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쿠스는 아벤티누스 산 동굴에 사는 거인으로, 그 인근 땅을 유린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헤라클레스가 게뤼네이우스의 소떼를 끌고 귀국하는 도중에 이곳에 들렀는데, 헤라클레스가 잠들어 있을 동안 이 카쿠스가 그 중의 소 몇 마리를 훔쳐갔다. 카쿠스는 상대가 소의 발자국을 보고 뒤따라 올 것을 염려하여 소의 꼬리를 잡아 끌면서 제 동굴로 돌아갔다. 헤라클레스는 이 계략에 말려들어 도난당한 소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남은 소를 이끌고 동굴 옆을 지나자 동굴 안에서 도둑맞은 소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헤라클레스는 이로써 소를 되찾았고 카쿠스는 헤라클레스의 손에 맞아죽었다
헤라클레스가 마지막으로 치른 난사로는 저승에서 케르베로스를 데려온 일이 꼽힌다. 그는 헤르메스와 아테나의 안내를 받아 하데스의 나라로 내려갔다.
하데스는 아무 무기도 쓰지 않는 조건으로 케르베로스를 끌고 갈 수 있으면 끌고 가 보라고 했다. 헤라클레스는 이 괴물의 저항이 보통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에우뤼스테우스에게 데리고 갔다가 다시 저승으로 데려다 주었다. 헤라클레스는 하데스 나라에 있을 때, 평소에 자기를 존경하여 영웅 흉내까지 내던 테세우스를 풀어 주었다. 테세우스는 저승 왕 하데스에게 페르세포네를 달라고 조르러 왔다가 실패하고 그곳에 억류되어 있었던 것이다.
헤라클레스는 한때 홧김에 친구인 이피토스를 죽인 일이 있다. 이 죗값으로 그는 3년간 옴팔레 여왕의 종살이를 했다. 이 영웅의 성격은 종살이하면서 완전히 변해 버린 듯했다. 헤라클레스는 유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으로 나날을 보냈으니, 그 동안 여자 옷을 입고 나다니는 일도 있었고 옴팔레 여왕의 시녀들과 함께 양털로 실을 잣기도 했다. 오히려 여왕이 그의 사자 모피옷을 입고 다녔다.
그는 종살이가 끝나자 데이아네이라와 결혼하여 3년간 행복하게 살았다.
결혼한 지 3년쯤 되던 어느 날 헤라클레스는 아내를 데리고 여행하다 강을 건너게 되었다. 이 강에는 켄타우로스[半人半馬] 족속인 네쏘스가 규정된 사례금을 받고 길손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자기는 얕은 곳을 그냥 건너고, 아내 데이아네이라는 네쏘스로 하여금 업어 건너게 했다. 그런데 네쏘스는 데이아네이라를 업은 채 도망치려고 했다.
헤라클레스는 아내의 비명을 듣자마자 활로 네쏘스를 쏘아 죽였다.
죽음을 목전에 둔 이 켄타우로스는 데이아네이라에게 자기 피를 조금 받아 두라면서, 혹 남편이 한눈을 팔 때면 그 피가 부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데이아네이라는 켄타우로스 네쏘스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로부터 오래지 않아 데이아네이라에게 그 부적이 필요할 때가 왔다. 헤라클레스가 원정을 다니다 이올레라는 아름다운 처녀를 포로로 잡아온 일이 있는데, 그는 이 처녀를 데이아네이라보다 더 사랑하는 것 같았다.
헤라클레스가 자기 승리를 감사하여 신들에게 산제물을 드리려고, 아내 데이아네이라에게 사람을 보내어 흰 예복을 가져오게 했다. 데이아네이라는 사랑의 부적을 쓸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그 예복에다 켄타우로스의 피를 묻혔다. 그리고는 피얼룩이 보이지 않도록 그 옷을 다시 깨끗이 빨았다.
우리가 추측하기로는, 피얼룩은 지워졌으나 그 부적의 마력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던 것 같다. 헤라클레스는 이 옷을 입었다. 체온을 받자 이 옷에 묻어 있던 독기가 헤라클레스의 몸으로 스며들어가 그를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게 했다.
