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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멘토링사역원과 공동체지도력훈련원, 부산중앙교회(최현범 목사),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 호산나교회(유진소 목사)는 4월 24일(월) 호산나교회에서 제8차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을 엽니다. 워크숍에서 총 10개 교회 사례를 발표합니다. 교회 본질을 추구하면서 마을을 아름답게 섬기는 10개 교회 이야기를 연재 글을 통해 미리 소개합니다. 워크숍 참여하시는 데 도움 받으시길 바랍니다. |
결혼식을 앞둔 짝이 있다. 신부 화장은 마을 동생들이 맡아 주기로 했다. 사진 찍겠다며 나서는 동생도 있다. 사회·공연·안내 등 역할이 하나씩 생길 때마다 자원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아침 일찍부터 손길이 바쁘게 움직인다. 사진 찍는 동생은 큼지막한 카메라 두 개를 들고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결혼식은 온 마을의 축제요 잔치가 되었다.
마을 공동육아 모임에 갔다. 걸어서 마실 다니기 편한 거리에 다들 모여 산다. 육아 용품 사려고 인터넷에 목매달지 않아도 된다. 애들 다 키운 선배 엄마들이 알아서 다 나눠주기 때문이다. 용품만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신앙과 육아가 분리되지 않도록 서로 돕는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있어야 한다고 했던가. 한 마디를 더 보탠다. 신앙에 뿌리를 둔 마을 양육을 실천해 보자.
서울 인수동과 강원도 홍천에서 마을을 이루며 함께 살고 있는 밝은누리의 결혼식·육아 풍경을 들여다 봤다. 이들은 '온 삶으로 신앙하기'를 마을 공동체 안에서 실천하고 있다. n포 세대의 외롭고 고단한 씨름판에서 밝은누리는 신앙으로 새판을 짜 보자고 말한다.
▲ 가정의 탄생을 마을 공동체가 지켜보고 축하한다. (사진 제공 밝은누리)
삶의 여정이 곧 신앙의 여정
1991년 공동체를 시작했다. 공동체 초기 멤버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결혼·임신·출산·육아, 가정을 일구는 모든 과정에서 신앙을 끝까지 붙들고 살아가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2000년 공동체는 서울 강북구 인수동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마을 공동체 운동'을 시작한다.
인수동은 북한산 자락에 포근하게 안긴 조용한 마을이다. 고도 제한이 있어서 가옥과 건물들 높이가 대체로 낮아 사람 사는 동네의 온도가 느껴지는 곳이다. 동네 초입에는 마을 서원이 있다. 마을 공동체 책들을 그곳에 모아 놓았다.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언제든 누구나 서원에 가서 찾아서 읽으면 된다.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마을 밥상이 눈에 띈다. 점심과 저녁에 밥상을 연다. 유기농 친환경 재료를 가지고 건강한 밥상을 매일 차려 낸다. 공동체 식구들뿐 아니라 마을 이웃들도 찾아와서 함께 밥상을 대한다. 공동체는 매일 여는 이 밥상을 특별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얘기는 글 말미에 따로 더 하겠다.
마을 밥상을 지나 언덕을 올라서면 마을 어린이집과 마을 공동체 학교가 보인다. 서너 살 먹은 꼬마들부터 머리가 굵은 십대 언니, 오빠들까지 마을에서 함께 기르고 교육한다. 학교에서만 공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온 마을이 기르고, 온 공동체가 서로 가르친다. 아이들은 마을 삼촌, 이모들의 관심 속에 자란다.
서원에서 밥상을 지나 학교까지 걸리는 시간은 도보로 10분 가량 된다. 걸어서 밤 마실 다닐 만한 거리에 마을 공동체 지체들이 이곳저곳에 모여 살고 있다. 결혼해서 가정을 일구고, 아이를 기르고 양육하는 걸음을 이곳 인수동에서 마을을 이루어 함께 내딛었고, 그 기반에 신앙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 어른과 아이, 가정과 가정이 둘러앉아 밥상을 대한다. (사진 제공 밝은누리)
함께 먹고, 살고, 입고...함께 신앙하기
서울 인수에서 마을 공동체를 일구며 대안적 삶을 실험한 지 10여 년이 지났을 때 공동체는 농촌행을 결심했다. 2010년 강원 홍천 아미산 아랫마을에 새로운 마을 공동체를 꾸렸다. 쉽게 말해 분립인 셈인데, 농촌으로의 분립을 시도했다. 서울과 홍천에서, 농촌과 도시에 각각 마을 공동체를 세운 이유가 뭘까?
이 결정은 먹고 입고 사는 의식주 생활양식과 관련이 깊다. 밝은누리는 '먹는 것'을 참 중요하게 생각한다. 의식주 대신 식의주로 순서를 바꿔 부른다. 인수마을에도 홍천마을에도 매일 여는 마을 밥상이 있다. 점심과 저녁 때가 되면 밥상 문이 자주 열렸다 닫혔다 한다. 포대기에 아이를 업고 엄마들이 먼저 자리를 잡는다. 마을 공동체 학교 학생들이 뒤를 잇는다. 마지막으로 퇴근한 회사원들이 밥상에 둘러앉는다. 매일 점심과 저녁 그렇게 서로 뒤섞여 밥상을 대한다.
서울 인수마을에서 나오는 밥상 부산물은 홍천마을로 간다. 오줌도 받아서 보낸다고 한다. 홍천은 서울에서 온 부산물을 농사 짓는 데 거름으로 쓴다. 유기농 친환경 농법으로 지은 먹거리는 홍천과 서울 공동체 밥상에 각각 오른다. 생활이 순환한다. 생명이 순환한다.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생명이 순환하는 삶', 다시 말해 '농(農)생활'은 순환을 파괴하는 풍토에 물음표를 던진다. 도시는 소비를 부추기고, 왜곡된 소비 패턴에 따라 생산 구조까지 병들게 만들었다. 땅을 해치지 않으면서 먹거리를 건강하게 길러 내고, 농촌과 도시의 가정은 밥상 부산물을 다시 땅으로 돌려 보낸다. 그러면서 생명 순환을 삶으로 실천한다. 생명 순환을 위해서는 농촌과 도시가 마을 공동체로 서로 연결된, 그래서 서로를 살릴 수 있는 구조가 필요했다.
농·도 상생 마을 공동체
인수마을과 홍천마을은 서로 왕래가 잦다. 서울 인수마을 공동체에서 지내는 지체들은 주말이면 강원도 홍천마을을 찾는다. 가족이 함께, 또 모둠을 만들어서 삼삼오오 자주 간다. 흙 만지면서 농사도 짓고 기도도 하고 주일 예배도 드린다. 먹거리 순환, 생활 순환, 관계의 순환을 함께 실천하면서 살아간다.
밝은누리는 최근 경기도 군포 수리산 아랫마을과 경기도 양평, 강원도 횡성 등지에 새로운 공동체를 분립 개척했다. 농촌과 도시가 함께 더불어 살 수 있는 마을 공동체의 모형을 계속 실험 중이다. 목표는 자립이고 자생이다. 생명이 순환할 수 있도록 하는 삶의 형태를 여러 터전에서 모색하고 있다.
▲ 온 삶으로 신앙하길 꿈꾸는 이들이 농도상생마을공동체를 일구며 살고 있다. (사진 제공 밝은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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