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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 U. 샤퍼
나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아무도 그대가 준 만큼의 자유를 내게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대 앞에 서면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될 수 있는 까닭입니다.
그대 아닌 누구에게서도 그토록 나 자신을 깊이 발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나의 전부 - 박흥준
죽는 날까지 너를 위해 해야 할 일 있다면 나 비록 가진 것 없어도 아낌없이 주는 마음 하나 간직하는 일 변치 않는 마음 너를 향한 가슴 그것이 내 전부라면 좋겠네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더라도 나 사는 동안 너를 위해 해야 할 꼭 한가지 멈추지 않는 사랑 |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2 - 백창우
1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어느 곳에 어떤 얼굴로 서 있을까 나이 서른에 우린 무엇을 사랑하게 될까 젊은 날의 높은 꿈이 부끄럽진 않을까 우리들의 노래와 우리들의 숨결이 나이 서른엔 어떤 뜻을 지닐까 저 거친 들녘에 피어난 고운 나리꽃의 향기를 나이 서른에 우린 기억할 수 있을까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어느 곳에 어떤 이름으로 서 있을까 나이 서른에 우린 무엇을 꿈꾸게 될까 아주 작은 울타리에 갇히진 않을까 우리들의 만남과 우리들의 약속이 나이 서른엔 어떤 뜻을 지닐까 빈 가슴마다 울려나던 참된 그리움의 북소리를 나이 서른에 우린 들을수 있을까 |
나 일찍이 너를 사랑했었네 - 알렉산더 푸쉬킨
나 일찍이 너를 사랑했었네 그 사랑 어쩌면 아직도 감추어진 불씨처럼 내 맘속에 살아 있다네 하지만 그것이 너를 낙심하게 하지 말기를, 차라리 잊어버리길 나는 조그만 괴로움도 너에게 주고 싶지 않거니
지금도 소심하게, 지금은 질투의 마음 나는 그렇게 깊이 사랑했었네, 그렇게 애절하게 사랑했었네 |
나는 알고 있습니다 - D. 스틸
그대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오늘도 내가 기쁘게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은 모두 그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대로 인하여 변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
나도 모르게 당신께 익숙해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예반
사랑은 아무런 보답이 없는데 내가 왜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곰곰 되새기면 나는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사랑의 눈덩어리가 점점 불어날수록 사랑이란 그윽한 단어는 우리를 사로잡아서 때때로 얼굴 가득한 미소를 선물로 줍니다
사랑이 끝나게 되었을 때 안도의 한숨을 내몰아 쉴 것을 알지만
시작이 있는 사랑에 끝이 있는가를 |
나는 이런 사람이 좋더라 - 작자 미상
그리우면 그립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불가능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보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좋고 다른 사람을 위해 호탕하게 웃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좋고 자기 부모형제를 끔찍이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바쁜 가운데서도 여유를 누릴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어떠한 형편에서든지 자기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 좋고 노래를 썩 잘하지 못해도 즐겁게 부를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어린아이와 노인들께 좋은 말벗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좋고 책을 가까이 하여 이해의 폭이 넓은 사람이 좋고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잘 먹는 사람이 좋고 철 따라 자연을 벗삼아 여행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손수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탈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이웃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좋고 하루 일을 시작하기 앞서 기도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다른 사람의 자존심을 지켜 볼 줄 아는 사람이 좋고 때에 맞는 적절한 말 한마디로 마음을 녹일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외모보다는 마음을 읽을 줄 아는 눈을 가진 사람이 좋고 친구의 잘못을 충고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자신의 잘못을 시인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용서를 구하고 용서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좋고 새벽공기를 좋아해 일찍 눈을 뜨는 사람이 좋고 남을 칭찬하는데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 좋고 춥다고 솔직하게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 어떠한 형편에서든지 자족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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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대신 꽃잎이 쓴 이 편지를 - 홍우계
부칠데는 없지만 써야겠다고 오늘도 꽃그늘에 나왔습니다마는 한낮이 기울도록 한자도 못쓰는데 심술처럼 얼굴가린 바람이 와 꽃가지를 흔들자 내 볼을 간질이며 간간이 진 꽃잎이 내 말 대신 편지지에 자리를 잡을 때 내 옷에 촉촉히 스민 목련향. 내가 쓸 말 대신 향내만 촉촉한 이대로 접고 봉한 이 편지를 받으실 어디먼데 누구라도 계시면 좋겠습니다. |
나 그대의 풍경이 되어 주리라 - 여경희
나 그대의 풍경이 되어 주리라 그대 갈매기 되어 날아가면 나 잔잔한 바다 되어 함께 가고 그대 비를 맞으며 걸어가면 나 그대 머리 위 천막 되어 누우리라 그대 지쳐 쓰러지면 나 바람 되어 그대 이마 위 땀 식혀 주고 여름 밤 그대 잠 못 이뤄 뒤척이면 방충망 되어 그대 지켜 주리라 눈이 와서 그대 좋아라 소리치면 난 녹지 않는 눈 되어 그대 어깨 위에 앉고 낙엽 떨어지는 날 그대 낙엽 주우면 난 그 낙엽 되어 그대 책 안에 갇히리라 그렇게 언제나 그대 있는 곳에 나 그대의 풍경이 되어 주리라 |
나무도 사람 같아서 - 진준섭
나무도 사람 같아서 사랑을 받고 자란 나무는 잘 자라고 눈밖에 난 것은 구불구불 옹이투성이고 착한 마음 가진 나무는 싱싱하게 가지를 뻗지만 악한 마음 가진 나무는 병들어 죽어가고 나무도 사람 같아서 비가 오나 바람 불어도 제자리 지키며 평생 살아가야 할 꿈이 있고 혹독한 시련 속에 내밀한 성장 있고 진실을 딛고서야 오래도록 바로 설 수 있고 나무도 사람 같아서 마침내 자리 만들어 놓고 스스로 빈손으로 돌아갈 줄 알고 |
나는 압니다 - U. 샤퍼
한때 그대가 사랑했던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을 때 나는 문득 내 자신이 그대의 삶에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짐짓 그럴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사실은 자신이 없었던 것입니다. 내 모습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멀리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가 숨어버리고만 싶을 뿐이었습니다.
마법의 힘을 빌어서라도 그대를 내 곁에 머물게 하고 내 소유로 만들어 아무도 넘보지 못하게 하고 싶다는 허무맹랑한 생각도 했습니다.
나는 압니다. 누군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를 잃는 것이요 누군가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진정 그를 얻는 것임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것은 부질없는 욕심일 뿐. 선택은 그대의 것이며 결단을 내리는 것도 그대의 몫입니다. |
나는 너에게 무엇인가 - 박창기
나는 너에게 선택일 수 있으나 너는 나에게 유일한 존재인 것을 나는 너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음도 알고 운명 지어진 것은 인정해야 하는 것도 알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느 한 순간이라도 내 곁을 떠나보지 못한 너 어쩌면 고집불통의 바보인지도 몰라 내가 움직임을 멈추면서부터 기다림이란 별명이 너를 떠난 적이 없어 움직임을 붙들어맨 것이 운명이라면 나를 통해 또 하나의 분신을 가진 것은 외롭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라고 해도 좋을는지 너와 나 사이에 쓸쓸하지 않으려는 노력만큼 우리를 가치있게 하는 것이 없다고 믿어 절대절명의 힘을 가진 너지만 어느 하루 서로를 위한 질서를 어긴 적이 없잖아 작은 약속을 지키려는 네 의지는 위대하다 못해 숭고하기까지 해 아침을 열어 세상을 밝히는 일이며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솜씨까지 너의 섬세한 고마움에 나는 눈물이 나 너를 두고 생명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
나의 모든 것 - 조성태
나의 기도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그대의 얼굴을 연상하는 것입니다.
그대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대에게 나의 이 모든 것을 드리는 것입니다.
그대에게 드리는 나의 마지막 감사입니다.
나의 모든 것입니다. |
나를 사랑하는 당신에게 - 린다 두푸이 무어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나는 내 인생에서 아주 특별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꿈을 꾸었죠 그 사람은 내 인생에 나타나 내 전부를 사랑하고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 주고 내가 하는 노력을 더욱 북돋워 주며 나의 꿈을 함께 나눌 사람이었죠
그 사람을 만났답니다 내가 어렸을 적에 꿈꾸었던 꼭 그대로 나를 사랑하는 |
나무 - 곽재구
숲속에는 내가 잘 아는 나무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 나무들 만나러 날마다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제일 키 큰 나무와 제일 키 작은 나무에게 나는 차례로 인사를 합니다 먼 훗날 당신도 이 숲길로 오겠지요 내가 동무 삼은 나무들을 보며 그때 당신은 말할 겁니다 이렇게 등이 굽지 않은 언어들은 처음 보겠구나 이렇게 사납지 않은 마음의 길들은 처음 보겠구나 |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날마다 하늘이 열리나니 - 이외수
팔이 안으로만 굽는다 하여 어찌 등 뒤에 있는 그대를 껴안을 수 없으랴 내 한 몸 돌아서면 충분한 것을 |
나의 사랑은 나비처럼 가벼웠다 - 유하
1 한 미남 청년을 짝사랑하다 바다에 몸을 던진 옛 그리스의 시인 사포 아기세줄나비, 학명은 Neptis sappho Pallas 불빛 속으로 날아드는 그 나비의 모습이 그녀를 연상시켰던 걸까
열정 속으로 투신할 수 있다고, 노래하진 않겠다 나비는 불꽃이 자기를 태울 거라 생각진 않았으리라 혹, 불빛은 애기세줄나비에게 환한 거울 같은 건 아니었을까
조롱 속의 짝 잃은 문조, 그 안에 작은 거울을 넣어주었더니 거울에 비친 자기를 제 짝인 양 생이 다하도록 행복해 했다는 이야기
죽음을 걸었던, 너를 향한 내 구애의 말들 덧없음이여, 나는 나 이외에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내가 날아들었던 당신이라는 불꽃 오랫동안 나는 알지 못했다, 실은 그 눈부신 불꽃이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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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하고 있습니다 - U. 샤퍼
이젠 시간이 흐른 탓인지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들뜬 감정은 어느 정도 가라앉았습니다.
스러지고 마는 감정이 아니기에 이제 사랑의 노력을 할 때입니다. 그대는 이 말에 어떤 느낌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 몹시 기쁩니다.
찾아오는 새로운 사랑, 확고한 사랑. 그대를 향한 나의 사랑은 고통과 더불어 자라나고 더욱 다져집니다.
세상이 새롭게 열리고, 우리가 함께 이야기를 나눈 모든 것들이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예전엔 그저 스쳐 지났던 길섶의 풀이나 굴러다니는 돌멩이까지도 생명의 환희를 노래하는 듯합니다.
그대를 통해 나타나고 나는 그대로 인해 변하고 있습니다. |
나는 물의 마을을 꿈꾼다 - 유하
내 몸 물처럼 출렁이는 꿈을 꿉니다 내 몸 그대에게 물처럼 흐르는 꿈을 꿉니다 나 그대 앞에서 물처럼 투명한 꿈을 꿉니다 물처럼 투명한 내 몸 속, 물처럼 샘솟는 내 사랑 보입니다 내 사랑에 내가 놀라 화들짝 물방울로 맺힙니다 드맑은 그리움 온통 무거워지면 물방울로 맺힌 내 몸 다시 흐르기 시작합니다 수만 가지로 샘솟는 길을 따라 내가 흩어져 흘러갑니다 그러나 물방울의 기억이 그대 눈빛처럼 빛나는 시냇가에 내 사랑 고요히 모이게 합니다 오오, 달비늘로 미끄러지는 내 사랑 갈대 밑둥을 가만히 흔들고 지나갈 뿐입니다 바위 틈에 소리없이 스미고 스밀 뿐입니다 내 몸 투명한 물이기에 이 세상 어느 것보다 낮게 흐릅니다 이 세상 모오든 것을 비켜갑니다 그대마저도 비켜갑니다 그 비켜감의 끝간 데, 지고한 높이의 하늘이 있습니다 놀라워라, 그 순간 그대 가슴속에 끝없이 범람하고 있는 내 사랑 봅니다 나 그대 몸 속에서 오래도록 출렁입니다 나 그대 시내 같은 눈을 보며 물의 마을을 꿈꿉니다 그 물의 마을, 꿈꾸는 내 입천장에서 말라붙습니다 내 몸 물처럼 출렁이다 증발되듯 깨어납니다 오늘도 그대를 비켜가지 못합니다 |
나뭇잎 배 - 곽재구
강으로 가는 길목에서 매일 나뭇잎 배 하나씩을 띄웠습니다
나뭇잎 배에 나는 내 이름이나 영혼의 흔적 같은 것을 새기지 않습니다
당신이 내 배를 발견하곤 말하겠지요 난 너를 알아 네가 만든 이 작은 배도. |
풀잎이 아름다운 이유 - 김무화
풀잎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람에 흔들리기 때문이다.
