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별목련발레리나 / 청미 오정애
황학산 수목원에서 처음 만난 너
활짝 핀 큰별꽃잎은
흰 드레스 풀풀 춤추는 학 날개깃 같다
아름다운 향이 좋다
만져보고 다시 봐도 특이한
때맞춰 만난 행운아
수목원 둘레길에 들어서면
탐스럽고 우아한 고운 자태로
어서 와, 환영해
생동하여 하나가 되니
해마다 몇 번 들렀어
항상 자리 지켜주는
네가 고마워
해마다 찾고 또 찾는구나
*큰별목련발레리나: 꽃 이름
* (남편하고 해마다 찾은 황학산 수목원에서 큰별목련발레리나 꽃을 보았다.)
어린이 / 청미 오정애
와, 기분 좋아라
반짝거리는 별처럼 꿈 이룰 것 같아
자라나는 꿈나무들아
무궁무진한 큰 별들로 돋아나거라
아기 새싹 방그레
흙더미 뚫고 뽀로롱 솟아올라
또 오세요
손짓하듯이
이 나라에 희망이 오려무나
활짝 펼쳐라
아가들
벙그레 약속을
1박 2일간 휴식 / 청미 淸味/오정애
1.
가족들과 횡성 섬강으로
비 잔잔히 내려 흐린 아침에
달리는 창밖에 안개꽃은 산등성 허리에서
피어오르니 산등선 보일 듯 말 듯 해님 꽃이 핀다
주섬주섬 쇠못 박아 텐트 치고
오리고기로 한 끼 점심을
돌다리 육십일 개 발목까지 흐르는 물줄기에
디딤돌 건너는 재미에 푹푹 빠져드니
섬강에 물놀이하는 아이처럼 신나는 청춘
피서객 강아지도 물살에 맡겨
헤엄치며 앞장서 신나게 즐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작은 것에 행복하고
감사로 호흡 되는 메아리
식수시설은 없으나
흐르는 강물에 얼굴 씻고 그릇 씻고
음식물은 청결하니 분리해 머문 자리도
즐거워 행복하면 만족이지
남편은 둥근 투망에 된장 넣은 어항 설치해 놓고
낼 아침에 물고기 거둘 기대감 귀에 걸쳐두고
청도 복숭아 씻어 옥수수 쪄낸 휴식 시간
장수풍뎅이 걸음마 행차 시라
뒤집혀 몸부림치며 바둥바둥
도와 달라, 살려달라 허공에다 발 동동
돌돌 말린 나뭇잎 하나 대 줬더니 일어선다
생사가 달린 곤충에게 좋은 일 했구나
흐뭇한 마음 기쁨이 넘친다
저녁노을이 물들어
주위에 건물마다 불빛이 찬란하다
텐트 안에 전등불도 은은하니 정겹다
2.
섬강에서 듣는 새벽 새소리 정겨워라
쨍쨍한 아침 밭두둑에 걸린 은행나무 그늘에
머릿결 휘날리는 시원한 쉼 자락은
까치 부부 은행잎 사이로 건너뛰며 깍깍 흥얼댄다
저편에서 힘찬 매미 울음소리도 쟁쟁
실잠자리 두 마리 꽁무니 물고 날아다니고
실잠자리 한 마리는 하얀 부케로 수북하다
하늘엔 제트기 요란한 비행 소리에 귀가 먹먹한데
도라지밭에 보라와 하얀 도라지꽃이 예쁘게 웃는다
섬강 물줄기 따라 산책길 돌아보니
노란 벌통 바위 언덕에 덩그러니 놓인 자리마다
윙윙거리는 벌 소리도 안 들려
눈에는 벌 한 마리 없는 듯하다
버섯 이름은 알 수 없지만
각종 종류별 버섯은 둘레길 고개마다
빼꼼히 삿갓 쓰고 인사하여 반긴다
소나무 숲길 사이사이 거미줄 출렁다리 치고
한 칸 건너 줄지어 많은 집 지어 놓았다
거미줄 출렁다리 건너뛰면서 뜀박질하고 싶어라
고무줄놀이 줄넘기하듯 뛰놀고 싶어라
왕벚나무꽃 / 청미 오정애
몽실한 양떼구름 나뭇가지에 달렸다
하늘에 떠다니는 목화 꽃송이
지상에 아름다운 꿈 심기려고 내려왔을까
벌 찾아와 나비 찾아와
이꽃 저꽃 봄편지 전하며 사는 우체부
꿀송이 묻혀 맛보라 권하여
좋은 향기 말벗 되어 외롭지 않은 하얀 나무
뛰어난 미인 버찌로 선물까지
분홍 원피스 주홍 가방 빨간 루즈 검은 백
이집 저집 주고픈 순수한 눈빛
산책길에 열매 하나 먹은 맛이 시고 쓰다
