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횡성 어답산 정상에서 바라본 전망. |
하늘을 날던 독수리가 날개도 접지 못한 채 허공에서 굳어버렸다. 더 이상 날아오를 수 없는 안타까움. 그러나 심장은 뛴다. 뜨거운 피는 여전하다. 횡성군 갑천면 어답산. 정면에서 바라본 산은 영락없이 독수리를 닮았다. 그 독수리를 온전히 바라보기 위해 횡성호에 배를 띄웠다. 어답산은 더욱 명료해졌다. 하늘을 날기 위해 잔뜩 힘을 쓰는 모습이 독수리 형상 그대로다. 좌우대칭도 절묘하다. 참 잘생긴 산. 호수 바깥으로 우뚝 솟은 어답산의 위세는 늠름했다. 태기왕을 쫓던 신라시조 박혁거세가 산에 오른 뒤 ‘어답산’이란 호칭을 얻은 산. 그래서인지 독수리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봄기운이 잔뜩 무르익은 4월 16일. 어답산 초입은 새소리로 어지러웠다. 박새와 산까치 딱따구리 산비둘기가 화들짝 날아오르며 낯선 이방인을 주시한다. 봄빛에 물든 참나무와 화살나무 자작나무는 벌써 새순을 밀어 올렸다. 연둣빛 새순이 빚어내는 싱그러움. 횡성온천 입구에서 출발, 마을을 지나며 등허리는 벌써 땀으로 촉촉하다. 굳은 땅을 뚫고 펜촉처럼 솟은 원추리는 한 뼘이나 웃자랐다. 고사리도 앙증맞은 주먹손으로 제 세상을 열어 젖혔다. 미역취는 이제 갓 태어난 듯 바람 앞에 애처롭다. 팍팍한 땅을 뚫고 꽃망울을 터뜨린 제비꽃은 한껏 맵시를 뽐내고, 성질 급한 몇 놈은 벌써 씨앗을 맺었다. 바위틈에 둥지를 튼 바위솔은 여린 숨을 몰아쉬며 해바라기에 여념이 없고.
경사진 비탈길을 지나 쉼터능선에 오르는 순간, 숨은 턱까지 차오른다. 여기까지 40여분이 소요됐다. 쉼터능선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좌우 여유가 없는 외길이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군락을 이룬 사이사이에 진달래가 붉은 점을 찍고, 길 왼편으론 병지방계곡이 사행천을 이루며 내달린다. 쉼터능선에서 약물탕으로 이어지는 길은 가파르고 메마르다. 물기라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30여분 이어지는 이 길. 그러나 땀에 젖은 몸은 약물탕을 만나며 다시 힘을 얻는다.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약수는 온몸을 시리게 만들 정도로 차다. 이제부터 어답산 최고의 난코스. 독수리 머리위로 오르는 길이다. 암벽 등반이나 다름없다. 발 아래로 횡성호가 손에 잡힐 듯 다가서고 병지방계곡은 실루엣으로 멀어진다. 고소 공포증을 느끼는 찰나, 바위산 등반은 끝난다. 쉬엄쉬엄 걸어 도착한 정상. 1시간 40분쯤 걸렸지만 다리 힘은 여전히 남아 있다.
독수리 머리 꼭대기에서 바라본 횡성호는 다도해를 보는 느낌이다. 호수에 잠긴 산허리가 섬처럼 떠다니고, 어답산 입구 삼거저수지는 바닷가 어장 같다.
해발 789m. 신라시조 박혁거세와 태기왕의 전설을 간직한 어답산 등산은 아기자기한 맛이 일품이다. 5.83km 등산코스도 난코스로 보기 어렵다. 산행시간은 2시간 40분. 오르는 길은 세갈래다. 횡성온천에서 선바위를 지나는 급경사코스와 삼거리, 쉼터능선, 약물탕으로 오르는 완경사 코스가 대표적인 등산로. 산뒤골에서 오르는 등산로는 잘 이용하지 않는다. 어답산 등산로와 관련, 횡성군은 “등산후 곧바로 온천을 할 수 있어 1일 또는 1박2일 코스로는 최적”이라며 “횡성호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밝혔다. 강원도민일보 횡성/강병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