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7일 오후 2:4548 읽음
2023년 3월 6일. 오전 5시 30분. 또 육전이 나갔다. 이번엔 충전한 10유로를 다 쓴 거다. 대충 입고 나가 20유로 충진 된 카드를 대니 10유로가 충전되며 전기가 바로 공급된다. 아침은 파 기름 계란 볶음밥. 중국집의 강한 불과 웍으로 해야 할 볶음밥을, 요트 안 작은 가스레인지로 하니, 볶음밥이 아니라 비빔밥이 되었다. 이럭저럭 먹을 만하다.
오전 7시, 주유소에 전화를 한다. +302821095417 EKO 주유소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니코스가 운전해 왔다. 160리터 정도 예상했는데, Full로 채우니 헛! 192리터다. 금액은 359.09유로. 유류비가 장난 아니다. 이제 아랍 권으로 나가면 유류비가 싸진다니 기대한다. 하지만 유류품질이 안 좋아 연료필터를 많이 갈아야 한단다. 약 200시간 마다 한번. 그럼 기주를 계속한다면 대략 10일에 한번 정도인가? 잘 기억해야겠다. 선실 안에는 아내와 리나의 전쟁이 한창이다. 19개월 된 리나는 안 먹고 돌아다니려고 하고, 아내는 다 먹고 돌아다니라고 호통이다. 나코스와 상황을 이야기하며 웃었고, 나코스는 천천히 인사하고 돌아갔다.
이제 외출 준비를 하며, 콕핏 뒤쪽 임시 커버의자를 만들 인원을 기다리고 있다. 8시 30분에 온다니 15분 남았네. 이탈리아에 비해 크레타 사람들은 약속을 잘 지킨다. 친절하기는 두 나라가 마찬가지다. 그리스 아테네 마리나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으로 잔뜩 긴장했는데, 크레타 사람들의 친절에 마음이 풀린다. 윤태근 선장님의 말씀은, 언제든 아이러브 이집트, 아이러브 그리스, 아이러브 크레타를 반복하란다. 그래서 사람들 마음을 풀어주란다. 좋은 충고다. 외국인이 아이러브 코리아!를 외치면 누가 싫어하겠는가? 여기 진짜 경치 좋고 친절하다. 나는 크레타가 너무 좋다. 여기 살고 싶다. 라고 말하다가, 그간 강릉으로 온 외국인들도 바로 이런 마음이었겠군. 하고 생각한다. 그들도 늘 아이러브 강릉, 아이 원트 리브 강릉!을 외쳤었다.
정확히 8시 20분에 콕핏 커버의자를 만들 사람이 왔다. 자로 정확히 재고 갔다. 내일이면 만들어 온단다. 어쨌거나 안전하게 항해 할 수 있게 됐다. 갤리에서 리나와 아내의 실랑이를 듣더니 웃는다. 본인도 19개월짜리 딸이 있단다. 오 그래요? 그런데 18살짜리 아들도 있단다. 엄청난 터울이다. 리나를 데리고 마리나 앞 카페에 갔다. 요게 키 크고 잘 생긴 크레타 카페 점원 아저씨에게 안아달라고 난리다. 요물이다. 나한테도 잘 안 그러면서! 질투가 나네.
[우리국민 김명기 님께서는 수에즈를 통과하여 Indian Ocean 그리고 동남아 지역을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실 예정입니다. 참고로 Indian Ocean HRA는 IMO MSC 106/ING.10, 22 August 2022, 106th session Agenda item7으로 0001 UTC on 1 January 2023부로 해제되었습니다. 기존 Voluntary report 는 유지 중입니다. ] - 해외 안전 지킴이 카톡
이탈리아 영사님이 해외 안전 지킴이 활동으로 단체 카톡을 열어 주셨다. 아덴만 인근의 위험해역지정 해제 내역도 정확히 파악하고 계신다. 내가 가는 나라마다 영사관을 자동 연결하여 관련 국가 영사님들이 연락을 주신다. 나는 배의 제원과 일정, 이집트 에이전트의 연락처를 전달하며 통항보고를 한다. 크레타에 있는 영사관 관련 분께서 카톡을 주셨다. 내일 세관에서 뭔가 잘 안되면 연락드려야겠다. 진짜 대한민국 대단하다. 한국인 해외여행자로써 뿌듯하다. 마! 이게 대한민국이다.
