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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 블로그에 게시한 게시물을 옮겼습니다.
어제 밤 로버트 새폴스키의 『스트레스』 책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오랜 고질병으로 여운은 매일 막걸리 3병을 마셔야만 잠을 잘 수 있답니다.
잠이 들기 직전 수미쌤의 댓글을 읽고 편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연구실에 나와 어제 약속한대로 편지를 올립니다.
"오랫동안 편두통을 앓고 살았었어요. 항상 머리가 아픈채로. 위장장애로 살았던것 같아요. 그러다가 편두통치료를 받으면서 약으로 지내다가 두통은 더 심해지고 머리에 이상이 있나 싶어서 MRI검사 까지 하게 되었답니다. 머리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어요.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이.. 그렇게 일을 하면서 어떻게 머리가 안 아플 수가 있겠어요. 그 많은 일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겠어요. 아프지 않게 살고싶으면 일을 줄이든 스트레스를 줄이세요. 집에오자마자 먹던 약부터 몽땅 버리고 마음도 비우기 시작했어요. 그러기를 일년이 조금 넘었네요. 지금은 두통이 거의 없답니다. 만병의 근원은 모두 스트레스이더라구요."
어설픈 진단과 처방이지만 끝까지 읽어 보세요!
맞는 것 같다 싶으시면 마음읽기와 내 몸 읽기(신경과 호르몬)를 통한 몸과 마음훈련을 권해드립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몸이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합니다.
다미주이론의 창시자 노스캐롤라니이나대학 정신의학 교수 스티븐 포지스 박사와 이를 확장시킨 뎁 다나 박사가 제안한 다미주신경이론(Polyvagal Theory)입니다.
다세포 척추동물인 포유동물은 생존을 위해 자율신경계를 진화시켰습니다. 말초신경계통에 속하는 신경계로 우리 몸 속의 장기와 심장, 외분비샘, 내분비샘을 통제하여 우리 몸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와 부교감신경계로 구분됩니다. 교감신경계는 낮에 활동하는 주행성 동물이 사냥이냐 채집활동을 위해 활성화 된답니다. 교감신경은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경우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자동차로 비교하면 차를 출발 가속시키는 가속페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척수의 중간 부분에서 나와 여러 내장기관에 분포하며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경우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교감신경 흥분 시 동공은 확장되고 땀의 분비가 촉진되며 심장박동수가 증가하고 혈관은 수축합니다. 또한 기관지가 확장되며 위장관 운동은 저하됩니다. 초원에서 사자를 만났을 때를 상상해보세요? 아니면 어두운 골몰길에서 누군가 괴한이 따라오는 상황입니다. 어디론가 도주를 해야하기 때문에 심장박동은 빨라지고 호흡은 가빠지게 됩니다. 이때 에너지를 모아 죽어라 달려야 되기 때문에 모든 소화기관은 정지됩니다. 교감신경절후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은 노르에피네프린이며 온 몸에 비상사태에 대비하라고 모든 세포에 알리는 언어기능을 담당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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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내장으로 보내지는 섬유신경다발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포식과 피식에 의한 스트레스가 아닌 업무, 과로, 경제적, 정치적, 가정적 문제로 이런 현상이 반복이 된답니다. 이것이 스트레스의 본질입니다.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노르에피네프린 수치가 증가하고, 코르티솔 수치가 증가합니다. 우리 몸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위험에 대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백혈구가 증가하고 혈압이 상승하고 혈당 수치가 급격하게 오르게 됩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사회적 폭력과 포식자에 의한 상처는 나지 않기에 더 문제가 된답니다. 증가한 백혈구는 가장 세균과 박테리아가 많은 위장과 소장 대장에 있는 균들을 공격하지요. 그래서 만성 위염과 과민성 대장 증상을 달고 삽니다.
반대로 부교감신경계는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여 에너지를 저장해두는 역할을 합니다. 중뇌와 연수 및 척수의 꼬리부분에서 나와 각 내장기관에 분포하며 위급한 상황에 대비하여 에너지를 저장해두는 역할을 합니다. 부교감신경 흥분 시 동공은 수축하고 땀 분비는 감소하며 심박동수는 감소하고 일부 혈관이 확장될 수 있습니다. 또한 기관지는 수축하며 위장관 운동이 촉진됩니다. 부교감신경절후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은 아세틸콜린입니다.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가 균형을 이루어 조화를 이루어지는 것이 자율적이라는 의미로 항상성(恒常性, Homeostsis)이라고 합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감정조절의 실패는 바로 이 항상성의 균형을 파괴하여 수미쌤의 증상이 나타나고 제게는 불면증이라는 고질병을 안겨준 것입니다.