바람의 향기를 알았기 때문이다. 향기를 모르는 도시의 건물들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가 흔들리는 것은 바람의 향기를 탐내는 것이 아니라 감탄하여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고개 숙일 줄 아는 풀잎은 바람의 향기를 사랑할 뿐 절대 바람에 꺽이지 않는다.
바람의 향기를 사랑하고도 그 바람에 꺽이지 않기 때문이다. |
나는 가끔 - 이하경
나는 가끔 하늘을 봅니다 재잘거리는 친구들 속에서 푸른 바닷속에 뽀오얀 구름이 헤엄치는 하늘을 봅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아가의 미소 같은 해맑은 사랑이 이루어지는 그때를 기다립니다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 속에서 진정 사랑하는 마음을 소유한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
나는 가끔 그려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험한 세상 살아갈 은은한 커피향 같은 나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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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 박목월 -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 지훈(芝薰)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가는 나그네
남도(南道) 삼백리,
타는 저녁놀
가는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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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 김종완
아침에 그녀는 꼭 커피를 마신다. 밀크가 아닌 블랙으로 두 잔 그녀는 화요일과 금요일에 목욕을 한다. 그녀는 말하기 전에 항상 "응" 이라고 말한다. 지금 내 뒷자리에 앉아 잠시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난 알고 있다. 그녀는 하기 싫은 일을 부탁받을 때는 그냥 웃는다. 그리고 내색을 안 하는 그녀지만 기분이 좋으면 팔을 톡톡 두 번 건드리며 이야기를 건넨다. 그녀의 집은 10시가 되기 전 모두 잠이 든다. 그래서 그녀와 밤늦게 통화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녀는 바지보다는 치마를 좋아하며 연분홍을 좋아한다. 긴 머리는 아니지만 적당히 항상 머리를 기르고 다니며 수요일까지는 밤색 머리띠를, 주말까지는 흰색 머리핀을 하고 다닌다. 표준어를 잘 쓰지만 이름을 부를 때만은 사투리 억양이 섞인다. 그리고 반가운 사람의 이름을 두 번 부른다는 것도 난 알고 있다. 도서관 저쪽 편에서 그녀가 지금 일기를 쓰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난, 그리고 난, 그녀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
남으로 띄우는 편지 - 고두현
봄볕 푸르거니 겨우내 엎드렸던 볏짚 풀어놓고 언 잠 자던 지붕 밑 손 따숩게 들춰보아라. 거기 꽃 소식 벌써 듣는데 아직 설레는 가슴 남았거든 이 바람 끝으로 옷섶 한 켠 열어두는 것 잊지 않으마. 내 살아 잃어버린 중에서 가장 오래도록 빛나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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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너는 - 작자 미상
친구와 나란히 함께 누워 잠잘 때면 서로 더 많은 이야기를 밤새도록 나누고 싶어 불끄기를 싫어하는 너였으면 좋겠다.
키가 남들만큼 크지는 않아도 꽃 내음을 좋아하며 늘 하늘에 닿고 싶어하는 꿈을 간직한 너였으면 좋겠다.
작은 우산을 마련해 주고 싶어하고 물결 위에 무수히 반짝이는 햇살처럼 푸르른 웃음을 아낄 줄 모르는 너였으면 좋겠다.
좋을 만큼 편안한 친구의 모습으로 따뜻한 가슴을 가진 너였으면 좋겠다.
외로운 가슴으로 보고프다고 바람결에 전하면 사랑을 한아름 안아 들고 반갑게 찾아주는 너였으면 좋겠다.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온통 사랑스런 나의 너였으면 좋겠다. |
내 모든 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 U. 샤퍼
어제 당신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며칠 전 당신이 한 말이 못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곧바로 편지를 붙이지는 않았습니다. 좀더 시간이 흐른 후 냉철한 눈으로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다시 읽어보니 아닌 게 아니라
그래서 찢어버릴까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구태여 나의 이런 감정을 숨길 필요가 있겠느냐고.
많은 것을,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뿐 아니라 아픔도, 슬픔도 아니 나의 모든 것을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내가 만일 애타는 한 가슴을 - 에밀리 딕킨슨
내 삶은 정녕코 헛되지 않으리. 내가 만일 한 생명의 고통을 덜어 주거나 또는 한 괴로움을 달래거나 또는 할딱거리는 로빈새 한 마리를 도와서 보금자리로 돌아가게 해 줄 수 있다면 내 삶은 정녕코 헛되지 않으리. |
내가 여전히 나로 남아야 함은 - 김기만
견뎌야만 하는 것은 서글픈 그리움을 가지고도 살아야만 하는 것은
소망을 위해서이다.
가진게 없는 나 자신을 그토록 미워하며 보냈던 많은 날. 가을 하늘에 날리는 낙엽처럼 내겐 참 많은 어둠이 있었지만
그래도
아직도 널 사랑하기 때문이요, 내가 널 잊어버릴수 있는 계절을 아직 만나지 못한 까닭이요, 그리고 뒤돌아 설 수 있는 뒷모습을 아직 준비하지 못한 까닭이다. |
내 고운 사람에게 - 백창우
그대 깊은 눈 속, 슬픈 꿈의 바다에 착한 새 한 마리로 살고 싶어라 햇살의 눈부심으로 별빛의 찬란함으로 그대의 푸른 물결에 부서지고 싶어라
그대를 안으리라 그대가 가진 서러움도 그대가 가진 아픔도 나의 날개로 감싸리라 그대, 내 사람아
추운 나날을 지펴주는 불길이구나 길고 긴 어둠을 이겨내며 크나큰 바람을 이겨내며 이 삶 다할 때까지 그댈 지키고 싶어라 |
내 마음과 영혼을 그대에게 드려요 - 리차드 웨버
나의 인생과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행복을 그대에게 드립니다
내가 믿고 따르는 모든 신념을 그대에게 드립니다
함께 마음을 나누던 그 순간을 그대에게 드립니다
별빛이 빛나고 어둠이 깃든 그날 밤을 드립니다 우리가 함께할 인생과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그대에게 드립니다 |
내가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 로이 크로프트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지금 당신이 당신이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당신 곁에서 내가 또 다른 나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내 삶의 목재로, 헛간이 아니라 신전을 짓도록, 내가 날마다 하는 일을 꾸중함이 아니라 노래가 되도록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신앙보다도 바로 당신이 나를 더욱 선하게 만들었고 어떠한 운명보다도 바로 당신이 나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기적도 없이 당신은 모두 해냈습니다. 당신이 자기 자신에게 충실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이루어낸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것이 참된 사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내 마음은 그대를 향합니다 - I. 엠마
비 내리는 길가에 서서 노란 우산을 들고 그대를 기다렸습니다.
내 마음 비에 젖은 채 그대만을 기다렸습니다.
여기저기 비에 젖은 꽃잎들 하나둘씩 떨어져 사람들 발 밑에서 부러졌습니다.
그대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잠시도 한눈 팔 수 없었기에...... 내 마음 한 순간도 지치거나 힘들지 않았기에...... |
내 안의 당신 - 유혜목
암만 봐도 내가 아니고 내 안에 내 사라져 당신께 묻습니다
갈수록 더 내가 되어 나대신 살길래 이토록 묻습니다
당신만이 나를 가져 나는 나를 모르나 당신만이 더욱 알아 이것이 왜인가 해 당신께 묻습니다 |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
너에게 띄우는 글 - 작자 미상
사랑하는 사람이기 보다는 진정한 친구이고 싶다. 다정한 친구이기 보다는 진실이고 싶다. 내가 너에게 아무런 의미를 줄 수 없다 하더라도 너는 나에게 만남의 의미를 전해 주었다. 순간의 지나가는 우연이기 보다는 영원한 친구로 남고 싶었다.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너와 나이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친구이고 싶다. 모든 만남이 그러하듯 너와 나의 만남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진실로 너를 만나고 싶다. 그래, 이제 더 나이기 보다는 우리이고 싶었다. 우리는 아름다운 현실을 언제까지 변치 않는 마음으로 접어두자. 비는 싫지만 소나기는 좋고 인간은 싫지만 너만은 좋다. 내가 새라면 너에게 하늘을 주고 내가 꽃이라면 너에게 향기를 주겠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 |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 - 문향란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없다. 더듬어보면 우리가 만난 짧은 시간 만큼 이별은 급속도로 다가올 지도 모른다. 사랑도 삶도 뒤지지 않고 욕심내어 소유하고 싶을 뿐이다.
흔들림 없고, 흐트러지지 않는 사랑으로 너를 사랑할 뿐이다. 외로움의 나날이 마음에서 짖궂게 떠나지 않는다 해도 내 너를 사랑함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말을 하지 않겠다. 말로써 다하는 사랑이라면 나는 너만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은 덜 웃더라도 훗날 슬퍼하지 않기 위해선 애써 이유를 말하지 않을 것이다. |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 - 백창우
1 너를 보내는 들판엔 마른 바람이 슬프고 내가 돌아선 하늘엔 살빛 낮달이 슬퍼라 오래도록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가거라, 사람아 세월을 따라 모두가 걸어가는 쓸쓸한 그 길로
이젠 그 누가 있어 이 외로움 견디며 살까 이젠 그 누가 있어 이 가슴 지키며 살까 아, 저 하늘의 구름이나 될까 너 있는 그 먼 땅을 찾아 나설까 사람아, 사람아 내 하나의 사람아 이 늦은 참회를 너는 아는지 |
내 사랑은 - 오를레앙
내 사랑은 장미와 은방울꽃 피어나는 또 접시꽃도 피어나는 조그맣고 예쁜 정원 안에 있어요.
온갖 꽃이 다 있지요. 그것은 밤낮으로 연인인 내가 지키지요.
노래하는 나이팅게일 새의 달콤한 꿈을 보아요. 지치면 그는 쉰답니다.
바이올렛 꽃 따는 것 보았어요. 순간이었지만 나는 그만 아름다움에 빠져버렸어요.
우유처럼 뽀얗고 어린 양처럼 부드럽고 장미처럼 붉은 그녀 모습을. |
내 눈물의 의미 - 정우경
벚꽃이 눈부시게 피어 봄날이나 국화 향기 지천으로 흐르는 가을 내가 이유없이 울어버려도 그 눈물의 이유를 묻지 않는 사람 그냥 그 눈물을 말없이 닦아주며 어깨를 토닥거리거나 손을 잡아주거나 포근한 가슴으로 안아주거나 나의 눈물만으로도 무언의 대화가 통하여 마침내 웃어주며 미소지울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끝내 "그래, 슬프면 마음껏 울어 난 언제나 너의 눈물을 닦아줄거야" 라고 말하는 그런 사람과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과 사랑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람과 속삭이고 싶다 나의 이유없는 눈물의 의미. |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 작자 미상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꼭 이런 말을 해주리라.
내가 사는 동안 지켜줄 거라고.
꼭 이런 모습을 보여주리라.
내가 사는 동안 정직하리라.
꼭 이런 마음을 가지리라.
내가 사는 동안 좋아하리라.
꼭 이런 사랑을 해주리라.
내가 사는 동안 그 모습까지 사랑하리라.
왜 나를 좋아하는지 물어온다면, 난 이렇게 대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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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산 - 안선우
당신을 알면서 내 마음속에 커다란 산이 하나 생겼습니다.
소나무숲도 있고
웃음이 넘치는 폭포도 하나 있고
살을 맞대며 피할 수 있는 작은 동굴 하나 있습니다.