이제부터는 코미디 크레타다. 그리스로 오는 모든 배들은 TEPAI 라는 세금을 내야 한단다. 안내 브로셔를 크레타 해양경찰에서 내게 주었다. 그런데 어디서 어떻게 내야 하는지는 모른다. 브로셔보고 하랜다. 웹 사이트로 들어가 보니 더 모르겠다. 마리나 관리자 Mr. 스피로에게 물어도 모른다. 다만 TEPAI를 안내고 가다 해경에 걸리면 벌금이 5,000유로란다. 은행에 가서 물어 보라고 한다. 은행에 갔다. 이중문이라 먼저 스위치를 누르고, 문 하나씩 열고 두 번 들어가야 한다. 한 문이 닫혀야만 다른 문이 열린다. 은행 강도질은 어렵겠다. 은행원에게 물어 보니 모른다고 한다. 해경에 가보란다. 내가 지금 해경에 다녀왔다고 하니, 한참 검색을 하더니 세관에 가보라고 한다. 일단 여권에 출국 도장을 받으러 경찰서에 갔다. 경찰은 정말 친절했다. 서류를 보고 언제 출국하느냐 물어서 수요일이라 하니, 그럼 수요일에 다시 오란다. 오늘 도장 받으면 오늘 출항해야 한단다. TEPAI 에 관해 묻는다. 모른다. 세관 연락처를 준다.
TEPAI 라는 세금이 있다는 건 다들 아는데, 어디서 어떻게 납부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지 말고 가다가 벌금 내라는 건가?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세관에 전화하니 계속 통화중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마리나 사무실로 돌아가 Mr. 스피로에게 세관에 가면 TEPAI 낼 수 있냐? 물으니 가능할 거라고 한다. 경찰서는 오후 3시까지 근무인데, 세관은 몇 시까지인가 물으니, 오후 2시까지란다. 지금 점심시간이니 이미 늦었다. 하루가 진짜 짧은데, 여기저기 출국허가를 받으러 하루 종일 돌아 다녀도, 하루 한 군데 밖에 일이 진전이 안 된다. 열이 확 받는다. 도대체!
보통 우리나라나 일본은, 경찰이나 세관, 어느 한곳에 문의하면 대부분 자세히 내용을 알아 안내해 주고, 자기 관할이 아니면 어디 가서 어떻게 하라고 친절히 알려준다. 그대로만 하면 다 해결 된다. 하지만 여기서는 자신이 맡은 업무 외엔 모른다. 그런데 TEPAI를 내게 공지한다면, 그걸 어디서, 어떻게, 내라고 함께 알려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희한한 일이다. 이런 세금이 있으니 알아서 내라. 나머지는 네 문제다. 라는 입장이다. 나보다 먼저 그리스에서 배를 사신분이 느꼈던 ‘일종의 벽’이 이런 것이었나 보다.
내일 화요일 세관에 가서 커스텀 신고하고 TEPAI 인가 뭔가 해결하고 해양경찰에 서류 제출하면 끝이다. 검역은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 입국할 때만 하던가. 그러면 수요일엔 출국이 가능할거다. C80 플로터 레이더 Beep 알람이 잘 해결되길 바란다. 콕핏 뒤의 커버의자도!
그리스 하이나 세관 Government office Greek Customs / Souda 732 00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하나씩 출항 준비를 한다. 배의 가스레인지용 가스통을 사러 갔다. 가스들은 통으로 바꾸는 것은 9유로, 새로 통을 사는 것은 30유로다. 1개는 바꾸고, 2 개를 더 산다. 총 69유로. 현재 배에도 3개가 더 있으니 총 6개다. 두 달은 버틸 수 있을 거다. 나머지는 가다가 또 사면되지. 규모 있는 마리나에서 준비해야지, 작은 마리나에 가면 아예 구입이 어려울 거다. 방금 배에 물을 가득 채웠다. 원래는 10유로 내야 하는데, 전에 쓰던 사람의 것이 남았나 보다. 럭키! 그리고 수요일 출발 전에 한 번 더 채우면 출항 준비 끝이다.
이곳 크레타 지난주 금요일 도착해 이번 월요일까지 4일간 지내는데, 1,110 유로가 들었다. 아직 화, 수가 남았다. C80 수리비는 또 얼마일까? 항구하나 들르는데, 170만원이라면, 한국까지 약 20개 항구를 들르면 총 3천 4백만 원 비용이 든다. 헉! 이다. 이러면 절대 안 된다. 물론 디젤유가 비싸고 (360유로), 여러 가지 수리를 하긴 했지만 그건 총 600유로. 여기 특산 음식은 두 번밖에 안 먹었다. 그건 120유로다. 장보기는 200유로. 나머지 300유로다. 이제부터는 급한 수리가 아니면 한 마리나에 오래 머물 이유가 없다. 여기서는 전부 배에서 자고, 차량 렌트도 안하고, 전부 걸어 다녔다. 별로 한 것도 없이 비용이 너무 많이 나갔다. 정말 장난 아니다. 전에 유튜브에서 어떤 부부가 세계일주 항해 하는데, 1년에 2천만 원 든다고 했다. 믿을 수 없는 정보다. 그럴 리 없다. 다음 마리나부터는 그냥 들러 물이나 식료품 채우면, 기상 확인 후 바로 출항해야겠다. 몰디브에서나 조금 쉬었다 갈까? 확실하게 하자. 마리나는 돈이다. 그래서 이들이 일을 느릿느릿 처리하나? 하루라도 돈을 더 쓰고 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