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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 운봉→주천→산동
2016.07.19.(화, 구름)
여수엑스포역(06:00)→남원(07:00~10)→운봉(07:55~08:00)→종묘장(08:05~10)→엄계교(08:20)→행정마을정자(08:30~08:50)→가장교(09:05)→마을쉼터(09:20)→심수정(09:30~35)→덕산저수지→노치마을백두대간(10:00~15)→회덕마을(10:20)→구룡폭포숲길(10:50)→내송마을(12:00)→관풍정(12:15)→원천천(12:25)→주천면사무소(12:40)→용궁교(13:00~40)→장안제(13:50)→유스호스텔(14:30)→웅치임도→밤재(15:20~25)→자귀쉼터(16:05~20)→견두산(17:20~30)→현천마을(18:35~40)→산수유양조장(18:55)→원촌초교(19:00)→산동면사무소(19:05)→원촌정류장(19:10~20)→구례(19:40~20:00)→순천(20:40)→여수 이달말로 여수를 떠날 예정이니 남은 구간 서둘러야 겠다. 여수엑스포역 06발 익산행 무궁화열차로 1시간만에 남원역이다. 남원시 외곽에 KTX역사로 신축된후 운봉 인월 뱀사골행 시내버스가 남원역을 기점으로... 남원시 중심가를 지나 구불 구불 여원재 넘어가니 1시간만에 운봉읍이다. 사람 만나 보기 힘든 도로변에 지난번처럼 과일을 진열하고 계신다. 인사말를 건네자마자 어디서 오신 분이냐 홀로 어디로 가시느냐 만나는 분마다 한결같이... 북에서 왔습니다. 이북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하며 의아해 하시는 분도 계지만 서울에서 온 모양인데 분명 무슨 사연이 있는 것 같다고 관심갖는 분도 계시고..
한 무더기를 팔아주면 좋겠다 하시는데 죄송하지만 오늘 먹을 정도의 복숭아 몇개 사 넣고 지난번과는 정반대 방향인 주천으로.... 도로가의 둘레길 지킴이가 육묘장 문 열어 놓았다며 그쪽으로 들어가란다. 아침부터 뙤약볕인데 60~70대 분들이 줄지어 무슨 작업을 하시는지? 인사만 드리고 온실같은 시설물 속엔 씨앗을 발아시킨 아주 작은 묘목들이 자라고 있다. 어느 정도 자란 것은 밭으로 옮겨 키우는지... 시냇물 거슬러 올라가며 짓푸른 농경지와 한적한 농촌 정경을.... 수령이 기백년 되어 보이는 느티나무가 이쪽으로 와서 마을 주민과 함께 잠시 쉬어 가란다. 쉬시는 어르신께 사탕 건네며 인사드리는데 나들이 복장의 어르신 한분이 오토바이 타고 오신다. 80세라는데 아주 건강해 보이신다. 인사 드리니 이분 역시도 홀로 가는 나그네에 많은 관심을....
함께 할만한 벗 만나는 것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산수유 필무렵 산동에서 시작한 둘레길이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 거쳐 운봉에 이르렀습니다. 오늘은 주천 남원으로 갈까 합니다. 하니 쉼터에 좋은 곡주(이백산 /춘향골 등)가 있으니 자기와 함께 한잔 하고 가라신다. 쉼터 안에는 또 한분의 어르신이 쇼파에 앉아 쉬고 계시는데 모두가 형제처럼 느껴진다.
토종 오이가 안주감으로 최고라며... 한잔 가득 따라 주시며 어서 들이키고 된장 고추장 찍어 먹어 보게나 ... 면단위로 막걸리를 생산하는데 모든 막걸리가 저마다 맛이 좋다며... 이백 막걸리 한잔 마시고 육질이 부드러운 오이 몇 조각을.... 쉼터 냉장고엔 이분들이 즐겨 자시는 먹거리도 있는 것 같다.