약은 시고 쓴 것이 보약이라잖어
작은 씨앗이 한마디 내뱉고 새싹의 꿈 키운다
동안미인 풍요한 복덩이
한철 눈동자 활력소로 힘 싣는 보약 같은 효험
두루두루 새싹 돋은 건강한 정신
가족 울타리 즐거운 함박웃음 꽃피어
키다리 벚꽃 그늘에서 정다운 이야기꽃 핀다
꽃송이 나비 되어 사알짝 날아든다
산유화 시를 접하며 / 청미 오정애
일제강점기 말에 [문장]지가 창간되던 해, 정지용 추천으로 등단한 조지훈과 박두진, 박목월 세 사람이 1946년 합동 시집[청록 집]을 발간했다.
토속적인 글을 썼던 김소월도 1924년 <영대> 3호에 <산유화>를 발표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나도 김소월 시인의 산유화를 감상하고 싶다.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 꽃이 피네 / 갈 봄 여름 없이 / 꽃이 피네 // 산에 / 산에 / 피는 꽃은 /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 꽃이 좋아 / 산에서 / 사노라네 // 산에는 꽃 지네 / 꽃이 지네 / 갈 봄 여름 없이 / 꽃이 지네 // 참고 :「현대 시의 이해와 감상], 페이지 14쪽. 김소월,「산유화」,『김소월 시 전집』, 문학사상, 2007, 현대어 교주.
김소월 시인님의 시 [산유화]를 선택한 이유는, 자연 속에서 주는 편안함과 내 고향 시골집 뒷산을 연상케 했다. 순간 내 마음의 동요가 일었다. 처음에는 김소월의 시 [초혼]으로 하려고 했다. 초혼이라는 시는 김소월 시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놓고 쓴 시다.
김소월 시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과 슬픔이 극도로 고조된 감정으로 이 시에서 표현되고 있어, 나는 초혼이라는 시에서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하게 하였다. 초혼으로 하려다 과제물의 글이 너무 어두워질 것 같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산유화를 선택했다.
김소월의 산유화처럼 내 고향 집 뒷산에는, 자연의 순리대로 계절마다 잊지 않고 찾아오는 진달래, 철쭉, 아카시아꽃, 찔래, 이름 모르는 꽃들이 피었다.
텃밭에는 복숭아꽃이 피어 있고, 벌레 먹은 복숭아를 맛있게 먹던 추억도 내게는 남아 있다.
푸르른 감나무에는 하얀 감꽃이 풍성히 열렸다. 감꽃을 주워 목걸이로 만들었던 시절이다.
가을이면 아버지, 어머니는 장대로 감을 땄다. 어머니는 낮은 곳에 있는 감을, 아버지는 장대에 끼운 대막대기 사이로 걸쳐서 돌려 땄다. 아버지가 감나무에 오르면 어머니는 텃밭에서 감을 주워 담았다. 감나무에 올라가 긴 장대로 나뭇가지를 내리치면 예쁘던 잎은 감과 함께 우르르 떨어지며 텃밭을 장식했다. 어머니가 감나무에 올라가서 딸 때는, 내가 감을 바구니에 주워 담으며, 흰둥이와 함께 감나무에 오른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어머니는 잘 여문 주황색 땡감을 아랫목에 항아리 하나를 놓고 감을 넣었다.
가마솥 아궁이에 솔가지를 넣어 성냥으로 불을 지피고 소금물을 펄펄 끓였다. 뜨거운 소금물을 항아리에 붓고, 이불을 덮어씌웠다. 보름 정도였던가. 꽤 긴 날을 두툼한 항아리가 아랫목에서 이불을 끌어안고 있었다.