당신과 내가 하루 온종일 뛰어다녀도 지치지 않을 푸른 초장까지도
내 마음속엔 커다란 산이 하나 생겼습니다. |
내 사랑 멈출 수 없어요 - 사데스
그대를 사랑하는 마음 멈출 수 없어요 그래서 추억으로 간직하기로 마음먹었죠
멈출 수 없어요 그래서 어제의 꿈속에서 살기로 했죠
우리의 행복했던 시절은 아직도 나를 우울하게 합니다
마음의 상처도 지워진다지만 우리가 이별한 순간부터 시간은 흐르지 않고 그대로 고여 있습니다 |
내게 당신의 사랑이 그러하듯이 - 조병화
씨를 뿌리는 사람은 생명을 뿌리는 사람이어라
지구에 세월을 심는 사람이어라
생명을 뿌리고, 세월을 심는 사람이어라
스스로로는 다 걷을 수 없는 꿈을 심는 일이어라 스스로로는 다 볼 수 없는 세월을 심는 일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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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이렇게 - 정우경
보냅니다 보내드립니다 지금 이렇게 그대를 보내는 것이 내게 있어 진정한 소유이기에
잊어버립니다 지금 이렇게 그대를 잊는 것이 내게 있어 진정한 그리움이기에
남이 되어버립니다 지금 이렇게 그대와 남이 되는 것이 내게 있어 진정한 하나이기에
때론 들어맞지 않아 행복일 수 있었던 날들
보내고 잊고 남남이 되는 이치
남아 있습니다 지금 이렇게 남아 있는 것이 내게 있어 진정한 떠남이기에. |
내 마음은 - 김동명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저어 오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그대 저 문을 닫아 주오 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 없이 타오리다
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
내가 사랑할 사람은 - 박흥준
무수한 만남 속에서 내가 지켜야 할 사랑은 내가 갖고 싶은 사랑은 단 하나의 사랑이면 합니다 누군가 한 사람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삶을 배우고 끝까지 한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가 진정 사랑하고픈 사람은 날 진정 사랑해 주는 단 한 사람이길 바랍니다 |
내가 여전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 - 정우경
1 이름 모를 그리움에 하루를 울음으로 지내고 나서도 그 눈물에 마땅한 이유 하나 붙일 수 없었던 날 내가 당연하게 해야 할 나의 일, 나의 생활을 하면서도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너를 느끼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서 너를 발견할 때마다 때론 그 그리움이 너무 커 돌처럼 무거워지기만 하고.... |
내가 여전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 - 정우경 2 그 어떤 것으로도 깊이를 헤아리지 못할 만큼의 너에 대한 그 그리움은...... 소나기처럼, 폭풍처럼 그리고 파도처럼 그리움이 얼마만큼인지 알 수 있다면 그만큼의 다른 것을 채울 수도 있겠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그리움에 이 만큼이다 생각하면 그보다 깊고 저만큼이다 생각하면 그보다 더 깊어 내가 가진 그 무엇으로도 도처히 채울 수 없는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 |
내가 여전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 - 정우경
3 이제 잡히지 않는 그 그리움은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이면 달이 떠오르고 별이 빛나는 것처럼 아주 사소하면서도 당연한 나의 일부분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어쩜 넌 날 아주 영영 잊고 살지도 모른다는 서글픈 생각으로 지쳐버릴 때가 있다 뭔지 모를 그 그리움이 그 가슴 아픔이 너 때문이었음을 깨닫고 나서도 차마 소리내어 부를 수 없는 너 나의 목멘 아우성 사랑해, 사랑해 너를...... 사랑해...... |
내가 여전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 - 정우경
4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에 예외일 수밖에 없는 내가 누군가를 잊는다는 것에 예외일 수 없었을 때 난 왜 한숨 속에 슬픈 미소라도 담아야 한다고 다짐해야만 했을까 촌음의 짧은 시간마저도 그립게 떠오르는 너를 어떻게 영영 잊고 살려 하는지 아직 서툰 외로움을 혼자 어찌하려는지...... 내가 지은 죄 들어가면 안 되는 곳에 내 마음대로 들어간 죄 그러나 얕은 울타리조차 없었던 너의 마음 안에는...... |
내가 여전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 - 정우경
5 너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너를 볼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 멀다 그러나 이런 기다림조차 내가 하고 있는 사랑의 방식인 것을 죽어서도 만나고픈 사람아 다시 태어나도 또 만나고픈 사람아 그때는 이렇게 오래 기다리고 오래 그리워 우는 마음 아픈 사연들은 아니었으면 이 다음 세상에서는 늘 못 주어서 안타까운 사람들로 만나서 매일을 그리워하며 살자 아아, 그리운 이여 그리워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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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전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 - 정우경
6 이젠 제각기 자기 몫의 삶을 살아가기로 한다 자기 몫의 방법대로 사랑하고 자기 몫의 방법대로 이별하고 자기 몫의 방법대로 그리워하고 이 세상 내가 여전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이 세상 어딘가에서 네가 여전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는 아직도 우리 서로 사랑하며 살기를 잊지 않았다는 것. |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 헤르만 헤세
내 그대를 사랑하기에, 나는 밤에 그토록 설레이며 그대에게 가서 속삭였습니다. 하여 그대가 나를 언제나 못 잊도록 내 그대의 마음을 따 왔습니다. 좋거나 나쁘거나 그대의 마음은 나와 함께 있으니 오로지 내 것입니다. 설레고 타오르는 내 사랑에서 그 어느 천사도 그대를 구하지 못합니다. |
내 안에 살고 있는 그대에게 - J. 피터
사랑하는 그대여 이른 새벽녘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그대가 떠오릅니다 그대는 태양보다도 먼저 내 마음속에 떠올라 햇살보다도 더 먼저 내 마음을 환히 비춰주는 존재입니다
그대만이 내 생애의 전부임을 느낍니다
그리움이 있어 더욱 길게 느껴지지만 석양이 지는 계절이 오면 그대는 결코 태양보다 먼저 지지 않습니다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존재 그러나 태양보다 더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서 머물다 가는 존재입니다
세상을 밝히는 저 태양과도 그대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대는 내 안에 살고 있는 존재입니다 |
내 마음의 절반 - 정우경
그대의 연극에선 그대가 주인공인데 왜 내 삶의 연극에선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책상 서랍의 한구석에 그보다 더 큰 나의 마음에 여기저기 들어 있는 그대
조연일 수밖에 없어 내 마음의 반을 그대에게 죄다 빼앗기고 나머지 반도 온통 그리움으로만 살아야 하니 그대 향한 그리움으로만 살아야하니. |
내 사랑은 그대의 것입니다 - 리사 위겟
그대와 함께하는 시간은 내게 아주 특별한 것입니다 그대에게 손을 내밀어 보면 그대가 거기 있을 것임을 알고 있답니다 내게 그것은 온 세상을 의미하죠
내 마음은 그대와 함께 있으며 어떤 일이 있어도 내 사랑은 그대의 것이에요
그것은 그대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온 것임을 알지요 또한 다른 그 누구도 하지 않을 일을 그대는 나를 위해 하리란 것을 알지요
자주 그대를 사랑하노라고 말하지 않는 것은 그것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내가 그대를 사랑하고 있음을 그대가 알아 주길 바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
내 사람아 - 백창우 1 내 사람아 그대가 꿈을 가진 사람인 것이 나는 참 좋구나 그대가 몹시 힘겨워 보일 때도 나는 그대가 절망하지 않으리란 걸 알지 그대는 늘 그렇게 다시 일어서곤 하는걸 내 사람아 그대의 맑은 웃음이 나는 참 좋구나 그대의 '살아 있음'이 나는 더없이 좋구나
내 사람아 그대가 아침을 기다리는 사람인 것이 나는 참 좋구나 그대가 몹시 슬퍼 보일 때도 나는 그대가 무너지지 않으리란 걸 알지 그대는 늘 그렇게 다시 깨어나곤 하는걸 내 사람아 그대의 착한 눈이 나는 참 좋구나 그대 가슴에 흐르는 도랑물 소리가 나는 더없이 좋구나 |
내 몫의 슬픔 - 정우경
철썩이는 그 울음이 나는 좋았다 내가 그 울음을 닮았으면서도 그 울음이 나를 닮은 것 같아 나는 그런 울음이 무작정 좋았다
내 눈물을 삼키고도 둘레를 넘쳐 흐르지 않았다
그리움이 흐르지도 멈춰있지도 않은 곳
모두 저마다의 눈물을 가지고 보태고 보탠 이 바다 나도 어느새 조금의 바다가 된다. |
내 마음으로 들어오라 - 권기창
어느덧 높이 쌓여 있는 마음의 담을 낮추고 싶습니다
당신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기다리다 애타며 돌아서는 당신에게
길을 내고 꽃을 심겠습니다
들여놓을 때 사랑을 노래하겠습니다 |
너에게 띄우는 글 - 작자 미상
사랑하는 사람이기 보다는 진정한 친구이고 싶다. 다정한 친구이기 보다는 진실이고 싶다. 내가 너에게 아무런 의미를 줄 수 없다 하더라도 너는 나에게 만남의 의미를 전해 주었다. 순간의 지나가는 우연이기 보다는 영원한 친구로 남고 싶었다.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너와 나이지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친구이고 싶다. 모든 만남이 그러하듯 너와 나의 만남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진실로 너를 만나고 싶다. 그래, 이제 더 나이기 보다는 우리이고 싶었다. 우리는 아름다운 현실을 언제까지 변치 않는 마음으로 접어두자. 비는 싫지만 소나기는 좋고 인간은 싫지만 너만은 좋다. 내가 새라면 너에게 하늘을 주고 내가 꽃이라면 너에게 향기를 주겠지만 나는 인간이기에 너에게 사랑을 준다. |
너를 사랑하는 이유 - 손남태
내 안에 그리움이 있어 너를 사랑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그리움이란 젊은 날 한때 있는 것도 산다는 것의 전부도 아니지만 내 안의 그리움이 너를 사랑하는 이유가 된다
얼마나 오랫동안 너의 그림자가 되면 나에게 오는 너를 느낄 수 있을까 푸드득 날아갈 새를 접는 슬픔과 키보다 더 큰 그림자가 되려는 고통처럼 아름다운 기다림은 없다
슬픔조차 기쁨으로 여기며 싱긋 웃음을 보이는 모자람 가슴과 가슴이 부딪치며 내는 삶의 소리
너를 사랑하는 이유가 된다 |
너무도 사랑하기 때문에 - 이준호
차라리 얼굴을 모르고 살 걸 그랬습니다. 그러면 지금처럼 그리워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러면 지금처럼 누군가를 부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러면 지금처럼 자꾸만 그 사람이 아른거리지 않았을 텐데.
그러면 지금처럼 한 사람 앞에 이토록 나약해지지는 않았을 텐데.
그러면 지금처럼 사랑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차라리 조금 서둘러 만날 걸 그랬습니다. 그러면 지금처럼 가슴 태워야 하는 시간은 지났을 텐데. |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정채봉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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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만나고 싶다 - 김재진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소한 습관이나 잦은 실수, 쉬 다치기 쉬운 내 자존심을 용납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직설적으로 내뱉고선 이내 후회하는 내 급한 성격을 받아들이는 그런 사람과 만나고 싶다. 스스로 그어둔 금 속에 고정된 채 시멘트처럼 굳었거나 대리석처럼 반들거리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사람들 헤치고 너를 만나고 싶다. 입꼬리 말려 올라가는 미소 하나로 모든 걸 녹여 버리는 그런 사람. 가뭇한 기억 더듬어 너를 찾는다. 스치던 손가락의 감촉은 어디 갔나. 다친 시간을 어루만지는 밝고 따사롭던 그 햇살, 이제 너를 만나고 싶다. 막무가내의 고집과 시퍼런 질투, 때로 타오르는 증오는 불길처럼 이글거리는 내 못된 인간을 용납하는 사람. 덫에 치여 비틀거리거나 어린아이처럼 꺼이꺼이 울기도 하는 내 어리석음 그윽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 살아가는 방식을 송두리째 이해하는 너를 만나고 싶다. |
너의 가슴에 나의 가슴에 - 김석규
사랑의 너의 가슴에 고인 샘물이 사랑의 나의 가슴에 고인 샘물이 넘쳐서 이루는 작은 냇가에 앉아
행복의 목소리처럼 숨가쁘게 오르는 빛나는 햇살을 엮으며 조용히 애련(愛戀)하고 있나니
그 바다에선 끝내 샘물로 돌아오는 반반씩 나누는 웃음과 눈물의 반짝거림 속에서
너의 가슴에 나의 샘물이 고일 때는 나의 가슴에 너의 샘물이 고일 때는 |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꽃 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너의 하늘을 보아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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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위하여 - 김남조
나의 밤 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
너는 한 송이 꽃과 같이 - 하이네
너는 한 송이 꽃과 같이 그다지도 귀엽고 예쁘고 깨끗하여라 너를 보고 있으면 서러움은 나의 가슴 속까지 스며드누나
밝고 곱고 귀엽도록 지켜 주시길 네 머리 위에 두 손을 얹고 나는 빌고만 싶어지누나 |
너의 그 말 한마디에 - H. 하이네
너의 해맑은 눈을 들여다보면 나의 온갖 고뇌가 사라져 버린다 너의 고운 입술에 입 맞추면 나의 정신이 말끔히 되살아난다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은 기분 "당신을 사랑해요" 너의 그 말 한마디에 한없이 한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
너의 또 다른 의미 - 정우경
무엇에 의미를 둔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아주 쉬운 일인 듯싶다
내겐 너무 훌륭한 그림이 되는 까닭에 감기 걸린 네 목소리만으로도 내겐 너무 아름다운 노래가 되는 까닭에 촌스러운 너의 그 이름만으로도 내겐 너무 감명 깊은 시가 되는 까닭에 그런 사소한 것만으로도 너는 나의 모든 의미가 되는 까닭에
생각해보면 아주 쉬운 일인 듯하다. |
너를 위한 노래 - 박창기
서로 믿고 도우며 함께 할 때 그만큼 행복하지, 우리는 여름의 얼음이 얼음으로 있을 때 그 시원함은 그지없이 고맙지 어느날 햇볕에 네 모습이 야위어 갈 때 잊고 살아온 우리의 넋을 생각해 보았느냐 한 번이라도 얼음처럼 냉정하게 너를 위한 노래를 생각해 보았느냐 너를 위한다면서 나를 위장하지는 않았느냐 |
너를 보내고 - 이성부
너를 보내고 또 나를 보낸다. 찬바람이 불어 네 거리 모서리로 네 옷자락 사라진 뒤 돌아서서 잠시 쳐다보는 하늘 내가 나를 비쳐보는 겨울 하늘 나도 사라져간다.