고통으로 인해 분별을 잃은 헤라클레스는 예복을 가져온 심부름꾼 리카스를 바다에다 처박아 버렸다. 그리고는 그 예복을 벗으려 했다. 그러나 예복은 몸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화가 난 헤라클레스는 살점째 그 옷을 뜯어내 버렸다.
헤라클레스는 그 모습 그대로 배를 타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데이아네이라는 자기의 허물이 뜻밖에도 남편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버린 것을 알고는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하고 목을 매어 죽었다.
헤라클레스도 죽을 결심을 하고는 오이테 산으로 올라가, 자기 몸을 화장할 나무를 쌓아 올리고는 활과 화살을 필록테테스에게 물렸다. 헤라클레스는 장작더미 위에 누워 평소에 즐겨 쓰던 곤봉을 베고는 사자 모피로 몸을 덮었다. 그리고는 축제날 식탁 앞에서 식사라도 하려는 듯한 얼굴로 태연하게 필록테테스에게 불을 지피라고 명령했다. 불길은 삽시간에 타올랐으니, 장작더미와 그의 몸을 태우는 것도 잠깐이었다.
신들 역시 이 지상의 전사가 그 삶을 이런 식으로 마감하는 것을 보자니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제우스만은 밝은 얼굴을 하고 신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대들이 내 아들을 이렇듯 관심 가지시니 참으로 반갑소. 뿐만 아니라 내가 이렇듯이 충성스러운 신들의 지배자라는 사실이 대견스럽고, 내 자식이 여러분의 호감을 얻고 있었다니 만족스럽소. 여러분이 저 아이를 눈여겨 보는 까닭이, 내 아들이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저 아이가 땅에서 위업을 이룬 데 있다는 것 또한 만족스럽소. 하나 내 여러분에게 이르거니와 가슴 아파할 것은 없소. 모든 것을 정복한 저 아이가, 여러분이 내려다보고 있는 저 오이테 산의 불꽃 따위에 정복될 리 있겠소?
저 불꽃이 비록 저 아이가 제 어미에게서 받은 것(육체)은 태울 수 있을지언정 아비인 나에게서 받은 것을 태울 수는 없을 터이니 그것은 영원불멸일 것이오. 나는 지상에서 죽은 저 아이를 천상으로 데려올 생각인즉 그대들도 저 아이를 따뜻이 맞아 주었으면 하오. 그대들 가운데엔 저 아이가 이러한 명예를 얻게 된 것을 슬퍼할 자가 있을지언정 이만한 명예에 값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 자는 없으리라 믿소.」
신들은 뜻을 모아 찬성했다. 단지 헤라만은 이 마지막 말을 듣고 심히 불쾌하게 여겼다. 꼭 자기를 겨누고 하는 말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뿐, 남편의 결정에 토를 달고 싶은 정도는 아니었다. 이윽고 불꽃이 헤라클레스가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을 소진시키자, 그의 신성한 부분은 불꽃에 조금도 손상당하지 않은 채 새로운 생명으로 불길을 나왔다. 그 전과 조금도 다름없이 제우스는 그를 구름으로 감싼 다음,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로 데려와 별 사이에다 박아 주었다. 헤라클레스가 하늘에서 그 자리를 차지하자, 아틀라스는 이 별자리의 무게를 덤으로 느낄 수 있었다. 헤라는 결국 헤라클레스와 화해하고 딸인 청춘의 여신 헤베를 주어 혼인하게 했다.
헤라의 딸이자 청춘의 여신인 헤베는 신들에게 드리는 헌주 담당 여신이기도 했다. 흔한 이야기로 이 헤베는 헤라클레스의 아내가 되면서부터 그 일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러나 조금 다른 주장도 있다. 미국의 조각가 크로포드는 이 이설(異說)을 좇아 오늘날 아테니엄 갤러리14)에 소장되어 있는 〈헤베와 가뉘메데스〉를 조각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헤베가 어느 날 신들에게 술을 따르다가 술을 엎질러 이 직책에서 쫓겨났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 뒤로는 트로이아 소년 가뉘메데스가 신주를 따랐다. 이 소년이 이데 산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독수리에게 실려와 헤베의 뒤를 이었다는 것이다.