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3일(일) 날씨: 맑음
호남정맥 제12구간(유둔재-어림마을)
(유둔재-백남정재-북산-북봉-규봉암-지공너덜-석불암-장불재-암봉-백마능선
-안양산-둔병재(안양산휴양림)-어림마을)
산행거리 : 19.02Km
산행일행 : 하하하,촌장,무사,늘푸른,영웅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아직도 나는 성장통을 앓고 있다.
일상을 보내는 주중에는 마음이 갈라질 듯 아파오다가
주말에는 일탈해 산에 안기고 오면 마음은 좀 가라않고....몸은
좀더 성숙해지는 느낌은 이 나이(?)에 망령이 든 것일까?
새벽에 차가 나가는 소리에 잠을 깬다.
시간은 4시 조금 넘은 시간이다.
숙소가 비좁아 차안에서 잠을 잔 촌장님께서 차를 가지고
부리나케 간 이유는 밤새 심야고속으로 이곳까지 내려온
무사(조경호)님을 마중간 것이다.
5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산행준비를 마치고...
유둔재에 도착한 시간은 6시 30분.
어제보다 한명 더 많은 5명이서 호남정맥의 백미라 일컷는
무등산 구간을 향해 출발한다.
언제나처럼 출발지점에서 증명사진은 잊지 않고 찍어주시는
늘푸른님...큰언니 같고 때로는 친구같기도 하고 또 때로는 엄마
같기도 하다..
오늘 오신 무사님과 늘푸른님께서는 성큼성큼 앞서 가신다.
어제는 무덥기만 하더니 오늘은 구름에 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준다.
출발하면서 바로 오름길이고 힘겹게 447.7봉까지 오르자마자
마루금은 왼쪽으로 급하게 꺽인다...어제와 똑 같은 현상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사방이 환하기에 알바할 염려는 전혀 없다.
어제에 비해서 등로도 시원(?)스럽게 열려있는 편이다.
바람때문이지 이슬은 적지만 거미줄이 진행을 방해한다.
10분쯤 진행하니 오른쪽으로 뚜렷한 갈림길이 나타나고..조금더 진행하니
송전탑이 보이고.. 조그마한 봉우리를 넘어서니 안부.......백남정재이다.
순천한백산악회에서 백남정재표시한 표시기가 없다면 그냥 지나칠수도
있겠다 싶다..
백남정재를 지나 본격적인 된비알이다.
지리산 중산리에서 천왕봉오름길이 이럴것이고...
설악산 오색에서 대청봉 오름길이 이럴지어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오름길을 몇 번의 숨을 토해내며
오르고 또 오르니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능선 삼거리이다.
잠시 물한모금 마시고 오른쪽으로 꺽이는 등로를 따라 진행하니
멍감넘쿨과 잡목이 작은키의 나를 뒤집어 씌운다.
얼굴을 할퀴지 않으려 수영자세로 손은 뻗고 진행하니
손등과 팔은 셀수없을만큼 상처가 난다.
잠시후 넓은 초원지대가 나타난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지나온 마루금을 잠시 조망하고
잠깐의 실수로 또다시 길을 잘못 들었지만 이내 마루금으로 복귀..
또다시 오르막을 오르니 북산이다..
북산 정상에는 초라한 표시기가 걸려있고 통신시설만 커다랗게
설치되어 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등로에서 잠시 벗어나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으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풍욕이라도 즐겨보고 싶은 날씨이다
멀리 무등산 정상이 보인다....
정상은 군부대 시설로 인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아름다운 산 정상에 군시설이 들어서 있어 오를수 없으니...안타까운 일이다.
광주 광역시에서 군 시설을 다른곳으로 옮기는 예산이 편성되어 있다하니
조만간 무등산 정상을 밟아볼 날도 있을 것이다.
잠시 과일을 먹고...휴식을 취한다음 북산을 내려서니 신선대이다.
신선대를 지나 잠시 진행하다...나는 한 마리의 팔뚝만한 독사(?)
보고 얼어붙은 듯 하다 이내 정신차려 소리치며 내 달린다.
심장이 멋을 듯 놀란다........
잠시후 다시 임도다...
임도를 지나 완만한 오름길을 오르니 삼거리이다..
오늘 가야할 장불재는 왼쪽으로 꺽인다.
마루금은 무등산을 반바퀴 휘도는 것 같다.
등로는 오르내리막이 없이 편안하지만...
최근에 많은 비가 왔는지 길이 많이 파여있고...바위만 울뚝불뚝 나와있어
몇번더 많은 비가 오고 보수가 없다면.이길은 계곡이 될것같이 많이 패여 있다.
억새평전 갈림길에서 규봉암까지 3.3키로는 패인길과 너덜로 이루어져 있지만
오르내림이 없어 금방 규봉암에 도착한다.
규봉암에 도착해서 낯선 산객한테 얼린 캔 막걸리를 얻어마시는 넉살까지
생겼고........촌장님은 규봉암 스님과 보살님들 사진을 찍어주고..사과 몇 개까지
얻어온다..
규봉암을 지나고....본격적인 너덜길이다..