너를 보내고 어거지로 숨쉬는 세상 나는 내가 아닌 것에 나를 맡기고 어디 먼 나라 울음 속으로 나를 보낸다. 너는 이제 보이지 않고 나도 보이지 않고- |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너를 알고 난 후 - 정우경
어떤 날은 내 마음을 온통 다 네가 가져버린 때도 있었다 내 생각보다 네 생각이 많아 내가 너인 때도 있었다
오히려 가득해지는 그리움 버릴래야 버릴 수 없어 안으로만 자라난 그리움
아무리 내밀어도 닿지 않는 손길
나라는 또 다른 너는 서러운 눈물일 때도 있었다 그저 머언 하늘일 때도 있었다 |
너와 나 - 김춘수
맺을 수 없는 너였기에 잊을 수 없었고
괴로운 건 나였다.
괴로운 건 나.
모든 사람의 일생이려니 |
너의 이름을 부르면 - 신달자
내가 울 때 왜 너는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에 울음을 참아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 버린다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를수록 너는 멀리 있고 내 울음은 깊어만 간다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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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 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라질 때까지 어두운 들과 산굽이 떠돌며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 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수없는 나날이 셔터 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꿈의 현상소에 당도했을 때 오오 그러나 너는 그 어느 곳에서도 부재중이었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바람으로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네게 - 성시영
네게 늘 자리하고 싶은 한 사람이고 싶었다 네가 되고, 세상의 언덕이 되어 일그러진 생활이라든지, 네게로 마음을 연 모든 이들과 함께 맑게 그려진 무지개를 보고 싶었다 네게 익숙한 내 눈물로 둥지를 만들어 네 마음이 또 다른 사랑에 가닿지 않도록 깊이 사랑하고 싶었다 산속에서 길을 잃은 사슴의 목마름처럼 너의 길 위에 선 마지막 샘이었으면 했다 |
네 생각 그 하나에 - 김남조
너를 재우고 돌아서던 손시린 돌무덤에 이제 나도 영원히 쉬려고 찾아온거다
잠잠히 순명하는 광망(光芒)이더구나 새삼 무에랴 우리를 일깨워 섧게 만드리 인식할 것으로 믿자
나 돌아왔음은 진실로 하늘이 짚어준 길이었거니
흰 눈깨비 성성히 덮혀오는 경루 한밤에도 오직 네 생각 그 하나에 나는 살았더니라 |
네가 없는 세상은 참 춥구나 - 백창우
너는 지금 무얼 하는지 어느 곳을 서성이는지 우리들의 황폐한 가슴에 별 하나 남기고 떠난 친구야 너의 슬픔 누가 알까 너의 그리움 그 누가 알까 높은 언덕에 쭈그려 앉아 울던 친구야 하루하루를 마음 조이며 걸어가는 길에 모진 바람 불어와도 묵묵히 헤쳐가던 너였는데 친구야, 네가 없는 세상이 참 춥구나 늘 깨어 있고 싶어하던 친구야 |
노래를 불러드릴까요 - 백창우
노래를 불러드릴까요 아주 슬픈 헤어짐의 노래를 그대 상한 가슴에 강 하나 흐르도록 노래를 불러드릴까요 아주 기쁜 만남의 노래를 그대 어두운 가슴에 빛 하나 타오르도록 자, 귀를 열어요 마음의 문을 열어요 그대의 아픔을 떠나보내요 노래를 불러드릴까요 아주 고운 사랑의 노래를 그대 추운 가슴에 아침 햇살 내리도록 자, 나를 보아요 그대 젖은 눈길로 동그란 눈물 속의 별을 보아요 노래를 불러드릴까요 아주 벅찬 일어섬의 노래를 그대 마른 가슴에 소나기 내리도록 |
노래 - 이시영
사랑한다는 사랑한다는 그 말 한마디 전해드리기 위해 이 강에 섰건만 바람 이리 불고 강물 저리 붉어 못 건너가겠네 못 가겠네
이 산마루에 섰건만 천둥 이리 우짖고 비바람 속 낭 저리 깊어 못 다가가겠네 못 가겠네
강이라면 숨막히는 바위 속,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은빛 찰나의 물고기처럼 |
노을의 집 - 배문성
저녁까지 집 앞을 지나간 것은 자전거 한 대, 개 두 마리였다. 그리고 잠시 싸래기 눈이 왔다. 노을이 지는지 언덕에 나무 세 그루가 차례로 나타났다. 흰 측백나무, 흰 측백나무, 느티나무. 그리곤 저녁이 된 것이다.
벨소리는 노을 속에서 흘러나온다. 한 번, 두 번... 다섯 번,
전화하는 것이 이렇게 멀다. 까마득하게 들리는 네 목소리에는 노을빛이 담겨 있다. 붉은 외등이 켜지는 동안 목소리가 사라진다. 꾸부정하게 서 있는 그림자를 핥으며 바람이 지나간다.
나는 왜 아무도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을까. 사실 나는 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 내가 너를 기다린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나는 내가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김재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伴侶)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리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 |
눈물 속에 피는 꽃 - 도레
나는 믿어요 지금 흘러내리는 눈물 방울마다 새 꽃이 피어날 것을 그리고 그 꽃잎 위에 나비가 찾아올 것을
영원히 나만을 생각해 주고 나를 잊지 않을 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언젠가 나는 찾을 거예요 내 일생 동안 혼자는 아닐 거예요 나는 알아요 보잘 것 없는 나를 위해 영원 속에 한 사랑이 있다는 것을 그래요 내 일생 동안 혼자는 아닐 거예요 나는 알아요 이 하늘보다 더 높고 넓은 영원 속에 작은 마음이 살아 있다는 것을 |
눈이 내려 세상에 쌓이듯 내 사랑이 그대 마음에 닿을 수 있다면 - 박정민
눈이 내려 세상에 쌓이듯 널 생각하는 나의 마음이 너의 마음에 쌓일 수 있다면 좋겠다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빛나게 하듯이 내 마음으로 너의 마음을 행복할 수 있게 한다면 좋겠다
내 마음이 너의 마음에서 사라진다 하여도 한번쯤은 너의 마음속에 나의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널 생각하고 있다는 건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것들이 영원히 너의 마음속에 있기를 바라는 건 아냐 그저 한 번쯤, 딱 한 번쯤 너의 마음속에서 날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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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이 좋은 사람이 다가올 때 - 이용채
느낌이 좋은 사람과 만나고 싶다 그의 느낌 깨끗하여 스치는 순간 이 사람이다 말하고 싶어지는 이와 어디선가 우연의 가슴에 설레이며 바람처럼 스치고 싶다
겉모습을 기대하지 않아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지 않아도 잠깐씩 마주치는 눈빛으로 느낌이 다르다고 말하여질 수 있는 이라면 촛불의 카페에서 마주 보는 떨림의 눈맞춤으로 첫 느낌이 맑은 그와 특별한 만남 이루고 싶다
아름다운 느낌의 사람과 만났으면 좋겠다 잊혀지지 않을 눈을 가진 사람이 눈빛만으로도 가슴에 크게 남으려 하고 눈을 감으면 더 아름다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바람의 뒷모습처럼 그 느낌 지워지는 날
서슴치 않고 말하여 질 수 있는 하얀 느낌의 사람과 나도 모르게 만나지면 좋겠다 |
님의 침묵 -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노란 꽃 - 곽재구
그 꽃의 이름은 알지 못합니다 우리가 높은 산으로 가는 길목에 앉아 호박죽 하나로 그리운 허기를 지우고 있을 때 우리 눈앞에 그 노란 꽃들 나타났습니다 산뻐꾸기가 울고 어디선가 하얀 나비떼들이 찾아왔습니다 너무나 깊게 당신의 무릎 위에 내 영혼을 눕히고 싶었습니다 바람이 일고 노란 꽃들이 바람에 흔들렸습니다 하얀 나비떼들이 팔랑팔랑 바람 속을 날았습니다 내 가슴속에 함께 춤추고 싶은 꽃의 이름이 있습니다 눈부시게 노오란 그 꽃의 이름은 당신에게조차 말할 수 없습니다. |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 - 예반
내게서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해달라고 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내 눈 속에서 그 말을 보지 못한다면 혹은 내 손길에서 그 말을 느끼지 못한다면, 당신은 내 입술에서 그 말을 듣게 될 리는 결코 없을 테니까요. |
눈물을 흘릴 때 - 정우경
눈물은 눈에서만 흐르지 않아요 가슴 속에서 가슴 속에서 흐르고 있을 때가 더 많답니다. |
눈빛 속 향 - 류덕천
눈빛 속에 향기가 있나봐요 날 향한 그녀의 눈빛 속에 향기가 있나봐요
나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 순간 봄내음이 나요 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맡아보지 못한 하늘색 향이 나요
그녀의 눈 속엔 언제나 사랑의 향이 가득하지요 |
느린 달팽이의 사랑 - 유하
달팽이 기어간다 지나는 새가 전해준 저 숲 너머 그리움을 향해 어디쯤 왔을까, 달팽이 기어간다
달팽이의 집 달팽이가 자기만의 방 하나 갖고 있는 건 평생을 가도, 먼 곳의 사랑에 당도하지 못하리라는 걸 그가 잘 알기 때문
느린 사랑, 달팽이가 자기 몸 크기만한 방 하나 갖고 있는 건 평생을 가도, 멀고먼 사랑에 당도하지 못하는 달팽이의 고독을 그가 잘 알기 때문 |
님의 노래 - 김소월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 지고 저무도록 귀에 들려요. 밤 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워도 내 잠은 포스근히 깊이 들어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 말아요 |
농담 -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은 더 아파야 한다 |
눈앞에서 먼 당신 - 김기린
하루가 우리를 맞이할 때 늘 같이 사는 사람아
맞을 때 늘 같이 자는 사람아
죽을 때도 같이 죽자는 나를 빚어 놓은 사람아
와도 거기 있는 나 같은 사람아
기쁨은 함께 웃는 그림자 같은 사람아
흉도 사는 동안 내 흉인 사람아
다시 보면 눈앞에서 언제나 먼 당신아
만져 보면 눈앞에서 저만치 먼 당신아
눈앞에서 먼 당신아. |
눈물 한 방울 - 정우경
유리창 타고 흐르는 빗방울이 왜 좋으냐고 그대 물으셨지요 잊었던 사람들이 생각난다고 아름다운 추억들이 떠오른다고 그리고 그때 그 사람도 비를 좋아했었다고 내 마음에 떠오르는 대답보다 먼저 흐르는 눈물 한 방울 |
눈길 - 박남준
그 눈길을 걸어 아주 떠나간 사람이 있었다 눈 녹은 발자국마다 마른 풀잎들 머리 풀고 쓰러져 한쪽으로만 오직 한편으로만 젖어가던 날이 있었다 |
늙어가는 아내에게 - 황지우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 생각나?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 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 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대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 한 밤, 약병을 쥐고 울어버린 나는 알았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 묻힌 손으로 집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 장석주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의 잡초가 한데 엉겨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걸어가리라 깨끗한 여름 아침 햇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어 보리라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짓고 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정말 행복해" 라고 말하리라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주고 두 팔을 벌려 그녀를 더 자주 안으리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보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상처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오를 때 바다에 온몸을 던지리라 |
다시 태어나도 그대를 사랑하리 - J. 포스터
다시 태어나도 그대를 사랑하고 싶은 것은 한 번이라도 나를 위해 울어준 사람이 바로 그대였기 때문입니다. 그대는 한 번도 그대 자신을 위해 울어본 적이 없는 그렇게도 강인한 사람이었지만 이렇게 연약한 나를 위하여 눈물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대를 사랑하고 싶은 것은 이제 내가 그대를 위해 울어줄 차례이기 때문입니다 |
다음엔 이 다음엔 - 정우경
차마 잊는다는 말을 할 수 없었기에 그냥 웃음으로 그 자리를 뜨고 말았다 두고두고 후회로 남아 있는 그때 내가 하지 못했던 말
"다음엔...... 이 다음엔......" |
다시 - 박노해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그 자신이 새길이다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
다른 사랑을 - U. 샤퍼
그대여, 우리는 마치 서로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는 듯 살아가는 부부가 되지 맙시다. 그들은 상대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할말이 없고, 그저 참고 견디며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자신들도 모르는 새 그들은 죽어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 무기력함을 감추려고 애써 '재미'를 찾아 나서고 애써 유쾌함을 가장하지요.
