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언니》
글: 권정생 / 그림: 이철수
몽실언니는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텔레비전으로 방영될 만큼 익숙하고 유명한 작품이다. 학창 시절 처음 접했던 이 책을, 40대가 되어 아이를 키우며 다시 읽는다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
이 작품은 한국전쟁 전후의 척박한 시대를 배경으로, 극도의 가난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세상을 따뜻하게 감싸 안은 한 소녀의 위대한 성장기를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가 끝난 후 몽실의 아버지는 가족을 떠나 돈을 벌러 나갔고, 몽실의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몽실을 데리고 다른 남자와 함께 살기 시작한다. 그 곳에서 의붓아버지로 인해 절름발이가 되고 쫒겨 나와 아버지에게로 가게 된다. 전쟁으로 인해 마을에 인민군이 들이닥쳐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지만, 몽실은 양어머니의 이복 어린 동생을 품에 안고 생존을 위해 발버둥친다. 몽실은 한쪽 다리를 저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아버지와 양쪽 이복동생을 돌보며 꿋꿋이 살아간다. 결국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동생들마저 뿔뿔이 흩어지자 몽실은 그들을 찾아 나선다. 30년 후, 몽실은 결혼하여 남매를 두고, 잃어버렸던 가족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이좋게 지내는 결말을 맞는다.
30년의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묵묵히 삶을 살아가는 몽실의 모습은 경이로울 만큼 감동적이다. 지금과는 너무도 다른 해방 직후의 시대, 몽실언니는 우리 조부모님과 부모님 세대의 삶을 고스란히 비추고 있다. ‘내가 몽실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아마 나는 울고만 있다가 겨우 허기만 채웠을지 모른다. 몽실이처럼 ‘삶을 사랑하는 삶’을 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부모님 탓’, ‘전쟁 탓’을 하며 세상에 대한 원망 속에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몽실의 녹록지 않은 삶을 들여다보며 나는 ‘인생’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인생이란 무엇인지, 곧 ‘나의 삶’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다. 비록 불우한 환경이었지만, 스스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했던 몽실은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고난 속에서도 삶의 가치를 생각할 수 있는 신념과, 그 길을 만들어 가는 지혜를 보여준다.
몽실은 남을 위해 묵묵히 자신을 희생하고 도리를 다한다. 위로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정작 자신임에도 늘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그녀의 배려심은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몽실은 원망보다는, 그 상황을 이겨내며 삶을 대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 주었고, 그녀의 그 마음이 내 마음속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작가의 말 속 한 구절로 이 감상문을 마무리하고 싶다.
> “이 이야기에 나오는 몽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착함’과 ‘나쁨’을 조금 다르게 이야기합니다. 검둥이 아기를 버린 어머니를 사람들이 욕할 때도 몽실은 오히려 그들을 나무랍니다. 몽실은 아주 자그마한 불행에도 그 뒤에는 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이야기지만, 우리 모두 몽실언니에게서 그 작은 것이라도 배웠으면 합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몽실언니, 그 작은 배움이라도 내 삶에 새기고, 긍정과 희망으로 삶을 대하는 자세를 가져보려 한다.
첫댓글 삶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금 바라보게 하는 감상글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