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이유정》에는 <할아버지 숙제>, <그냥>, <멀쩡한 이유정>, <새우가 없는 마을>, <눈> 다섯편의 동화가 있다.
<할아버지 숙제>는 불편한 사실과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는 불편한 사실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사람을 보도록 한다.
자랑거리가 없고 유명한 할아버지를 두지 않은 경수는 할아버지에 대한 숙제를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다. 엄마와 함께 숙제를 하는 과정이 경쾌하다.
<그냥>은 진이의 일상을 따라간다. 3인칭 전지적 시점이다. 처음으로 혼자 아무 목적없이 거리를, 동네를, 학교를 배회한다. 새로운 눈이 뜨이는 과정을 찬찬히 보여준다. 보통의 우리아이들의 일상을 담았다.
<멀쩡한 이유정>의 유정이는 길치다. 아이의 심정을 잘 그렸다.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초조함과 잘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한 마음이 독자에게 잘 전달된다. 더구나 결말의 반전이 있어 좋다. 누구나 길을 잘 찾는 게 아니라는 것, 어른도 길을 헤맬 수 있다는 위로가 있어 좋다.
<새우가 없는 마을>의 할아버지는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최소한 생명을 이어나가는데 관계하는 사람이 전부이다. 그러나 TV에 나오는 사람을 다 아는 사람이라 표현한다. 역설적으로 표현한 이 부분이 더 실감나게 대조가 된다. 칠 년 만에 먹는 짜장면, 가장 편한 옷을 입고 짜장면을 먹으러 가자고 한다. 할아버지는 학력도 짧다. 배운 이발기술로 살았다. 기철이 눈으로 본 할아버지는 일생이 고단하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유머도 있고,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 할아버지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눈>의 도입부는 강렬하다. 독자를 확 끌어다니는 힘이 있다. 공평과 불공평의 개념과 왜 주인공 영지는 불공평하다고 하지? 하는 물음을 갖게 한다. 영지네 집의 상황이 그려진다. 아버지는 죽고 엄마는 옷 수선집을 해 생계를 꾸린다. 영지와 엄마는 옥탑방에 산다. 밥상의 기도와 함께 세상을 공평하게 만드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작가의 힘이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