형님같은 분들과 함께 이런 곳에서 하룻밤 묵으며 살아가는 이야기 나누어 보는 것도 참 좋겠다. 한잔 더 하고 가라시는데 선배님들의 따뜻한 정에 감사드리며 아쉬운 작별인사를... 둘레길 지킴이가 도로가에서 불쑥 나타나 건너편 냇둑 따라 가라고.... 짓푸른 녹색 바다를 오토바이로 건너 오시는 어르신 어인 일인가 하여 지켜 보는데 수로에 엎드려 무언가를... 막아 두었던 물구멍을 다시 터서 수량을 조절하시는 것 같다. 밤시간과 낮시간 논 수위를 다르게 조절하시는지.... 온종일 열어 두는 것이 아니고 때를 따라 열어놓고 막아두기를 정기적으로 하는 것 같다. 예전에 비해 영농환경이 좋아지고 수확량도 많아졌지만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게 문제라며 평생토록 애정으로 가꾼 농지, 영농하기도 좋아졌으니 놀릴 수도 없는데 그동안 함께 했던 벗들도 곁에 있으니 서로 의지하며 하늘 가는 그날까지 ... 운봉은 상추재배로 적당한가 보다. 일년에 서너번 같은 자리에 상추묘 심기를 반복하는 것 같다. 마을 입구 느티나무 아래는 여러명이 함께 앉아 쉬기 좋은데 마을회관도 인근에 있다 논두렁 풀을 예초기로 배어 내고 곧바로 제초제까지 살포한다. 제초제는 토양속 미생물은 물론 냇가의 민물고기(버들치 붕어 미꾸라지 새우 논게)도 사라지게 했으니 인체에도 심각할텐데 당장 편하다는 이유로 제초제 사용이 빈번한 것 같다 마을길 주변에 밀집된 비닐하우스 내부는 화초들로 가득하다. 이 지역 기후가 농작물보다는 꽃재배쪽이 유리한지.... 종중산 묘역을 지나는데 화려한 정자까지... 정자에 올라 지리산 줄기 바라보며 산같은 마음으로 수행하며 살아가길 원하셨는지... 돌에 세겨 놓은 글귀도 인상적이다. 묘역 입구 양쪽엔 석조 동물상과 이런 저런 석조물로 가득하다. 대단한 집안임을 대내외에 과시하고픈 심리가 작용한 것은 아닐런지... 자긍심도 좋지만 지나치면 오만해지기 쉽고 오만해지면 패망의 원인이라는데... 조상을 잘 모셔야 후손이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은 더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고도성장기를 살아가신 분들이 남긴 가치관이리라.
정보화사회로 깊어질수록 사람이 하던 일거리를 정보화기기들이 독차지할 것이니 사람이 주도했던 좋은 일자리가 사라져 생계가 각박해질 것이고...
