凡 무릇 범
봉봉/붕붕 뜨다, 두루

凡의 갑골문(風과 통용)

凡의 금문 凡의 전문
凡의 갑골문 자형은 두 개의 긴 세로획과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두 개의 가로획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특히 (2), (3), (5)번 자형은 의도적으로 세로획을 중심을 기준으로 아래위가 바깥쪽을 향하게 하여, 바람을 받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제일 마지막 (7)번 자형은 舟자 인데, 이는 단순한 통용이 아니라, 舟는 옷감의 베를 틀에 감아 놓은 모양인데, 凡이 가지고 있는 구조와 근간이 같기 때문에 통용된 것입니다. 凡도 내걸려 있는 천 종류에 바람이 닿고 있는 모양입니다.
금문은 갑골문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우측의 세로획[①]을 의도적으로 바깥쪽으로 휘게 그어 바람을 받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전문은 돛이 가지는 기본 틀을 없애고 천 종류가 바람을 받아 출렁이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가로획[②]은 바람을 받아 가운데가 부풀어 있음을 의미하며, 우측의 요철(凹凸)[③]로 펄럭이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즉 천 종류가 바람을 받아 위로 떠오르고 있음을 나타내어, ‘붕붕, 뜨다’를 나타냅니다.
凡의 가장 대표적인 뜻은 凡常(범상 ; 중요하게 여길 만하지 아니하고 예사롭다), 凡人(범인 ; 평범한 사람) 등의 예에서처럼 ‘두루(/빠짐없이 골고루)’ 정도의 어감(語感)을 가지는데, 이는 배달말의 [범]이 가지는 고유의 어감이며, ‘붕붕 떠 있다’로 [범]의 ‘두루’의 어감을 나타낸 것이며, 이 ‘두루’로부터 거의 유사한 의미를 가지는 ‘다(/남거나 빠진 것이 없이 모두), 모두’의 뜻으로도 가차됩니다. 凡에 가장 적합한 훈독은 [두루/다 범]입니다.
汎 뜰 범
붕붕/봉봉한 흐름 ; 널리

汎의 전문
汎의 전문 자형은 流(흐를 류)의 축약인 水와, 凡의 합자로, 凡의 ‘붕붕/봉봉(/벌 같은 큰 곤충 따위가 날 때 잇따라 나는 소리)’에서, ‘떠 있는 흐름’이라는 것에서 ‘널리(/범위가 넓게)’의 뜻을 나타냅니다.
汎國民(범국민), 汎用(범용), 汎發(범발), 汎游(범유) 등에서 汎이 ‘널리’의 뜻입니다.
汎愛(범애 ; 차별 없이 널리 사랑함)는 ‘널리 용서해주십시오, 널리 이해해 주십시오’ 등의 예와 같은 쓰임으로 ‘너그러운 아낌’의 뜻입니다. 汎論(범론 ; 널리 전반에 걸쳐 논하는 일)은 ‘너르게 논하다’의 뜻입니다.
현재 사전적 정의에서 汎과 泛이 자주 혼용되어 동자(同字)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은데, 汎稱(범칭)은 ‘널리/너그럽게[여유있게] 칭하다’가 되며, 泛稱(범칭)은 ‘뜬 명칭’으로, ‘뜨다’에 ‘딱 들어맞지는 않다’의 어기가 있습니다. 泛論(범론)은 ‘뜨문뜨문 논하다’의 뜻입니다. [泛편 참조]
氾乎若不繫之舟. 『漢書』
떠 있기야, 마치 매이지 않은 배와 같다.
상기 예문의 汎은 ‘떠 있다’의 뜻으로 사용되었습니다. 凡이 바람을 받아 ‘붕붕’한 상태를 나타내며, 水를 더하여, 붕붕하게 흐르다(/돌아다니다)로 ‘뜨다’의 뜻을 나타내는 것이며, 이 경우에는 泛(뜰 범)과 통용될 수 있습니다.
祀典不載祭祀及雜汎費用, 一皆禁斷. 『태조실록 3년 4월 11일』
사전(祀典)에 실리지 않은 제사 및 잡스럽고 뜬 비용은 한 결 같이 다 금하고 끊으십시오.
상기 문장의 汎도 ‘뜨다’의 뜻으로 泛과 같은 뜻입니다. 汎과 泛의 잦은 통용은 汎의 ‘붕붕’도 결국은 ‘떠 있는 상태’의 의태어이기 때문입니다.
梵 범어 범
바라문

梵의 전문
梵의 전문 자형은 林과 凡의 합자이며, ‘바라문(婆羅門)’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입니다. 바라문은 ‘브라만(Brahman)(인도 카스트 제도에서 가장 높은 지위인 승려 계급)’의 음역어인데, 여기서 凡의 ‘바람’에서 ‘브라’의 소릿값을 나타내며, 林은 儒林(유림)의 예에서처럼 ‘신분집단’의 뜻입니다.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것은 한나라 이후 인도불교가 아닌 서역불교가 전파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梵의 전문 자형이 있다는 것은 훨씬 이전부터 인도와의 접촉이 있어왔다는 것이며, 인도의 최상위 귀족을 지칭하는 글자가 있다는 것은 단순한 접촉이 아닌 국가 간의 접촉이라는 논증이기도 합니다.
軓 수레바닥둘레나무 범
수레의 붕 떠 있는 부분

軓의 전문
軓의 전문 자형은 車와 凡의 합자입니다. 凡의 ‘붕 뜨다’에서 ‘수레가 바닥에서 띄워서 있는 부분’을 나타냅니다. 즉 최저지상고(最低地上高)의 테두리 부분을 의미합니다. 또 凡의 ‘두루’에서 ‘수레에 두른 부분’으로 보아도 같은 뜻이 나옵니다.
軓의 독(讀) [범]은 임의가차로 판단되며, 이 글자에 맞는 배달말의 낱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芃 우거질 봉
봉봉/붕붕한 풀, 우거지다

芃의 전문
芃의 전문 자형은 艹와 凡의 합자이며, 凡의 ‘봉봉/붕붕’인 것에서 ‘더부룩하고, 부슬부슬하게 나 있는 풀’로 ‘우거지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봉봉 (1) 머리나 수염을 제때에 깎지 아니하여 더부룩한 모양.
(2) 벼, 보리, 밀 따위의 이삭이 패어 털이 부슬부슬한 모양.
我行其野 芃芃其麥, 控于大邦 誰因誰極. 『詩經·國風』
내가 그 들에 다니니 봉봉한 그 보리밭, 큰 나라를 당기려 하나 누구에 인하여 누구에 다하리오.
상기 시경 구절에 사용된 ‘芃芃’은 배달말의 ‘봉봉(1)’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有芃者狐 率彼幽草, 有棧之車 行彼周道. 『詩經·小雅』
봉봉한 것이 여우라 저 그윽한 풀숲을 쏘다니고, 잗다란 수레라 저 둘레둘레한 길을 다닌다.
상기 시경 구절의 芃은 ‘봉봉(2)’의 뜻을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존의 풀이에서 棧(사다리 잔)를 ‘높다’로 하여, ‘棧之車’를 ‘높은 수레’라고 하지만, 戔(나머지 잔)은 배달말의 ‘잗달다’의 소릿값을 나타내는 것으로 여기서의 棧은 ‘잗다랗다(/자질구레하다)’의 뜻으로 사용되어, 앞의 芃과 ‘덥수룩하다’와 대구를 이루고 있습니다. [戔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