본질은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여 미리 대비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뇌를 가진 진사회성 동물입니다. 공감 가능한 개인과 공동체와 그리고 블로그를 통한 소통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바로 소통 그것도 원할한 소통.
스트레스, 고혈압, 당뇨는 질병이 아닙니다. 증상입니다. 앞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큰일이 닥친다는 암시이자 경고입니다.
편지의 결론은 내 스트레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입니다.
1. 내재적 요인
2. 외재적 요인
3. 단기적 요인
4. 장기적 요인
5. 자발적 요인
6. 타발적 요인
7. 가정적 요인
8. 사회적 요인
9. 그
치료
자발적 치료
물리적 치료
의료적 치료
사회적 치료
P.23 - 우리가 누구이며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 몸에서 시작된다. 뇌가 사고와 언어를 조합하기 전에 신경계는 우리를 경험과 연결로 이동시키기 위한 반응을 시작한다. 투쟁-도피(fight-flight의 활동적인 보호 상태로 우리를 데려가거나 작동 중지와 단절을 통해 우리를 구해 주기도 한다. 이런 신경계와 친숙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P. 46 - 이 미주신경 경로를 따라 전달되는 정보는 양방향으로 이동하며 정보의 80%는 신체에서 뇌로, 20%는 뇌에서 신체로 이동한다. 몸과의 연결이 끊어지면 미주신경 경로를 통해 신체에서 뇌로 전송되는 중요한 정보와 그것에 귀 기울이는 능력 또한 끊어지게 된다.
P. 65 - 말 그대로 자율신경계는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알아서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귀 기울이고 주의를 두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신경계에 대한 어느 정도의 관리와 삶에서 더 큰 조절 능력을 얻게 된다.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면 단순히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성찰하는 능력이 생긴다. 또한 신경계와 협력하는 법을 배우면서 웰빙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추천사(스티븐 포지스 박사)
들어가며
1장 다미주신경 이론 이해하기
자율신경계의 위계 : 경험의 구성 요소
신경지 : 내부 감시 시스템
상호조절 : 연결을 위한 관계 맺기
웰빙을 위한 세 가지 요소
2장 자율신경계 여행하기
미주신경 감지하기
미주신경 브레이크
실습: 미주신경 브레이크 사용하기
교감신경계의 에너지
여러 신경 상태 이동하기
실습: 자율신경계와 친해지기
실습: 조절 모드의 풍경
실습: 생존 모드의 풍경
3장 신경계에 귀 기울이기
실습: 신경계의 언어
실습: 자율신경 상태 경험하기-‘예’ ‘아니오’ ‘아마도’
실습: 호기심에 닻 내리기
실습: 안팎으로 귀 기울이기
4장 나, 타인, 세상, 영혼과 연결하기
사회적 참여 체계
실습: 사회적 참여 체계의 요소
연결의 경로
실습: 네 가지 연결
실습: 자율신경의 연료탱크 채우기
사회적 연결의 필요성
고독할 수 있는 힘
실습: 고독과 외로움 구별하기
5장 신경지 알아차리기
실습: 신경지 문장 쓰기
실습: 정보 수집하기
신경지 조율하기
실습: 정보의 경로 만들기
실습: 신경지 자각하기
6장 연결과 보호의 패턴 파악하기
실습: 편안함에서 멀리 떨어진 곳
연결과 보호의 방정식
실습: 신호 식별하기
실습: 생존 상태에서 빠져나오기
안전하게 자율신경 상태 오가기
실습: 조절된 경로 여행하기
실습: 보호의 경로 찾기
실습: 편안함에서 멀리 떨어진 공간에 감사하기
7장 안전에 닻 내리기
자율신경계 동심원
실습: 동심원 색칠하기
배 쪽 미주신경의 특징
실습: 배 쪽 미주신경의 연속선
빛나는 순간들
실습: 빛나는 순간 찾기
일상에서 안전감 경험하기
실습: SAFE(이야기, 행동, 느낌, 체화된 감각)
알아차리고 축하하기
음미하기
실습: 주의, 감사, 확장
나누면서 다시 음미하기
8장 신경계 조형하기
스트레스 없이 스트레칭하기
실습: 스트레칭-스트레스 연속선
자원 패턴 인식하기
신경 상태를 나타내는 문장 구조
실습: 너무 ~해서 ~할 것 같아
조절을 위한 호흡 연습
실습: 호흡 리듬에 집중하기
실습: 호흡과 함께 움직이기
실습: 한숨 쉬기
신경계와 접촉하기
실습: 접촉의 연속선
9장 이야기 다시 쓰기
실습: 세 가지 이야기 듣기
실습: 이야기와 함께 움직이기
실습: 새로운 이야기 심상화하기
실습: 단어 바꾸기
신경계 상태 사이에 존재하기
실습: 도약과 착지
카누를 메고 걷는 사람
10장 자기초월의 경험
경이로움 마주하기
감사하기
숭고함 발견하기
자비심 기르기
실습: 나와 마찬가지로
용서하기
평온하기
실습: 평온함 찾기
박애 명상
11장 신경계 돌보기
주의, 수용, 돌봄
