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강 9회차: 왕정 시대의 국제 정치 배경- 다윗·솔로몬 제국의 번영과 이방 동맹이 가져온 신학적 타락의 수사학 -
많은 사역자가 다윗과 솔로몬의 시대를 설교할 때, 그저 "믿음이 좋아서 복을 받아 영토가 넓어지고 부강해졌다"라고만 평면적으로 설교하곤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박사 수준의 역사 주해학은 그 이면에 하나님께서 정교하게 깔아놓으신 ‘국제 정치적 공백기’라는 섭리의 무대를 포착해 냅니다.
1. 신이 허락하신 역사적 공백기: 거대 제국들의 침체기
고대 근동의 대제국사(A.N.E. Imperial History)를 살펴보면, 다윗과 솔로몬이 이스라엘을 통치하던 기원전 10세기경(B.C. 1000~930년경)은 역사적으로 아주 기묘하고 독특한 시기였습니다.
남쪽의 전통 강호였던 이집트(애굽) 제국은 제21왕조 시기로, 국력이 약해져 자기 앞가림도 하기 힘든 극심한 내부 침체기였습니다. 동시에 북쪽 메소포타미아의 맹주였던 앗수르(아시리아) 제국 역시 아직 강력한 신공세기로 나아가지 못하고 내부 권력 투쟁으로 숨을 죽이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즉, 이스라엘을 좌우에서 압박하던 두 거대 제국이 동시에 힘을 쓰지 못하는 역사상 유례없는 ‘지정학적 공백기’가 바로 이 기원전 10세기였습니다.
하나님은 이 절묘한 타임라인의 무대 위에 다윗과 솔로몬을 올리셨습니다. 외세의 침략 걱정 없이 마음껏 영토를 유프라테스강까지 확장하고, 주변 소국들(모압, 암몬, 에돔)을 정복하여 조공을 받는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국제 정치의 판도를 주권적으로 청소해 놓으신 것입니다. 번영은 이스라엘이 잘나서가 아니라, 철저한 하나님의 역사적 섭리였습니다.
2. 솔로몬의 외교 정책과 페니키아(두로) 무역의 명암
왕위에 오른 솔로몬은 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강력한 세속적 외교·경제 정책을 펼칩니다. 그 중심에는 당대 최고의 해상 무역 국가였던 페니키아(성경의 두로와 시돈)가 있었습니다.
솔로몬은 두로 왕 히람과 거대한 경제 동맹을 맺습니다. 이스라엘의 농산물(밀과 기름)을 제공하는 대가로, 성전과 왕궁을 지을 최고급 기술자와 레바논의 백향목을 수입했습니다. 또한 홍해의 에시온게벨 항구를 통해 고대 근동의 남방 무역로를 장악하여 엄청난 금과 보화를 끌어모았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박사급 강해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신학적 비극이 터집니다.
열왕기상 10장에서 솔로몬의 화려한 무역과 은이 돌처럼 흔했다는 치하를 늘어놓은 직후, 열왕기상 11장은 참담한 반전으로 시작합니다. "솔로몬 왕이 바로의 딸 외에 이방의 많은 여인을 사랑하였으니 곧 모압과 암몬과 에돔과 시돈과 헷 여인이라"(왕상 11:1).
솔로몬이 천 명이나 되는 후궁과 첩을 둔 것은 단순한 호색(성적 타락)이 아니었습니다. 주변 소국들 및 이집트와 맺은 철저한 세속적 ‘정략결혼 및 국제 정치적 상호방위조약’의 결과물이었습니다.
하나님만을 왕으로 모시고 그분의 보호하심을 신뢰해야 할 언약 백성의 왕이, 제국들의 외교 방식인 '결혼 동맹'을 의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결국 그 여인들이 들고 들어온 이방의 온갖 가증한 우상들(모압의 그모스, 암몬의 몰렉)이 예스라엘의 심장인 예루살렘 성전 앞산에 세워지며, 왕국은 영적 분열과 파멸의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
3. 신명기 17장 '왕의 율법'의 철저한 위반
이 왕정 시대의 국제 정치 배경을 알아야만, 열왕기 저자가 솔로몬의 번영을 기록하면서 왜 은연중에 무서운 비판의 칼날을 숨겨두었는지 그 ‘수사학적 의도’를 주해할 수 있습니다.
모세는 이미 수백 년 전 신명기 17장 16~17절에서 장차 세워질 이스라엘의 왕들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금령(왕의 율법)을 선포했습니다.
병마(군사력)를 많이 두지 말 것 (애굽으로 돌아가지 말 것)
아내(정략결혼)를 많이 두어 마음이 미혹되게 하지 말 것
은금을 자기를 위해 많이 쌓지 말 것
놀랍게도 솔로몬은 이 세 가지를 정확하게, 그것도 최고의 수준으로 위반했습니다. 애굽에서 전차와 말을 수입해 병거성을 쌓았고(1번 위반), 천 명의 이방 아내를 두었으며(2번 위반), 은을 돌처럼 쌓았습니다(3번 위반).
세상의 눈으로 볼 때는 고대 근동 최고의 성공한 군주이자 영웅이었지만, 하나님의 율법의 눈으로 볼 때는 가장 철저하게 실패하고 타락한 왕이었던 것입니다.
[마스터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