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군 복무 마치고 전역하다
심영희
손자가 18개월의 상근병 복무를 마치고 오늘 전역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별 탈 없이 18개월이 지나갔으니 축복이다. 제대 막바지에 인제 군부대에서 얼차려를 받던 장병이 숨졌다는 뉴스에 가슴이 철렁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오늘까지 무사하기를 기원했다.
손자는 다행히 상근병으로 근무하게 되어 집에서 행정복지센터로 출퇴근하며 여유 있게 시간을 보냈고 휴일에는 도서관에 가서 책도 보고 카페에 가서 차도 마시며 가족이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니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한다. 예비군훈련장에서 근무한 몇 개월 동안은 화, 목요일은 엄마가 퇴근을 시켰고, 월, 목, 금요일은 할머니인 내가 부대에 가서 손자를 집까지 태워다 주곤 했다.
손자가 퇴근 후 친구와 약속이 없는 날은 손자와 외식을 하며 추억을 하나하나 만들어 왔는데 이제 손자를 군부대에서 퇴근 시켜줄 일도 없게 되었다.
입대한 지 열흘 만에 사망했다는 그는 누구의 아들일까, 엄마 아빠는 얼마나 아들을 그리워하며 얼차려를 시킨 간부를 원망할까. 원망한다고 죽은 아들이 돌아오지도 못하는 곳으로 갔으니 이를 어쩌나. 인간의 마지막은 죽음이다. 부귀영화도 고달픈 인생도 죽으면 모두가 사라지고 없는 것. 허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