유연성과 회복탄력성
실습: 회복탄력성의 연속선
자기돌봄
실습: 자기돌봄의 원
조절의 에너지 나누기
실습: 연결로 초대하기
12장 공동체 만들기
변화로 가는 길
실습: 신경계 출시 계획
현존을 위한 자율신경 대화
상실에서 회복하기
실습: 균열과 회복
연결의 공동체 285
실습: 소규모 공동체 만들기
안전은 인간이 여러 영역에서 자신의 잠재적 가능성을 최적화하는 데 필요하다. 안전한 상태는 사회적 행동뿐만 아니라 인간의 창조와 생산을 위한 두뇌 구조를 갖추는 데 선결 조건이다. 그러나 교육기관, 정부, 의료치료센터 같은 기관들이 안전한 상태를 조성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안전에 대한 개인적 필요를 존중하기 위해 우리 문화와 사회는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는가? 우리는 안전감을 깨트리는 것들이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 이해하고, 불안전한 세상에서 살아가며 잠재적으로 치르는 대가를 깨달을 필요가 있다. 위험과 생명의 위협에 우리가 얼마나 취약한지 이해한다면 우리의 방어 체계를 둔화시키고, 강력한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도록 해주며, 건강과 성장과 회복을 지원하는 사회적 행동과 사회 참여 체계의 중요성을 유념하기 시작해야 한다. p.57~58
다미주 이론의 맥락에서 자율신경계의 상태와 반응은 더 이상 부교감과 교감이라는 쌍을 이루는 두 요소의 대립적인 결과물로 설명될 수 없었습니다. 자율신경기능을 설명하려면 오히려 진화생물학의 기능으로서 위계적으로 조직된 세 가지 기능적 하부 체계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과 포유류에게 이 하부 체계는 ① 횡격막 아래에 있는 기관들의 주요 미주 조절을 제공하는 무수미주신경경로, ② 횡격막 위에 있는 기관들의 주요 미주 조절을 제공하는 유수미주신경경로, ③ 교감신경계를 포함합니다. p.73
내가 말하는 놀이란 비디오게임, 컴퓨터, 장난감을 가지고 혼자 ‘노는 것’을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서 놀이란 사회적 상호작용이 필요한 놀이를 말합니다. 놀이는 교감신경을 활성화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고,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사회 참여 체계로 교감신경의 흥분을 다시 완화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이런 모델에서는 놀이란 사회적 상호작용을 이용해서 생리적·행동적 상태를 ‘상호 조절’하는 효율적 신경훈련입니다. p.93
나는 치료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몇 가지 증상을 줄여주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생리적 상태가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행동을 하게 하는 기능적 플랫폼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내담자가 도전/도피를 하는 생리적 상태에 있을 때 그가 사회적인 행동을 할 수 없는 상태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내담자가 셧다운의 생리적 상태에 있다면 기능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수 없는 상태인 것입니다. 치료의 중요한 목적은 내담자에게 사회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생리적 상태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이런 능력을 개발하려면 신경계가 위험을 감지하는 과정 때문에 안전한 환경에서만 이런 생리적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내담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p.97~98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느끼기를 바란다면 그들이 잘못했다거나 나빴다고 비난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들의 몸이 반응하는 방식, 그 반응이 어떻게 적응적인가를 그들에게 알려줘야 합니다. 그리고 이 적응적 특징이 얼마나 유연해질 수 있으며 또 다른 맥락에서는 얼마나 변화할 수 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해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경이로우리만치 창의적이고 통합적인 우리 두뇌를 사용하여 비정형적 행동들을 나쁜 짓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웅적인 적응적 기능으로 이해하는 이야기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p.142