젊어서는 사랑한다고 여겼고 아니 진정 사랑했을 테지요. 그러나 그들은 한가지 중요한 것을 놓친 것입니다. 사랑도 성장해가는 것이라는 것을.
아주 섬세하게 가꾸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세심하게 마음을 쓰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사랑이 얼마나 약하고, 상처 입기 쉬운 것인지를 몰랐던 것입니다.
우리의 사랑은 그저 동반자 관계나 성관계, 단지 같은 솥의 밥을 먹는 관계로 전락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부단히, 매일처럼 사랑의 창조를 해나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사랑도 마지못해 끌려가는 생활로 전락해버리고 말 것입니다. |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단추, 첫연애 첫결혼 첫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를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
달콤한 인생 - 권현형
이마 흰 사내가 신발을 털고 들어서듯 눈발이 마루까지 들이치는 어슴푸른 저녁이었습니다 어머니와 나는 마루에 나앉아 밤 깊도록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설탕을 타 마신 막걸리는 달콤 씁쓰레한 것이 아주 깊은 슬픔의 맛이었습니다 자꾸자꾸 손목에 내려앉아 마음을 어지럽히는 흰 눈막걸리에 취해 이제사 찾아온 이제껏 기다려온 먼 옛날의 연인을 바라보듯이 어머니는 젖은 눈으로 흰 눈, 흰 눈만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초저녁 아버지의 제삿상을 물린 끝에 맞이한 열다섯 겨울 첫눈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며 나는 다가올 첫사랑을 기다리며 첫눈 내리는 날이면 댓잎처럼 푸들거리는 눈발 속에서 늘 눈막걸리 냄새가 납니다 |
달팽이의 사랑 - 김광규
장독대 앞뜰 이끼 낀 시멘트 바닥에서 달팽이 두 마리 얼굴 비비고 있다
장대 같은 빗줄기 뚫고 여기까지 기어오는 데 얼마나 오래 걸렸을까
그들은 아마 뛰어왔을 것이다 들리지 않는 이름 서로 부르며 움직이지 않는 속도로 숨가쁘게 달려와 그들은 이제 몸을 맞대고 기나긴 사랑 속삭인다
집 한 칸 마련하기 위하여 십 년을 바둥거린 나에게 날 때부터 집을 가진 달팽이의 사랑은 얼마나 멀고 긴 것일까 |
닮은 꼴 - 정우경
닮아가고 싶었어요 그대의 느낌, 그대의 꿈 닮아가고 싶었어요 눈을 뜨고부터 종일을 그대 생각에 지쳐 눈을 감을 때까지 이젠 그대도 닮아주세요 끝없는 끝없는 그리는 나의 마음. |
당신을 사랑합니다 - 로이 크로츠
당신을 사랑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당신뿐 아니라 당신과 함께 있을 때의 나도 사랑합니다.
당신이 당신을 만들어 가는 것뿐 아니라 당신이 만들어 가는 나의 모습 때문에 당신을 더욱 사랑합니다. |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 브라우닝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오직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 주세요. 그리고 부디 "미소 때문에, 미모 때문에, 부드러운 말씨 때문에, 그리고 또 내생각과 잘 어울리는 재치 있는 생각 때문에, 그래서 그런 날엔 나에게 느긋한 즐거움을 주었기 때문에 저 여인을 사랑한다"고는 정말이지 말하지 마세요. 이러한 것들은 임이여! 그 자체가 변하거나 당신을 위해 변하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그처럼 짜여진 사랑은 그처럼 풀려 버리기도 한답니다. 내 뺨의 눈물을 닦아주는 당신의 사랑어린 연민으로도 날 사랑하진 마세요. 당신의 위안을 오래 받았던 사람은 울음을 잊게 되고 그래서, 당신의 사랑을 잃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오직 사랑을 위해서만 날 사랑해 주세요.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당신이 사랑을 누리실 수 있도록, 사랑의 영원을 통해...... |
당신은 아름다워요 - 김영승
방바닥에 털푸덕 앉아 양말을 신는 당신은 아름다워요
당신은 아름다워요
당신은 아름다워요
아침엔 부산히 일어나는 당신은 아름다워요
다음 날 라면을 끓여주는 당신은 아름다워요
당신은 아름다워요 |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작자 미상
창가사이로 촉촉한 얼굴을 내비치는 햇살같이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올려주며 이마에 입맞춤하는 이른 아침같은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살포시 녹아가는 설탕같이 부드러운 미소로 하루시작을 풍요롭게 해주는 사람이 당신이었면 좋겠습니다.
내 귓가를 간지럽히며 스쳐가는 봄바람 같이 마음 가득 설레이는 자취로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기도속에 떨구어지는 눈물속에 숨겨진 사랑이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삶속에서 영원히 사랑으로 남을 어제와 오늘 아니 내가 알수 없는 내일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 P. 파울라
사람을 안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 것이라고는 전에는 정말 꿈도 못 꾸었어요
변함없는 도움과 그토록 완전한 믿음을 내가 경험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도 없었지요
그렇게 더 많은 것들을 되돌려 받으리라고는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또 당신께 그 말을 함으로써 그 말의 뜻이 그처럼 깊으리라고는 정말 예전에는 생각도 못 했었지요 |
당신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 구스타보 베케르
내게 얼마 남지 않은 삶에서 나 그대에게 가장 좋은 나날들을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우리를 아는 사람들에게 그대가 나에 대해 무슨 말을 했는지 내가 알 수 있다면
또 내게 허락될지 모를 영원한 삶도 그대 위해 바치겠습니다 그대 혼자 있을 때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만 있다면 나 그대 위해 언제까지나 내 사랑 바치겠습니다 |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 한용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애처롭기까지 만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 복효근
내가 꽃피는 일이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면 꽃은 피어 무엇하리 당신이 기쁨에 넘쳐 온 누리 햇살에 둘리어 있을 때 나는 꽃피어 또 무엇하리 또한 내 그대를 사랑한다 함은 당신의 가슴 한복판에 찬란히 꽃피는 일이 아니라 눈두덩 찍어내며 그대 주저앉는 가을 산자락 후미진 곳에서 그저 수줍은 듯 잠시 그대 눈망울에 머무는 일 그렇게 나는 그대 슬픔의 산 높이에서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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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는냐구요? -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구요? 헤아려 보죠 비록 그 빛 안보여도 존재의 끝과 영원한 영광에 내영혼 이를 수 있는 그 도달 할 수 있는 곳까지 사랑합니다 태양 밑에서나 또는 촛불 아래서나 나날의 얇은 경계까지도 사랑합니다 권리를 주장하듯 자유롭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칭찬에서 돌아서듯 순수하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옛 슬픔에 쏟았던 정열로써 사랑하고 잃은 줄만 여겼던 사랑으로써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의 한 평생 숨결과 미소와 눈물로써 당신을 사랑합니다 주의 부름 받더라도 죽어서 더욱 사랑하리다 |
당신을 생각할 때 - 김유미
당신을 생각할 때 내가 가장 순수해지므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가 가장 슬퍼지므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내가 가장 아름다워지므로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것
달처럼 틀림없이 살아있다는 것
행복에 겨운 착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지금도 아르르 가슴 저려오지만
그 순간의 나를 제일 사랑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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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편지 쓰는 날이면 - 안현희
당신께 편지 쓰는 날이면 언제고 문 밖에 비가 내립니다 가만히 눈 감고 귀 기울이면 빗소린지 당신인지 자꾸만 문 밖에서 노크하십니다 자꾸만 문 밖에서 노크하십니다
주룩주룩 등 뒤에서 비가 내립니다 천천히 천천히 목덜미로 감기며 그렇게 찬비가 적셔 옵니다 |
당신을 사랑하기에 - 박래식
당신을 사랑하기에 힘든 길로 돌아서 갑니다
너무 다가서지 못합니다
고독한 하루를 견디어냅니다
상처준 사람들을 미워할 수 없습니다
많은 것을 버려야만 합니다
때때로 눈물을 흘려야만 합니다
나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그대에게 줄 무엇인가를 생각합니다 |
당신 생각에 - 앤드류 토니
당신도 어렴풋이 아실 테지만 이건 모두 당신 탓이에요 오늘 전 아무 일도 못했거든요 무슨 일이든 시작하려 들면 당신이 떠올라서요
포근한 느낌, 멋진 생각, 정말 사랑스러운......
어서 이런 생각을 떨쳐버려야죠 전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척 많거든요
전 지금 아주 중요한 일부터 시작해야 하겠어요
내가 얼마나 당신을 원하는지 당신이 내게 얼마나 필요한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얼마나 당신을 원하고 있는지를 말이에요 |
당신이 누군가를 필요로 할 때 - 고든 라이트푸트
나는 당신이 가는 그 먼 곳이 좋은 곳이기를 빌어요 만약 비가 오거나 눈이 온다 하더라도 안전하고 따뜻하게 지내기를... 그리고 어느 땐가 당신에게 그 누군가가 필요할 때 당신도 알고 있듯이
언제나 거기에 있을 거예요. |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 A. 푸슈킨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 사랑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불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사랑으로 인해 더 이상 당신을 괴롭히지는 않겠습니다. 슬퍼하는 당신의 모습을 절대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 말없이, 그리고 희망도 없이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때론 두려워서, 때론 질투심에 괴로워하며 오로지 당신을 깊이 사랑했습니다. 부디 다른 사람도 나처럼 당신을 사랑하길 기도합니다. |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 D. 호건
꿈만 꿀 수 있으면 생각만 할 수 있으면 기억만 할 수 있으면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들을 수만 있으면 말할 수만 있으면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내 영혼이 숨쉴 수만 있으면 당신의 모습을 그릴 수만 있으면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사랑이 있기만 하면 당신이 있기만 하면 당신을 부를 숨결이 내게 남아 있기만 하면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이 세상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
당신을 생각합니다 - 김기린
보름달이 뜨는 날은 달을 닮은 당신을 생각합니다
고요하다가는 불같이 정열적인 당신을 생각합니다
속으로만 살아가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간지러운 당신을 생각합니다
나를 재우지 않고는 잠들지 않던 당신을 생각합니다
처음 나온 과일들을 먼저 먹이지 못해 안달하던 당신을 생각합니다
따뜻한 체온으로 나를 데워주던 당신을 생각합니다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생각을 불러일으켜 준 것입니다
내가 여태 사랑을 받지 못했던 까닭을 이제사 조금씩은 알 것 같습니다 |
당신의 뜰 안에 - 김종환
당신이 뜰 한 켠에서 작은 민들레로 살고 싶어요. 비오는 것 바람 부는 것 상관없어요. 추우나 더우나 당신의 울 안인데요.
