비를 하였다는
식수도 지금에 이르러서는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태다.팥죽땀은 가만히 있어도 줄줄 흐르고
갈증은 달랑거리는 식수를 엿보았는지 애걸복걸이다.
꺽다리 소나무들의 울창한 내리받잇길에는 PE로프를 이용한 고정로프가 산객을 안내한다.
잡목들이 우거져 있는 산길이지만 길은 뚜렷하고 끌밋한 허우대의 노송들이 줄을 잇는 숲길
이다.장자봉 발치쯤의 기름한 너럭바위봉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모처럼 건듯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이다.거풍이라도 한차례 했으면 좋겠는데 남녀의 동료들이 함께 하고 있으니
그럴 수는 없는 일 아닌가.타들어가는 목을 잠시 축이고 너럭바위봉을 뒤로하면 바위절벽으로
반쯤 기운 자세의 엄장한 덩치의 노송 고사목이 눈에 띤다.고사목을 뒤로하는 산길에는 간간히
PE로프를 이용한 고정로프가 산길을 안내한다.이런 고정로프의 산길은 으레 가파르고 위험
스러운 산길을 의미한다.
한차례 기름한 멧부리를 넘어서면 곧바로 크고 작은 바위들이 널려 있는 오르막 비탈을 올려
치게 되는데 이 오르막에도 PE로프를 이용한 고정로프가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다.오르막을
8부 능선쯤 올려치면 문수사(좌측0.9km)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바위절벽 앞이다.바위절벽
을 좌측으로 끼고 비스듬히 돌아 오르면 해발422m의 장자봉 정상이다.정수리 한복판에는 장
자봉 정상임을 알리는 커다란 빗돌이 세워져 있다.장자봉 정상에서의 조망은 주위를 뒤덮은
활엽수목들과 잡목들로 기대할 수는 없다. 그토록 팥죽땀을 쏟아부으며 애면글면 올려친
멧부리치고는 여느 무명의 봉우리나 다를 게 없는 행색이 아닌가.
그러나 지맥의 대부분 봉우리가 그러한 행색이라는 걸 모를 리가 없는 지맥의 산꾼들이다.
해발422m의 장자봉을 뒤로하면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만의 붕긋한 멧부리를 한차례
넘어서면 머지않아 사거리 안부에 이르게 되는데 이곳이 오늘의 날머리 열재(십재)다.안부 한
복판에는 비교적 큼지막한 봉분의 묵묘가 1기 자리하고 있는데 얼핏보면 봉분이 아닌 것도
같은데 눈여겨 살펴보면 묵묘가 맞지싶다.열재에서 좌측은 구미시 도개면 신곡리 방면이고
우측은 의성군 단밀면 위중리 방면이다.오늘의 하산 지점은 위중리 방면이다.열재에서 우측
으로 발걸음을 하면 다갈색의 가랑잎이 수북한 수렛길이다.
열재(십재)/ 우측 방면으로 위중리
뚜렷한 수렛길을 따라 숲을 빠져나오면 폭염의 햇살로 달궈진 양회임도가 산객을 기다린다.
비탈진 산기슭의 전답 사이로 난 양회임도를 따라 15분쯤 내처 잰걸음을 하면 용담마을이다
(14시).대형버스의 진입이 어려운 용담마을회관 앞의 정자에서 용달차의 도움으로 버스가
주차하고 있는 위중리 마을회관 앞까지 이동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늘어났다.
원래의 계획대로 주선고개까지의 산행을 고집했다면 있을 수 없는 번거로움이다.그러나
오늘의 열재까지로 산행을 단축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근래에 보기드문 폭염
으로 절반쯤의 인원이 중간탈출이나 절반의 산행을 하고 말았으니 원래의 주선고개까지
고집을 부려 계획을 밀어 붙였다면 상황은 더 어렵게 변했을 거다. (2018,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