문제는 몸이 반사적으로 굳어버리는 셧다운으로 생존하려는 상태가 되면 여기서 빠져나와 사회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안전 상태로 들어가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기능적으로 생리적 상태를 바꾸는 신체 반응 들이 비자발적이었음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반사적으로 차단하는 셧다운 상태일 때 자발적인 행동 범위는 매우 축소됩니다. 달라진 몸은 자기 보호를 도울 뿐 사회 참여 행동은 돕지 않게 됩니다. 나는 내담자의 신체가 생존을 위해 훌륭하게 수행한 일들을 내담자에게 말해달라고 치료자들을 격려합니다. 생존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음을 내담자들이 이해해야 합니다. 그들은 참혹한 경험에서 생존했으며 자신을 영웅으로 대접할 필요가 있습니다. p.173~174
위협적인 사건에 대한 신경생물학적·적응적 반응이라는 아이디어는 트라우마를 개념화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줍니다. 신경계는 기능적으로 의식적인 자각의 영역 밖에서 외부의 위험을 끊임없이 평가하고 반사적으로 적절한 행동, 즉 사회 참여, 도전/도피, 셧다운을 하도록 생리적 상태를 전환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적어도 신경계가 가장 적응적이라고 해석한 것을 바탕으로 가장 적응적인 행동을 촉진하는 생리적 상태로의 전환을 시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이 과정을 ‘신경지’라고 명명했습니다. p.204
강박장애로 고통받는 이들을 구원할 바이블
“나의 강박들을 떠나보낼 수 있게 도와준 책.”
KAIST 뇌인지과학과 정재승 교수 추천!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에 사로잡힌 적이 있을 것이다. 손을 이미 씻었는데 또 씻고 싶은 느낌, 가스레인지를 껐는지 계속 확인하고 싶은 욕구,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근거 없는 망상, 필요 없는 물건을 주워 와 집에 쌓아두고 싶은 충동…… 이들의 진단명은 모두 강박장애(OCD, Obsessive Compulsive Disorder)다.
코로나 감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고 간 이후, 청결에 대한 집착과 함께 높아진 불안으로 강박장애를 호소하는 이가 많아졌다. 위생에 대한 강박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우울증을 동반하기도 하면서 많은 이의 일상에 혼란을 초래하며 우리 사회에 강박에 대한 이슈를 다시금 불러왔다.
1996년 초판이 나온 이후, 강박장애로 고통받는 40만 환자를 구원한 의학계의 고전 베스트셀러 《강박에 빠진 뇌》의 출간 20주년 기념 특별판이 한국어로 번역·출간되었다. 제프리 슈워츠는 UCLA 정신과 의사이자 강박장애 전문가로, 20여 년을 강박장애 연구에 매진하며 강박사고와 강박충동의 원인을 뇌의 신경학적 불균형에서 찾았다. 이러한 상태를 ‘브레인 락Brain Lock’이라고 하는데, 뇌는 불안의 목소리를 앞세워 계속해서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고, 그에 따라 특정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충동에 갇히게 된다.
20주년 기념판 서문에서 밝혔듯, 강박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자기 주도 행동 요법을 통해 이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이 책의 핵심 개념은 세월의 시험을 무사히 통과해 여전히 건재하다. 이 치료법은 오늘날에도 외래 진료의 표준으로 쓰이고 있다. 이번 20주년 기념판은 기존 연구를 토대로 하되, 그간 추가로 이루어진 연구를 통한 더욱 풍부한 사례와 새로운 자료가 추가되었다.
한마디로 이 책의 메시지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약에만 의존해 수동적으로 낫기를 기다려서는 안 되고, 강박과 불안이라는 악마와 능동적으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강박장애 환자나 가족들에게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매뉴얼이, 강박적 성격장애를 겪고 있거나 ‘혹시 나도 강박장애인가?’ 느끼는 이들에게는 스스로 점검하고 배워나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불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 것.”
