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3. 初秋偶感 초가을에 우연한 감회
(3)
萍逢契話轉無常
부평초처럼 만날 약속은 허무하게 변하고
歲暮行窘似旅忙
구차한 세모는 바쁜 나그네행색과 같구나.
樓竹未知何處客
누각 대 지붕은 객이 어디 갈지를 몰랐고 1)
觀桃且待再期郞
복사꽃을 보았던 사나이는 다시 기약했네. 2)
勿驚寒士鏡中雪
놀라지 마라 가난한 선비는 거울 속의 눈 3)
羞踏夜叉靴裡霜
수치스런 짓하는 흉악자는 신발의 서리라. 3)
蠟屐又福崇礼下
완부의 나막신도 석숭도 예의의 아래이나 5)
蘭围不暇燒生香
난초 있으면 틈이 없어도 절로 향기 뿜네.
_____
1) 누죽미지하처객(樓竹未知何處客): 이는 고문진보(古文眞寶)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널리 읽혀진 왕우칭(王禹偁)의 황주죽루기(黃州竹樓記)의 내용의 끝부분을 언급한 것이다, “분주하고 겨를이 없으니 내년엔 또 어느 곳에 있을지 알 수 없다(奔走不暇 未知明年 又在何處).” 대나무로 지붕을 이은 누각을 짓고 999년에 쓴 글인데 후에 그 지붕을 누가 수리할지 모르고 나그네처럼 떠나는 관리의 형편을 말한 것.
2) 관도차대재기랑(觀桃且待再期郞): 복숭아꽃을 보고 따라서 또 다시 오리라 기약을 기다리게 했던 사나이란 말인데, 이는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선경(仙境)의 주인공을 말한다. 이상향을 찾았다가 다시 오마고 했지만 되돌아가는 길은 찾지 못하였다.
3) 한사경중설(寒士鏡中雪): 가난한 선비와 거울 속의 눈, 그 둘의 실제는 그렇게 춥지는 않다는 뉘앙스.
4) 야차(夜叉): 산스크리트의 약사(Yaksa)를 음역(音譯). 인도 신화로 거지의 흉악한 악귀(惡鬼/ malevolent spirit)로 흉포하고 추악한 사람을 비유.
5) 납극우복숭례하(蠟屐又福崇礼下): 납극은 진서(晉書 阮孚傳)에 나오는 완부(阮孚/ 약278-326)가 나막신[木屐]을 사랑해서 밀납(密蠟)을 칠하는데 열중했고, 복숭은 석숭(石崇/ 249-300)의 부요함인데 그 모두 예(禮)에 쳐지는 예하(禮下)라 했다. “석숭 재물도 하루아침이다.” 라는 우리나라 속담까지 전할 정도로 불의하게 축적한 큰 부호여서 밀랍을 부엌의 땔감으로 쓸 정도로 사치했던 사람이 51세의 나이에 죽임을 당했는데 석숭(石崇)은 부호의 대명사로 복숭(福崇)이라 숭배 하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