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뚜레
竹岩/성용환
나는 몰랐다
내가 태어 날 적부터 아니 그 이 전 부터 외양간 기둥에 장식처럼 걸려있던
다래 덩굴을 휘어 올가미처럼 만든 코뚜레가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 엄청난 의미를 알게 되기까지는 그렇게 많은 세월이 걸리지 않았다.
벌 망아지처럼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어느 날
대 꼬챙이로 산적을 꿰듯 코청을 뚫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고 그 구멍에 족쇄 아닌
코뚜레를 끼고 난 그때부터 나는 상실되고 한평생 타인에 의해 조종되는 로봇 같은 한 마리
일소에 지나지 않는 나를 알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목덜미가 굵어지고 머리에 뿔이 배추 뿌리같이 제법 모양을 갖추어 갈 무렵.
활처럼 휘어진 소나무로 만든 멍애를 인간들이 즐겨 착용하는 목걸이 장식쯤으로
생각하고 멍애 뒤에 숨은 수레의 그 엄청난 무게를 알지 못하고 너무나 쉽게 아무 생각 없이
목덜미에 얹는 순간 만리장성을 쌓는 고통의 연속인 나의 삶이 시작되었다.
눈 비 맞으며 부딪히고 넘어지며 허겁지겁 정신없이 달려온 나의 삶.
뒤돌아보니 아득하기만 한데. 경인년 포탄소리 들으며 태어나 60갑자 한 바퀴 돌고
이제 그 마지막 육갑인 기축 년 새해를 맞는다.
그렇게 많고 무겁던 짐 겨우 제자리 찾아 내려놓고 보니
상처투성이에 만신창이 된 피골이 상접한 쓸모없는 육신만 남는다.
언제 벗겨졌는지 알 수 없는 멍에 자국은 짓무르다 못해 굳어버린 목덜미에는
거친 바윗돌 같은 마목만 남아있고 희멀건 눈동자 빛을 잃은 지 이미 오래다.
헐렁해져 존재 가치가 무의미 해지고 함께 늙어 버린 반들거리는 코뚜레
이제 아무도 잡아끌려는 사람도 없고 끌려 다닐 필요도 없다.
그래도 지나간 그 시절이 그리운것은 무슨 까닭일까.?
오늘도 할 일없이 야윈 목 길게 외시고 반쯤 열린 사립문을 습관처럼 바라보건만
기다림을 쓸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만 들릴 뿐이다.
소고삐 같이 튼튼한 인연의 끈은 끊어진지 이미 오래 전 일이고 지금은 거미줄 같이
아주 가는 끈으로 억지로 묶어둔. 벙어리 휴대폰이 옆을 지킨다.
모처럼 심심풀이 삼아 "딸랑딸랑" 풍경 흔들며 천수경을 한참 중얼거리다 말고
건너방 노친네 걱정에 "컥컥" 헛기침 신호를 보내 보지만.
자는지 TV를 보는지 가는 불빛만 흔들릴 뿐 아무 소리도 없다.
무심한 칼바람은 할 일없이 문 틈새로 들락거리며 가는 세월이 서러워 울고 또 울고
길고 긴 산골의 섣달 그믐밤은 그렇게 깊어만 가는데
창밖에 하얀 눈 내리는 소리 이 밤도 잠 못 이뤄 뒤척이는 늙은이 혼자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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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누군가가 날 필요로 할때가 가장 가치있는 시간인것 같습니다. 세월의 무상을 느껴지게 하는글에 다녀갑니다. 기축년 한해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시우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좋은글 많이 쓰시길 기원합니다
누군가를 위해 그렇게 살아온 것이 꼬뚜레가 되었군요. 섣달 그믐밤의 사립문 열리는 소리 이제나 저제나 들릴까 긴밤 뒤척이는 소리.. 가족들의 만남은 잘 이루어 졌는지요. 고운 글 들려갑니다.
반갑습니다. 설명절 잘 지내셨나요. 건안 건필 하시고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요
누구나 멍에 뒤에 딸려오는 무게를 감당하며 가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성 시인님 새해 건강을 기원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김 시인님도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좋은글 많이 쓰시고 문휘 빛내시길 기원합니다
죽암 시인님! 아름답고 행복한 3월 맞으십시오.
감사합니다 회장님. 항상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