아침이면 볼 수 있는 당신의 모습 밤새 기다린 얼마나 큰 보람인가요.
어디나 당신의 가슴인데요. 뿌리 내리면 따스한 당신의 체온. 하루내 당신의 체온 당신의 입김 당신의 향기. |
당신께서 무엇이 되시건 - 칼릴 지브란
당신께서 무엇이 되시건 저는 실망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되어야만, 혹은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편견 어린 욕심이 제겐 없습니다 당신 모습을 미리 헤아려 보고픈 바람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당신 그대로의 모습을 발견할 뿐 당신이 저를 실망시킬 리 없는 까닭이지요 |
당신을 사랑합니다 - M. 베티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날의 삶을 아름답게 해주시고 삶의 고된 일을 보람되게 해주시므로 하루하루가 아무리 고달파도 당신을 떠올리면 미소짓게 해주시므로
삶의 순간 순간을 함께 나누시고 당신 곁에서 이야기하고 웃으며 꿈꾸게 해주시므로
내 속마음을 말하게 해주시고 내가 말한 뒤의 나의 느낌을 깊이깊이 생각해 주시므로 내 자신을 돌이키게 해주시고 내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도록 도와주시므로 내가 항상 영원하고 참된 이상을 쫓도록 힘을 주시므로
사랑의 소망으로 나를 채워 주시고 누구도 줄 수 없는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내게 주시므로 신께서 정하신 길을 따라 당신의 사랑에 보답할 때 한 인간으로서 내가 지닌 능력들을 모두 일깨워 주시므로
당신이 내게 필요할 때 가까이 와주시고 혼자 있어야 할 때 물러나시고 내 나날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나누시므로 내가 지쳤을 때 위안을 주시고 세상이 너무 힘겨워 보일 때 힘을 주시므로
이 모든 것을 다 주시고도 평생을 함께 하겠다고 약속해 주시므로 당신이 계신 까닭에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의 참뜻을 배웠으므로 |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 D. 호건
꿈만 꿀 수 있으면 생각할 수만 있다면 기억할 수만 있다면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들을 수만 있다면 말할 수만 있다면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영혼이 숨 쉴 수만 있다면 당신의 모습을 그릴 수만 있다면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사랑이 있기만 하면 당신이 있기만 하면 당신을 부를 숨결이 내게 남아 있기만 하면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나는 당신을 사랑하니까요 |
동행 - 박성룡
두 사람이 아득한 길을 걸어왔는데 발자국은 한 사람 것만 찍혔다
낮은 언덕 높은 산도 오르내리면서
한 사람이 이끌며 여기까지 왔다
고달프기도 했던 평행의 레일 위에
가을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
당신 - 홍영
비 온 후 맑은 하늘 초롱한 햇빛에 어쩔 줄 몰라 부르르 떠는 오월, 오후 뜰에 뜬 당신은 무지개입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당신을 칭송합니다
난 당신이 항상 그 자리에서 내 아이가 어른이 된 후에라도 제 빛깔과 향기를 잃지 말고 서 있기를 바라요
먼 곳으로 가버리신다면 내 아이는 더 이상 자라지도 꿈도 꾸지 않을 거예요
선녀도 천사도 견우와 직녀도 당신을 밟고서야 비로소 나에게로 옵니다
내 무릎 위에 앉으세요 저 햇살이 눈부시면 내 뿌리 깊은 큰 느티나무 되어 그늘지게 하리다
맑은 하늘 초롱한 햇빛에 어쩔 줄 몰라 부르르 떠는 오월, 오후 창 밖에 뜬 당신은 무지개입니다 |
대숲 아래서 - 나태주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소나기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소리.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이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이 가을 저녁밥 일찌기 먹고 우물가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을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
더 깊은 눈물 속으로 - 이외수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체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고 있었던가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방울 그때의 순순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해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대의 모습도 해체되고 있다 |
더욱더 조그만 사랑 노래 - 황동규
연못 한 모퉁이 나무에서 막 벗어난 꽃잎 하나 얼마나 빨리 달려가는지 달려가다 달려가다 금시 떨어지는지
이 손 |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 김영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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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가기 - 정우경
비어 있던 거 다시 비우고 그 자리에 있던 거 다시 그 자리에 두고 나도 이제 다시 내가 된다
마음을 거스른다는 것
내 자리로 간다 어차피 사랑은 서툴게 서툴게 왼손으로 쓰는 낙서 얽혀버린 내 인연의 줄 사람들과의 이음새
처음에 혼자였던 거 다시 혼자로 돼 나도 이제 다시 내가 된다
두 배로 슬프고
내가 있던 곳으로 간다 아무것도 모르던 그 처음으로 나는 되돌아가려 한다. |
둘을 위해서 하나는 버려야 합니다 - 고은별
우리가 서로 만나는 동안 단 한번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을 철저하게 믿지도 아니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사랑이라 생각했습니다. 만나면서 점점 사랑이 깊어진다고 믿었기에 만났지만 언제 어디서부터인지도 모른 채 우리는 헤어짐을 준비해야 했던 것이지요 혼자 생활했던 모습들은 변해가야 합니다. 하나만의 공간이 아닌 둘만의 공간을 위하여 하나만이 필요했던 공간에서의 어느 것은 때로 버려져야 합니다.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때 사랑은 일방적인 것이 되어 누군가는 끊임없이 괴로워하게 됩니다. 나에게 사랑은 찾아왔습니다. 그것이 사랑이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끝내 닫혀져 있는 나의 가슴은 그 사람에게 아픔만을 남겨 주었지요. 버려야 할 나의 것들을 버리지 않았기에 그 사람은 떠나야 했고 난 돌아서서 울어야 했습니다. 사랑을 느낄 수 있었기에 사랑을 생각하며 그 사람을 못잊어 합니다. |
등돌린 사랑조차 아름다운 건 - 유미성
등돌린 사랑조차 아름다운 건 그 안에 그대가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속의 그리움들이 지난날 더 주지 못한 사랑을 안타까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 모르게 밤사이에 눈이 내려 초라한 겨울 나무위로도 새 하얀 눈꽃이 피어나듯
앙상한 내 삶 속으로 다시 돌아와 환하게 웃고 있을 그대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내게는 늘 진행형인 사랑 그렇게나 참으로 보고 싶은 사람
그렇게 덜어내신 무거운 짐이 못내 안스러워 자꾸 돌아보시던 그 따스한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랑 안에서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내게는 살아가는 마지막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
동천(冬天) - 서정주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문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
되돌이표 - 정우경
시계바늘 몇 바퀴 되돌려놓는다 지난 달력 몇 장 되넘겨놓는다 사랑이 슬픔인 걸 모르던 그때로. |
등나무 사랑 - 김영남
나는 등나무 꽃이 되리라. 그대 머리 위에 모빌처럼 매달려서 향기를 넓게 뿌려주리라. 그 향기로 그대 앞길을 밝히는 등이 되리라.
그대 하늘을 꾸미는 지붕이 되리라. 지붕이 되어 서늘한 그늘을 선사하리라. 벤치를 갖다놓고 친구들도 초대하리라.
어두운 세상에서도 그대 하나만 붙들고 두 겹 세 겹, 아니 수없이 보듬고 도는 저 등나무의 끝없는 사랑이 되리라. |
두 사람 - 곽재구
자전거 두 대가 나란히 꽃길을 지나갑니다 바퀴살에 걸린 꽃향기들이 길 위에 떨어져 반짝입니다
가만히 불러 세웠습니다 내가 아는 하늘의 길 하나 그들에게 일러주고 싶었습니다
여보세요 불러놓고 그들의 눈빛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더 아름다운 길을 그들이 알고 있을 것만 같아서 불러서 세워놓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
둘이서 하나이 되어 - 김후란
밝은 이 자리에 떨리는 두 가슴 말없이 손 잡고 서 있습니다
큰 강물 이루듯 천사가 놓아 준 금빛 다리를 건너 두 사람 마주 걸어와 한자리에 섰습니다
믿었습니다 이렇듯 소중한 시간이 있어 주리란 것을
우리는 영원히 하나가 되리라고 푸른 밤 고요한 달빛 아래 손가락 마주걸고 맹세도 했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하나가 되리라고 이슬 젖은 솔숲을 거닐면서 말했습니다
우리의 앞날을 순수하게 키워 가자고 사람들은 누구나 말합니다 사노라면 기쁨과 즐거움 뒤에 어려움과 아픔이 따르기 마련이며 비에 젖어 쓸쓸한 날도 있다는 걸 모래성을 쌓듯 몇 번이고 헛된 꿈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걸
하나이 되렵니다 둘이서 하나이 되면 둘이서 하나이 되면
마음이야 언제나 따뜻한 불빛 외로울 때는 심장에서 빼어 준 소망의 언어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버릴 수 없는 우리만의 꿈 약속의 언어로 쌓아올린 종탑 높은 정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가장 꼭대기에 매어단 사랑과 헌신의 종을 힘껏 치렵니다
이토록 가슴이 빛나는 날에 둘이서 하나가 되면 둘이서 하나가 되면
머리 위에서 빛나고 불멸의 힘으로 피어나는 날들이 우리들을 끌어갈 것입니다 우리의 손을 잡고 같은 쪽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가렵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 놓을 때까지 |
딱 한 사람 - 작자 미상
삶이 너무 고달프고 힘들어 모든 것을 포기 하려 해도 딱 한 사람 나를 의지하고 있는 그 사람의 삶이 무너질 것 같아 몸을 추스리고 일어나 내일을 향해 바로 섭니다
살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딱 한 사람 나를 철석같이 믿어 주는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올라 그 동안 쌓인 의심을 걷어내고 다시 모두 믿기로 합니다
모든 사람을 미워하려 해도 딱 한 사람 그 사람의 사랑이 밀물처럼 가슴으로 밀려와 그 동안 쌓인 미움들을 씻어 내고 다시 내 앞의 모든 이를 사랑하기로 합니다
살아갈 것 같지만 딱 한 사람 나를 향해 웃고 있는 그 사람의 해맑은 웃음이 떠 올라 흐르는 눈물을 닦고 혼자 조용히 웃어 봅니다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딱 한 사람 나를 인정해주고 격려해주는 그 사람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다시 용기를 내어 새 일을 시작합니다
나도 같이 불평하면서 살고 싶지만 딱 한 사람 늘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그 사람의 평화가 그리워 모든 불평을 잠재우고 다시 감사의 목소리를 높입니다
온 세상을 사랑하는 것이요 온 세상의 모든 사랑도 결국은 한 사람을 통해 찾아 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면 온 세상이 좋은 일로만 가득 하겠지요 |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이 우는 것이냐?
밤을 세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
들은 이야기 - 정우경
견우와 직녀는 너무도 사랑해 헤어졌다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너무도 사랑해 헤어졌다고
세상에 살고 있는 반의 여자는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진다고
사랑하는 이유로 이별한다고
우리는 너무나 사랑했었다고. |
따뜻한 마음 - 조성태
그대를 미워하는 마음에서도 나는 손을 내밀었습니다.
내 마음 때문이 아니라 나의 체온 때문이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보였습니다.
돌아서면서 그대에게 고마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대에게 보여주어야 할 나의 진실한 마음입니다.
나의 따뜻한 마음이 되돌아왔습니다. 그대 덕분입니다.
그대 곁에 있는 이유입니다.