무등산에는 너덜이 두곳에 있다...하나는 이곳 규봉암에서 석불암까지의 지공너덜
이고......또 하나는 정상 아래 나비모양의 덕산 너덜이다.
너덜지대를 지나면서 몇 년전 황철봉을 지날 때 생각이 난다.
석불암에서 수통에 물을 채운다..
식수가 부족할거 같지는 않지만..그리도 만사튼튼이라고 남은통에 채운 것이다.
장불재 아래 등나무지붕으로 된 휴식처에서 점심도 먹고..
잠시 뒤 장불재에 도착한다.
무등산은 광주사람들의 휴식처라 휴일이면 산객들이 버글버글하다 했는데
오늘은 고 김대중 대통령 국장날이라서 그런지 산객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장불재 안내판앞에서 마루금은 왼쪽으로 꺽인다.
입석대와 서석대은 정맥길이 아니지만...호남의 백미인 무등산 절리를 가까이서
봐야 한다고..,무사님과 늘푸른님은 오른쪽으로 가시고..
나는 다음으로 미루고...촌장님과 정맥길로 발길을 돌린다.
KT 통신탑 아래는 진도개(?)인 듯 강아지 4마리가 나란히 산객을 바라보고 있다
하늘은 파랗고.....바람은 살랑살랑불고....좀 더운것도 있지만
산행하기는 그만이다.....
잠시뒤 목장 갈림길이 나타나고...한무리의 등산객이 점심을 먹고 있다.
너와나의 목장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이다.........
점심을 먹고 있는 등산객에게 정맥중이냐고 물었더니 정맥이 뭐냐 반문한다.
잠시뒤 암봉에 도착해서 조망하니 아래로는 화순읍이 보이고..멀리 광주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돌아보니 무등산이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정상의 군부대 시설이 안타까울 뿐이다......
앞으로는 가야할 백마능선과 안양산이 조망된다.
백마능선은 마치 소백능선을 닯은 듯 하다...
능선은 아름답지만 그늘이 전혀 없어 머리가 익을 것 같이 빛이 따갑다.
바람도 잠시 쉬는 듯하다....
여러개의 암봉을 건너고.........머리가 벗겨질 것 같은 햇빛을 받으며
완만한 오름길을 오르니 안양산 정상이다..
정상은 헬기장으로 되어있고....표시석하나만 덩그렇니 외롭게 서 있다.
이 아름다운 백마능선에 어찌 이리도 산객이 없는지...
많은 잡풀이 우거져 있다..
무등산은 도립공원이어서 그나마 정비가 되어있는 편인데.
무등산 구역을 벗어나면 이정표마저 허술하고 등로는 온통 잡풀과 넝쿨
로 길조차 선명치 않다.
안양산 정상에서 마루금은 또다시 오른쪽으로 떨어진다.
내려서는 길은 마치 아이젠이 생각날만큼 미끄럽다...
비가 온것도 아닌데..마치 진흙이 펼쳐 있는 것 같이 조심스럽다.
내려서다 소나무 그늘에서 간식을 먹으며 휴식도 취하고
오늘의 갈길도 조망해본다...
안양산에서 둔병재까지 내림길은 경사도 급하고
길도 미끄러워 아주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둔병재에 도착해서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무사님이 후다닥 뛰어 사오신 맥주와 콜라도 마시고
출렁다리를 건너 오늘의 마지막 오름길을 오른다.
편백나무인지, 측백나무인지, 삼나무숲인지 휴양림 길을 지나
본격적인 오름길이다..
표고버섯 재배단지에는 버섯이 하나도 없다.
가족단위로 휴양림 트레킹을 하고있는 한 가족 아빠가 말씀하시길
하루에 얼마 받고 이 고생을 하냐고 웃으면 물어본다.
잠시후 팔각정에 도착한다..
팔각정에는 어르신들 몇이서 놀이를 하고 있으면서 우리보고 쉬었다 가라하신다.
팔각정 앞에는 RV차량 한대가 세워져 있다.
이곳까지 차를 타고 쉽게 올라오신 것이다.........그래도 나는 하나도 부럽지 않다.
팔각정을 지나 능선에 올라 지나온 안양산을 바라보니..
점봉산은 저리가라 할만큼 내 눈에는 커다랗고 높이 보인다.
잠시후 바람이 부는 곳에서 남은 간식을 다 먹고..
알 수 없는 봉우리 몇 지나고..내려서니 임도다.
임도에서 내려오다 다시 오른쪽 숲으로 들어서야 하는데...
일행은 그냥 어림마을까지 임도도 진행하며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
마지막 내려오면서 산신령께 다음주에 만나자고 약속도 한다.
거리는 19.2키로 시간은 정확하게 10시간 산행을 한 것이다.
어제보다 훨씬 몸을 가볍고....아쉽(?)기 까지 하다.
단양으로 장소를 옮겨 3대째 가업으로 이어오는 두부집에서
맛있는 두부전골과 막걸리로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차는 어둠을 가르고 서울로 향했다.
일상으로 돌아오는 건 정말 싫어............그렇지만 또다른
즐거운 일탈을 위해 나는 한주를 성장통을 견디며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