UCLA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강박 탈출 4단계 매뉴얼
스스로 너무 예민한가 싶은 지점은 누구에게나 있다. 대개 우리는 각자의 강박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데 의지만으로는 도무지 통제할 수 없어 원치 않는데도 어떤 강렬한 생각이 멈추지 않거나 남들은 하지 않는 기이한 버릇을 일종의 의식처럼 수행하고 있다면 이때부터는 강박장애로 진단되는 질병이다. 이들은 주로 상상 속 재앙을 피하고자 기이한 행동을 하는데, 가족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샤워를 30번 하고, 비행기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청소를 13번 하는 식이다. 강박장애 환자들은 이러한 의식을 치르는 데서 기쁨을 느끼지 못하며 오히려 부끄러워하고 수치스러워한다.
UCLA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 제프리 슈워츠는 10년 동안 1000명이 넘는 강박장애 환자를 진료했다. 강박장애는 40명 중 한 명꼴로 나타나는 의외로 흔한 질병으로, 대부분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다. 손을 하루에 100번도 넘게 씻어 손에 물을 묻히기만 해도 거품이 나는 남자, 플러그를 뽑았는지 계속해서 확인하며 결국 커피 머신과 다리미를 가방에 넣고 출근한 여자, 모든 것이 오염되었다는 생각 때문에 가족과 16년간 만나지 않고 어머니 장례식에도 가지 못한 여자, 배터리 액이 새어 나올 거라는 병적인 공포로 새벽마다 교통사고 현장을 청소하는 남자……. 일대일 상담과 집단 치료를 진행하며 4단계 자가 치료법을 이들에게 적용한 결과, 대다수가 일상을 훨씬 더 잘 꾸려갈 수 있게 되었고 마음도 편안해졌다는 것이 다수의 성공 사례를 통해 증명되었다. 강박장애 환자들은 자신의 뇌를 찍은 스캔 사진을 보고(전두엽 아래쪽이 과열돼 있다) 강박장애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뇌에서 보내는 잘못된 메시지 때문임을 알고 오히려 안도한다. ‘문제는 내가 아니라 뇌’라는 것을 깨닫는 데서부터 치료는 이미 시작된다.
불안이 하는 거짓말을 깨부수고 마음챙김으로,
4단계 자가 행동 치료법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프리 슈워츠는 4단계의 자가 행동 치료법을 소개한다.
첫 번째 단계 재명명은 원치 않는 생각과 충동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이건 강박사고고, 이건 강박행동이야.” 이를 마음에 새기기 위해 단호하게,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이 단계의 목표는 강박사고와 강박충동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각과 충동에 대한 스스로의 반응을 제어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 재귀인은 “이 생각과 충동이 왜 사라지지 않고 나를 괴롭힐까?”에 대한 대답이다. 답은 뇌의 기어가 뻑뻑해서 뇌 영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단계의 목표는 자꾸만 들러붙는 생각과 충동이 말을 듣지 않는 뇌 때문임을 주의 깊게 살피고 확실히 깨닫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 재초점은 성가신 생각을 피해 주의를 돌림으로써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다. 단 몇 분이라도 좋다. 산책, 운동, 독서, 음악 감상, 게임, 뜨개질 무엇이든 좋다.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일기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뇌의 망가진 기어 전환 장치를 고칠 수 있으며 연습을 거듭할수록 뇌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네 번째 단계 재평가는 앞의 세 단계를 제대로 수행했다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로, 강박장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강박장애가 마음을 어지럽히는 가치 없는 것에 불과하다고 강박장애를 다시 평가하는 것이다. 강박장애를 겪었기 때문에 더 세심하고 인정 많은 사람이 되었다, 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등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재평가하게 되기도 한다.