그대가 내 곁에 있는 이유가 내가 되어야 할 때입니다. |
때론 사랑이란 것은 - 정우경
어느 날 나의 조카는 내게 말했다 난 짝꿍이 좋아서 사탕 한 개도 쪼개서 줬는데 성운이는 아무것도 안 주었다고 얘야, 사랑하는 나의 조카야 사랑은 산수처럼 계산하는 게 아니란다 때론 손해보는 것 나머지 사탕 반쪽도 마저 주고 싶은 것 그게 바로 사랑이란다
우리반 어느 아이는 노래를 잘 불러서 좋아진다고 얘야, 사랑하는 나의 동생아 사랑은 음악처럼 박자가 들어맞는 가락이 아니란다 때론 4분의 3박자가 4박자가 되는 것 음치인 목소리가 더 멋이 있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란다
사랑이란 정말 무엇이냐고 얘야, 사랑하는 나의 동생아 사랑은 국어처럼 문법이 맞는 문장이 아니란다 때론 아무 말도 없는 것 그러고도 서로를 알아주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란다
그러면 이모...... 사랑해봤냐고 어느 날 나의 동생은 내게 물었다 그러면 언니...... 사랑해봤냐고 얘들아, 사랑하는 아이들아 나도 아직은 어린애란다 사랑 한 번 못해본 어린애란다. |
마음속의 사람을 보내며 - 정일근
마음속에 누군가를 담고 살아가는 것이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사랑하기에 젊은 날엔 그대로 하여 마음 아픈 것도 사랑의 아픔으로만 알았습니다. 이제 그대를 내 마음속에서 떠나보냅니다. 멀리 흘러가는 강물에 아득히 부는 바람에 잘 가라 사랑아, 내 마음속의 그대를 놓아 보냅니다. 불혹, 마음에 빈자리 하나 만들어 놓고서야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나이가 되었나봅니다. 사랑이란 누군가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워놓고 기다리는 일이어서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나도 알게 되었나봅니다. |
마음 물들이기 - 정우경
그대 사랑의 빛깔이 무어라 생각하나요 누군 빨간색이래요 사랑으로 타는 그 가슴이 불꽃 같기 때문이라나요 또 누군 하얗다 해요 자꾸만 아프기만 해서 흘린 눈물 때문이라나요 그리고 또 누군 노랗다 합니다 기다림에 지쳐버린 한낮 해바라기 같은 그리움 때문이라나요
아직 분명한 빛깔이 없어요 그대가 곱게 물들여주기 전까지
무어라 생각합니까 난 아직 채색이 안 된 투명한 샘물색이라 해요 그대가 채색하게 될 흰 종이 위의 밑그림이라 해요. |
마지막 편지 - 김재진
최선을 다해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게 놓여진 시간 앞에 나는 다만 정직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다시 당신을 사랑할 기회가 생긴다 해도 사랑하지 않겠습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건 한 번뿐 더 이상의 사랑은 내게 무의미한 반복입니다. |
마음 - 김광섭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도 그림자 지는 곳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별은 고요히 물 위에 뜨고 숲은 말없이 물결을 재우나니
이 물가 어지러울까 나는 밤마다 꿈을 덮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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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핀 민들레 - 정우경
내가 미련없는 민들레라면 바람 타고 하늘하늘 가고 싶은데 잠시라도 머물다가 오고 싶은데 그대 그리워. |
마지막 사랑 - 장석주
사랑이란 아주 멀리 되돌아오는 길이다 나 그대에 취해 그대의 캄캄한 감옥에서 울고 있는 것이다
바람이 분다
돌아오는 길 내내 그대를 감쌌던 내 마음에서 그대 향기가 떠나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주아주 멀리 되돌아오는 길이다 |
마음 - 곽재구
아침 저녁 방을 닦습니다 강바람이 쌓인 구석구석이며 흙냄새가 솔솔 풍기는 벽도 닦습니다 그러나 매일 가장 열심히 닦는 곳은 꼭 한 군데입니다 작은 창틈 사이로 아침햇살이 떨어지는 그 곳 그곳에서 나는 움켜쥔 걸레 위에 내 가장 순결한 언어(言語)의 숨결들을 쏟아 붓습니다 언젠가 당신이 찾아와 앉을 그 자리 언제나 비어 있지만 언제나 꽉 차 있는 빛나는 자리입니다 |
마지막임을 알았을 때 - 고은별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후에 마지막이라는 말을 참 많이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때마다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처음에는 마지막이라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지요.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면 달려올 줄 믿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그것이 마지막임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나를 슬프게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아직도 마지막이라는 말보다 더 슬픈 말을 알지 못합니다. 내 곁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음보다 더 슬픈 존재를 알지 못합니다.
그윽하게 바라보던 옛 사랑, 그 눈빛. 사진 속의 기억이 그립습니다. 하지만 배경으로 한 라일락 향기를 흩날리며 그 사람은 추억만 남기고 영원히 떠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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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소중함 - 권지희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내 기억에서 멀어져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서 나는 점점 잊혀져 갑니다.
마음의 기억에도 한계가 있나봅니다.
다른 한 사람은 나오게 되고
아무도 시간의 흐름을 막지 못합니다.
만남을 더욱 소중하게 느끼게 하나 봅니다. |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 김남조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사랑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당신에게 이별이 찾아와도 당신과의 만남을 잊지 않고 기억해 줄 테니까요.
그래야 행여나 익숙지 못한 사랑으로 당신을 떠나보내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래야 행여나 무언가를 잃어버릴 때가 오더라도 잃어버린다는 아픔을 알고 더 이상 잃어버리고 싶어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야 행여나 당신이 방황을 할 때 그저 이유없이 당신을 기다려 줄 테니까요.
그래야 행여나 가슴이 시린 겨울이 와도 그대의 따뜻한 가슴에 몸을 녹일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야 행여나 그대 나의 거짓된 모습을 보더라도 그대의 진실로 나를 감싸 줄 테니까요.
그래야 행여나 당신의 한 모습이 나빠 보이더라도 사랑하는 이의 다른 모습을 보며 감싸안을 수 있을 테니까요.
사랑할 줄 아는 이와 사랑하세요.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남 또한 사랑할 줄 아는 거래요. |
말없는 시선으로 - 김미선
우리가 만난 것은 아니 좀더 정확히 말해서 내가 그 사람을 처음 보게된 것은 이미 오래 전 세월로 따지자면 십년하고도 또 여러해 전이었다
말없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 사람
그래도 그 표정은 나를 즐겁게 했지
이렇게 시작되었다 말없는 시선으로
서로 건너편에서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우린 기뻤지
이렇게 시작되었다 말없는 시선으로 |
맘 켱기는 날 - 김소월
오실 날 아니 오시는 사람! 오시는 것 같게도 맘 켱기는 날! 어느덧 해도 지고 날이 저무네! |
먼 별 - 이희중
이제 미움 너머로 그대를 사랑하리 함께 지낸 날들의 눈빛 잊지 않으면 그조차 먼 별이 되어 빛나네 비 오는 정오가 아닌, 노을 진 저녁이 아닌 짱짱한 햇빛 아래 서서 그대를 다시 보낸다 해도 더는 진땀 흘리지 않을 터 다만 잊지 마라 함께 다닌 많은 길들 골목들 집들 그 위 하늘들 가끔 걸으며 둘러보리니 그대 문득 돌아오는 날 또한 나 그곳에 있네 이제 욕망 너머로 그대를 사랑하리 이제 시간 너머로 그대를 사랑하리 |
먼길 가는 두 사람을 위하여 1 - 백창우
- 노래 가운데 가장 빛나는 건 사랑노래지요 - 삶 가운데 가장 빛나는 건 함께 사랑을 일궈가는 그런 삶이지요 - 가야 할 길은 멀고, 길 어디에도 제대로 된 푯말 하나 없지만 - 당당히 걸어가기를, 그대들 사랑이 그대들을 지켜주리니
응달진 땅의 민들레처럼 순결한 슬픔을 그 누가 아나요, 그대들의 고운 사랑을 시련의 강 언덕에 드리운 무지개를 조그만 방 한 칸만 있어도 그대들은 부러울 것이 없지 햇볕처럼 따뜻한 사랑이 있으니 그대들의 마음 한 켠에 촛불 하나 밝히렴 그 어느 어둠도 발길을 돌리도록 |
멀리 있기 - 유안진
멀리서 나를 꽃이 되게 하는 이여 향기로 나는 다가갈 뿐입니다
별이 되게 하는 이여 눈물 괸 눈짓으로 반짝일 뿐입니다
슬퍼서 흠도 티도 없는 사랑이여
향기 높은 꽃이게 하여요 죽어서도 나 빛나는 별이게 하여요. |
멀리 있는 사람이 가슴으로 더욱 가깝다 - 이용채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멀리 두고 지켜보아야 하는 내 사랑하는 사람. 그가 아름다운 건 나에게 아름다운 마음을 그가 주었기 때문이요 그는 스스로 아름다움을 꽃으로 가꾸고 있기 때문이다. 멀리 있어 가슴으로 더욱 가까운 사람. 진실한 아름다움은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기에 더욱 사랑스러운 그 사람. 아름다운 마음으로 본 아름다움은 쉽게 잊을 수 없는 것. 그러기에 아직도 나는 그가 그립다. |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 - 마더 데레사
멀리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은 오히려 쉽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항상 사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음식으로 배고픔을 달래주는 일은 사랑받지 못한 외로움과 아픔을 달래주는 일보다는 쉽다는 것을 가정에서도 보게 됩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사랑을 가져 오십시오. 이곳이야말로 우리 서로를 위한 사랑이 시작되는 장소니까요.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봉오리인 것을! |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五月)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三百)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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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시계 - 정우경
그대가 가버려도 떠나갔다 말하지 않겠습니다 돌아간다 하겠습니다 그대 내 성에서 머물던 시간이 아무리 길고 깊다 하여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야만 할 그대임을 이미 예감하고 있기에
돌아왔다 말하지 않겠습니다 찾아왔다 하겠습니다 그대 내 성에 잠시 머무는 손님이라 하겠습니다. |
목마와 숙녀 -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틈을 지나 청춘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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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잊어 - 김소월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그런 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나지요?" |
몽상가의 사랑 - 정우경
별을 사랑한다 별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별이 좋아 그 사람이 좋은지 그 사람이 좋아 별이 좋은지
하늘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하늘이 좋아 그 사람이 좋은지 그 사람이 좋아 하늘이 좋은지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한다 바다가 좋아 그 사람이 좋은지 그 사람이 좋아 바다가 좋은지. |
무지개를 사랑한 걸 - 허영자
무지개를 사랑한 걸 후회하지 말자 풀잎에 맺힌 이슬, 땅바닥을 기는 개미 그런 미물을 사랑한 걸 결코 부끄러워하지 말자 그 덧없음 그 사소함 그 하잘것 없음이 그때 사랑하던 때에 순금보다 값지고 영원보다 길었던 걸 새겨두자 눈 멀었던 그 시간 이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기쁨이며 어여쁨이었던 걸 길이 길이 마음에 새겨두자 |
무지개를 위하여 - 곽재구
영혼은 어디에 있어요? 영혼의 강은 찾을 수 있어요? 영혼도 숨을 쉬나요? 영혼의 날개를 본 적 있어요? 그걸 좀 보여주세요
내 가슴에 이르는 저 기나긴 다리의 이름은 무엇인지요? 색색의 꿈으로 빚어놓은 저 섬세한 바람의 술렁거림은 무엇인지요?
한 번도 꿈꾼 적 없으면서 그냥 그렇게 가슴에 와 부서지는 저 그리운 빛들의 축제는 또 무어라고 부르지요? |
물망초 - 김남조
기억해 주어요 부디 날 기억해 주어요 나야 이대로 못잊는 연보라의 물망초지만 혹시는 날 잊으려 바라시면은 유순히 편안스레 잊어라도 주어요
깜깜한 밤에 속 잎파리 피어나는 나무들의 기쁨 당신 그늘에 등불 없이 서 있어도 달밤 같은 위로
영혼의 길을 트고 살았을 적엔 미소와 도취만이 큰 배 같던 걸 당신이 간 후 바람결에 내버린 꽃빛 연보라는 못잊어 넋을 우는 물망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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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꽃씨들은 어디로 - 곽재구
그날 당신이 높은 산을 오르던 도중 후, 하고 바람에 날려보낸 민들레 꽃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무너지는 내 마음이 파, 하고 바람에 날려보낸 그 많은 민들레 꽃씨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
민들레 - 최동현
먼 산에 아직 바람이 찬데 가느다란 햇살이 비치는 시멘트 층계 사이에 노란 꽃이 피었다. 나는 배고픈 것도 잊어버리고 잠시 황홀한 생각에 잠긴다. 무슨 모진 그리움들이 이렇게 고운 꽃이 되는 것일까. 모진 세월 다 잊어버리고 정신없이 살아온 나를 이렇듯 정신없이 붙들고 있는 것일까. 작은 꽃 이파리 하나로도, 문득 세상은 이렇게 환한데 나는 무엇을 좇아 늘 몸이 아픈가 황홀한 슬픔으로 넋을 잃고 이렇듯 햇빛 맑은 날 나는 잠시 네 곁에서 아득하구나. |
바람부는 날에는 너에게로 가고 싶다 - 황청원
바람부는 날에는 너에게로 가고 싶다
물결의 비늘을 헤치며 우울한 너의 영혼을 껴 안으러
흐린 물안개에 젖어도 좋으니 피리 소리처럼 흘러서 흘러서
늦가을 빛 단풍나뭇잎이 지면 거기 함께 흙이 되더라도 너에게 밟히는 그런 흙이 되더라도 |
바람결의 속삭임 - 정우경
어느 바람결에 낯익은 샴푸향기 실려오면 어딘가에서 나도 그대의 그 향기를 맡고 있으리라 생각해주오
그 바람이 지금 나의 가슴을 스치고 있다고. |
바다는 지금 - 김정희
내 좋은 바다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새벽부터 내리는 겨울비의 슬픔을 소리 없이 받아내고 있겠지 겨울비의 슬픔이 다 마를 때까지
어느 때든 쏟아부을 수 있는 바다를 가진 하늘은 얼마나 행복할까 맑은 날 하늘로 다시 돌아갈 꿈을 꾸는 바다는 또 얼마나 행복할까
바다와 하늘처럼 가슴과 가슴으로 젖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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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 - 김종해
사랑하지 않는 일보다 사랑하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나는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날마다 가고 또 갑니다. 어둠뿐인 외줄기 지하 통로로 손전등을 비추며 나는 당신에게로 갑니다. 밀감보다 더 작은 불빛 하나 갖고서 당신을 향해 갑니다. 가서는 오지 않아도 좋을 일방통행의 외길, 당신을 향해서만 가고 있는 지하철을 타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숨은 역으로 작은 불빛 비추며 나는 갑니다.