이같은 실정이다보니 화장중심의 장례문화가 주를 이루고, 족보는 물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친인척간에도 등한시하며 소원해지는 것 아닐까 노치마을 입구에 백두대간길이라는 안내판이? 노치마을에서 남원쪽으로 흘러 내리는 물길은 섬진강으로, 운봉쪽으로 흘러내리는 물길은 남강이 되이 낙동강으로 흘러 든다며... 백두대간은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만을 이어갈 것 같았는데 해발고도와 상관없이 물길을 가르는 능선 중심인 것 같다. 바래봉 서북능선보다 훨씬 낮은 마을길임에도 백두대간길이라니... 완만해 보이는 노치 마을 진입로가 지리산에서 고남산으로 건너가는 백두대간길이란다. 이 길부터는 남원쪽으로 완만하게 내려간다. 구룡폭포길로 이어지는 도로따라 회덕마을 지나가는데... 유모차에 의지해서 힘들게 두분이 올라 오신다. 인사만 건네는 것이 죄송스러워 준비해 온 사탕을 건네 드리니 좋아라 하신다. 뙤약볕을 온몸으로 맞으며 붉은 상추잎새를 하나씩 따서 박스에 차곡 차곡... 수고 많으시다는 인사와 함께 사탕 몇개 건네 드리고... 부드럽고 완만한 소나무 숲길 이리 저리.... 작은 샘터에 왠 금붕어 두세마리가....인근 마을 주민이 넣어 두었는지... 한적한 숲길에서 이따금씩 구룡폭포 간다는 산꾼들도 만난다. 정령치쪽 계곡에 폭포가 있겠지 했는데 또 한무리의 젊은 산꾼들이 구룡폭포 간다며... 지나왔던 숲길 위쪽 계곡에 있었나 본데 물소리도 듣지 못했고 아무런 표지판도 볼 수 없었으니... 구룡폭포가 대단한 모양인데 미리 알고 왔다면 지나치지 않았을텐데.. 구룡치 넘자마자 급경사지 계곡옆 소나무숲 사이로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운봉지역 해발고도가 높다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 한참 동안 내리막 길이다. 숲길 빠저나오니 내송마을이란다. 저 앞이 주천면 사무소 같고. 깨꽃이 뙤약볕 아래 하나 둘 피어나고 고구마 잎새도 검푸러지는데 고추밭 아래 주렁 주렁 매달린 것들도 하나둘 붉어지고 있다. 내송마을 정류장에 구룡폭포 순환코스라는 안내판이 황금색으로 가득한 농촌 들녁 바라보며 묵객이 머물다 갔는지.관풍정이라는 정자가 관풍정과 남원시를 오가는 버스 시간표 들판 아래쪽이 남원시 같은데... 저기 뵈는 산을 내려 온 것 같은데 계곡 위쪽에 구룡폭포가 있었나 보다. 주천면 소재지 냉면집 앞을 지나는데 김밥을 준비해 왔으니... 좀 더 가볼 생각으로 면사무소 직원에게 산동방향 둘레길 물어간다. 저 쪽 산아래 저수지 지나 재를 넘어가면 산동으로 이어진다니... 무심코 저수지쪽을 향하여 발걸음 재촉한다. 산동까지 갈 수 있을런지도 모르면서.... 논옆 수로엔 물소리가 요란하건만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하천은 거의 물이 흐르지 않는다. 용궁마을 부근 다리밑은 발 담글 정도이고 그늘이니 이쯤에서 활동 에너지를... 산허리 돌아 내려오니 남원과 산동을 오가는 국도 바로 옆이 지리산유스호스텔이다. 둘레길은 도로밑을 두어번 건너 다시 지리산쪽 비포장 임도 따라가는데 뙤약볕 피하기 어렵다. 이리 저리 한참 오르니 차량소리도 들리지 않는 산속을 지그 재그로... 밤재라는 고갯마루인데 안내판을 보니 주천쪽으로 이어질 것 같은 능선길도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올라온 임도보다 능선길로 왔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은데....
둘레길 지킴이가 도로따라 가라는데 뙤약볕이 싫어 두리번 거리니 능선으로 오르는 목계단이 손짓한다. 능선 숲길로도 산동면으로 이어질 것처럼.... 견두산 정상 가는 길로만 표시되었뿐이지만 정상에 가면 분명 산동면으로 이어지는 하산길이 있을거야 하면서 목계단을...