이 치료법은 마법의 절대 공식이 아니다. 충동에 정확한 이름을 붙인다고 바로 충동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당장 좋아지길 바라는 지나친 기대는 치료 초기 실패에 이르는 가장 큰 요인이다. 강박사고는 절대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는다. 이 치료법의 목표는 강박사고에 대한 반응을 제어하는 것이다. 행동 반응을 조절하기 위해 새로운 지식을 활용하고 “이건 내가 아니라 강박장애일 뿐이야”라고 말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통제력을 얻고 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필요할 경우 적절한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행동을 바꾸면, 꼼짝 않던 뇌가 작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강박의 늪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책
가족 문제로서의 강박장애를 다룬 6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강박장애는 진정한 의미에서 가족 문제다. 강박장애를 방치하면 사람들을 점점 멀리하게 되고 고립되는 경향이 있다. 이 끔찍한 비밀을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그 영향은 고스란히 가족들에게 전해지곤 한다. 강박장애 환자 가족들은 가장 먼저 ‘안 돼’라고 말하기를 연습해야 한다. 강박장애의 일부가 되어버린 가족들은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강박장애 환자가 요청하는 강박적인 행동을 대신 수행해주거나 눈감아주는 조장자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강박장애 환자 가족들에게 강박장애를 돕지 말고, 행동 치료를 도우라고 말한다. 또한 강박장애를 진단받지는 않았지만, 아주 심하지는 않아도 골치 아프고 짜증 나는 강박 습관이 있는 이들도 이 치료법을 활용해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
제프리 슈워츠가 이야기하는 4단계 자가 행동 치료법은 결국 나를 다스리고 통제하여 문제가 있는 뇌를 바꾸는 작업이다. 이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약물과 의사에만 의존해서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분석하고 생각을 수용하고 평가한 다음, 어떻게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뇌와 거리를 두고, 마음챙김을 수련하는 것, 그 과정에서 내면의 안내자인 공정한 관찰자와 현명한 옹호자가 우리를 이끌어줄 것이다. 강박을 떠나보내고 삶의 자유를 찾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에서 정답을 찾아보길 바란다.
[P. 51~52] 강박장애는 등 뒤에 삼지창을 들이대는 악마와 같다. 이 악마는 자기가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강박장애 환자들이 악마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그들은 정말로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결국, 삶은 생지옥이 되고 만다. 그렇다고 강박장애의 무시무시한 충동을 무시하고 강박행동을 당장 수행하길 거부하면, 악마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삼지창으로 등을 계속 찔러대며 엄청난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P. 134] 뇌 수술은 필요 없다. 마음을 사용하면 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자기 주도 행동 치료’는 강박장애 증상에 대한 능동적 반응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이 침입자의 실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잘 움직이지 않는 뇌 속 기어를 전환하기 위해 4단계 치료법으로 반격하는 것을 뜻한다.
머리말 두 가지 오류
1부 잡음을 찾아서
1장 잡음과 형사사법제도 | 2장 제도 잡음 | 3장 일회적인 결정
2부 잡음과 인간의 마음
4장 판단의 문제 | 5장 오류 측정 | 6장 잡음 분석 | 7장 상황 잡음 | 8장 집단은 잡음을 어떻게 증폭시키나
3부 예측적 판단에 나타나는 잡음
9장 판단과 모델 | 10장 잡음 없는 규칙 | 11장 객관적인 무지 | 12장 정상의 계곡
4부 잡음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13장 어림짐작, 편향 그리고 잡음 | 14장 매칭 과정 | 15장 척도 | 16장 패턴 | 17장 잡음의 원천
5부 판단 개선
18장 좋은 판단자가 좋은 판단을 내린다 | 19장 편향 제거와 결정 위생 | 20장 과학수사와 정보의 순차적 제시 | 21장 예측의 선별과 집계 | 22장 의료 가이드라인 | 23장 근무평정의 척도 | 24장 채용 시스템의 구조화 | 25장 매개 평가 프로토콜
6부 최적의 잡음
26장 잡음 축소 비용 | 27장 존엄 | 28장 규칙이냐 기준이냐
결론 잡음을 진지하게 고민하자
에필로그 잡음이 줄어든 세상
부록A 잡음 감사를 시행하는 방법
부록B 결정 관찰자를 위한 점검표
부록C 예측 수정
◆ 《생각에 관한 생각》 2002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 10년 만의 신간
◆ “지난 10년간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중요한 책. 그야말로 걸작.”
_앤절라 더크워스, 《그릿》 저자
판단이 있는 곳에 잡음이 있다!