사랑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일이 더욱 괴로운 날, 그래서 바람이 부는 날은 지하철을 타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
바다 - 이성복
서러움이 내게 말 걸었지요 나는 아무 대답도 안했어요
나는 달아나지 않고 그렇게 우리는 먼 길을 갔어요
서러움이 숨고 한순간 더 참고 나아가다 불현듯 나는 보았습니다
흰 물거품 입에 물고 서러움이 서러움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엎어지고 무너지면서도 내게 손 흔들었습니다 |
바보 같은 독백 - 정우경
이제는 서로 모르고 살자고 아무리 그리워도 잊고 살자고 맘에 없는 빈소리를 내가 했어도 어찌 그러자고 끄덕이나요
그대의 눈빛이 지금까지 쌓아온 내 사랑만큼 서럽게 서럽게 미워집니다
아무리 보고파도 참고 살자고 하기 싫은 빈소리를 내가 했어도 어찌 그러자고 미소짓나요
바보 같은 내 마음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는 그대 미소마저 서럽게 서럽게 미워집니다. |
바람꽃 앓이 - 정우경
그대가 멀리 떠난다기에 내 먼저 그곳에 가 먼 산 한 송이 뽀오얀 바람꽃으로 떠나는 그대 배웅했지요
언덕배기 바람 위에 걸터앉아 뽀오얀 바람꽃으로 떠나간 그대 기다렸지요
아지랑이 아리아리 피어올라도 소식 한 장 없는 그대
언제든 다시 돌아오시라고 내 먼저 그곳에 가 먼 산 한 송이 뽀오얀 바람꽃으로 그 옛날 떠나는 그대를 아무런 말 없이 보냈었건만...... |
바다가 그리울 때 - 신미영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못견디게 그리워서 바다이고 싶을 때가 있다 산다는 것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만 내딛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몰랐을 땐 바다를 알지 못했다 끝없는 깊음과 어둠이 온통 두려움의 대상일 뿐 바다는 잊어도 좋았다
탑은 쌓는 것이 아니라 자꾸 무너뜨려 수평선을 만드는 일이라는 걸 비로소 알았을 때 바다가 그리웠다 그 거대한 물결 앞에 서면 나는 한 점 녹아들어가 없어져도 좋을 왜소함이 자꾸 편안하다
시간 반만 달리면 마주하는 대천의 바다는 언제나 그대로인 것 같지만 또 언제나 같은 표정은 아니다 고운 모래를 밟으며 바다에 서면 고래를 품고도 풍랑을 만나고도 고요히 잠재울 줄 아는 넉넉함이 가슴에 스미는 것 같다
살아갈수록 점점 바다가 그리워질 때가 많아진다 |
발왕산에 가보셨나요 - 고두현
용평 발왕산 꼭대기 부챗살 같은 숲 굽어보며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더니 전망대 이층 식당 벽을 여기 누구 왔다 간다, 하고 빼곡이 메운 이름들 중에 통 잊을 수 없는 글귀 하나.
좨송해요. 아프로는 잘 드러께요'
높은 자리에 오르면 누구나 다 잘못을 빌고 싶어진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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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 오세영
누가 밟고 갔을까, 진흙밭에 찍힌 숲 속의 작은 발자국 하나 지난 밤에 내린 빗물로 푸른 하늘이 고여 있다. 하늘에 흰구름 하나 떠 있다. 나비 한 마리 나래 접고 적막하게 자신을 비쳐보는 오후, 초가을 단풍이 곱다.
발자국 하나. |
발자국 - 김명수
바닷가 고요한 백사장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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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기차 - 이상희
의자는 달리고 추억은 날뛴다 창밖 검은 바다 저 멀리 먼 북소리 물거품처럼 둥 둥 둥 떠오르는 얼굴들 스쳐 달리는 마른 번개 속 |
밤은 천 개의 눈을 - F. W. 버어딜론
밤은 천 개의 눈을 가졌지만 낮은 단 하나뿐. 그러나 밝은 세상의 빛은 사라진다. 저무는 태양과 함께.
가슴은 단 하나뿐. 그러나 한평생의 빛은 사라진다. 사랑이 다할 때면. |
밤 편지 - 곽재구
늦은 밤 구례구역 앞을 흐르는 섬진강변을 걸었습니다 착한 산마을들이 소울음빛 꿈을 꾸는 동안 지리산 능선을 걸어 내려온 별들이 하동으로 가는 물길 위에 제 몸을 눕혔습니다 오랫동안 세상은 사랑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억압과 고통 또한 어두운 밤길과 같아서 날이 새면 봉숭아꽃 피는 마을 만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나 아직 스무 살 첫 입맞춤의 추억 잊지 않았습니다 폭염 아래 맨발로 걷고 또 걸어 눈부신 바다에 이르렀을 때 무릎 꺾고 뜨겁게 껴안은 당신의 숨소리 잊지 않았습니다. |
배꽃 - 곽재구
배꽃들은 황토산 자락에 연분홍 첫사랑의 숨결을 토해놓지
입맞춤하는 법 한없이 서툴어도 가슴의 뜨거움 하나로 황토산 자락 억세게 끌어안지
무릎 꿇고 귀 깊게 대고 어디서 피가 끓는지 어디서 슬픔의 그늘이 드리우는지 누구의 뼈가 제일 먼저 강을 건너는지
바보 같은 사랑뿐으로 이 세상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행복한 것인지
못생긴 산과 하늘 부둥켜안으며 배꽃들은 황토산 자락에 연분홍 첫사랑의 숨결을 토해놓지. |
백지 - 김정미
그대 계신 곳 어딘지 몰라 점만 찍습니다 이 높은 곳에서도 알 수가 없습니다
점도 아닌 아무것도 찍을 수 없다면 그 마음 더 슬퍼 점만 찍습니다
그대 내 마음 느껴 어디선가 그 점 밟고 오실 테니 그대여 큰 점 되어 내게 어서 오소서 |
백합 - 곽재구
당신이 고통으로 흔들리는 그 순간마다 내 마음의 깊은 골짜기에서 백합 한 송이 피어납니다
아름다운 긴 머리칼마저 흐트러뜨릴 때 내 마음의 뜨거운 골짜기에서 진실로 순결한 백합 한 송이 피어납니다
당신은 나를 떠나겠지요 내가 한 번도 본 일이 없는 찬란한 바다 모든 파도가 슬픔으로 술렁이는 그날도 내 마음의 깊은 골짜기에 백합 한 송이 피어납니다. |
백치 애인 - 신달자
나에겐 백치 애인이 있다. 그 바보의 됨됨이가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를, 그리워하는지를 그는 모른다. 별 볼일 없이 우연히, 정말이지 우연히 저를 만나게 될까봐서 길거리의 한 모퉁이를 지켜 서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제 단골 찻집에서 찻집 문이 열릴 때마다 불길 같은 애수의 눈을 쏟고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길거리에서 백화점에서 또는 버스 속에서 시장에서, 행여 어떤 곳에도 네가 나타날 수 있으리라는 착각에 긴장된 얼굴을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이 안타까움을 그는 모른다. 밤이면 네게 줄 편지를 쓰고 또 쓰면서 결코 부치지 못하는 이 어리석음을 그는 모른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장님이며,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이며, 내게 한 마디 말도 해오지 않으니 그는 벙어리이다. 바보애인아. 너는 나를 떠난 그 어디서나 총명하고 과감하면서, 내게 와서 너는 백치가 되고 바보가 되는가. 그러나 나는 백치인 너를 사랑하며 바보인 너를 좋아한다. 우리가 불로 만나 타오를 수 없고 물로 만나 합쳐 흐를 수 없을 때, 너는 차라리 백치임이 다행이었을 것이다. 너는 그것을 알 것이다. 바보 애인아. 너는 그 허허로운 결과를 알고 먼저 네 마음을 돌처럼 굳혔는가. 그 돌 같은 침묵 속으로 네 감정을 가두어 두면서 스스로 너는 백치가 되어서 사랑을 영원하게 하는가. 바보 애인아. 세상은 날로 적막하여 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큰 과업처럼 야단스럽고 또한 그처럼도 못하는 자는 절로 바보가 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그래, 바보가 되자. 바보인 너를 내가 사랑하고 백치인 네 영혼에 나를 묻으리라. 바보 애인아. 거듭 부르는 나의 백치 애인아. 잠에 빠지고 그 마지막 순간에 너를 부르며 잠에서 깬 그 첫 여명의 밝음을 비벼집고 너의 환상을 좇는 것을 너는 모른다. 너는 너무 모른다. 정말이지 너는 바보, 백치인가. 그래 백치이다. 우리는 바보가 되자. 이 세상에 아주 제일 가는 바보가 되어서 모르는 척하며 살자. 기억 속의 사람은 되지 말며 잊혀진 사람도 되지 말며 이렇게 모르는 척 살아가자. 우리가 언제 악수를 나누었으며 우리가 언제 마주앉아 차를 마셨던가. 길을 걷다가 어깨를 부딪고 지나가는 아무 상관없는 행인처럼 그렇게 모르는 척 살아가는 거다. 바보 애인아. 아무 상관없는 그런 관계에선 우리에게 결코 이별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너는 나의 애인이다. 백치 애인이다. 아, 영원한 나의 애인. |
벼랑끝 - 조정권
그대 보고 싶은 마음 죽이려고 산골로 찾아갔더니, 때아닌 단풍 같은 눈만 한없이 내려 마음 속 캄캄한 자물쇠로 점점 더 벼랑끝만 느꼈습니다 벼랑끝만 바라보며 걸었습니다 가다가 꽃을 만나면 마음은 꽃망울 속으로 가라앉아 재와 함께 섞이고 벼랑끝만 바라보며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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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 김명환
강물에 내린 별빛이 바다로 갑니다 바다로 간 별빛이 모여 파도가 됩니다
아득히 먼 별들의 나라 사랑하는 당신과 바라보고 싶습니다 |
별에 대한 서정 - 박창기
우리는 여기 누워서 맨날 저 별은 네 별 이 별은 내 별 하며 아름다운 별 세기를 하곤 했지 그리운 것은 죄다 아름다운가 보다 별을 따다 책갈피에 넣어 두고 혼자 오래오래 몰래 보고 별을 따다 호주머니에 넣고 혼자 몰래몰래 만지작거리던 내 유년의 상상의 밤이면 절로 즐겁고 절로 신났다 마음이 저리도록 맑은 가을 밤에 은하수를 이불삼아 마주 누워 봐라 그대, 사랑의 마음, 빛나는 눈 그 어디에 저 별이 그리움되어 다가오지 않더뇨 낮을 넘어 밤을 이어가며 그토록 아름다이 찾아온 수많은 별 그리워만 했지, 네 심중에 심은 별은 어디 있느뇨 아름답다고 노래만 했지, 별을 닮은 네 마음은 어디 있느뇨 눈으로 그리워 하지 말고 마음으로 그리워하지 마음으로 그리워 하지 말고 온몸으로 그리워하지 그리우면 다 주어도 아깝지 않아야 정말 그리운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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