나는 초가집 뒷산에서 꿩 꿩꿩하는 꿩 소리, 뻐꾹뻐꾹 뻐꾹하는 뻐꾸기 소리, 까악까악까악 하는 까마귀와 까치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그뿐인가, 대나무 울타리에서 노는 참새 소리. 계절마다 찾아오는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며 자연과 함께 행복한 어린 시절을 지냈다.
새들은 자기만의 독특한 소리를 낸다. 자연의 꽃들도 자기만의 개성 있는 향기를 뿜어낸다. 나무도 그렇다. 소나무 향기는 그 얼마나 좋은가. 산 숲에 가면 나는 솔향을 코에다 대고 맡는다. 솔잎에서 나오는 솔향 냄새가 때론 송진 향이 난다. 왠지 싫지 않다. 하물며 흐르는 물조차도 그렇다. 좋은 향기의 냄새와 나쁜 향기의 냄새. 그건 깨끗한 냇물과 더러운 냇물을 어릴 적에 보았었기에, 두 종류의 물줄기가 확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소월의 산유화 시에서 내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다. 온 세계를 드나드는 자연의 종류들의 꽃, 자연 안에서 어울려 사는 새와 각각 종류별의 동물들이 어울려 지낸다.
그 누구든, 그 어디서든, 다른 풍경 속에서도 서로 같은 풍경 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산유화 시를 읽으니, 지금 나의 고향을 생각하였듯이, 또한 그곳에 얽힌 추억의 이야기들을 되새겨 놓았듯이, 하나님께서 지으신 이 우주에는 계절마다 아름답기가 심히 찬란하다. 하나님께서 세상의 있는 모든 것들을 창조하시고,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으시고, ‘심히 좋았더라.’라고 하셨다.
그토록 하나님도 ‘심히 좋았더라.’라고 감탄할 정도였는데, 우리 자연을 우리의 지구를 사람들이 잘 다듬어서, 파손되지 않는 아름다움들을 잘 가꾸어 나가야겠다.
세상에서 피고 지는 산야의 꽃들도 혼자서 저렇게들 피어나는데, 내 인생의 삶의 꽃은 어느 만큼의 자락에서, 얼마만큼 홀로 꽃피우고 있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그 파장으로 나는 또 꽃을 피우는 '고향의 봄'이라는 자작시를 적어 본다. 그 시는 호롱불 시집에 수록되어 있다.
고향의 봄
봄 뒷동산에 오르면 / 분홍 진 붉은 하얀 꽃 몽우리 고개 내밀어 / 진달래꽃 울긋불긋 피웠다 // 초가집 텃밭에는 감꽃 감나무 / 화사한 연분홍 개 복숭아꽃이 폈는데 / 봄이면 연분홍 드레스로 / 치맛자락 휘날려 향기 준 고향이 그립다 // 개복숭아 소쿠리에 주워 / 벌레 먹은 불그스레한 잔털 씻은 / 열매가 대롱대롱 열렸다 // 소녀는 솔향 그윽한 뒷산 밭 자락 거닐고 / 외양간 송아지 텃밭에 앉아 햇살 되새김질 / 강아지 재롱 피워 반긴다 // 타향에서 봄꽃 여니 / 봄 향기 불어 꽃잎 진동하여 // 그 향기 취해 고향 노래 읊는다 // 오정애[호롱불]시집 수록.
나는 다짐한다. 지금껏 삶을 후회 없이 성실하게 살아왔듯, 앞으로도 인생을 성실히 잘 살 거라고.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이기에, 나의 삶을 보람 있게 살겠다. 김소월의 산유화 시를 통해, 내 마음을 다시금 정화하니 참 좋다. 고향의 봄, 나의 시도 음미하니 그 시절 고향집이 그리워 그곳에 있는 듯하다.
내 안의 행복감을 자연과 함께 가득히 채운다.
(2023, 방송대 과제물로 제출함.)
*오정애 (이천문인협회정회원)
*열린동해문학 (시, 수필) 등단
*작가문학상(시부문) 은상(2020)
*제36회 온라인 문학축제 e-지용제 시부문-장려상2023
*저서 시집 : [호롱불] (2022). [목련]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