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은 무겁게 마음은 가볍게
오늘 오후에 아이들과 행주산성 역사공원까지 걷습니다.
무더운 8월에 10km를 걷습니다. 성인 걸음으로도 2시간 넘게 걸립니다.
답사를 다녀온 레몬비트, 히유님, 엠제이가 물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알려줬습니다.
목마르면 마실 물과 컵라면에 부을 물까지 가방 가득 챙겼습니다.
간식과 라면까지 챙기니 가방이 무겁습니다.
어깨가 아플 만큼 가방이 무겁지만, 친구 준비물을 들어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힘을 냅니다.
송정초등학교에서 준비물을 나눠 들고 출발합니다.
미리 정해놓은 대로 3개 조로 나뉘어서 걸었습니다.
뒤따라오는 친구가 느리면 기다리고 앞 친구를 보며 걸음을 재촉하기도 합니다.
태양이 뜨거운 시간을 피해 출발했지만, 3시는 아직 더웠습니다.
그래도 가방 가득 챙긴 시원한 물과 친구들을 믿고 걷습니다.
아이들을 따라서
연빈 선생님과 정해웅 선생님 그리고 저까지 가는 길을 정확히 모릅니다.
길잡이팀을 믿고 갔습니다.
저는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불안해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전혀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준비한 아이들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지도가 닳도록 보고 답사까지 다녀온 아이들은 자신 있게 걸음을 옮겼습니다. 저는 따라가기 바빴습니다.
1조엔 레몬비트, 2조엔 히유님, 3조엔 엠제이가 길잡이팀으로서 활약했습니다.
2주간 아이들이 계획하고 준비한 여행입니다.
아이들보다 여행에 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1조에서 레몬비트 작비와 함께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지호가 많은 나라를 여행한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삼촌이 오스트리아에서 음악 학원을 하신다고 합니다.
음악가가 되고 싶은 작비는 그곳으로 유학을 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레몬비트도 따라가겠다고 합니다.
회의하느라 바빠서 아이들과 아이들에 관해 대화하지 못한 아쉬움이 해소됐습니다.
한참을 걸어서 저녁 시간이 가까워져 오니 배가 고파집니다.
길가에 있는 식당을 보며 먹고 싶은 음식을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간장게장이 가장 먹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간장 게장을 반으로 잘라 흰 쌀 위에 얹어요!”
작비가 먹는 방법까지 자세히 묘사해서 당장 먹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행주산성 역사공원에 도착하기 넘어야 할 난관이 있습니다.
그늘 하나 없는 행주대교입니다.
쉬지 않고 걸어서 행주대교를 건넜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지칠 대로 지친 다리를 이끌고 걸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갈 때쯤 행주대교 위에서 한강 풍경을 바라봤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아름다운 풍경이 땀을 식히고 마음을 위로합니다.
풍경을 바라보며 작비가 한마디 했습니다.
“제 눈이 사진기에요.”
사진기가 따로 필요 없이 눈에 아름다운 풍경을 담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저도 찰칵하고 눈에 한 장 담습니다.
행주산성 완주 최단기록
9.9km를 3시간 19분 만에 걸었습니다. ‘길 위의 학교’ 공식 신기록입니다.
오는 동안 가방을 가득 채웠던 음료수와 물을 다 마셨습니다.
햇살에 얼굴도 탔습니다. 모두들 여행한 티가 납니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해냈다는 자부심이 얼굴에 나타납니다.
다들 지쳤지만, 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행주산성 역사공원에 7명의 아이와 3명의 선생님 모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준비한 순간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가슴이 뭉클합니다.
한명 한명 모든 아이가 걷기 여행 성공의 주역입니다.
마음 같아선 성대하게 자축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길 위의 학교’의 목표대로 놀아야 합니다.
비록 함께 마음 놓고 뛰어놀지는 못해도 준비한 방법대로 놀았습니다.
팀별로 색종이를 접어서 숨기고 팀별로 찾았습니다.
아이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뛰어다녔습니다.
제한 시간이 끝나고 친구들이 찾지 못한 색종이를 찾아서 공개했습니다.
보물찾기하다가 넘어가는 해를 목격했습니다.
일몰을 놓칠까 다급하게 뛰어가서 노을을 구경했습니다.
아름다운 태양이 수고한 아이들을 격려했습니다.
해가 지고서야 마저 놀았습니다. 3시간을 걷고도 뛰어놉니다. 이래야 ‘길 위의 학교’입니다.
내일을 위해 집으로
신나게 놀다 보니 벌써 하늘이 어둑어둑합니다.
선생님들은 지쳤어도 아이들은 더 놀고 싶습니다.
내일을 위해 집으로 향합니다.
지친 아이들을 위해 지호 어머님과 민철이 어머님이 차로 마중을 나오셨습니다.
덕분에 편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작비와 레몬비트에게 오늘 여행이 어땠는지 물었습니다.
레몬비트는 재밌었다고 말했고 작비는 다소 힘들었지만 재밌었다고 말했습니다.
재밌었다는 아이들의 대답에 쌓였던 피로가 다 날아갑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서 내일을 준비합니다. 앞으로 수료식이 남았습니다.
아이들이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많은 분이 도와주셨습니다.
그런 만큼 감사로 마치면 좋겠습니다.
여행을 돌아보며
집에 와서 남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마스크를 잘 쓰게 하고 손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스크를 쓰라고 말하고 손 소독제를 뿌려 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사진방역팀이 할 일을 뺏어서 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하도록 도와야 했습니다.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할 일을 뺏을 수는 없습니다.
사회사업가의 것이 습관적으로 나왔습니다. 사진방역팀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아이들이 다음 여행에 초대했습니다.
가을에 지하철 여행을 갈 예정이니 게스트로 참여하라고 했습니다.
그땐 아이들이 여행하는 모습을 잠잠히 지켜보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위해 쉴 수 있는 곳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모습,
친구들의 준비물도 함께 들어주는 모습,
친구에게 뜨거운 물을 나눠주는 모습,
자기 가방에 공간이 있으니 대신 들어주겠다는 아이들이 기억나요.
아이들의 강점이 흘러넘쳤던 여행이었어요.
여행 다녀와서 아이들과도 서로에 대한 감사함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어요.
부모님께도 자랑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어요.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할 일을 뺏을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의 여행인 만큼,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귀합니다.
항상 성찰하는 모습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