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캄보디아 의료봉사 시 현지의 조산사를 대상으로
'모자보건 교육'이 있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이신 민명희 원장님께서 교육에 참여한 후기를 보내주셨습니다.
캄보디아 킬링필드 지역 조산사 교육 후기
중앙웰니스병원장 민 명 희
제가 처음 캄보디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작년 2013년입니다.
그 해에는 우리 이태석 기념사업회가 언청이 수술을 기획하였기 때문에 수술과정 중의 소아를 돌보고
학교의 초등학생 검진을 위해 갔었고 일반 진료봉사도 병행하였습니다.
올해에는 거기에 조산사 교육이 추가되어서 더욱 보람 있는 봉사활동이 되었습니다.
앙코르 왓트, 킬링필드, 빈곤, 내전, 지뢰, 난민… 이런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 캄보디아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 입니다.
2012년 1인당 GDP는 934달러에 불과하여(한국의 3.9%)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도 받지 못해 5세미만 유아사망률은 100명당 40명,
산모사망률은 10만명 당 170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같은 해 우리나라의 경우 0.29명과 9.9명입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빈곤층인 나라인 것입니다.
하지만 고무적인 것은 캄보디아는 1991년 평화를 되찾은 이후 국내 정치적 안정과
적극적 대외개방정책을 기반으로, 2000년대 들어 경제위기 전까지 거의 매년 두 자리 수의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으며 캄보디아 새천년개발목표(CMDGs)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성사망률은 가임기여성(15∼49세)이 출산 중 또는 출산 전후에 임신과 관련된 병으로 사망한 것을 말합니다. 모성과 아동사망률이 계속 높아지면 경제적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모성과 영아는 생산가능 인구를 계속 공급하는 층으로서 이런 영향은
한 나라의 국가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세계 경제까지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영아사망률, 모성사망률 때문에 약 150억 달러의 생산성 감소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는 2005년 보고서(WHO country profile 2005)를 통해
조산사 도움에 의한 출산을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캄보디아 산모 10명 중 8명이 집에서 출산을 하고 있어 임산부 분만 돕는 조산사가
절대 적으로 필요하며 우리가 조산사 양성 사업을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현재 캄보디아의 경제사정과 의료현황을 생각해보면 한국처럼 병원에서의 출산은 어려운 일입니다.
병원출산이 적은 캄보디아의 높은 모성사망률을 개선, 출산율을 높이고
산모의 건강증진에 기여하려면 조산사를 활용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현재 캄보디아 보건부는 조산사를 양성하기 위해 5개의 조산사 양성센터를 전국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국 23개 주를 5개 권역으로 나눠 1개 양성센터가 5개 내외의 주를 관할한다는 계획 아래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비전문가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족을 좀 달면,
조산사는 산모의 분만을 돕거나 임산부 및 신생아에 대한 보건과 양호 지도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옛날에는 이들을 아이를 받아주는 여자라는 뜻으로 산파(産婆)라 불렀습니다.
조산사와 간호사는 역할과 활동 공간에서 차이가 납니다.
간호사는 병원에서 의사의 진료를 돕고 병자를 돌보는 것이 주 업무이고
조산사는 임산부의 정상 분만을 도울 뿐만 아니라 임신부와 산욕부, 신생아의 보건지도를 하는
여성 의료원을 말합니다.
캄보디아 조산사 교육 사업을 지원해야 하는 또 하나의 근거는
캄보디아 전체 출산의 61%가 가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 때문입니다.
모성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조산사 도움에 의한 출산을 통해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란 판단입니다.
조산사 교육을 위해 현지 보건소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조산사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젊고 앳된 사람부터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까지 다양한 연령이었으며
하나같이 열의에 빛나는 얼굴로 모여 있었습니다.
우리 팀은 교육자료를 PPT 프레젠테이션으로 준비하여 갔는데
한국에서 가져간 노트북을 현지 프로젝터에 연결할 수 없어서 당황스러웠지만
굿네이버스 도움으로 현지의 노트북을 구하여 성공적으로 프레젠테이션 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언어가 통하지 않았고 현지어로는 없는 단어가 많아서...
예를 들면 탯줄이라고 하면 현지에서는 엄마와 애기를 이어주는 긴 끈 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듯 했습니다.
저희는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설명했고 제 신생아 슬라이드는 영어로 쓰여졌으며
영어와 한국어 두 가지 언어가 가능한 왕립외국어대 학생이 통역해주었으나
정확한 의사소통이 가능할지가 제일 걱정스러운 점이었습니다.
현지 조산사들은 영어와 한국어, 그리고 현지 의료인들이 쓴다는 불어 모두 가능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적당한 단어가 없어 설명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였습니다.
현지어로 슬라이드를 만들면 좋겠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더 그림과 사진이 많은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제 조산사 연맹 제시 조산사 최저 실무지침을 보면 ‘성인 및 영아의 심폐소생의 적응증을 알고 있고,
실무현장에 적절한 장비 및 기구를 조립하고 사용하고 유지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여성과 가족의 서비스를 증진시키기 위해 다른 건강전문요원들과 협력하여 일하며,
제도적인 상황 내에서의 여성의 선택을 옹호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지역사회의 모든 이들에게 건강한 가정생활과 계획된 임신 및 부모됨을 긍정적으로 촉진시키기 위해 질적이고 문화적인 것을 고려한 건강교육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등이 나와 있습니다.
이러한 사항에 대한 교육은 많은 반복과 실제 같은 연습이 필수적입니다.
본 이태석 기념사업회는 일회성의 진료봉사 뿐 아니라
연속적인 조산사 교육에 도움을 주고자 일단 시범적으로 하루 과정의 교육을 실시하여
분만의 실제와 신생아 관리에 대하여 교육하였고
이는 NGO단체인 굿네이버스의 사업와 연관 지어 지속되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또한 이번 교육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속되도록
부산시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주시길 부탁드리며
우리 이태석 기념사업회에도 관심 있는 많은 의사들이 협조할 것을 약속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