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시대협곡으로 가려고 호텔을 나서는데 쏟아지는 비가 심상치 않다.
풍경구 주차장에 도착하니 빗줄기가 더욱 거세진다.
화장실 앞에는 우비, 우산, 비닐 덧신, 지팡이를 파는 상인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어 혼잡스럽다.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차만큼이나, 일정을 취소하고 돌아나가는 차들도 적지 않다.
주차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풍경구 입구가 운무와 빗줄기 속에 희미하게 보인다.
흐린 시야에 마음이 주저되지만, 일단 입구까지는 가보기로 했다.
기념품 가게와 음식점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긴 내리막 통로도 한산하고,
상인들마저 손을 놓은 채 호객행위도 힘없어 파장 분위기다.
은시 대협곡은 중국 후베이성 은시 토가족 묘족 자치주에 위치한 대규모 협곡으로,
‘동양의 그랜드 캐니언’으로 불린다.
총 길이 약 108km, 면적 약 300㎢에 이르는 이 협곡은 깎아지른 절벽과 다양한 지형이 펼쳐져 있고
웅장한 기암절벽으로 유명하다.
특히 높이 150m에 이르는 촛대 모양의 바위 ’일주향’은 은시 대협곡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연의 신비로움을 보여 주는데,
관광객들은 일반적으로 케이블카를 이용해 정상에 오른 후, 도보로 하산하며 협곡의 절경을 돌아보게 된다.
은시 대협곡은 중국 국가 AAAAA급 관광지로 지정되어 있으며,
청강유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개발되어 개방된구간은 전체 면적에 1/10 이라고 한다.
날씨 덕분에 중국여행 중 풍경구 입구가 한산한 신기한 경험도 하게 된다.
설치된 협곡 관광도를 확인한 후, 오늘 일정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실망스럽지만, 거세게 내리는 비와 짧아진 가시거리,
그리고 여러 불편한 상황을 감수하느니 포기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그래도 왔으니 기념사진은 남겨야지.
멀리까지 왔어도 기념사진 한 장과 화장실 이용으로 충분하다고 위로하며 발길을 돌렸다. .
아쉬운 마음을 풍경구식당가에서 간단한 음식과 토속주 한 잔으로 달랜다.
그냥 갈 수는 없잔아.
운시대협곡 일정을 취소한 덕분에 호텔로 돌아와 여유 시간이 생겼다.
어찌 보면 긴 여정으로 피로가 쌓였을 때라,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오후에는 여유롭게 휴식을 취한 후, 저녁을 먹고 나이트라이프를 삼삼오오 주변으로 나갔다.
삼삼오오 시장구경, 발마사지, 불부황 경험을 했다.
발 마사지 가격 문제로 가벼운 실랑이가 있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손짓 발짓에 짧은 중국어까지 동원해가며 협상하다 보니 생긴 작은 해프닝이었다.
현지인들과 어울려 받는 마사지는 늘 독특하고 즐거운 경험이다.
가격 문제도 원만히 해결되었고, 마사지를 기분 좋게 받고 나니 모든 일이 유쾌하게 마무리되었다..
마사지 후 돌아오는 길, 길거리 식당에 들러 간단한 음식과 함께 한 잔을 곁들이며 이런저런 담소.
컵에 담긴 것은 콜라가 아닌, 그저 짐작만 가능한 무언가다.
중국 남쪽에서 발생한 태풍으로 인해 계속된 궂은 날씨가 일정을 어그러뜨렸고,
인솔하는 카일라스님의 얼굴에서는 복잡한 생각들이 스쳐가는 듯하다.
예보를 확인하니 내일도 날씨가 크게 나아질 기미는 없다.
내일은 날씨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은시 대청강 유람선 투어로 일정을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마실정회동
첫댓글 하북성은 원래 고구려의 땅이고 통일신라의 땅이고 고려의 땅인데 은시대협곡을 바라보면 먼 옛날 고구려인의 연민이 느껴집니다.
그냥 돌아서기 아쉬움에 기념사진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