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을 미장하다 / 손석호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슬퍼서
웃었다
울음도 자주 울면 얇아져
미장 층처럼 거친 세상에서 쉽게 찢어지고
때론 낯선 지하도 바닥에 떨어져 덩어리째 아무렇게 굳었다
울퉁불퉁한 초벌 바름 표면에 밀어 넣던
통증 부스러기 흩날리고
햇볕에 그을린 당신이 재벌 바름 되기 시작하자
무엇이든 세 번은 발라야 얼굴을 갖게 된다며 바빠지는 흙손
흙손 뒷면에 노을이 들이치고
붉어져 선명하게 드러나는 화상흔
예상치 못한 화재였다고 묻지도 않은 대답을 한다
아물 때마다 뜯어내던 눅눅한 당신과
욱여넣어야 할 요철 많던 삶의 벽면
정처 없이 떠돌며 표정을 미장했으나
얼굴에서 꺼지지 않는 화염
노을에 불을 붙인다
이마에 기댄 팔뚝을 타고 타오르는 붉은 손목의 감정들
어디든 지나가면 평평해지던 흙손을 놓친다
가까워지는 소방차 사이렌 소리
황급히 골목을 돌아나가고 있다
『나는 불타고 있다』 파란, 2020
오늘의 생각)
누구든 미장하고 싶은 과거가 있으리라.
그렇게 하면 우울함이 사라질 수도 있을까.
그러나 어떤 도로도 사이렌 소리를 피할 순 없다.
좋은 시 읽는 오후!
첫댓글 좋은 시편입니다ㆍ
소외된이의 아픔을 마름질 하 듯ㆍ어찌이리 자분자분 쟁여두셨을까ㆍ거듭 읽으며 감동입니다.
네, 좋은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