나쁜 결정으로 이끄는 ‘잡음’은 왜 발생하는가?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생각에 관한 생각》을 잇는 행동경제학 지혜의 확장판
세계적 석학 3인방이 파헤치는 인간 판단의 결함과 해결책
똑같은 판사, 의사, 면접관이 오전과 오후, 월요일과 수요일에 완전히 다른 결정을 내린다면? 똑같아야 하는 판단이 그렇지 않다면, 잡음이 낀 것이다. 잡음은 어디에나 있지만 누구도 잡음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잡음은 방치되고 우리는 나쁜 선택을 반복한다. 우리의 판단은 왜 잡음에 취약할까? 잡음을 피해서 좋은 결정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적 석학 3인방 ‘노벨경제학상 수상한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대니얼 카너먼 · ‘전략적 의사결정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올리비에 시보니 · ‘세계적인 정책 전문가이자 탁월한 법학자’ 캐스 선스타인이 머리를 맞대 생각의 잡음을 규명한 최초의 연구. 개인과 조직을 더 좋은 선택으로 이끄는 잡음 퇴치 보고서.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확장·심화 버전’으로
인지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의 미래를 열다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대니얼 카너먼이 인간 심리를 해부하는 또 다른 번뜩이는 통찰을 제시하는 《노이즈: 생각의 잡음》(원제 Noise: A Flaw in Human Judgment)으로 돌아왔다. 《생각에 관한 생각》의 논의를 확장‧심화한 10년 만의 신간이다. 편향과 함께 판단 오류를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인 ‘잡음noise’을 최초로 규명한 혁명적 연구 보고서인 이 책은 형사사법제도, 의료제도, 비즈니스 예측, 근무평정, 지문 감식, 정치 등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례 속에 숨은 잡음을 밝혀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인지심리학자(대니얼 카너먼), 의사결정 분야의 최고 경영전략가(올리비에 시보니), 정책 전문가이자 법학자(캐스 선스타인) 등 세계적 석학 3인이 의기투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책의 출간으로 인지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의 고전은 세 권으로 늘어났다. 《생각에 관한 생각》이 인간의 사고체계를 간단명료하면서도 통찰력 있는 아이디어로 설명해 인간 이해의 지평을 넓힌 선구자였다면, 《넛지》는 그 인사이트를 이어받아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선택설계의 기술을 제안했다. 그리고 《노이즈: 생각의 잡음》은 존재조차 몰랐던 판단 오류의 원인을 밝혀 인지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이 나아갈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보이지 않던 잡음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적 석학 3인방과 함께 이제 생각의 잡음과 맞설 때다.
똑같아야 하는 판단이 그렇지 않을 때 잡음이 발생한다
: 잡음의 정의
이 책은 우리가 저지르는 오류를 두 가지로 분류한다. 편향과 잡음이다.
편향은 문제의 핵심에서 ‘체계적으로 이탈’한 판단이다. 입사 지원자의 외모가 지원한 직무와 무관한데도 불구하고 면접관 다수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남겼다면, 그 지원자는 ‘후광 효과’라는 편향의 덕을 보게 될 확률이 높다. 지원자의 외모가 면접관들의 초점을 직무의 핵심에서 일제히 벗어나게 한 것이다.
잡음은 문제의 핵심에서 ‘임의적으로 분산’된 판단이다. 같은 지원자 두 명을 본 면접관 두 명에게 어느 지원자가 업무 능력이 우수한지 물어볼 경우,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25퍼센트라고 한다. 설사 지원자에게 합격점을 주더라도 면접관마다 점수는 각양각색일 것이다. 면접관들은 같은 지원자에게 저마다 다르게 반응하고 다른 결론에 이른다. 이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판단의 편차가 클수록 의견 일치가 늦어지거나 어렵기 때문이다.
잡음은 판단할 때 나타나는 원치 않는 변산성(variability)이다.
과연 전문가들을 믿을 수 있을까?
: 잡음의 사례
비슷한 횡령 사건을 저지른 두 사람이 기소되었다. 그런데 한 사람은 징역 20년을 선고받았고, 다른 한 사람은 징역 117일이 선고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아무리 판사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형량이 달라진다 해도 격차가 용납될 수 없을 정도로 심하지 않은가?
한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두 명의 보험심사역에게 같은 사례를 검토하고 각자 보험료를 산정하게 했다. 이 회사의 경영진은 두 보험료의 차이를 10퍼센트로 예측했다(A가 9,500달러이면 B는 1만 500달러). 그러나 실제 차이는 55퍼센트였다. A가 보험료를 9,500달러로 산정할 때, B는 1만 6,700달러로 산정한다는 뜻이다. 보험료가 지나치게 낮든, 과하든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모두 손실이다.
