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꿀꿀하다
비가 오는것도 아니고 잔뜩 흐려서 내 맘도 흐리다
이런 날이면 가버린 영감이 보고싶다
온갖 저질을 다 하고 속도 무던히도 썩이든 남편이였지만
그래도 내 옆에 있을때가 좋았다
날마다 닦아주고 주물려주고 대소변 받아내면서
춤추고 노래불려주면 박수치고 좋아했던 우리여보
하루 종일 여보옆에서 대화하고 서로 처다보고 웃고 했던
긴긴 시간들이 지금은 오히려 그립다
그때는 힘들다는 생각조차 하지않고 살았다
남들든 치매환자와 사는건 지옥이라 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현실을 받아들이면 그속에 행복과 즐거움이 있다
나는 큰아들 하나 더 키운다 생각하고 살았다
대소변을 한번도 더럽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 흔한 실장갑 유생장갑 한번 끼지 않고 맨손으로 다 받아냈다
늘상 내손에는 그래서 대변냄새가 밴것같았지만
나는 그런걸 챙피하다 생각해 보지않았다
맛있어 하면 응 맛있어 미각은 살아있어 맛은 귀신같이 알았다
여보야 맛있어 하면
응 맛있어 하고 활짝 웃던 그 모습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당신 응가했잖아 치워야 하니까 엉덩이 좀 조금 들어줄래
하고 도움을 청하면 드는 시늉을 해 줬던 여보
나중에는 말귀를 못알아들어 그것도 못해줬지만
옆으로 돌려높히기도 너무 힘들어서 어깨가 빠지는듯 아팠지만
나는 참고 또 참았다
닦고 말리고 가루분 발라주고 기저귀 갈아체우고 씻기고
머리감기고 주말이면 아들이 와서 항상 목욕을 시켜드렸다
참 착한 우리 아들
한번도 싫다 하지 않고 주말마다 와서 씻기고
손톱 발톱 깍아드리고 머리깍아드리고
팔 다리 주물려 드리고 하루 종일 봉사하다 가곤했다
와상으로 누은지 3년이나 되었으니 3년동안 한주도 빠진적이 없었다
그러나 효자 아들이다
지금도 전화해서 엄마 어디 아픈데 없지 하고 확인하고 한다
남편이 남기고 간 유산과 유족연금으로 나는 편하게 살지만
우리 여보는 그곳에서 행복하신지
오늘 같이 이렇게 잔뜩 흐린날은 더 보고 싶고 그립다
여보야 잘 있어
나도 잘 살고 있다
우리 언제 곧 만나겠지 그때까지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