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속초에서 살기로 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속초에 2년간 살면서 문득 문득, 지나온 시간이 헛된 것처럼 진작 올 걸 그랬다는 마음이 든다. 아직은 여행지에서의 삶에 대한 기대나 설렘이 남아 있어 그런지 모르겠지만, 매일 매일 새로운 날을 맞이하는 즐거움이 있다. 복잡하고 답답한 도심에서 30년을 살았으니, 10분 안에 산이고 바다를 자유롭게 가볼 수 있는 속초는 매력적이다. 네 아이를 키우며 숨 가쁘게 살아왔기에 때문에 지나치리만큼 단조롭고 여유로운 요즘 생활이 더욱 만족스러운 건지도 모르겠다.
보는 대로 느끼고, 느끼는 대로 이야기 한다. 우리 부부는 어린아이처럼 산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잘 준비를 한다. 놀고 싶으면 놀고, 먹고 싶으면 먹는다. 산이 보이면 멋있다 하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깔깔거린다. 밤에는 별을 세기도 하고, 달이 기울어 가는 모양을 살피기도 한다. 자연의 변화를 서로에게 알려주고, 자주 보게 되니 자연의 일부가 되어간다. 자연의 법칙이 어떤지 모르지만 순리대로 사는 것 같이 생각된다. 한의학의 양생법에서 이렇게 사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 했는데, 그동안은 그렇게 어렵게 느껴졌던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저절로 되고 있지 않은가? 굳이 오래 살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삶이 건강하게 사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양생(養生)이란 ‘생명을 기른다’는 의미로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을 말한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자연과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고, 음식을 조절하고, 정신수양을 해서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오염이나 감염질환을 피하고, 몸을 단련하고, 보신하라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분야이다. 이 중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것이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인데, 아마도 이것이 저절로 되고 있어서 속초살이가 풍요로워졌나 보다.
요즘 가장 중요한 양생법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고, 전파시키지 않는 것이겠다. 화학물질이나, 유해독소, 중금속, 방사선 등이 몸에 쌓이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감염과 독소는 그동안 양생에서 그리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현재 인간의 건강에 가장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래에는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성 질병과 환경오염이 더욱 위협이 될 것이다.
이런 걱정은 1980년대 황사와 대기오염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중금속 오염, 화학물질로 인한 유해 독소, 사스 메르스 에이즈 등 바이러스 질환의 유행으로 의료의 변화가 불가피해 진 것만 아니라, 나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무언가 해야만 할 필요가 생겼다. 치료약의 개발도 중요하고, 환경 개선도 필요하지만 가장 소극적이면서도 효과적인 36계를 쓰기로 했다. 오염과 감염은 피하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다.
십승지(十勝地). 조선시대 사회의 난리를 피하여 몸을 보전할 수 있고 거주 환경이 좋은 피난처였던 승지가 오늘날에도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환경오염이 덜하고 질병의 피해를 피하기에 속초는 더없이 좋은 피난처가 되었다. 미세먼지가 없고, 휴양과 양생을 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춘 속초는 결과적으로 코로나 19로 인한 고통을 최소화해주었다. 질병으로부터 ‘피난’이 필요한 사람에게 속초를 권한다.
화학물질로 인한 유해독소를 배출하는 해독제를 만들고, 미세먼지로 인한 폐질환과 중금속 오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하며, 나는 속초에 살기로 했다.
2021. 10. 30
'속초가 좋은 한의원' 원장 이세규
첫댓글 참으로 멋지게 살아가는 구나~~~누구나 생각할 수야 있었겠지만 생각을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어서 멋진 생각을 멋지게 실천하는 세규의 멋진 36계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