형량을 선고하는 판사, 보험회사의 보험심사역 등 서로 대체 가능한 전문가를 고용하는 조직에서 목격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변산성을 저자는 ‘제도 잡음(system noise)’이라고 이름 붙인다. 제도 잡음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관성 없는 제도는 신뢰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렇게 ‘복불복’ ‘케바케’로 귀결되는 전문가의 판단을 흡사 ‘추첨’ ‘제비뽑기’와 같다고 꼬집는다. 그리고 이 ‘추첨’은 두 번 일어난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들려준다.
예를 들어, 어떤 의사에게 진단을 받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판사와 보험심사역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누가 걸리느냐’가 관건인 첫 번째 추첨이다. 이때 ‘사람 간 잡음’이 발생한다. 두 번째 추첨은 그다음에 일어난다. 진료실에서 마주한 그 의사가 판단을 내리는 순간, 그가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느끼는 늦은 오후에 내과 의사들은 그 전보다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사람 내 잡음’이다.
편향이 주인공이라면, 잡음은 단역 배우
: 잡음의 특성
그렇다면 우리는 잡음에 왜 이렇게 취약할까? 잡음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치된다. 편향은 잘 보인다. 그래서 진단과 처방이 가능하다. 잡음과 편향 비교는 책 곳곳에 등장한다. 특히, “편향이 쇼의 주인공이라면, 잡음은 통상 관객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단역 배우”(13쪽)라는 지적은 편향과 잡음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인간은 세상을 인과적으로 이해한다. 어떤 사건이 생긴 원인과 결과를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소화하고 납득하려 한다. 이 이야기가 오류로 귀결된다면, 주인공인 편향이 문제인 것이다. 이렇듯, 어떤 결정이 왜 틀렸는지 설명할 때, 편향은 쉽게 발견된다. 어떤 프로젝트에 걸릴 시간을 실제보다 짧게 잡는 심리적 편향을 ‘계획 오류’라고 한다. 다음번에는 안 그러면 된다.
반면, 단역 배우인 잡음은 인과적 세계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다. 하지만 통계적 시각에서 보면, 잡음이 보인다. 저자는 심지어 판단이 있는 곳에는 항상 잡음이 있다고 말한다. 통계적 사고는 직감을 믿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 어떤 CEO가 내가 생각하는 성공한 기업인의 상에 부합한다고 해서 2년 뒤에도 연임하리라 믿을 근거는 없다. 기업들의 CEO의 연임률은 이미 통계적으로 나와 있으며, 이 수치는 나의 직감이나 호감도와는 전혀 별개의 정보다. 이럴 땐 통계를 믿는 편이 유리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잡음을 줄이는 방법은 예방뿐
: 잡음의 축소
저자는 쉽게 파악이 가능한 편향을 제거하는 것은 직접 치료에 비유하고, 파악이 어려운 잡음을 줄이는 것은 예방적 위생에 비유한다. 잡음은 발생하기 전에 방지할 수밖에 없다. 잡음 축소 전략으로 제시되는 여섯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판단의 목표는 개성의 표현이 아니라 정확도. 개성은 사람 간 잡음의 원천이기에 피해야 한다. 따라서 알고리즘이 권장된다. 알고리즘이 통찰력을 지니기 때문이 아니다. 알고리즘의 강점은 ‘무잡음’이다.
(2) 통계적 사고. 개인의 경험을 활용한 인과적 사고는 잡음을 가려버린다. 외부적인 자료와 관점을 이용함으로써 잡음을 예방할 수 있다.
(3) 판단을 독립적인 과제로 구조화. 다수의 평가 항목으로 나눠 독립적으로 평가하면 일관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심리적 기제를 제한할 수 있다. 어떤 사건의 목격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면 자칫 그들의 증언이 오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되새길 것.
(4) 이른 직관을 참기. 통계와 데이터를 먼저 살펴본 뒤 의사결정의 최종 순간에 직관을 허용하라. 직관이 마지막 순간에 등장해야 잡음을 극복할 수 있다.
(5) 여러 독립적 판단을 집계하기. 사람은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토의에 앞서 각자의 판단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한쪽으로 의견이 쏠리지 않게 되고, 잡음을 줄일 수 있다.
(6) 상대적 판단과 상대적 척도. 상대적 판단은 절대적 판단보다 잡음이 덜하다. 각각의 가치에 평점을 매기는 것보다 줄을 세워 등급을 매기는 편이 판단의 질을 더 높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