어쩌다 시야가 열리면 유심히 살펴보지만 남원시 어디쯤인지는? 산동면 산악회원들께서 조망하며 쉬어 가라고 좋게 꾸며 놓은 자귀나무 쉼터가 반갑다. 발 벗고 누워 운무가 걷히길 기다려 보는데 조금씩 열리는 것 같지만 여전하다. 저기 쯤이 만복대와 수락폭포이겠지... 산돼지들이 앞서 지나갔는지 능선좌우 여기 저기 파헤친 흔적이 생생하다. 조심스럽게 인기척을 내며 정상을 찾아 이리 저리... 예상대로 지리산 온천랜드가 서서히 드러나고 햇님도 적당히 남아 있으니 안도감이 생긴다. 저 아래 산자락 임도따라 올라왔을텐데 어디가 어디인지 전혀 모르겠다. 추측으로만 갸름해 볼뿐... 정상이 가까웠는지 바위 능선을 만나면서 지리산 온천랜드쪽으로 시야가 열린다. 신발 벗고 앉아 노고단과 만복대를 찾아보지만 여전한 모습이다. 드디어 견두산 정상이다. 한글만이니 무슨 뜻인지? 석양빛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계곡 급경사지를 조심 조심 .. 시원한 계곡수에 온몸 담그니 이제까지의 피로가 사르르... 계곡 빠저 나오니 현천마을인데 이곳도 2구루의 느티나무와 비바람막이가 된 쉼터가 있다. 남원에서 산동 구례쪽으로 달리는 국도인가 보다 그동안 차량소리만 들렸을 뿐인데... 계곡 안쪽에 수락폭포가 있는 것 같은데 구름속에 만복대도 뵈는 듯 하다. 수락폭포에서 18:20분발 구례행 군내버스가 있다니...산동면사무소에서 탈 생각으로 느긋하게 산수유 막걸리 공장도 만나 보고 면소재지라며 학교, 경찰서, 농협, 수퍼 이발소... 사람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이 모여 있는데 사람 구경하기는 어렵다. 오늘로 지리산 둘레길 모두 돌아 보았으니 아쉬움 속에 감회가 새롭다. 노란 산수유꽃 봄마중 간 것이 계기가 되어 걷기시작한 지리산 둘레길 구례군 하동군 산청군 함양군 남원시 지리산 자락은 돌아가면서 지역적 환경에 따라 생계수단도 다르고.. 음식 놀이문화가 달라짐은 물론 지역민의 기질도 달라지는 것 같다. 태어나서 한평생 동일지역에서 보내시는 분도 계시고 속세를 피해 지리산 품속에서 남은 여생 전원생활 기대하며 들어오신 분도 계시고... 둘레길은 산촌마을 정경도 좋지만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자 함이 아니요. 오직 이런 저런 삶의 현장을 보면서 그분들과 잠시잠깐만이라도 함께 해 보는데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이 마을과 저 마을을 이어주는 길따라 산길도 걸어보고, 논밭, 냇둑길도 걸어보고, 돌담 마을길도 걸어보면서 이제까지 살아왔던 나의 삶을 생각해 보고 남은 삶을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 것인지 자기성찰의 시간도 가져 본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것이 변하는 법인데... 천년만년 살 것처럼 부질없는 것에 더이상 매달리지 말고.... 저희들 세대까지는 농촌에 대한 추억들이 많은지라 둘레길 거닐며 만나 보는 다양한 농촌 산촌 마을정경이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만 이같은 감동도 저희들 세대가 끝나면 사라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향후 10년 정도 지나면 만나본 마을분들이 요양원 아니면 하늘나라로 거의 떠날 것 같고, 옛추억이 그리워 귀농 귀촌하신분들도 황혼으로 깊어질 터이니 손에서 일이 떠날 것 같고... 농촌을 모르고 성장한 자식세대에게서 우리와 같은 감동을 기대할 수도 없을테니... 둘레길도 그때가 되면 어떤 모습으로 우리곁에 남아 있을런지... 한때 사람들이 살았다는 마을 유적지라는 안내판만 남아 있다면.. 아무도 만나볼 수 없는 마을로 변해간다면? 적막속에 모두가 잡초에 뭍혀 버린다면? 아직까지는 그분들이 살아 지키고 계시니 지난 추억에 좋아라 하며 즐겨 찾지만... 그분들도 떠나고 우리도 떠나간 후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